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좌부터) 시드 마이어, 윌 라이트, 존 로메로, 클리프 블레진스키 ]



문명의 시드 마이어, 심시티의 윌 라이트, 둠의 존 로메로, 기어스오브워의 클리프 블레진스키.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 게이머들의 눈이 동그래지는 네임드 개발자 4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강연은 게임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혁신가들에 영감을 준 게임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는 시간. GDC 4일 차 두 번째 시간, 웨스트홀 3층 3014 강의실은 네임드들의 육성을 직접 듣기 위한 개발자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다. 강연 제목은 Forgotten Tales Remembered: The Games that Inspired Leading Innovators.

4명의 네임드가 서로 악수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만으로도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미국 전자게임 역사 국제센터의 총감독을 맡은 존 폴 다이슨의 사회로 강연이 시작됐고 제일 먼저 심시티, 심즈 시리즈로 유명한 윌 라이트가 마이크를 잡았다.



[ ▲ 첫 번째 타자, 윌 라이트는 '핀볼 제작 세트'를 꼽았다. ]




"그것은 굉장히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강연장 전면에 설치된 두 개의 대형 스크린에 한 장의 사진이 뜬다. 그것은 빌 벗지가 개발하고 EA가 1983년에 출시한 비디오 게임, '핀볼 제작 세트"(Pinball Construction Set). 윌 라이트는 '핀볼 제작 세트'가 소프트웨어 장난감이라는 개념을 세웠으며 일반적인 게임보다 훨씬 더 넓은 확장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피스를 어떻게 조립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들.. 정말 놀랍습니다. 각 부품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그래픽 에디터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윌 라이트는 이 게임을 끝낼 때 여기저기 글자를 입력하는 것보다 복잡한 도구를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며 '핀볼 제작 세트'를 이용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창조적인 능력을 부여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핀볼 제작 세트'를 플레이하기 시작한 이후, 윌 라이트는 전설적인 게임, 심시티의 개발에 돌입하게 된다. "저는 핀볼 제작 세트로부터 얻은 교훈 때문에 심시티의 인터페이스에서 가능한 한 글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음은 문명의 아버지, 시드 마이어의 차례. 대형 스크린에는 댄 번튼(Dan Bunten)이 개발해 1984년 출시한 황금의 7개 도시(Seven Cities of Gold)가 보인다. 15세기를 배경으로 스페인 탐험가가 되어 잉카와 아스테카 문명 같은 신세계를 탐험하고 정복하는 어드벤쳐 게임.

"보통은 댄 번튼을 멀티플레이 게임과 캐주얼 게임의 선구자로 기억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어드벤쳐 게임이 그의 명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황금의 7개 도시'를 플레이 해보지 않으셨나요? 정말 거대한 게임입니다."

시드 마이어는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황금의 7개 도시'의 게임 그래픽은 전혀 볼품없지만 댄 번튼은 그 그래픽으로 우리가 탐험할 수 있는 거대한 세계를 창조해냈고 그것이야말로 '배울 점'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기술적 한계도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고, 그것 자체가 나에게 정말 큰 영감을 줬습니다. 이 게임이 나에게 준 메시지는 화면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상상력은 우리가 실제와 같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 자극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시드 마이어는 이 게임을 플레이한 후에 '시드마이어의 해적'과 '레일로드 타이쿤', '문명'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며 자신을 게임 디자이너로 각성시키는 일종의 캡슐 같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 ▲ 시드 마이어의 추천작은, 황금의 7개 도시 ]









세 번째로 무대에 올라온 '기어스오브워'의 디렉터,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젤다의 전설'을 꼽았다. "저에게 젤다의 전설보다 더 각별한 게임은 없습니다. 나는 닌텐도와 사랑에 빠졌고,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사랑입니다."

클리프는 닌텐도 보이로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젤다의 전설 카트리지가 금색이었던 것을 보며 게임 브랜딩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메뉴얼을 처음 펼쳤을때 맡았던 향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보였던 나침반과 지도, 부메랑, 활과 화살 등 모든 것이 자신을 지배했다고 전했다. '젤다의 전설'이 게임 개발자로서의 감각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현직 개발자들에게 게임을 설계할 때 자신의 어린시절의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려 보라는 조언을 했다.




[ ▲ 기어스오브워의 창시자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젤다의 전설'을! ]










마지막 타자, 존 로메로는 팩-맨(Pac-Mac)을 자신에게 영감을 준 게임으로 선정했다. 그는 모든 것이 '흑'과 '백'밖에 없던 시절 아버지를 따라 볼링장에 갔다 진정한 컬러 게임인 팩-맨을 처음 보고 충격에 빠졌다.

"팩-맨은 제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 놨습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할 정도예요.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게임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저의 모든 것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존 로메로는 팩-맨의 등장하는 4명의 유령을 언급하며 각각이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멋지다고 느꼈고 우리도 거기서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팩-맨에는 전혀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어떤 깊은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설명. 이는 울펜슈타인과 둠을 개발할 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팩-맨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것이라도 게임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영향력은 업계 전체의 관념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 ▲ 둠의 창시자, 존 로메로는 게임 디자인에서 팩-맨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





[ ▲ 팩-맨이 이뤄낸 경이로운 업적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