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오전 9시.

공식적인 시연 시간을 30분이나 남기고 있는 시각이었지만, 국내에서 베타 버전을 처음 플레이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인벤팀은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CEO의 디아블로3 관련 기자 간담회 및 북미 베타 버전 시연회 진행 장소인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 모이게 되었다.


아직 이른 시각이어서인지 텅텅 비어있는 시연대 앞으로 우르르 몰려간 인벤팀은 곧바로 캐릭터 생성과 친구 초대를 시작으로 디아블로3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 잡담도 없이 게임에 푹 빠진 기자들의 모습




디아블로3의 친구 초대 방식은 스타크래프트2에서 실명 친구 등록을 하는 형태로 친구로 등록된 사람을 파티에 초대하고 따로 방을 만들어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공개 방(Public Games)을 통해 같은 퀘스트를 진행하는 사람끼리 파티를 맺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인벤팀의 첫 파티 플레이에서 선택된 직업은 야만용사와 마법사, 그리고 수도사였는데 마을에서 시작을 하게 되던 전작과 달리, 디아블로3는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허허벌판에서부터 몰려드는 적들과 싸우면서 신 트리스트람(New Tristram)으로 전진해나가는 형태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제한된 시간 동안 플레이를 해야 했기 때문에 미처 놓친 퀘스트나 콘텐츠도 많았지만, 이번 시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디아블로3의 대략적인 느낌은 다음과 같았다.




기본 시스템 및 인터페이스




조작 및 플레이 일반


디아블로3의 베타 플레이를 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전작을 하는 듯한 익숙함이었다.


마우스 조작을 기반으로 하는 쿼터뷰 형태의 화면이나 전투는 전작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5분도 안 되서 숙달할 수 있을 정도였고, 플레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금세 기본적인 전투나 시스템을 익힐 수 있을 정도였다.





▲ 분명 신작 게임을 하는 건데 왜 이리 익숙한 느낌인 거지...




특히 전작에 마나(Mana) 하나로 통일되었던 기술에 쓰이는 소비자원(Resources)이 직업별로 달라졌지만, 두 종류의 소비자원을 사용하는 악마사냥꾼을 제외하면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기술의 구성이나 플레이 형태가 잘 구성되어 있었다.



능력치


디아블로3에서는 전작처럼 능력치를 투자해서 성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업에 따라 해당 능력이 상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레벨이 오르면 공격(Attack), 정밀(Precision), 방어(Defence), 체력(Vitaliy)과 같은 수치들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적에게 입히는 피해나 치명타 확률, 받는 피해, 생명력의 총량 등이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이다.





▲ 단순화 된 능력치 창. 스탯찍기 고민도 사라졌다.




이들 수치는 장비를 통해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작처럼 최적화 된 능력치를 맞추기 위해서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


디아블로3의 기술들은 룬석을 통해 개조/강화가 가능한 형태지만 베타 테스트에서는 룬석이 제공되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기술을 사용하려면 제한된 슬롯에 등록을 해야 하는 구조라 자신이 사용하려는 기술들을 미리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아쉽게도 베타 버전에서 룬석은 제공되지 않았다.




WOW에서처럼 미리 정해진 기술 묶음으로 순식간에 바꾸거나 기술 변경을 위해 마을로 이동하는 식의 방법은 제공하지 않지만, 현재까지는 전투 중에도 슬롯에 등록된 기술들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구조였다.


손이 빠른 기자들은 재사용 시간이 있는 공격 기술들을 빠르게 교체하는 형태로 동시에 많은 수의 몬스터를 강력한 광역 공격으로 학살하는 등의 묘기도 보여주었지만 대부분 상황에 맞춰 특정 기술들을 선택하는 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벤토리


전작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인벤토리의 구성이었다.


아이템의 크기에 따라서 인벤토리에 차지하는 칸의 수가 달랐던 전작들과 달리, 디아블로3에서는 큰 아이템이라고 해도 1x2의 크기만 차지하기 때문에 인벤토리 공간 자체가 넉넉한 편이었다.


또, 사냥 중에도 요르단의 단지(Cauldron of Jordan)나 네팔렘 큐브(Nephalem Cube)를 이용해 장비의 판매 및 재료 아이템으로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벤토리의 부족을 느끼기 어려웠다.





