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게임을 개발하며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게임 개발과 운영에 있어서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하는 것을요.


2011년 11월 7일 개막한 KGC2011의 첫 기조강연에서 IMC게임즈의 대표 김학규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오랜 기간 게임을 개발하면서 막연한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앞세우는 것보다는 당장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개발한 후 5년 동안 신작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김학규 대표는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신작을 발표하려 하기도 했고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초반에만 유저들이 바짝 몰리고 곧 빠져나가더라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김학규 대표는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 결과 생각해낸 것이 바로 '계획과 예측보다는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장기적인 계획이나 대규모 업데이트 때문에 다른 업무를 미루는 것보다는 당장 유저들이 원하는 작은 것부터 빠르게 수정을 하는 방법이다. 김학규 대표는 '아무리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고 콘텐츠를 추가했지만 결국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당장의 작은 불편함들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현실에 반영되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직원들은 갑자기 목표가 없어지자 당황했고 세워놓았던 계획들이 없어지자 의욕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김학규 대표는 그런 직원들에게 오히려 '해보고 안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면 되지'라며 호탕함을 보여줬다고.


그렇게 바뀐 마인드에 대한 결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올 해 3월부터 서서히 지표가 오르기 시작한 것. 한순간 급등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3년간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유저들의 반응도 바뀌었다. 유저들의 건의와 불만들이 많았던 게시판에는 운영자와 개발자에 대한 응원의 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개념 패치'라는 게시글들도 많아졌다. 그동안 유저들에게 들었던 말들은 대부분 불평과 비난이었는데 칭찬을 듣게 되니 직원들도 기운이 났다고 한다. 예측보다 대응을 중요시한 김학규 대표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6개월, 1년 단위의 계획은 잊어버려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 다음 주에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가'이죠."





김학규 대표는 이렇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은 마인드의 변화. 우선 불필요한 신중함으로 도전을 하지 않는 자세는 꼭 없애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작이 출시되면 우리도 반드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불필요한 불안감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방학, 명절, 연말 등 특정 시즌에 의무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려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두번째는 계략화하기 쉬운 지표만을 목표로 삼는 자세. 김학규 대표는 '동시접속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게임 내에서 살아있고 가치있는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와 매출은 엄연히 다른 것으로 이러한 것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빡빡하게 계획을 세우고 야근을 통해 이를 소화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도 전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마인드를 버리고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김학규 대표는 우선 모른다 정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무엇이 성공할지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 모르는 것이니 우선은 해봐야 안다는 것. 또한 그 방법들을 생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도전정신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마인드들을 갖춘 상태에서 우리가 정말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업데이트 한 것들이 정말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많은 업데이트 분량은 결코 많은 유저들의 만족이 아니라는 말도 전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현재 김학규 대표의 IMC게임즈는 전원 기획, 전원 개발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마케팅은 마케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기획은 기획자만 하는 것이 아니며 운영은 운영자만 하는 것이 아닌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IMC게임즈에서는 직원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사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진정한 팀워크는 서로를 잘 알아야 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나오기 때문이라고.


그럼 대규모 업데이트와 같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는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것일까? 김학규 대표는 이러한 사항은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 구조의 변화로 마치 병원과 같다고 한다. 빠른 대응팀은 ER팀, 상시대응팀은 외래진료팀, 장기업데이트 준비는 해외팀으로 나뉘 것으로 이를 비유했다.









김학규 대표는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자신이 하는 게임이 회사로부터 버림받지 않았구나. 이 게임을 계속 해도 되겠구나'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김학규 대표와는 강연이 끝난 뒤 간담회를 통해 추가적인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Q. 강연에서 예측보다 대응 원칙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계기는 기존 방법들이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성적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계속 요요현상과 같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르네상스 업데이트를 한 후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이후 5년간 신작 발표가 없었는데 내부에서도 신작 논의와 고민이 많았다. 내부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개발했는데 그러다보니 신작은 아닌데 그렇다고 신작이라고 말하기도 어중간한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이걸 가공해서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콘텐츠로 넣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세계관 자체가 넓기 때문에 신작 개발과 비슷한 규모로 하면 반등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업데이트 이후 반짝 상승하다가 오래가지 못하더라. 콘텐츠 양은 신작 개발과 다를바가 없이 많았는데 문제는 올라갔다가 원상복구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거창한 것보다 역시나 당장 불편한 부분에 대한 해소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다 해보다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이런 방법을 해보자라는 생각도 있었다. 처음에는 개발팀 멤버들도 기운이 없었는데 두달 세달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났다. 지표가 점짐적인 상승을 해서 20주간 조금씩 계속 상승하더라. 동시접속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변화율이 계속 플러스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Q. 대응과 관련해 유저들의 의견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되어 IMC게임즈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우선 기획팀이 우리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알고 있다라는 마인드를 버리도록 만들었다.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것에 대한 데이터는 사실 주위에 항상 있어왔다. 게시판, 문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그런 정보들은 항상 있었지만 그전에는 유저들이 몰라서 그런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Q. KGC2011 기조 강연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먼저 공유했는데 앞으로 게임 산업에 있어 이런 노하우 공유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국내 게임 시장이 노하우 공유가 활발하지 않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회사 내부에서 혹은 특정 모임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것이 이제 외부로 서서히 공개되기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NDC와 같이 큰 기업에서 먼저 내부 노하우를 오픈하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문화가 대인배의 문화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번 KGC2011 강의의 경우도 미약하나마 내가 아는 정보들을 다른 동료나 후배들에게 알려줘야 겠다고 해서 결심해서 나오게 되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사내 블로그에서 나온 좋은 내용들을 뽑아 책으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기술 노하우는 외부에 알려진다고 그것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그런 행동으로 인해 더 좋은 인재들을 불러오는 플러스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