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과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청소년 게임 이용 평가계획 관련 토론회' 가 2012년 9월 27일 오후 3시 마포구에 위치한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열렸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를 통해 진행된 토론회는 최근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평가 계획 고시안'에 대해 문제점을 논의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대처방안을 토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 게임규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


토론에 앞서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토론의 주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전병헌 의원은 "최근 여가부에서 고시한 평가기준은 게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이 과도한 규제의식을 가지고 제정했다는 의구심이 든다" 며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게임은 수출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인 만큼, 부정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 평가보다는 청소년들의 게임이용방안에 대한 보다 자율적이며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고도 덧붙였다.

이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발제를 통해 이번 토론을 개최한 이유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이동연 교수는 여가부의 평가기준은 목적과 의도가 불분명하며 평가의 범주 및 항목 역시 모호한 표현으로 객관성이 없으며, 평가의 조건과 주관하는 기관에 대해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에 대한 국가부처의 개입으로 객관성과 타당성 면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며 여가부의 평가 계획 고시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주장했다.


▲ 토론의 발제를 맡은 한예종 이동연 교수(좌)와 진행의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



▲ 패널 토의의 유홍식 중앙대 교수, 윤태진 연세대 교수와 검은빛 청소년인권행동 위원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홍식 교수의 발언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척도를 만드는데 참여한 사람으로서 발제의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며 서두를 뗀 유홍식 교수는, 그동안 게임업계의 자율적 조정을 요구했으나 이가 이뤄지지 않아 국가적인 규제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셧다운제는 모두의 합의를 받은 제도이며, 제시된 기준표는 게임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게임의 몰입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이라고도 추가로 발언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이에 반박하며 셧다운제 자체를 문제 삼아야 됨을 강조했다. 윤태진 교수는 "게임은 단지 여가활동일 뿐이며 산업과 문화의 두 측면이 공존하는 콘텐츠" 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 동안 셧다운제를 통해 청소년의 심야 게임활동은 고작 3%밖에 줄지 않아 그 효율성이 미미하다고 언급한 윤태진 교수는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자율성에 대한 불신 및 학업 만능의 결과일 뿐이라며, 문제를 자각해야 한다며 반론을 마쳤다.

▲ 토론에 참석한 여가부 김성벽 과장, 문광부 이수명 과장,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왼쪽부터)


게임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가 뒤이어 입장을 밝혔다. 이정웅 대표는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모바일 게임계는 아직 산업 초기인데도 이러한 규제로 억압되면 자사의 '애니팡' 과 같은 게임은 더는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셧다운제가 모바일게임에도 적용된다면 강제적 고객정보 수집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정웅 대표는 애니팡의 사례로 볼 때 문화의 형성 및 소통의 허브까지도 가능한 것이 바로 게임이며 이는 영화와 같은 문화 산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에서 활동하는 검은빛 회원은 제시된 평가 기준은 게임의 특성은 파악했지만 여가부가 우려하는 게임중독 예방에는 부족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게임 중독은 게임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고 견해를 밝혔다. 검은빛 회원은 게임 중독은 각박한 학업 현실과 입시 경쟁에서 비롯한 스트레스의 해소에서 비롯되며 게임만이 시간 및 물질적 여유가 없는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문화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와 동시에 청소년의 삶을 해치는 교육 문제를 게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수명 게임콘텐츠 산업과 과장 역시 여가부의 결정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평가를 위해서는 문광부와 협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평소 여가부에서 공식적인 협의 요청이 없었다고 밝힌 이수명 과장은, 평가에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여가부에게 제시했다. 이수명 과장은 대상 게임 평가 및 전문가를 선발할 때의 절차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 평가를 통해 어떤 식으로 조치할 계획인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가 자문단의 자격에 걸맞은 역할을 제공해야 한다며 향후 문광부와의 협의를 거칠 것을 거듭 언급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 김성벽 과장은 평가 지표에 대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더 적절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벽 과장은 게임에 대해 여러 정부부처가 개입하는 것은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에 각각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 업무를 분담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여가부의 역할은 게임의 중독적 이용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임을 설명했다. 또한, 여가부의 기준으로 게임의 모든 것을 다 평가할 수 없으며 여러 고려사항이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여론 수렴을 통해 많은 의견을 듣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김성벽 과장의 말을 끝으로 패널토의가 마무리 지어졌다.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도 방청객들의 셧다운제 및 여가부의 평가 조건에 대한 여러 찬반의견이 제기되었다. 게임업계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함을 주장하는 학부모 측 의견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제도라면 청소년의 참여가 있어야 함을 지적하는 의견 및 여러 여론을 종합해 구체적인 협의를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