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다. 다시 봤다. 처음으로 돌려봤다. 결국 네 번을 봤다.


검은 사막. 김대일 대표의 신작 영상말이다.


이름부터가 인상적이다. 온갖 영어 단어들이 조합되는 최근 게임들과 달리 검은, 그리고 사막이다. 묵직하다. 이런 느낌은 게임 그래픽에서도 나타난다. '애니메'스타일이나 '판타지'스럽지 않고 사실적이다. 저 멀리 산이 보이는 풍경은 크라이 엔진으로 만든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 같고, 도시의 건물들은 직접 돌을 쌓아만든 것 같다. 크고 웅장하다.


김대일 대표의 신작답게 액션도 빠지지 않는다. 그의 전작 C9을 연상시키는 '논타게팅' 액션이 필드에서 펼쳐진다. 옆으로 빠지면서 베고, 발로 차고 할퀴고, 굴러서 피한다. 마상전투 장면은 놀랍다. 말의 고삐를 당겨 급히 방향을 바꾸면서 말 위에서 화살을 날린다.


사실적인 뛰어난 그래픽을 가진 중세 배경의 해외 RPG들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수려한 외모'의 캐릭터들은 인상적이다. 그들이 거대 몬스터를 협공하고, 상아를 밟고 코끼리의 등에 올라탄다. 수백 명의 캐릭터가 성문을 열고 들어가 펼치는 대규모 공성전까지 영상은 숨가쁘게 달려간다.





만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이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시점에 나올지도 몰랐다. 말 그대로 갑툭튀.


하지만 흥분된다. 블레이드&소울이나 아키에이지, 디아블로3 같은 '기대작'을 모두 소비해버린 시대. 언제나 이 말을 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이 기다리고 있던 그 게임은 잊어도 좋다. 여기 가장 기대해야 할 새로운 게임이 나타났으니까.


평촌에 위치한 개발사를 찾아 김대일 대표를 만났다.





= 게임 이름이 검은 사막이다. 전작 릴, R2, C9은 함축적이고 짧은 이름들이었는데.

한글 이름을 짓고 싶었다. 세계관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생각했다. 해외 진출도 고려해서 번역하기에도 좋도록 의미 전달이 명확한 이름을 찾았다. 게임 이름이 사막인 만큼 영상에는 잘 없었지만 게임 내에서도 중요한 지역으로 등장한다. 중세 유럽과 중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사막에서 얻을 수 있는 검은색 자원, 블랙스톤을 둘러싼 내용이다. 이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곳을 검은 사막이라고 부르고, 그 옆에는 이를 둘러싼 끊임없는 전쟁으로 피에 물든 '붉은 사막'이라는 지역도 나온다.


= 신작을 만든다고 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개발에는 얼마나 걸렸나.

기본적인 기술 이슈 등에 대한 테스트를 하던 시기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개발은 1년 8개월 정도 진행되었다.


= 규모있는 MMORPG 치고는 빠른 편인데, 개발인력은 얼마나 되나.

예전부터 함께 작업하는 인원들이 많아서 빠른 진행이 가능했다. 척하면 척하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인원도 현재 50명 정도고 앞으로도 이정도 인원을 유지할 생각이다.


= 2013년 3/4분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1차 클로즈베타는 빠르면 내년 1, 2월로 생각된다. 지금은 어느 정도 개발이 완성된 단계인가.

공정으로 보자면 65%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발의 실질적인 부분은 모두 끝났다. 전투나 공성전도 모두 만들어졌다. 캐릭터의 스킬 등도 모두 구현되었고. 지금은 엔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시점이다. 이 작업에 모든 개발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후에는 전체적인 밸런스 등을 맞추면서 최종 완성을 해나가게 될 것이다.







