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MMORPG는 일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실사를 방불케하는 그래픽을 선보이다보니 어느새 유저들의 눈높이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인게임 콘텐츠는 더 이상 독창적인 것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게임의 첫인상은 중요하다. 웬만한 그래픽으로는 유저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없고, 단 2%라도 부족한 콘텐츠는 유저들의 갈증을 풀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를 주는 것. 그리고 그 재미라는 녀석은 생각보다 늦게 찾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게임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믿음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듬어온 아시아 판타지 '아스타 온라인'이 이제 다시 한 번의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다양한 성향을 가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저변 넓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리고 바란다. 섣부른 평가는 잠시, 아주 잠시만 미뤄두고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온전히 느껴주기를 말이다.

[▲ 폴리곤 게임즈의 김도훈 총괄 PD(좌), 김민규 기획팀장(우)]


아스타 온라인은 '아시아 판타지'를 컨셉으로 했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4년 정도 개발을 진행 중이다보니 처음 시작할 때와는 시장 상황이나 모든 주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MMORPG라는 장르의 궁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MMORPG는 쟁쟁한 경쟁작들이 많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 장르를 선택한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 어떤 게임 이후로 MMORPG 장르가 그다지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본다. 그래서 기존의 게임들 중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재미있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됐고, 그것들을 하나로 합쳐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WoW의 요소들은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성향의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만큼 방대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하나로 아울렀기 때문에 그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도 보다 다양한 콘텐츠로 폭넓은 유저를 수용할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러 콘텐츠를 아우르고 싶다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힘을 싣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MMORPG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단체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단, MMORPG라도 혼자서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단체 콘텐츠라고 해도 파티 구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크라이엔진3를 사용했는데, 엔진의 접근 방향이 조금 다른 것 같다.

크라이엔진은 보통 실사형 그래픽을 구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엔진을 만든 크라이텍에서도 FPS 등의 실사형 느낌이 두드러지는 장르의 게임을 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빛의 표현'이 굉장히 좋은 엔진이다. 즉, 그래픽의 관점에서 보면 색감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엔진인 셈이다. 우리가 지향한 컨셉에 맞게 보다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와 회화풍의 색감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크라이엔진을 사용했다.


[▲ 배경 스크린샷, 설경 지역 철의 장벽]


[▲ 배경 스크린샷, 하설천 지역 깨달음의 장벽]


[▲ 배경 스크린샷, 하설천 던전 봉인된 육신의 성소]



아시아 판타지라는 명색에 맞게 동양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아시아 판타지라는 컨셉은 초창기부터 잡아뒀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선 동아시아 문화권의 배경이나 소품들을 디자인에 반영하고 도깨비 등 설화에 관련된 요소들을 콘텐츠로 구현했다. 또, 동양 하면 무협을 쉽게 떠올리는데, 그러다보니 무협의 주요 요소를 탈피하는 것을 중요하게 봤다.

그중 하나로, 판타지와 무협의 구분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가'라고 생각한다. 무협에서는 대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판타지에서는 다양한 종족을 주인공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판타지답게 다양한 종족을 구현했다는 뜻인 것 같은데, 어떤 종족들이 있나?

인간과 도깨비, 구미호를 모티브로 한 야요, 동양풍의 용을 담은 용족, 고양이과 동물들의 특징을 빌려온 호족 등 총 6개 종족이 등장하며 각자 다른 시작지역과 다른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


지난번 테스트가 진행된 이후 조정 작업을 거친 부분이 있다면.

지난 FGT에서 가장 많은 긍정적 피드백은 지역 협동 임무에 대한 것이었다. 그밖에 그래픽, 전투 속도, 타격감 등에 대해서도 만족할만한 반응을 받았다.

UI의 불편함과 시스템 최적화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과 보스전에서 사용하는 스킬이나 몬스터의 AI 등이 단순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주로 노력했다.



F키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F키는 본래 추가공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약간의 액션감을 가미하는 정도의 목적일 뿐, 조작에 따라 실력이 판가름 나는 수준으로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이후 게임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다양한 액션을 실행하기 위한 조작키로 발전하게 됐다.

