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노스페이스는 메이플에게 큰 절을 하라!


노스페이스는 메이플에게 큰 절을 하면서 감사를 표해야 한다. 아니, 게임업계 전체에게. 노스페이스를 대신하여 탱커가 되어 일점사당하는 곳이 바로 게임산업이니까.

1990년대 후반, 학생들에게 유행했던 브랜드 중 하나가 이스트팩이었다. 마치 지금의 노스페이스처럼. 그리고 1997년 말 IMF 사태가 터졌다. 그 당시 방송과 신문에 나온 뉴스 한토막을 아직도 기억한다. IMF 위기의 원인중 하나가 국민의 과한 외국상품 소비라면서, 이스트팩을 비롯하여 당시 유행했던 외국 상품들을 모아놓고 불을 질러 태우는 모습이었다. IMF 당시 여당 (신한국당) 이 지금의 여당인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이었다.

만일 게임산업이 없었다면, 아마 노스페이스 상품들을 모아놓고 또 한번 불을 질렀으리라. 노스페이스로 인해 청소년들의 위화감과 폭력이 발생한다며 외국산 상품을 배격하자는 캠페인도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옷을 입지 못하도록 선생들이 교문앞에서 복장 점검도 실시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과소비가 어쩌고 하는 기사들도 시리즈로 나왔을 것이다.

1997년 IMF, 이스트팩을 모아놓고 불을 질렀던 (지금이라면 노스페이스를 모아놓고 불을 질렀을)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들의 정책 실패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IMF 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노숙자와 자살자와 실업자가 대폭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어그로를 인계해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잘못이 조금이라도 가려지니까.

IMF 를 불러와 국가를 망하기 직전까지 끌고갔던 사람들은, 이스트팩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기들이 국정운영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외국산 상품을 많이 써서 위기가 왔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여론을 호도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국정운영과 교과부의 잘못으로 인해 청소년의 교육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그 분노를 인계해야만 했다. 그리고 낙점된 것이 바로 게임이다. 게임을 일점사해야만 자신들의 정책 잘못을 조금이라도 더 가릴 수 있으니까. 자기가 정책을 잘못해서 상황이 이리 악화된 것이 아니라, (자기는 괜찮게 잘했는데) 게임이 나쁜 거라서 이렇게 된 거라고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의 짧은 시간동안, 구체적으로 10개월간 어그로를 끌어주고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해줄 무엇인가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나면 자기 소관이 아니게 되니까. 근거가 없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어도 상관없다. 단지 면피만 하고 시간만 끌면 된다. 그러면 자기 후임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되니까.

15년전에 했던 모양새로, 그리고 지금 하는 모양새로 봐서는, 게임이 아니었다면 노스페이스가 낙점되었을 것이기에... 노스페이스여! 당신들은 게임에 감사해야만 한다!



[ ▲ 노스페이스여! 당신들은 게임에 감사해야만 한다!(자료출처 : KBS) ]


▷ 2. 게임은 액티브 스킬이자 액티브 숙련도!


90년대 초반이던가, 당시 한 스포츠신문에 인기연예인들의 과거 에피소드들을 일기처럼 연재하는 코너가 있었다. 현재는 중견여배우가 된 김나운씨의 과거 에피소드가 실린적이 있었는데, 그 기사도 아직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생 시절 모 잡지의 모델로 사진을 찍어 잡지가 출판되었고 이를 안 학교의 친구들이 모두 부럽다며 환호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단 한명 때문에. 바로 그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어떻게 우리학교에 딴따라가 나올 수 있냐'면서 대노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들을 딴따라로 멸시하는 어른들이 상당수 존재했지만, 지금도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아이유나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다니는 (혹은 다녔던)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이런 멘트를 날린다면 어떻게 될까?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정적 관점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고, 또 게임을 잘 아는 세대들이 기성세대의 연배가 될테니, 연예인들의 경우처럼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시간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연예, 음악, 영화같은 대중문화와 게임은 비슷하면서도 한가지 커다란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예, 음악, 영화같은 대중문화는 수동적인 수용이 가능하다. 스킬로 말하면 패시브 스킬이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숙련도가 올라갈 수 있다. 날마다 TV, 신문 등에서 연예인들의 세세한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접촉되기 때문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에 집에 가더라도 배우자나 자녀들이 연예인과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식탁의 화제로 오르기도 하고, 멍하니 TV 만 틀고 있어도 연예인들이 잘 차려입고 나오기 때문이다. 어느 한 구석 피할 수도 없이 끊임없이 자연스러운 접촉이 이루어진다. 그럼으로써 알게 모르게 이런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나름 이해를 하게 된다.



