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찾아보진 않지만 간혹 TV를 틀다 보이면 왠지 모르게 시선을 잡아끄는 TV 프로그램 중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보는 사람이 다 가슴아플 정도로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처음에는 뭐가 문제일까 혀를 차기도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찾고 점차 달라지는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면 프로그램이 끝날때 쯤에는 그야말로 감동의 파도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닌텐도의 행보도 그랬다. 물론 아마도 한국의 문제가 먼저일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한국의 비디오 게임 시장은 태생부터가 잘못 꿴 단추였고, 공략집과 게임기는 몇십만개씩 팔려도 게임 소프트는 고작 몇천장이 팔리면 끝이니까. 몇몇 게이머가 '난 그래도 돈을 주고 산다'고 외쳐봐야 '게임을 왜 돈을 주고 사? 바보 아냐?'라는 답변만 날아올 뿐인 한국 시장은 게이머의 입장에서도 참 답답한 시장이다.


돌이켜보면 닌텐도의 한국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대통령이 왜 우리는 닌텐도같은 게임기를 못 만드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국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모든 아이들은 닌텐도를 들고 다녔지만 정작 게이머는 닌텐도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게이머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닌텐도는 정책을 고수했다. 그렇게 서로 답답하게 느껴지는 대치 상황이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한국닌텐도가 자사의 방송 프로그램인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현지화 정책을 수정한다고 발표했고, 처음으로 지스타에 참가했다. 그래서 올해 한국의 지스타에서는 마리오와 젤다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80부스의 규모를 통해 닌텐도3DS의 사이즈업 버전인 닌텐도3DS XL을 출시했으며,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3D' 및 '슈퍼마리오 브라더스2', '닌텐독스+캣츠' 등의 타이틀을 통해 유저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정말 말그대로 우리 닌텐도가 달라졌다. 지금까지 고집해왔던 100% 현지화 정책을 포기한데 이어 진 여신전생이나 섬란 카구라 등 지금까지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수많은 게임들을 라인업에 올린 이유가 뭘까? 게다가 여전히 동물의 숲과 마리오 시리즈 등 한글화되는 타이틀 역시 충실하다.


솔직한 심정으로 고작 몇천개 팔리는 한국 시장에 이렇게까지 해줘봐야 되돌아갈 것은 배신감뿐일 것이라는 걱정이 먼저 앞서지만, 그래도 일단은 달라진 닌텐도의 행보가 너무나 반갑다. 화해는 누군가 손을 내밀어야 시작된다. 한국닌텐도가 먼저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화해와 소통의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이 어색하게 되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누군가 답변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만났다. 닌텐도가 변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해줄 한국닌텐도의 후쿠다 히로유키 대표.





후쿠다 히로유키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공식 홈페이지의 자체 방송 프로그램인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게임 라인업을 공개했다.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 2,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 튀어나와라 동물의 숲, 곤 와구와구 어드벤쳐 등 13개의 게임 소프트웨어와 내년 이후로 발매될 진 여신전생 IV, 세계수의 미궁 IV, 시아트리듬 파이널판타지, 섬란 카구라 Burst, 메이플 스토리까지...지금까지와는 비교하기조차 힘든 라인업.







[▲ 한국닌텐도의 후쿠다 히로유키 대표]




반갑습니다. 닌텐도가 지스타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스타2012에 출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스타가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게임쇼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지스타 출전에 대해서는 많이 고려했습니다만, 전략적인 부분이나 타이밍 부분으로 인해 출전을 망설여왔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근래에 닌텐도 3DS XL이 발매되었고, 직접 유저분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되어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이제는 한국 닌텐도 기기에서도 일본 컨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한국에서 현지화 정책을 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닌텐도의 기본 전략이 게임 확대입니다. 다양한 게임 서비스를 위해서 지금까지 현지화에 맞춘 타이틀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각 지역 별로 현지화해서 출시하다보니 많은 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에 따라 해외 지역에서의 타이틀 출시 시기가 지연되는 점이 있었습니다. 닌텐도를 이용하는 유저들 가운데는 현지화 안되도 좋으니 빠르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유저들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현지화 정책을 풀게 되었습니다. 로컬라이징 정책을 없앰으로써 라이센싱 분들의 참여도 수월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게임의 발매 일정 및 가격, 기타 정보는 차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



현지화 소프트만 발매한다는 원칙이 해제되면 차후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될 것 같은데요. 다만 일본에서 먼저 발매될 경우 한글화될 예정인 타이틀이 국내에 먼저 일본어나 영어로 발매되면서 한글화되는 타이틀의 갯수가 줄거나 제약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답변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현재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것이 어떠한 결론이든 저희는 유저분들에게 만족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것입니다.


닌텐도 발매 예정 타이틀 중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게임은 어떠한 것인지요?

매우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웃음) 모든 타이틀이 자식과 같이 소중하며, 어떠한 소프트던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닌텐도가 펼칠 사업 전개방식은 어떻게 될까요?

저희는 게임을 제작해서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일본이나 유럽 등 시장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사업을 전개할 생각입니다.




만약에 인벤에서 정식발매가 됐으면 좋을 닌텐도 타이틀에 대해 투표를 진행한다면, 그 결과를 통해 발매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이것도 매우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웃음)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저희 닌텐도 타이틀을 발매하고 이를 서비스하는데 있어서 참고는 하겠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상황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단언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유저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세는 스마트폰이라 할 정도로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이나 해외의 매체들이 닌텐도 위기론을 언급하는 경우도가 많은데요.. 한국 지사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닌텐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일체형이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통해 저희는 유저분들에게 즐거운 게임을 많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닌텐도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