하루에도 수백 개의 어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앱스토어.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금 가장 잘나가는 게임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앵그리버드'를 꼽을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현재 각종 확장팩들까지 꾸준히 선보이며 상위권 차트를 유지하고 있는, 누가 봐도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런 앵그리버드 조차 국내에서 넘지 못하는 게임이 있다. 그 게임은 바로 '팔라독'. 성기사를 뜻하는 '팔라딘'과 개(dog)를 합친 이 희한한 제목의 게임은 국내 앱스토어에서 무려 8주간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앵그리버드', 한국의 '식물vs좀비'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는 그 여세를 몰아 안드로이드 시장까지 장악한 모습이다.


▲ 국내 앱스토어를 점령한 팔라독





하루에도 수많은 어플들이 쏟아져 나오는 앱스토어의 특성상 장기간 동안 인기를 계속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질 대로 치열해졌고 깜짝할인 등으로 단기간 상승세를 노리는 게임들도 많다. 그런 면에서 '팔라독'이 오랜 기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럼 '팔라독'은 이렇게 긴 시간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서 구로E-BIZ센터에 위치한 '팔라독'의 개발사 '페이즈캣'을 직접 찾아가보았다.


▲ 팔라독 개발사 페이즈캣의 김진혁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만난 페이즈캣의 '김진혁' 대표이사는 개발자 출신이었다. 인기 아케이드게임인 KOF의 일부 시리즈를 제작한 '이오리스'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었고 CJ '넷마블'에서 그래픽 팀장까지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진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보고자 창업을 하게 된다.


"원래 예전부터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다 보니 그래픽을 하게 되었었죠. 그러면서도 게임을 직접 이끌어 개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기획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페이즈캣의 첫 게임은 '팔라독'이 아니었다. 법인을 설립하고 처음으로 출시한 게임은 '팔라독'이지만 이미 그 전에도 김진혁 대표는 개인 사업자로 다양한 앱을 개발했다고 한다. 지금의 '팔라독'을 있게 해준 '코스트디펜스' 역시 그 다양한 앱들 중 하나였다.


"코스트디펜스 개발 당시에는 기대를 하긴 했지만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출시 후에 북미에서 3위까지 순위가 올라가더라구요. 신기하기도 했고 순위에 오르니까 기분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앱스토어 파악에도 도움이 되었지요.


일단 돈을 벌기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북미 3위까지 올라가는 성적을 내긴 했지만 다시 그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연속으로 잘 되는 케이스도 전무했던 시기기도 했고. 그래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지만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 지금의 팔라독을 있게 해준 코스트디펜스



코스트디펜스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와 함께 이보다 성공하려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김진혁 대표는 고민 끝에 '코스트디펜스'를 뛰어넘는 게임을 목표로 하여 주변에 몇몇 개발자들을 모아 '팔라독'을 제작하게 된다.


"팔라독은 처음에 3명이서 개발했습니다. 중간에 안드로이드 이식을 위해 한 분을 영입해서 총 4명이 되었지요. 개발하시는 분들이 모두 다방면에 뛰어난 멀티플레이어들이셔서 적은 인원으로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코스트디펜스로 개발비용이 확보가 되어있어서 저는 크게 부담 안 가지고 개발을 했는데, 다른 두 분은 안 그러셨나봐요. 당시 회사를 나오시거나 약간 어려웠을 때여서 그랬는지, 나중에 들어보니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개발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6개월의 개발 기간에 거쳐 탄생한 팔라독, 하지만 그 시간조차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개발한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어느 정도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직접 게임을 해보니 좀 불안하더라구요. 그 후 4~5개월이 지나는 시점부터 조금씩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탄력이 붙었죠. 개발자 분은 개발하다가 쓰러지기도 했어요."


처음 나온 '팔라독'은 굉장히 단순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동물과 좀비가 싸우는 디펜스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데에서 출발했지만 너무 밋밋하고 재미가 없었단다. 그래서 좀 더 특징적인 부분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스킬과 아이템 시스템도 이 때 추가되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주인공인 강아지 캐릭터는 김진혁 대표가 직접 기르던 슈나우저 강아지에서 따와 직접 디자인 했다고 한다.


▲ 김진혁 대표가 기르던 슈나우저 강아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직접 디자인한 팔라독



그런 작업을 거친 뒤 드디어 6개월 만에 팔라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반응은 좋았다. 북미 쪽에서는 예전 코스트디펜스보다 좀 덜했지만 대만, 일본 등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특히 국내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앱스토어 8주간 1위를 기록했다. 당시 김진혁 대표의 기분은 어땠을까?


