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는 게임코디와 여자개발자모임터 주최 하에 '게임코디게릴라컨퍼런스 GCGC'가 개최되었다.


총 6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컨퍼런스는 개발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노하우 등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업계의 개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중 신효종 프로그래머는 과거 반다이남코 게임즈에 재직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일본 게임업계이야기 플러스 알파'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콘솔게임의 종주국' 이라는 별칭과 함께 아직도 최고의 내수시장을 자랑하는 일본, 그 일본에 관한 이야기 중 유독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일본 게임업계의 고용 과정과 지원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우선 일본의 대형 게임회사 B사의 예를 들었다. B사는 다수의 인기 타이틀들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인기 게임 업체이다.


채용의 첫 번째 과정은 이력서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일본의 경우 반드시 손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국내는 대부분 워드 프로세서를 이용하는 반면, 일본은 손으로 작성하지 않으면 아예 보지도 않고 탈락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특히 해외 구직자들은 일본어 중에서도 한자를 적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신효종 프로그래머의 경우 컴퓨터에 한자를 크게 띄워놓고 보면서 그리다시피 했다는 일화도 이야기했다.


서류 심사에 통과하면 기술시험을 보게 되는데 약 100문제 정도 되는 문제집을 제한시간 한 시간 내에 풀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직종과 관련된 것으로 시간이 매우 촉박해 해외 구직자들은 여기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기술시험까지 통과하면 드디어 실무자 면접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까지 넘기면 적성검사를 실시하는데 아이큐 테스트와 비슷하며 이는 전문기관에서 따로 진행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모두 통과하면 드디어 대망의 임원진 면접, 여기서는 연봉이나 처우 등 실질적인 근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여기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드디어 B사에 입사를 하게 되는 것.


신입의 경우에는 입사 후에 약 8개월 정도의 교육 과정을 거치는데 마지막 1개월에는 팀을 짜서 직접 게임을 개발한다고 한다. 이후 전시회에서 이 작품들을 전시하면 개발팀에서 작품을 보고 자신들이 데려가고 싶은 팀원들을 데려가는 방식. 실력이 좀 있다 싶은 직원들은 대부분 메이저 게임 개발팀으로 차출된다고 전했다.





신효종 프로그래머는 이 외 자신의 지인에게 직접 들었다는 A사의 채용과정도 설명했다. A사 라 하면 일본 내에서도 보수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알려진 기업이다.


이 기업은 우선 웹에서 경력 위주의 자기소개서를 100자 내외로 접수받는다고 한다. 여기에는 학교, 학점 등을 적는 란이 아예 없어 오직 경력과 자기소개서만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 자기소개서가 통과된 인원에 한해서 이력서를 받는데 바로 이 과정에 함정이 숨어있다고 한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일본 기업들은 손으로 작성한 이력서를 선호하는데 A사는 그 선발과정이 매우 꼼꼼하단다.


편지봉투에 적힌 이름과 주소부터 반드시 손으로 작성해야 하며 손으로 작성하지 않을 시 바로 탈락. 이력서 상에서도 칸을 맞추지 못하거나 맞춤법이 틀릴 경우에도 바로 탈락되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꼼꼼한 서류 심사를 통과하면 이번에는 더욱 자세한 경력 기술서를 접수받고 실기 시험을 치르게 된다. 프로그래머의 경우 자신이 그동안 개발한 코드 중 가장 자신있는 부분을 두개 언어로 제출한다고 하는데 이유는 진짜 자신이 개발한 코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이후에는 논술형 시험을 보는데 '당신에게 버그란 어떤 의미인가?'와 같은 약간은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를 모두 통과해야 실무진 면접과 임원진 면접을 볼 수 있고 이후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신효종 프로그래머의 지인은 이 A사의 채용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인 임원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것. 특별한 사유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임원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는 임원 중 한 명이 '본사가 교토에 있는데 여기에 뼈를 묻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는데 너무 정직했던 지인이 '다녀봐야 알겠는데요?'라고 답해 떨어졌다고. 재미있는 일화지만 그 속에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A사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게임 업계 취업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력서 봉투부터 직접 손으로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