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변신은 무죄’ 청순녀의 대명사 배우 김미숙이 모화장품 CF에서 한 말이다. 1979년 데뷔해 줄곧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는 이 CF은 하나로 완벽한 변신을 시도함과 동시에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불세출의 카피를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데 성공한다. 이 3어절로 이루어진 과감하고 강렬한 카피문구(당시 시대상황과 비교해)는 여자와 변신 그리고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저울질하면서 은연중에 ‘변신’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 포인트다. 누구도 여자의 변신을 죄라고 말한 적 없지만 스스로 무죄라고 선언하면서 ‘변신’에 대한 무게감을 더했다.


엔돌핀소프트의 처녀작 ‘이클립스워(eclipse war)’는 그런 의미(변신)에서 보자면 ‘성역’에 가까운 게임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변신 개념이 부가적인 콘텐츠 중 하나였다면 이클립스워의 변신은 최고의 사냥술이자 최적의 생존술이기 때문이다. 굳이 무죄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면죄부를 줄 필요는 없다. 살고 싶다면 그리고 이기고 싶다면 ‘변신’해야 해야 하니깐. 이것이 '이클립스워'의 법칙이다.



▲엔돌핀소프트의 시간공략 MMORPG '이클립스워'



“이클립스워는 기존게임과 비교해 반 발짝 앞서 가는 게임입니다”

엔돌핀 소프트 김현오 대표의 말이다. 지난 2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기존게임과 차별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반 발짝 앞서 가는 게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설령 칼빈 한 자루에 거적때기 둘러쓰고 있어도 길리슈트를 착용했노라 큰소리치는 것이 이 바닥 생리이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반 발짝만. 겸손도 아니고 허세는 더욱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월드 상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를 변신할 수 있는 컨셉으로 제작된 ‘이클립스워’는 루멘족과 칼리고족의 대립을 다룬 RVR게임이다. 김현오 대표가 말한 ‘반 발짝 앞서 가는 게임’이란 기존 RPG의 기본 공식에 충실하되 차별화된 콘텐츠 하나로 게임의 색깔을 표현하겠다는 말이다. 김 대표는 그 핵심 컨셉으로 ‘변신’을 선택했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비싼 상용화 엔진을 쓸 수도 다룰 인력도 없었기 때문에 그래픽보다는 아이디어로 차별화를 둘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변신'이었습니다. 타게임에서는 보통 서브콘텐츠나 흥미 위주로 변신을 다루는데 우리는 이걸 좀 더 파 보자고 생각했죠"

"간단하게 말해 월드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필드나 던전에서 몬스터 사냥을 하게 되면 일정 확률로 ‘변신체’라는 아이템을 습득하게 되는데 유저들을 이것을 통해 자유롭게 변신하거나 해제할 수 있죠. 일반적인 MMORPG의 변신시스템과 비슷한데 이클립스워에서는 몬스터 뿐만 아니라, 필드에 돌아다니는 다람쥐부터 던전 보스까지. 심지어 PK한 대상의 캐릭터까지 훔쳐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우와, 생쥐로도 변신할 수 있다


▲변신할 수 있다고 했지 쎄다고 하진 않았다...


말 그대로다. 이클립스워에서 변신은 단순히 이미지만 훔치는 것이 아니다. 변신을 하면 해당 변신체의 고유의 스탯이 캐릭터에게 부여되며 변신체의 액티브 스킬 4가지도 자동으로 가져온다. 여기에 변신전 클래스의 스킬 역시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월등한 힘을 얻을 수 있다.


PK한 대상의 변신체를 얻을 경우 이야기가 더 재밌어진다. 가령 전사가 마법사를 죽여 변신체를 습득하면 자신(전사)의 스킬 뿐만 아니라 마법사의 스킬까지 훔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마검사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김현오 대표는 이를 '캐릭터 스틸 시스템'으로 표현했다.