▲ 잡템은 뽀각! 네팔렘 큐브




그에 따라 불필요한 마을 방문의 수를 줄일 수 있어서 빠르고 편리한 게임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이번 베타 테스트는 데커드 케인을 구출하는 전반부와 해골왕을 쓰러트리는 후반부로 크게 나눌 수 있었다.


전반부는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을 익히면서 요르단의 단지, 네팔렘 큐브, 귀환석(Stone of Recall) 등 필수 아이템을 획득하고, 마을의 장인을 활성시키는 튜토리얼이라면,

후반부는 해골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면서 전작의 블러드레이븐(액트1, 2번째 퀘스트) 같이 강력한 중간 보스를 처치하는 느낌이었다.





▲ 정식 클베 버전도 최종 보스는 해골왕




현재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와의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번 베타 버전은 인프라에 대한 시험의 성격이 짙다고 발표되었기 때문에 콘텐츠의 분량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완전판은 액트 당 3~5시간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기자들 사이에서 오갔다.



직업별 플레이 소감




마법사


국내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던 마법사.

24분 만에 베타 최종 보스인 해골왕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마법사의 모습은 기자들의 시연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비전력(Arcane Power)이라는 새로운 자원 체계를 가지고 나온 마법사는 저레벨 때 마나가 떨어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전작의 여마법사(Sorceress)와는 달리, 비전력이 0이 되면 "비전력이 모자라요"하고 우는 대신 자동으로 원거리 발사체를 날리는 공격을 하고, 비전력을 사용하는 기술로는 1~2회의 공격으로 웬만한 일반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법사의 공격 기술은 특성(Signature)공세(Offensive)로 크게 나뉘는데, 특성 기술은 캐릭터의 레벨이 오름에 따라 비전력 소비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고, 공격형 마법은 강력한 피해를 입히거나 넓은 범위에 광역 공격을 하는 등 유용한 기술이 많아 “모하임 CEO의 딸이 마법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유저들의 의심을 기자들도 하게 만들었다.





▲ 사기 판정을 받은 자동 유도의 연쇄 번개 기술, 감전(Electrocute)




하지만 보조 성향이 있는 효용(Utility) 기술도 상당히 쓸만했던 것이, 1레벨 기술인 얼음 회오리(Frost Nova)의 경우 좁은 범위지만 광역의 대상을 동빙 상태로 만들 수 있고,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얼음 갑옷(Ice Armor), 피해를 흡수하는 다이아몬드 피부(Diamond Skin) 등은 갑자기 몰린 몬스터에게 집중 공격 당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 재사용 시간이 있지만 1레벨에 광역 기절 기술인 얼음 회오리(Frost Nova)도 있다.




현장에서 시연을 돕던 블리자드 관계자도 “현재 베타 버전에서 해골왕을 빨리 잡는 직업을 꼽으라면 마법사다”라고 넌지시 귀띔 할 정도로 WOW에서 보았던 마법사의 강력한 모습은 디아블로3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만용사


전작에 이어 디아블로3에서도 등장하는 야만용사는 그야말로 전사라는 느낌이 확 드는 직업이었다.


초반에는 기술 자체가 다양하지 못하고, 무기를 이용한 공격 위주가 되다보니 화려함이 없지만, 도약 공격(Leap Attack)을 이용해 적 가운데로 뛰어들어 가르기(Cleave)를 난사하는 모습은 파티를 이끄는 든든한 탱커의 모습 그 자체였다.





▲ 적진을 향해 돌격!!!




강력한 기술을 위해서는 분노를 모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잔뜩 모은 분노를 활용해 순간적으로 강력해지는 전투의 격노(Battle Rage), 적들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찢어발기기(Rend) 등을 활용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남자의 직업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여자 야만용사는 남자 야만용사 이상으로 몸이 좋아서(!) 같은 파티원인데도 몬스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에 굴욕 아닌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 야만용사 여캐를 한 모 기자가 들은 말은... "어떤 게 몹이죠?"




수도사


수도사는 베타 테스트 시연에서 타격감으로 1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직업이다.


수도사가 가진 기술들은 맨손 권법에 특화된 수도사를 잘 반영하고 있었으며, 매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작의 암살자(Assassin)가 기운을 모으기 위한 기술(Charge-up Skill)과 모인 기운을 폭발시켜 강력한 효과를 내는 기술(Finishing Move)이 확연히 나뉘고 기운을 모으는 기술의 모션이나 효과가 평타나 다름없어 박진감이 떨어졌던 것에 비해,

수도사의 공력을 모으는 기술은 3타째에 추가적인 효과가 발동되고 그로 인한 그래픽도 화려하기 때문에 플레이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형태였다.