"기분은 물론 매우 기뻤습니다. 당시 앱스토어 1위 기록이 코스트디펜스가 세운 3주였기에 팔라독이 3주간 1위를 했을 때는 저도 이제 내려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왠 일인지 계속 1위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8주간 1위라는 성과를 달성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기쁨과 함께 고민도 찾아왔습니다. 팔라독이 선전해주니 앞으로에 대한 고민도 많이 들었죠. 회사의 진로도 생각해야 했구요. 기쁨과 고민이 함께 교차하던 시기였어요“



팔라독의 선전으로 인하여 회사의 이름도 많이 알려지고 수익도 늘어나자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앞날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김진혁 대표는 고민 끝에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고 다짐했고 이제 그것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우선 회사의 규모를 넓혔다. 인력도 현재의 13인까지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더 늘릴 것이라 말했다. 조그만 방에서 개발자 3명으로 팔라독을 개발하던 시절에서 반년 만에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사무실도 새로 마련했다. 구로에 위치한 E BIZ센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사무실에서 다시 시작하는 만큼 김진혁 대표의 각오는 남달랐다.


“팔라독을 개발하던 시절, 이거 안 팔리면 그만둬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욱 진지하게 몰입하고 있습니다. 코스트디펜스를 개발하던 시절에서 불과 1년 정도 지났지만 그 사이 앱스토어는 매우 빠르게 변화했어요.


당시에는 까페나 리뷰 등을 통해 홍보를 했다면 지금은 ‘오늘만 무료’ 등의 어플이나 커뮤니티가 굉장히 노출이 많이 되는 상황입니다. 과거에 비해 라이트 버전의 효과를 보기도 어려워졌구요.”



또한 김진혁 대표는 안드로이드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게임 시장과 앱스토어를 IOS가 주도해왔지만 안드로이드 쪽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는 것.


“개발사 입장에서 지금 국내는 IOS보다 안드로이드 시장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우 매출도 그쪽이 더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팔라독 개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시장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 성장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광고나 노출 빈도도 많으니까요.”


IOS와 안드로이드는 물론,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플랫폼들에도 적극적으로 진입할 생각이 있다는 김진혁 대표. 팔라독의 성공에 힘입어 페이즈캣은 지금 중국, 일본 시장은 물론 새로운 플랫폼까지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페이즈캣이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김진혁 대표는 이 질문에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라고 답했다.





첫 번째는 팔라독의 새로운 콘텐츠. 스테이지의 추가냐고 물어봤더니 그것은 아니란다. 김진혁 대표가 밝힌 추가되는 콘텐츠는 바로 ‘영웅의 추가’.


“코스트디펜스 때 40스테이지를 하루 만에 클리어 하고 왜 이렇게 짧으냐고 하시는 유저 분이 계셔서 팔라독은 120스테이지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금방 다 깨시더군요. 저희도 스테이지를 추가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기존 몬스터들을 재사용하면 쉽지만 저희는 그런 방법은 원하지 않아요. 결국 스테이지를 추가하려면 몬스터나 스킬 등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게임을 하나 더 만드는 것과 같거든요.


그래서 기존 콘텐츠를 잘 사용하면서도 다시 새로운 느낌으로 플레이 할 수 있게 ‘영웅의 추가’를 도입했습니다. 기존 영웅과는 아주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영웅의 추가에 대해 게임 제목이 ‘팔라독’이니 또 개를 이용한 영웅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팔라독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새로운 영웅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시기는 9~10월이 될 것이라 전했다.





남은 두 개의 프로젝트는 신규 게임 개발.


“신규 게임 중 하나는 팔라독의 후속작이 될 게임입니다. 사실 팔라독을 개발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많았어요. 넣고 싶었던 시스템도 많았는데 다 넣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 후속작은 그런 아쉬움이 없도록 정말 완성도 있게 만들 생각입니다. 아직 기획 단계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정말 재미있게 만들 것이니 많은 기대바랍니다.”


팔라독 후속작이 될 게임의 경우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외 다른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봤으나 비공개 프로젝트라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와 더욱 궁금증을 불러왔다. 단, 게임의 규모는 팔라독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살짝 귀뜸해주었다.


▲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그림



회사 설립 이후 연이어 성공작을 개발한 페이즈캣과 김진혁 대표. 그에게 앞으로 페이즈캣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우선은 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가 경쟁해야 할 곳은 해외 개발사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 해에 10~20개의 게임들을 출시하는 거대 기업들도 있는데 그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결국 정말 완성도 있는 하나의 게임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팔라독 이후로 페이즈캣에 기대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게임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도록 할 것이구요.”



현재 신규 프로젝트의 방향성 기획, 회사 홈페이지 개발, 대표이사로서의 의사 결정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 중이라는 김진혁 대표. 한창 바쁠 시기에 많은 업무가 있겠지만 인터뷰를 하며 그가 보여준 것은 많은 업무에 시달린 피곤한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당황시키다’라는 뜻의 페이즈에 캣을 붙여 만든 페이즈캣. 이들은 다음에 어떤 게임을 들고 나와 우리를 즐겁게 당황시킬까?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사뭇 즐거운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