[ ▲ K-POP의 위상을 설명한 기사 (자료출처 : 조선일보) ]


그런데 게임은 이와는 달리 능동적으로 수용해야만 한다. 스킬로 말하면 액티브 스킬이며, 자기가 일정 시간을 들여 노력을 해야만 비로소 숙련도를 올리는 분야다. 가만히 앉아있는다면, 일반적인 대중문화와 달리 접촉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 스스로 클라이언트를 다운받고 게임에 접속해서 플레이를 하고 그 게임의 룰을 알고 레벨을 키우고 해야만 비로소 체감할 수 있다. 스킬도 액티브일 뿐더러 숙련도 상승 역시 액티브하다.

그래서 게임은 일반적인 대중문화에 비해 경험자와 비경험자의 간극이 너무나도 클 수 밖에 없다.


▷ 3. 정치 차이가 아닌 문화와 세대의 차이


정치인들의 게임에 관한 입장을 보면, 전통적인 여야의 관계라든가 진보와 보수의 관계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셧다운제의 주축중 한명인 민주당의 최영희 의원의 약력을 살펴보곤 조금 놀란 일이 있었다. 과거 경력과는 잘 매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어떤 의원들은 셧다운제나 게임규제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게임에 관한한 한나라당의 소수의원과 진보신당이 보조를 취하는 모양새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않기도 한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정치적, 사회적 진보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서만큼은 강경한 보수세력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간극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며 게임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회적 사안은 평소 자신의 논리에 대입하면 쉽게 입장을 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게임이라는 New Culture 는 지금껏 자신이 듣도보도접도 해보지 못한 것이라 평소에 지니고 있던 선입관에 의거해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고위직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지위에 오르기까지 온갖 일을 해야 하니 게임과 접할 일이 더더욱 없었으리라.




새로운 문화현상이 출현할 때마다 기성세대는 본능적 거부감을 표출하게 마련이다.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질서와 논리체계의 바깥에 있던 것이었으니.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에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 온갖 경험과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놓은 자신의 인식체계에 새로운 것이 비집고 들어오는데 어찌 짜증과 거부감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나마 통계적으로 보아 진보쪽이 좀 더 수용의 여지는 있긴 하지만, 개인적 차이가 미치는 부분도 상당하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되고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고들 한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젊은 세대와 코드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게임에 대한 관점은 기존의 논리체계로서는 수용이 불가능하다. 이해와 공감의 문제, 감성적 공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부만 하다 자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가 시간을 다 보낸 사람들이 이런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얼마나 어렵겠는가!

정체성이 헷갈려지는 정치인들의 혼동된 입장은 정치적, 사회적 성향이 아닌 문화적 성향의 차이, 그리고 세대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 뿐이다. 결국 '볼펜과 주판으로 작업하다 컴퓨터에 간신히 적응한 세대'와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필수가전제품으로 인식하며 자랐던 세대'의 대결이 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아날로그 세대가 디지털 세대를 누르고 아날로그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정치사회적 보수/진보와 문화적 보수/진보 사이에는 일치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 4. 온몸으로 증명하라!


예전에 대한민국 최고위공무원이 닌텐도를 보고 왜 우리는 이런 것을 못만드나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발언 하나로 국산 게임기 하나가 뜻하지 않게 조명을 받기도 했다.