"스틸 시스템은 변신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지만 이클립스워의 모토가 '전쟁'이기 때문에 PK의 중요한 동기부여로 작동합니다. 스틸시스템은 매우 간단합니다. 서로 결투를 하다가 대상을 죽이면 '해골'이 드랍되는데 이 해골을 획득하는 것으로 캐릭터를 스틸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캐릭터를 스틸했을때 얻는 효과는 외형, 스킬, 레벨 3가지입니다. 그래서 8레벨 전사가 10레벨 마법사를 죽이면 10렙 마검사가 탄생하는 거죠. 메리트는 확실하지만, 문제는 어뷰징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테스트를 일단 해봐야 알겠지만 초기부터 모든 시스템을 어뷰징에 대한 문제를 염두해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대비책은 확실히 만들어 놨다고 생각합니다"



▲몬스터로 변신해 몬스터를 공격한다


▲이렇게 붉은색으로 표시되면 천적 관계라는 뜻이다


'이클립스워'의 변신 시스템은 단순히 변신 종류가 많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클립스워'라는 게임명 그대로 변신한 플레이어는 밤과 낮의 변화에 따라 모든 변신체와 몬스터의 능력치가 바뀌며 해당 시간에만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도 따로 존재한다. 또한, 게임에서 일식과 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벤트가 발생해 유저들은 같은 캐릭터로 플레이하지만 시간대별로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이것을 '시간공략 RPG'로 표현했다.


"그냥 변신만 하는 것은 사실 재미가 없습니다. 또, 실리적인 면을 추구하는 유저들의 특성한 특정 변신체에만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변신시스템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시간 공략 개념의 RPG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죠. 여기 전갈이라는 몬스터가 있는데 기본 베이스 능력치가 상당히 좋습니다. 어디지역에 가든 본전은 하는 녀석이죠. 그렇다면 전갈로만 변신하면 될까요? 물론, 그래도 됩니다(웃음). 하지만, 효율적이진 않죠. 전갈은 낮에는 세지만 밤에는 무력합니다. 밤에만 벌어지는 밀거래 퀘스트가 있는데 이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전갈보다는 박쥐가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강이나 호수 근처에서 전투가 일어나면 물정령으로 변신한 유저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물정령은 기본적으로 물 위에서는 은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몬스터간 천적관계도 확실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덤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변신체만 올인한 유저보다 좀 더 다양한 변신체를 가진 유저가 사냥이나 PVP에서 유리할 수가 있죠"



변신은 제작기술에도 활용된다.

"나무에서 무언가를 추출하는 퀘스트가 있다고 해보죠. 노멀 상태에서는 이 퀘스트를 완료하는데 1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면 나무와 친숙한 '엔트'로 변신하면 절반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클립스워의 변신은 시간과 지역, 상황에 맞게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죠. 말 그대로 그때그때 다릅니다"

▲보스 몬스터도 변신체를 드랍한다


엔드 콘텐츠는 역시 '공성전'이다. '이클립스워'의 공성전은 타게임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성을 뺏거나 방어하는 싸움이 이루어지지만 특이점은 '변신'이 매우 긴밀하게 연동된다는 것이다. 가령 공격측이라고 한다면 방어병력의 동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찰병을 그 지역에 특화된 몬스터로 변신해 들키지 않고 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전투가 벌어졌을시 방어력이 높은 몬스터, 발이 빠른 몬스터,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몬스터 등 세분화해서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이클립스워는 기본적으로 종족전을 다루기 때문에 싸움은 필연적입니다. 서로 대화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힘의 논리로 풀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게 바로 특정 길드의 영구 독점입니다. 힘이 강한 세력이 오랫동안 성을 점령하면 게임 자체가 루즈하게 흘러가기 쉬운데 현재 힘의 균형을 분산하고 약세 종족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 여기선 무엇으로 변신해볼까


엔돌핀소프트는 현재 '이클립스워' 2차 알파테스트 버전을 끝내고 1차 CBT 버전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종족 2종, 클래스 3종을 완성했으며 약 350종의 변신체 몬스터와 육성가능한 50레벨 콘텐츠까지 완성을 앞두고 있다.


"저희도 빨리 오픈하고 싶은데 현재 퍼블리셔를 찾고 있는 중이라 1차 테스트는 2012년 상반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맨손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기까지 정말로 팀원들과 함께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게임을 공개하게 되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게임이지만 타게임보다 '반 발짝 앞서가는 게임'으로 승부했으니(웃음) 지켜봐 주시고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엔돌핀소프트 '이클립스워' 김현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