콘솔 기기에 비유하자면 '실행'이라는 의미를 지닌 버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F키를 이용한 공격은 기(마나)의 소모가 없기 때문에 전투에서 있어서도 효율적인 기능이 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면 일단 F키부터 눌러보면 된다(웃음).



능력치를 직접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 중에서는 보기 힘든 부분인데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커스터마이징을 보다 강화하자는 의도였다. 사실 스탯포인트를 직접 분배하는 시스템을 꺼려하는 유저들은 그로 인해 흔히 말하는 '망캐', '잡캐'가 되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스타에서는 스탯 분배를 마음대로, 심지어 해당 클래스에서 가장 쓸모없는 스탯을 몽땅 찍는다해도 레벨에 맞는 장비만 제대로 착용하고 있다면 실질적인 능력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저 캐릭터 자체에 대한 또 하나의 소소한 재미요소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던전 난이도가 다양하게 조절된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난이도 조절은 인스턴스 던전에 적용되는 기능으로, 던전 진입 전에 파티의 리더가 지정할 수 있다. 인원에 맞게 다양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1인 난이도로도 설정할 수 있다. 보상의 차등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두고자 했다. 똑같은 성능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만 드랍할 확률에서 차이를 두는 것. 물론 던전을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 자체도 인원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밸런스는 어느 정도 맞을 거라고 보고 있다.

필드 던전은 난이도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디폴트 난이도 자체가 높지 않다. 파티 플레이를 권장하긴 하지만 혼자서 진행해도 무리는 없다. 다만 유저 역량에 따라 파티로 플레이할 때보다 다소 시간이 더 걸릴 뿐이랄까.


[▲ 궁인 클래스로 지역 협동 임무 '속죄의 첨탑'을 플레이하는 모습]



지스타 부스에서 시연할 '지역 협동 임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특정 지역에 진입할 때 자동으로 부여되는 퀘스트로, 한 번 수행한 뒤에도 반복할 수 있는 퀘스트다. 해당 지역에 함께 있는 유저들끼리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이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참여해도 문제는 없다. 퀘스트를 완료했을 시 전투에서의 기여도 점수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한다.

지스타에서 선보이는 4종의 퀘스트는 각각 10대씩의 시연 PC를 준비했다.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10명의 유저가 한 팀이 되어 같은 퀘스트를 수행하게 되는데, 항상 10명이 다 채워져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난이도를 다소 쉽게 조절해두었다.



지역 협동 임무를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가

최근 솔로 플레이를 선호하는 유저 비중이 높아지고, 파티를 강요하는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분석을 근거로 기획한 것으로, 파티를 따로 모을 필요없이 즉석에서 끼어들고 원할 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성장 과정에 도움이 될 고급 장비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 중이지만, 앞으로 지역이 늘어날 때마다 지역 협동 임무는 계속 추가될 것이다. 이는 만레벨 이후에도 즐길 수 있도록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다.



RvR 콘텐츠에 대한 계획도 궁금하다.

RvR 콘텐츠로는 저레벨부터 참여할 수 있는 인스턴스 전장(격전)과 필드 RvR이 있다. 이번 CBT에서는 필드 RvR은 제공하지 않으며, 2가지의 전장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는 지역을 점령해 자원을 획득하는 다소 익숙한 방식의 전장이고 다른 하나는 공을 가지고 상대 골대로 운반하는 일종의 스포츠 방식의 전장이다. 두 번째 스타일의 전장은 패스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역동적이고 긴장감 있는 형태로 구현하고자 한다.

이밖에도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을 지향하는 전장을 준비 중에 있다.



오랫동안 개발해왔다. 향후 테스트 일정 및 서비스 계획에 대해 밝혀달라.

내년 1월 CBT가 예정되어 있으며 그를 위해 필요한 콘텐츠는 거의 다 준비되어 있다. 그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잡힌 바가 없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MMORPG라는 장르에서 특정 콘텐츠가 재미있다고 언급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의 특정 부분을 즐기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하는 전체의 과정에 있어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솔로잉을 선호하든 파티플레이를 선호하든 관계없이 다양한 성향의 유저를 잡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유저들이 이 부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종족 : 도깨비]


[▲ 종족 : 야요]


[▲ 종족 : 용족]


[▲ 종족 : 호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