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났습니다.

회사 소재가 부산인 파크 ESM을 직접 만나는 것은 사실 지스타같은 큰 축제가 아니라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회사의 작품인 '오퍼레이션7'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국내에서 가장 현실적인 온라인 FPS라는 평까지 듣고 있지만, 지방 게임사라는 특성 때문에, 기타 알려진 정보가 그동안 너무 없었습니다.

다행히 파크 ESM은 지스타의 단골손님입니다. 제작년부터 꾸준하게 지스타에 참가해 단독 부스를 열고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모습인데요. 부산시에서도 팍팍 지원해주는 개발사라 하니, 알려진 수준에 비해 무척 행복한 분위기가 감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지스타에 파크 ESM 부스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찾는데는 의외로 애를 먹었습니다. 전운이 감도는 비장한 FPS분위기의 부스를 예상했지만, 저를 맞이한 것은 깜찍한 분위기로 가득한 순백색 부스였으니까요.

조금 쭈뼛해진 느낌을 뒤로 하고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부산사나이답게 구수한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던 이승찬 대표이사는 무척 소탈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무게감은 없었지만 자신감이 있었고, 몸은 바쁘지만 꿈을 향해서는 숨가쁘게 달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 파크 ESM 이승찬 대표이사 ]





부스 들어오면서 깜짝 놀랐어요. 분위기가 너무 밝았으니까요.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파크 ESM의 대표이사로 있는 이승찬이라고 합니다. 저희 파크 ESM은 도전적인 회사를 지향하고, 지금 여러가지 게임 장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부스 대부분의 시연 공간을 차지한 '티와와'는 인형뽑기 아케이드 게임이고, '오퍼레이션7' 두번째 작품과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게임 '디노파크'도 개발중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사와는 달리 회사가 부산에 있습니다. 수도권 게임 개발사와는 이번 지스타 참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회사가 벡스코에서 가까우니 좋아요. 10분 거리밖에 안되거든요.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시간 대비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가 부산 게임업체 대표로 처음 단독부스를 열었는데요. 그 때문에 걱정도 되지만 기대감이 더 큽니다. 잘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고요.

'오퍼레이션7'의 경우, 매우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강해 게임성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비했습니다.

'오퍼레이션7'이 처음 나올 당시 게임시장은 '서든어택'이나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빠른 속도감의 FPS 게임이 대세였어요. 우리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개발자가 갖고 있는 고집을 꺾진 못했죠. 우린 너무 현실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걸어간 방향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너무 앞서간 것 뿐이라고 생각할 뿐이죠. 그 예로 현재 시장에 나오는 FPS 게임들이 오퍼레이션7에서 보여줬던 시스템을 다듬어 내놓은 작품들이 다수 있어요. 지금은 그런 트랜드가 왔기 때문에 해당 작품들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요. 그래도 저희는 후회하지 않아요. 멋진 시도였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사실 '오퍼레이션7'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남미에서는 온라인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남미 22개국에 '오퍼레이션7'을 서비스 중인데, 저희가 1위고, 2위 게임과의 동시접속자 격차는 3배 가량입니다. 저희 게임이 가장 인기많은 나라는 페루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도 많은 유저가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들은 총기가 익숙한 나라이기에 아무래도 현실성을 강조한 저희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로 출장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 청소년들에게 문화는 두 분류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와 '오퍼레이션7'으로 말이죠.

그 외 유럽에서는 '오퍼레이션7'이 EPL 비공식종목으로 채택되어 리그 테스트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 대회에서 공식종목은 원래 카스 하나이지만 저희 게임이 시범종목으로 들어갔죠. 한국 게임을 해외에 알릴 수 있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션7' 두번째 작품은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작에 비해 시스템 및 UI가 간편화되었습니다. 훨씬 세련되어졌죠. '오퍼레이션7'은 너무 복잡하고 디테일한 부분이 많아 라이트유저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 부분을 완화하는 데 개발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또한, 그래픽적 부분도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래픽 엔진은 유니티 엔진을 사용해 제작 중이고요.


유니티 엔진? 유니티 엔진은 모바일 게임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온라인 FPS에서는 다소 생소한 엔진인 것 같은데요.

네. 저희가 유니티 엔진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엔진이기도 하고, '오퍼레이션7' 두번째 작품을 2014년 후반기 쯤 모바일 플랫폼과의 완벽한 연동을 지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자체 엔진을 개발한 경력도 있어,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자부심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유니티 엔진도 자신있게 개량해서 저희가 만드는 게임에 최적화시키고 있죠. 미래에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대중의 의견에 저 역시 동감하기에 좋은 엔진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리얼 FPS의 정수를 모바일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사진은 오퍼레이션7) ]


아까 시스템적인 부분을 간편화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오퍼레이션7'만의 사실적인 요소를 해치지 않을까요?

