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최고령 로열로더 후보와 열여덟 소년이 결승에서 만났다. 종족이 저그라는 점 말고는 일견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선수였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열정만큼은 똑같이 갖고 있었다.

TSL의 저그 고석현은 "나는 나이가 많으니 이번은 내가 우승하겠다"고 농담 삼아 말하면서 "지금 기세가 좋을 때 우승까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지를 밝혔다. MVP 저그 권태훈은 "아직 크게 와닿지 않는다. 우승을 해야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말하면서 4:1 정도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로 우승해야 할 이유를 가진 둘의 결승전은 내일 바로 치러진다. 아래는 두 선수가 함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권태훈, 고석현 선수 인터뷰


=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 소감은?

고석현 : 2006년에 프로게이머가 되고 햇수로 지금 7년차이다. 개인전 최고 성적이 24강이었는데 16강을 올라가고 벽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결승까지 진출해서 정말 기분이 좋고, 기세가 좋을 때 우승까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권태훈 : 기분은 좋은데, 엄청 좋지는 않다.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우승을 해야 정말 기쁠 것 같다.


= (고석현 선수에게)첫 세트 전진 투 배럭에 당했다. 눈치를 못 챘나?

고석현 : 이미 눈치를 챘을 때는 늦었다. 테란전에서 원래 서치를 꼼꼼히 하는 편인데 첫 경기부터 할 줄은 예상을 못 했다. 15 일벌레 후 산란못을 바로 올렸으면 되는데 선 가스를 가서 말린 것 같다. 당시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11-11 병영 러쉬를 당한 이후 상황을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 내적으로 만회를 못 하고 암울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패인이 된 것 같다.


= 그 이후에 나머지 3세트를 내리 이겼다. 비결이 따로 있었나?

고석현 : 1세트는 빌드가 갈려서 진 거라 빨리 잊자고 생각 했다. 2세트부터 맵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돌개바람 부터 잡고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빌드도 괜찮았기 때문에 편하게 마음 먹으려고 했다.


= (권태훈 선수에게)초반에 2세트를 이기면서 기분좋게 출발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권태훈 : 이미 끝났다 생각했고, 너무 쉽게 이기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날 줄 알고 3세트에서 방심한 것 같다.


= 이후 2세트를 내주고 2:2가 됐다. 그때 기분은?

권태훈 : 많이 불안했다. 하지만 마지막 맵이 여명이고,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한 맵이라 딱히 질 것 같진 않았다. 11-11 같은 전략에만 안 당하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 김동원 선수가 지고 나서 'IMBA(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말)'를 채팅창에 적었다.

권태훈 : 저그 사기론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실력 없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종족이나 맵에 상관 없이 잘 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김동원 선수는 졌기 때문에 그런 말을 꺼낼 순 있다. 하지만, 간혹 이겨놓고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이해가 안 된다.


= 임재덕-황강호 선수 이후 1년 반 만에 저저전 결승이 나왔다. 저저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고석현 : 당시 저저전 결승이 나왔을 때 게임을 안 했다. 스타1을 하고 있다 전향을 마음 먹고 혼자 준비를 할 때 임재덕 선수의 결승 경기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경기력도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게임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임재덕 선수가 이룬 전승 우승이란 것이 나이 어린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놀라웠다.

저저전 결승이 다시 펼쳐진 것에 대해서는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재미가 없을 것 같고, 저그 하향 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프로토스 유저들이 저그가 강하다라고 많이들 말하고 있는데, 저-테전이 아니라 저-프전은 5:5라고 생각한다.

권태훈 : 이신형 선수와 결승전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 저저전은 내가 게임을 하지만 동족전을 봐야 한다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걱정된다.


= 최근 저그전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석현 : 뮤탈이라고 생각한다. IPL 와서도 저저전을 몇 번 했는데 해외 선수들을 보면 거의 뮤탈을 사용한다.

권태훈 : 역시 뮤탈이 좋다고 생각한다. 뮤탈을 사용할 때 이점이 많다. 상대가 몰랐을 때나 특정 상황이 맞춰지면 뮤탈로 이득을 많이 가져갈 수 있다.


= 맵이 공개가 됐다. 승부처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고석현 : 3전이나 5전 승부라면 승부처가 있을 수 있다 생각하지만, 7전제 승부기 때문에 맵으로 승부가 갈리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체력전이 될 것이다.

권태훈 : 같은 생각이다. 저저전은 맵을 타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 몇대 몇 예상하나?

고석현 : 마음은 4:0이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일부 선수들은 현장에 와 있지만, 현장에 없는 선수들은 같은 팀원이 아니고서는 결승 경기를 안 볼 것 같다.

권태훈 : 4:1 정도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 (권태훈 선수에게)IPL과 동시 우승이 가능할 것 같나?

권태훈 : 불가능할 것 같다. 팀에서도 둘 다 우승을 노리지 말고 하나만 노리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욕심 부리지 않고 부담없이 하다보니 경기에 이겼던 것 같다.


= (고석훈 선수에게)최고령 로얄로더 후보인데 어떤가?

고석현 : 좋게 생각한다. 임재덕 선수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고 싶다. 꼭 이루고 싶다. 나만의 타이틀이 생기는 것 아닌가. 그리고 상품으로 주는 검이 정말 탐난다.


= 최경민 선수와 강동현 선수가 쉬는 시간에 들어왔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고석현 : 동생들이 멘탈 관리를 해 줬다. 코칭 스태프들이 사정이 있어 따라오지 못 한 데다, 첫 경기를 졌는데 동생들이 챙겨 주면서 멘탈을 관리해줬다. 왜 졌는지에 대해서 알게 됐고, 흔들릴 뻔 했는데 정신을 차리게 됐다. 그리고, 평소에 우유를 좋아해서 경기 시간 마다 우유를 마시고 나면 기분이 편해진다. 한국에 있으면 ○○우유를 마시는데 현지 우유를 마시니 맛이 없었다. 기운이 나지 않던 중 동생 둘이 한참을 뛰어 다녀 그 우유를 찾아서 사가지고 왔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 결승전을 맞아 어떤 전략을 준비할 건가?

고석현 : 딱히 없다. 원래 즉흥적으로 경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권태훈 : 지금 너무 피곤한 데다, 저저전은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하진 않을 것이다.


= 출사표 한 마디 부탁한다.

고석현 : 프로게이머가 된 뒤 오랜 시간동안 잡지 못했던 기회를 잡게 됐다. 이번에 꼭 우승해서 최고령 로얄 로더라는 타이틀과 함께 우승컵을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목표를 생각해봤는데 이번에 우승하면 BWC를 참가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서도 성적을 내고 싶다. 한번에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다.

권태훈 : 이전까지는 목표가 낮았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목표를 우승으로 잡고 열심히 했다. 그래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옆에서 팀원들도 많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권태훈 : 이전에 인터뷰할 때 상호형을 코치라고 불렀는데 왜 코치라고 불렀냐고 하더라. 상호형은 아직 우리 팀 주장으로 선수이니 오해하지 말아달라.

고석현 : 나는 나이가 많다. 하지만 권태훈 선수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이번에 우승은 내가 차지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