▲ 연타의 마무리는 화려한 효과를 보인다.




수도사의 전투는 기운을 모아 폭발시키는 암살자와 다양한 신성 기술로 적과의 근접전을 벌이던 전작의 성기사(Paladin)의 중간 형태인데, 초반에는 공격의 피격 범위가 좁은 편이기 때문에 파티 플레이 시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적을 실명 상태로 만드는 태양권(Blinding Flash)이나 순간적으로 자신과 주위 아군을 치유하는 천상의 호흡(Breath of Heaven) 등 유용한 기술이 많은 편이다.


물론 강력한 기술은 공력을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파티 플레이에 유용한 기술들로만 슬롯을 구성하면 사냥 속도가 떨어지고, 전투가 길어지면 오히려 비효율적이 될 수 있으니 균형 있는 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 공방의 적절한 조화가 있어야만 빠르고 안전한 진행이 가능하다.




부두술사


부두술사는 그야말로 기괴함 그 자체인 직업으로, 각각의 기술들이 강력한 대신 조작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직업이었다.


다수의 두꺼비를 전방으로 던져 뛰어가게 하는 두꺼비 역병(Plague of Toads) 같은 기술은 명중만 하면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지만, 두꺼비들의 움직임이 워낙 불규칙적이라 전작의 여마법사가 사용하던 전하 화살(Charged Bolt) 사이로 몬스터가 휙휙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고, 순간 화력이 강력한 다른 기술들도 명중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다.





▲ 역병 두꺼비를 써보면 정말 이런 느낌이다.
(출처 : 썅또끼님의 디아3 카툰)




하지만 부두술사의 진가는 각종 소환물과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기술들에 있었다.


대상에게 들러붙어 꾸준하게 피해를 주는 유령출몰(Haunt)과 여러 마리가 적에게 달려들어 잘 싸워주는 좀비견 소환(Summon Zombie Dogs),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글링을 녹이는 파이어뱃처럼 적들을 불살라버리는 화염박쥐(Firebats) 등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강력함 측면에서는 부두술사가 마법사 이상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주었다.





▲ "내가 바로 불꽃의 연금술사다!". 강력한 부두술사의 화염 기술들




물론 부두술사의 플레이 자체가 상당히 매니악한 유저들에게 어울리기 때문에 국내 직업 투표에서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디아블로2의 조폭네크처럼 부두술사 역시 PvE와 PvP 모두 악명을 떨칠 수 있는 충분한 자격 요건이 있다고 생각된다.



악마사냥꾼


악마사냥꾼은 현재 유일하게 2종류의 소비자원을 가지고 있는 직업이다.


기본적으로 원거리 위주 공격에 여러 탈출기를 가지고 있어서 마법사와 함께 빠른 베타 클리어가 가능한 직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2종류라는 자원 체계와 광역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플레이 하면서 어려움이 있는 편이었다.


그래도 베타 플레이에서는 유도 성격을 갖는 굶주린 화살(Hungering Arrow)과 적을 느리게 만드는 함정인 마름쇠(Caltrops)만으로도 적이 접근하기도 전에 처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다수의 적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타 직업에 비해 부족하긴 했지만 칼날 부채(Fan of Knives) 이후 회피 사격(Evasive Fire)의 조합으로 광역 공격과 빠른 탈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었다.





▲ 포위에서 탈출! 유용한 기술인 회피 사격




디아블로3, 과연 뜰까?




시연을 통해 확인한 디아블로3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친숙함”이었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전작이나 블리자드의 타 게임을 통해 활용되었던 부분이라 비록 혁신적이지는 않더라도 대다수의 게이머에게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이는 잘 숙성된 와인처럼 본래 가지고 있던 장점을 잘 활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 디아블로 시리즈 본연의 맛을 살리며, 장점이 강조된 디아블로3




파티 플레이로 친구와 함께하는 액션RPG의 박진감 있는 전투도 좋았지만, 혼자서 느긋하게 어두컴컴한 던전을 탐험하면서 달려드는 악마들을 물리치는 재미는 전작을 재밌게 즐겼던 유저라면 누구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학생들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멀쩡한 직장인들을 폐인으로 만들었던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


단순히 베타 버전만으로도 이정도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디아블로3를 직접 체험해본 기자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악마가, 내 삶을 빼앗으러 오고 있다”라고.





▲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긴장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