= 일본 계약 소식이 먼저 나왔다. 한국 서비스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검은 사막은 국내 시장과 일본 시장을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만들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다른 이유로 일본 계약을 먼저 발표한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는 게임온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부분이다. 한국 역시 내부적으로 퍼블리셔를 찾아 진행중이며, 그 외 해외 여러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 영상을 본 유저들의 반응 중 이런 부분은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 하는 것이 있다면.

공성전이나 마상 전투의 리얼리티에 만족한다는 반응이 기억난다. 개발진의 의도가 전달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공성전은 최대 400 대 400 규모 정도로 해놓았는데 나름대로 멋진 장면들이 나온 것 같고, 이런 부분들을 유저분들이 좋게 봐줘서 좋았다.


= 그래픽 퀄리티가 상당하다. 어떤 엔진을 사용하고 있나. R2나 C9의 연장선상에 있는지.

새로 회사를 만들면서 아예 바닥부터 새롭게 모든 걸 만들었다. 사실 엔진이라기 보다는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플랫폼이라고 해야할텐데, 특별히 명칭은 없다. '검은 사막 엔진'이라고 부르면 될까.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계속 사용하게 될 중요한 플랫폼이다.







= 그래픽 면에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폴리곤 개체를 엄청나게 넣어도 버틸 수 있는 안정성에 초점을 두었다. 그래픽카드 사양으로 치자면 3년 전 출시된 모델을 기준으로 했다. 전체적으로 해외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실측 기반'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 유저들에게 검은 사막의 특징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액션이나 조작감, 타격감 등의 부분은 공개된 영상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상에서 보이는 집이나 건물은 모두 실제 들어갈 수 있는 곳이고 집 안을 꾸밀 수 있는 하우징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또 탐험을 통해 맵을 확장하는 재미, NPC들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플레이 등을 눈여겨 봐줬으면 한다.


= 맵이 심리스 형태다. 어느 정도 수준인가. 기술적 어려움이 있을텐데 특별히 오픈 월드를 고집한 이유가 있나.

100% 심리스로 구성되어 있다. 맵 상에서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가면 정말로 거기 산이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존이 바뀌거나 하는 게 아니고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집 안에서 밖을 보면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멀리 있는 산과 강이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물론 패킷 부분에 난이도가 있지만, 오픈 월드가 유저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즐기는데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심리스 맵으로 만들었다.







= 엔드 콘텐츠 중 하나로 교역이 언급되었다. MMORPG에서 교역이 제대로 들어간 경우는 손에 꼽히는데. 어떤 형태인지 떠올릴 수 있게 예를 들어준다면.

일반적으로 물건을 사서 다른 장소에 팔아 수익을 얻는 그런 식이 아니라 교역 다운 교역을 표현하고자 한다. 대항해시대 처럼 지역별 특산물이나 시세 변동에 따르는 차익 등도 고려하고 있다. 그런 요소를 보다 현대적인 느낌으로 시대 배경에 맞게 구현할 예정이다


= PD가 아닌 대표의 입장이 되었다. 어떤 차이가 있나.

스트레스가 는 만큼, 권한도 많아졌다. 개발을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서 결정권이 있으니까. 물론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어떻게 되든 이 게임과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랄까. 개발에 있어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고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하지 않고 확실하게 마무리짓자는 마음으로 작은 하나 하나의 완성도까지도 높이려고 한다.


= 짖궂은 질문일까. 검은 사막의 목표치는.

유저들의 손에 달린 문제긴 하지만, 높은 순위에서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웃음)


= 유저들이 후반 운영을 걱정하는 의견을 남겼다. 회사의 결정에 따라야하는 PD 때의 이야기긴한데,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열심히 만들고 있다. 대표기 때문에 이제 도망(?)갈 곳도 없다. (웃음) 그리고 영상이 실제 플레이 화면인가 하는 내용이 있던데, 우리는 CG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이 없다. 그래서 플레이하는 화면을 그대로 찍을 수밖에 없다. (웃음)


※ 관련기사 : 심해에서 발견한 단단한 진주, 검은 사막 최초 플레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