지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혹은 닌텐도에 대해 무언가 깊은 생각이 있어서, 아니면 다른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나온 멘트는 아니다. 그저 그냥 나온 말이다. 멜라닌 멘트와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최고위직 한명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공무원들은 부산해질 수 있다. 군대에서 사단장이나 군단장이 지나가다 별 생각없이 한마디 해도 부대에 비상걸리는 것과 같다. 군단장이 낙엽이 많군 이라는 그저 소소한 감상을 말했을지라도, 저 말단 대대, 중대에 가면 전 부대 및 주변 지역의 나뭇잎을 모조리 떨궈내서 싸그리 청소하는 뺑이에 전원 동원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상력을 더해보자면, 공무원 조직은 문제에 직면했을 게다. 임기안에 그런 걸 만들어내든가 아니면 왜 못만드는지를 증명하거나. 장기적인 비전은 하드웨어의 용량문제가 발목을 잡았을 것이고, 결국 그들은 후자를 택했다. 공무원들이, 언론이, 정치인들이 이 모양이니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주었다. 2009년 2월 4일의 발언 이후 만 3년이 걸려 비로소 공무원들은 임무를 완수했다.

참으로 장하다! 그래서 동일인물로부터 '공해'라는 발언을 이끌어냈다. 공무원들은 그럼으로써 자기들의 수장이 딱 3년전에 아무런 혜안이 없었다는 것도 함께 증명해주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 5. 공화당과 자살율의 상관관계!


최근에 흥미있게 읽은 글이 하나 있다. 2011년 9월 9일자로 한겨레 신문에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가 기고한 글인데, 이 내용을 소개하는 블로그 글을 읽은 적이 있다.

▶ [관련 블로그글] 공화당 정권때의 살인, 자살율 해석논리는 한국에서

▶ [관련기사] 미공화당이 집권하면 왜 살인, 자살율 늘까 (2011.09.09)

이 글들은 뉴욕대학의 제임스 길리건 (James Gilligan) 교수의 저서를 소개하는 글이다. 1900년 이후 미국의 자살율, 살해율과 집권정당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집권한 시기에는 자살율도 살해율도 높아지고, 반대로 민주당이 집권한 시기에는 자살율도 살해율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더 위험할까?' (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라는 책으로 아직 국내에 번역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조효제 교수의 글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이 정신의학자는 치명적 전염성 살해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세 번의 시기가 모두 공화당 소속의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또한 살해율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세 번의 시기가 민주당 대통령의 집권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확인했다. 더 자세히 조사해 보니 미국 전체의 살해율이 공화당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늘기 시작해서 임기 말년쯤에 최고점에 도달하였다. 그런데 민주당 대통령이 취임하면 살해율이 줄기 시작해서 임기 말년쯤에 최저점에 도달하였다. ... (중략)

... 통계를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어떤 다른 요인들을 고려해 보더라도, 공화당-민주당 집권 시기와 살해율의 변동 간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 (중략)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책은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키기 쉬운 정책이다. 열패감와 열등감을 조장하며 타인을 무시·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찬미하는 문화를 숭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 특히 해고를 당했을 때, 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한다. 이런 식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는 ‘의도적 살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의도적 살해는 타인에게도(타살), 또 자신에게도(자살) 일어난다. 즉, 어떤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의 방향이 여러 형태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불평등을 조장하고 그 결과 실업률, 수치심, 모욕감이 높아지면 그 사회에선 필연적으로 살해율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게임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했을 거라는, 그나마 게임이라도 하니까 청소년들이 버틴다는 멘트들은 결코 비꼬는 말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청소년 폭력, 자살의 이유는 이걸로 충분하다. 학교 폭력의 범인은 게임이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은 용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범인이 머리를 써서 엉뚱한 사람을 피해자로 만드는 거야 추리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본 것 아닌가.


▷ 6. 폭력교실은 언제부터 ?


한때는 홍콩 영화가, TV 만화영화가, 만화가, 그리고 지금은 게임이 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진범이 잡히지 않는 이상 범죄는 계속 일어나게 마련인데, 그 이후 학교 폭력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봐선 범인으로 지목당했던 그들은 가슴에 한을 품고 있을 게다.

그런데, 그 당시 TV 만화나 만화 등을 범인으로 지목했던 부류들이 사과했다는 말을 그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다. 지네들이 잘못해서 수많은 사람 밥 굶게 하고 산업 하나 말아먹었으면 광화문에 거적을 깔고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건만, 자기들이 오판을 했다는 말 한마디, 반성 한마디 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 사람들은 지금 게임을 끌어들여서 면피하고 있는 중이다.

