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소풍을 가면 유독 좋아하는 행사 중에 '보물찾기'가 있었다. 선생님들께서 꽁꽁 숨겨놓은 쪽지를 찾아봐야 공책이나 필기도구 등 학용품들만 받겠지만, 왜 그렇게 기를 쓰면서 찾아다니려고 했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모험이 사라진 현대에서 그냥 보물을 찾는다는 느낌 자체를 즐겼던 것이 아닐까.


어릴때의 즐거웠던 추억때문인지 아니면 보물을 찾아야 한다는 모험심의 발로인지, 지스타에서도 여전히 보물찾기는 계속된다. 일단 아무데서나 눈에 띄면 보물이 아니고, 남들 다 가는 B2C는 게이머들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노릴 곳은 뻔하다. 일반 관람객의 입장이 제한된 부산 벡스코 제 2 전시관의 B2B 부스.


B2B 부스는 게임 업체의 관계자나 담당자가 아니면 입장이 제한되고 출입증의 구매 비용 자체도 상당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붐비는 B2C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계약이 오고가는 비즈니스가 벌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활력이 넘치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숨겨진 보물같은 신작 게임을 찾는데 딱 맞는 장소.


아직 출시되지 않았거나 개발중이지만 언젠가 빛을 보길 기다리는 새로운 게임들을 미리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기자가 아닌 게이머의 입장에서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공간. 그런데 이 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중국 게임사의 대표 한분을 만날 수 있었다. 시그웨어(SIGWARE)의 Wayne Zhao(조위) 대표. (이하 조 위 대표)






▲ 시그웨어 Wayne Zhao(조위) 대표
순수한 게임사의 입장에서 지스타를 찾았기 때문에 부스에는 출품하지 않았으나, 시그웨어는 이미 중국의 텐센트에서 서비스되는 'Go!삼국(Go!3Kingdoms)'를 개발했고 베일에 쌓여 있던 게임 '인룡'(忍龍 - The Legend of Ninja)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부스에 출품하지 않아서 게이머분들과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습니다. 안녕하세요. 중국 게임사인 시그웨어(SIGWARE)의 CEO인 조 위 라고 합니다. 현재 텐센트에서 독점 계약으로 서비스중인 'Go!삼국이라는 게임을 만들었고, 올해 말에 선보여드릴 예정인 '인룡'(忍龍 - The Legend of Ninja)도 준비중에 있습니다."




2010년 7월에 설립되었으니 이제 만으로 2년을 갓 넘긴 회사가 처음 만든 게임으로 중국의 대표 포털인 텐센트와 독점 계약을 맺기가 쉬울까? 게다가 'The LON'이라는 약자로 표기될 웹 브라우저 기반의 횡스크롤 MMORPG '인룡' 역시 현재 사방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진짜 천재 개발자가 있을 확률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생 개발사가 이런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낼때는 반드시 무엇인가 감춰진 것이 있다. 조 위 대표가 시그웨어를 창립하기전에 어디서 경력을 쌓았을까 궁금해 물어보니 전혀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그가 경력을 쌓은 곳은 한국이었다.

"2003년 한국의 NHN이 처음입니다. 초반에 2년 정도는 한국의 NHN에서, 나머지는 중국의 NHN 차이나에서 근무를 했고 이후 2010년에 시그웨어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뛰어난 게임 산업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고 10년 이상 보드와 캐쥬얼 게임, 대형 온라인 게임을 개발 및 운영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조 위 대표는 스스로도 한국에서 대화가 무리없을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게임의 개발부터 서비스와 운영까지 한국의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 덕분에 아직 진출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서비스(kr.sigware.com)를 시작했다.

아직 인원은 적은 편이지만 현지 파트너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게임의 출시 전부터 이미 한국인 전문 인력까지 고용한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웹보드 게임인 Go!3kingdoms는 이미 한국의 유명 업체와 계약을 마무리짓고 2013년 상반기부터 한국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 한국어 홈페이지를 준비하고 해외 전담 인력까지 한국인으로 고용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를 추구한다. ]






시그웨어가 한국에 선보일 게임이 하나 더 있다. 처음에는 저용량의 클라이언트 기반으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이후 웹 브라우저 게임으로 재탄생한 뒤 격투게임 못지않은 콤보와 캔슬 등의 액션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인룡'(忍龍 - The Legend of Ninja).


솔직한 심정으로 게임을 처음 보기 전에는 믿지 못했다. 전달받은 자료와 메일을 통해 '타격감 쩔어주는' 웹게임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홍보문구로야 만리장성도 쌓을 수 있다. 플레이 동영상 역시 상황에 따라 실제 게임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동영상만으로는 믿기 힘들다는 말을 꺼내자 웨인 차오 대표는 직접 노트북을 꺼내 현재 중국에 열려 있는 테스트 서버로 접속해 게임을 실행했다. 한국에서 중국 서버에 접속했고, 웹 브라우저에서 몇초만에 실행된 게임인데 직접 해보니 동영상 이상으로 원활하게 콤보 액션이 가능하다.

엄밀히 말하면 '인룡'은 100% 순수 웹 브라우저 게임은 아니다. 게이머가 원할 경우 300M 수준의 클라이언트를 미리 다운받을수도 있고, 웹 브라우저로 시작한다면 최초 실행시 약 40M 정도의 클라이언트 다운로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왠만한 게임들의 용량은 이미 몇 기가 단위를 넘어가는데다 최근의 인터넷 속도를 감안하면 웹게임과 큰 차이가 없고, 웹 브라우저 기반의 미니 클라이언트로도 실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준비중인 모바일 버전까지 전부 동일한 서버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니 더욱 놀라울 뿐이다.




[ 지스타 현장에서 와이파이로 실행해도 전혀 무리없이 액션이 가능하다. ]




[ 웹게임이지만 화려한 액션이 가능한 The Legend of Ninja ]



웹게임에서 철권이나 던전앤파이터 같은 액션을 느낄 수 있다고? 말로 들었다면 믿기 힘들지만 눈에 보이지 믿지 않을수도 없다. 최초 실행할때의 로딩도 쾌적한 속도. 이쯤되면 보물찾기의 결과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술이 가능할까?

"간단히 설명드리면 오픈소스인 HGE를 기반으로 자체 게임 엔진을 개발했고, 플래시가 아닌 웹 3D 분야의 기술도 들어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구동의 원리 자체는 유니티 엔진의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시연을 통해 보셨지만 웹브라우저에서 격투 게임 이상의 액션과 MMO의 방대함까지 갖춘 게임이 목표입니다."


조 위 대표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이미 결정된 Go!3kingdoms의 계약을 마무리짓고, 동시에 출시를 앞둔 인룡(The LON)의 퍼블리셔를 찾기 위한 것. 조 위 대표는 현지화에 대한 열정을 함께 공유하고 가장 한국에 맞는 서비스를 해줄 곳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Go!3kingdoms가 2개월여만에 1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실제 카드를 활용한 보드 게임도 있어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룡 역시 저희가 직접 서비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가장 맞는 서비스를 해주실 곳은 역시 한국의 퍼블리셔라고 생각합니다. 멀지않은 시기에 한국에도 게임으로 찾아뵐 수 있을테니 한국의 게이머분들이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 시그웨어의 공식 홈페이지(한국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