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게임 업계에서 가장 입에 오르내리는 화두는 스마트폰이다. 처음에는 전망좋은 스타트업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정도에 그쳤는데, 어느새 일 매출 1억에 달하는 대박 모바일 게임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온라인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마저 앞다투어 모바일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이쯤되면 모바일 게임산업에 진출안하는 회사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실제로 외부에서 개발사를 만나 모바일 쪽은 생각없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관심이 있다거나 나름 준비하는 것이 있다는 답변을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매달 게임업계를 뒤흔드는 화제꺼리가 터져나올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독 조용한 곳이 있다. 신생 개발사라면 소식이 뜸해도 그러려니 할텐데, 규모로 치면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거대한 모바일 회사가 너무 조용하니 반대로 의심만 커지게 된다.


충분한 실력을 감추고 조용히 자신이 활약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고수를 와호장룡이라고 표현하는데, 한국의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바로 이 회사가 와호장룡이다. 작년 11월 다음과 함께 다음-모바게라는 플랫폼으로 한국 진출을 선언했던 DeNA(디엔에이).





[ 작년 11월 30일, DeNA 모리야스 이사오 CEO (좌)와 다음 최세훈 대표(우)의 모습]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DeNA는 한해 매출이 약 2조원을 넘는 모바일 게임업계의 공룡. 특히 한국에서 엔씨소프트가 아홉번째의 야구 구단을 만들면서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DeNA 역시 일본 센트럴 리그의 야구 구단 '요코하마 베이스타즈'를 인수해 주목받은 바 있다.


DeNA의 일본 등록 유저는 약 4천만명 이상. 이 정도 되는 규모의 글로벌 모바일 게임 회사가 한국에 진출까지 선언했는데 반년이 넘도록 눈에 띄는 활약이 없다. 물론 그동안 위룰이나 닌자로얄 등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던 게임들을 서비스했으나 한국의 취향에 맞는 타이틀이라고 보긴 힘들고 규모 자체도 굉장히 적은 편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걸 준비하고 있길래 조용할까? 최근 '파이널판타지 에어본 브리게이드'에 이어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와 '판타지카' 등 해외 흥행작들을 서비스하면서 다음 모바게를 통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DeNA 서울곽신국 본부장과 DeNA 본사의 글로벌 PR부서 아키야마 토모유키씨를 만났다.








[ DeNA 서울의 곽신국 본부장 ]




일본이나 글로벌 시장의 유명세와 달리 DeNA는 한국에서 다음-모바게를 진출한 지금도 여전히 생소한 업체이다. 특히 '디엔에이'를 어떻게 읽어야할지를 몰라서 '디나'로 부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소개를 부탁드린다.

"DeNA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모바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셜 게임 개발도 하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 회사로, 약 2천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모바게를 통해 2천개가 넘는 Freemium(부분유료)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매년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원)에 달하는 모바일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의 등록 유저만 4천만명이 넘는다.

특히 일본과 중국, 미국 등의 국가 외에도 남미의 칠레나 베트남 등 전세계 11개 국가의 16 도시에 게임 개발 스튜디오 및 지사를 두고 있으며, 이외에도 한국의 삼성과 다음, 미국의 AT&T, 야후 저팬, 중국의 바이두와 시나닷컴,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텔레콤 등 전략적인 동맹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일본이나 해외에서의 활약과 달리 한국은 다음 모바게가 런칭된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 한국 진출을 위해 어떤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의 사업 전략이 궁금하다.

"원래는 한국의 게임 개발사가 우수한 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게임 소싱을 염두에 두고 작년 6월에 한국에 왔다. 그런데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플랫폼 사업도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 작년 9월이 넘어서 다음과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11월에는 간담회를 통해 협약을 발표했다.

사업 진출을 결정하면서 일본의 플랫폼이나 게임을 그대로 가져오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속도에 맞춰 2월에 런칭을 하되, 우리가 가장 잘하는 점 즉 현지의 반응을 살펴가며 빠르게 개선해나가기로 결정했고 전체적으로 빠르게 일정이 진행되었다."