하기사, 1997년 IMF 로 국가 말아먹고도 이스트팩 불태우는 쇼를 벌여 빠져 나간 부류들이 오죽하겠는가.



[ ▲ 1997년 기사 중 일부. (자료출처 : 매일경제) ]



중고등학생 시절의 수학 수업 시간에 기억에 남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있다. '수학 문제는, 그 문제 안에 그 해답을 도출할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다'라고. 문제에서 제시하는 조건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답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분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올바른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청소년 폭력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니 파악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것이다.

제대로 파악을 하면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게 되고 기득권에 문제가 발생하니까 파악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들끓는 대중들을 진정시킬 진통제 하나만 있으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진통제 하나가 사용될때마다 몇만명이 직장을 잃고 산업 하나가 망해가지만, 자기들의 이익과는 무관하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만일 게임산업이 이대로 주저앉게 된다면, 그로부터 10년쯤 지나 같은 당의 의원들이 게임산업 부활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한다고 부르스를 추고, 같은 언론사 기자들은 어떻게 하면 게임산업을 외국처럼 부흥시킬 수 있을까 하는 시리즈 기사를 쓴다고 눈오는 날 개처럼 뛰어다닐 게 뻔하다.

1962년 영화 한편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 역시, 정확히 반세기가 지난 지금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그 영화의 제목은 '블랙보드 정글(blackboard jungle)', 일명 폭력교실이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링크된 네이버 캐스트의 해당 포스트를 참조하길 바란다.

▶ [관련글] 영화상영만 막으면 학교폭력 방지? 폭력교실, 블랙보드 정글


▷ 7. 힘 Vs 힘,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이 싸움은 논리와 설득이 통용되지 않는 싸움이다. 논리로 따지자면 말 자체가 안된다. 그러니까 엉터리 통계들을 가져와 자료를 조작하고 그걸 근거랍시고 내어놓는 거다. 명백한 오류를 지적해도 들은 척도 안한다. 돈 먹은 심판과 같다. 적당한 프로파간다를 만들어 대중들을 선동하면 되니까.

이 싸움은 결국 (논리가 아닌) 힘의 싸움이다. 힘 센 쪽이 이기고, 이긴 사람이 힘이 세다.

게임계가 당장 수익성에 큰 피해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흥행하고 있는 청소년 게임들을 청소년들이 안할 것도 아니고, 또 신작을 개발하는 게임사들은 18세 이용가 게임을 만들면 되니까 청소년 규제의 칼날을 피해갈 방도는 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 현재보다 더욱 나빠지는 것과 함께, 게임과 관련된 직업을 자신의 미래 희망으로 삼는 새로운 인력군이 줄어든다는, 장기적인 피해는 분명히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나서지 않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정부에 밉보이고도 무사한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은 한국 현대사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설혹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12월의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꾸려지면서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여전히 정치권에는 아날로그 세대가 더 많을 것이고, 또 언젠가 청소년 폭력 문제가 다시 사회의 이슈로 떠오른다면 게임은 또다시 그 칼날에 직면해야만 한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기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 세대가 많아질 것은 자명하기에, 시간은 우리 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시기를 조금 더 앞당기고,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자는 거다.

청소년 폭력과 관계된 자료들을 번역, 출판하는 것, 해외의 연구 자료를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 학부모들로 하여금 게임을 즐기는 자녀와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강좌나 세미나를 여는 것, 말많은 뇌과학이나 청소년 심리학이나 학교 폭력 등과 관련된 각종 학술적 연구에 자금을 후원하는 것, 게임과 같은 디지털 문화컨텐츠에 대한 입문 자료의 보급 등등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일도 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 내에 적어도 게임계의 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일정한 세력을 만들어두는 것도 자기 방어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쉽게 생각해서, 여러 게임사들이 연합해서 현실 기반의 대형 블럭버스터 MMORPG 하나 개발한다고 보고 투자하면 된다. 배경과 시나리오도 있고 레이드 보스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는가! 개발 기간이 최소 10년은 훌쩍 넘을 것 같아 좀 긴 것이 흠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희망은, 흐르는 시간이 게임을 즐기는 여러분들의 편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