그런 걱정을 하시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우라고 전하겠습니다. 저희가 간편하게 만든다는 부분은 게임 내적이 아닌 외적인 부분에서 편의성 추가라고 생각하시면 되니까요.

예를 들어, '오퍼레이션7'에 등장하는 총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파츠를 일일이 조립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3~4가지 파츠를 한 세트로 묶어 선보일 예정입니다. 플레이어는 4가지 부분 정도만 조립하면 완벽한 총 상태를 만들 수 있죠. 대신 각 총기별 특성은 확실하게 구분해 단일화되는 것을 방지할 생각입니다.

'오퍼레이션7' 두번째 작품에서 플레이어가 착용할 수 있는 총기는 총 20가지가 넘지만, 이런 세트 파츠 시스템을 통해 더욱 간편하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를 제공합니다.


그럼 근본적인 게임 내 플레이는 어떤가요?

플레이 방식은 전작과 거의 같습니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과정이 많이 간편해졌다고 보시면 돼요. 게임 내 느끼는 사실감은 그래픽 강화와 함께 더욱 강력해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희가 '오퍼레이션7' 두번째 작품을 만들면서 목표로 잡은 게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 수준의 퀄리티로 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오퍼레이션7' 후속작은 원작 반응이 좋은 남미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생각입니다.


많은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에서는 오퍼레이션7의 후속작이 아닌 처음 보는 아케이드 게임 제품을 선보이셨는데요. 소개 부탁합니다.

게임 명칭은 '티와와'(T-wawa)로, 와와가 중국말로 투명하다는 뜻입니다. 투명한 게임화면으로 내부에 어떤 상품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투명 LCD를 채용한 티와와는 기존의 인형뽑기 기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크레인 게임은 사실 어느 정도 행운이 따라야 하는데, 저희 게임은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게임 자체만으로도 매니아 층을 형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유저들끼리 게임 실력을 겨루고, 상품은 그에 따른 보너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요. 새로운 형태의 장르이기에 기대하고 있는 바도 큽니다.

티와와의 주력 소비시장은 중국으로 잡고 있고, 이를 위해 중국에 기기를 생산하는 공장까지 마련했습니다. 철저한 준비로 현지 유저들을 만족시킬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 기계까지 자체 생산하는 것은 선례를 찾기 힘든 수준입니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작년에 아케이드 게임을 들고 중국 게임쇼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중국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장르가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바일 장르 역시 성장하고 있지만, 아케이드의 경우 한국 업체 중에서는 경쟁사도 거의 없기에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티와와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1차로 고속도로 휴계소 및 극장 내 게임관 등지에서 서비스할 생각입니다. 당연히 최종 목적은 게임장에 배치되는 것이지만 일단 검증을 받아야 하기에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입니다. 중국에서는 내년 1월 GTI 쇼에 출품한 후 바로 시판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 ▲ 신선한 게임성으로 이목을 집중했던 티와와, 사진속 남성의 표정이 놀라움을 증명한다 ]


티와와의 플레이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플레이타임은 한 판당 10초에서 15초 정도로 일반적인 크레인 인형뽑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게임 종류는 총 5개로, '다이나믹 버튼', '레츠 카운트', '모먼트', '푸쉬쿵 로켓', '푸쉬쿵 토템'입니다.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이 2개, 기억력 게임이 1개, 나머지 두 게임은 타이밍을 잡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죠.

1,000원을 투입하면 2판을 할 수 있어 가격대비 게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방식이 무척 간단하기 때문에 실버 게임으로 발전시킬 생각도 하고 있는데요. 노인들의 기억력이나 순발력 증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개발사가 아님에도 실험정신이 강한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저희 회사가 경력이 그리 짧지는 않거든요. 한 7~8년 됐을 거예요. 그런데 그 초기 멤버로 활동했던 개발자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건 지역 개발사 특징이에요. 이직률이 적고 단합력이 강하죠. 서울보다 훨씬 싼 연봉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정신이 살아있습니다.

저 역시 개발자들의 이러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개발자들이 몰려와서 '이거 해보겠습니다!'고 의견을 주면 모두 해보라고 오히려 적극 권하죠. 지금 공개하는 것은 이를지 모르겠는데 저희, 내년 출시를 목적으로 하는 MORPG 게임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게임 역시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중이고, 모바일 환경과 온라인의 완벽한 연동을 목표로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은 개발진 자체의 열정이 꺼지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대표 입장에서도 감사하죠. 좋은 게임을 끊임없이 유저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개발사 입장에서는 행복이고 제게도 많은 의미를 주니까요.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 이렇게 기습적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부에 많이 노출되는 편은 아니지만, 파크 ESM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역시 다른 개발사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