처음 다음 모바게가 런칭한 뒤 닌자 로얄이나 위룰 등 몇몇 퍼스트 파티 게임들만 먼저 소규모로 서비스를 시작했던 것도, iOS가 아니라 안드로이드만 먼저 준비했던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 즉 한국 게이머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플랫폼을 안정화시키고 꾸준한 현지화를 통해 한국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꾸준한 개선을 거친 다음 모바게는 최근 '파이널판타지 에어본 브리게이드', '판타지카',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 등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의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 진출을 결정하고 3개월만에 플랫폼을 런칭했는데, 일본에서는 말도 안될 정도로 놀라운 속도였다. 이후 한국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플랫폼의 안정화 및 개선을 위해 3개월 정도를 보냈고 확인 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되서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소셜 기능이나 플랫폼의 현지화는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DeNA의 플랫폼 모바게를 통해 다양한 게임사들이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도 비슷하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흥행했던 게임이라고 해도 정작 서비스해보면 성패를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시장인데, 다음-모바게의 진출을 선언한 뒤 겪어본 한국 시장은 어떤가?

"일단 정말 많이 다르다.(웃음) 예를 들어 일본 모바일 게이머들의 평균 이용 패턴을 분석해보면 하루에 7분씩 5번 정도를 즐긴다. 짧고 간단하게 여러번 게임을 즐기는 형태인데, 한국은 이보다 훨씬 많이 오래 게임을 즐긴다. 콘텐츠 소모가 빠르고 열정넘치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이제 막 붐이 일어나는 상황이라서 시장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 같다. 원래 한국은 온라인게임 시장이 거대했기 때문에 한국의 시장성을 인식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한국에서 일본에 게임을 런칭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듯 일본의 회사들 역시 비슷한 고민이 있다. DeNA는 소셜 게임같은 꾸준함이 강점이기 때문에 한국에 새로운 시장을 한번 펼쳐보자는 느낌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일본의 모바일 시장은 어떨까? 한국의 여러 모바일 게임 회사들이 일본 시장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처럼 일본 시장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이 거의 끝나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피처폰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독특하다.


"예전에 올해 초의 일본 스마트폰 보급량을 2천만대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그보다 훨씬 빠르다. 물론 일본의 피처폰은 스마트폰 못지않은 기능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일본 스마트폰의 비중은 약 20% 정도(7월, 일본 Nikkei BP 서베이 기준)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들의 UX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일본의 모바 코인 소비액은 약 44% 정도가 스마트폰 유저들로부터 발생하고 있고, 구글의 서베이에 의하면 작년 한해 일본의 스마트폰 사용이 약 300% 가량 증가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카드 배틀 류의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점차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어서 내년 정도부터는 아마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게임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DeNA도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개발사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질문을 하던 중 문득 고개를 돌리자 DeNA의 로고를 달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마스코트 인형이 보인다. 관계를 묻자 요코하마 베이스타즈를 인수했다는 놀라운 답변, 그러고보니 한국의 엔씨소프트 못지않게 일본에서도 DeNA의 프로야구 구단 인수가 화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난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는 일본의 양대 리그 중 센트럴 리그에 속해 있는 프로야구 구단이다. 한국에서도 엔씨소프트가 아홉번째의 프로야구 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화제가 된 것을 알고 있다. DeNA 역시 일본에서 게임 업체가, 그것도 모바일 게임 업체가 프로야구 구단을 인수한다는 점 때문에 굉장히 여러 분야에서 소식을 다룬 바 있다. 이후 게임 회사의 위상이나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이 좋아져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음 모바게로 한국에 진출해 있지만, 모바게는 글로벌 플랫폼이니 한국에서도 일본의 서비스를 바라는 게임사들이 많을 것 같다. 일본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 회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문화가 다르고 게임에 대한 지향도 다르다. 한국에서 개발한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면 어려움이 많을테니 일본에 맞게 수정하거나 아예 시작부터 일본의 시장을 잘 아는 사람과 공동으로 기획을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서로의 공통점을 잘 파악해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특히 현지 시장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DeNA의 강점이랄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한국은 영어에 대한 장벽이 낮아서 북미권에 익숙한 분들이 많은데 모바게를 통해 북미에 출시한다거나, 아니면 통일된 앱스토어가 없어 단독 진출이 어려운 중국 시장 역시 DeNA가 모바게 통합 플랫폼을 지원할 수 있다."



다음 모바게, DeNA는 최근 한국에서 화제작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어보자 그는 "DeNA라는 이름과 그에 어울리는 게임을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알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DeNA와 다음 모바게를 한국에서 인지도 높은 플랫폼으로 가꿔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한국의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게임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한국의 개발사들이 만들고 있는 멋진 게임들을 해외로 소개해드리는 것도 목표라고 할 수 있다.

DeNA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가치를 더욱 올려 한단계 높은 곳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완성해나가는 소셜게임처럼, DeNA의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