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급률이 3천만명을 훌쩍 넘고 카카오톡과 함께 대박 신화를 써내려가는 모바일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금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가랑잎에 불붙은 것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온 사방에서 모바일 열풍이고 관심없는 게임 업체를 찾기 힘들 정도인데, 좀 솔직하게 말하자면 모바일 시장의 미래가 꼭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온라인과는 또 다르다. 포스트 리니지를 꿈꾸던 수많은 게임들은 이제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몇몇 회사는 살아남아 달콤한 성공의 과실을 맛보겠지만 모바일의 화려함만 바라보고 뛰어든 회사들은 과거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뛰기만 하다가 지치게 될 확률이 높다. 약 10년전 온라인게임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졌던 치열한 전쟁이 모바일로 전장을 옮겼을 뿐이다.


초기에는 우연히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 몰라도, 시장이 자리잡기 시작한 지금부터는 좀 더 신중한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으니, 거품론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여전히 우연한 성공을 바라고 있다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레드 오션이다.


반면에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우연한 성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본격적인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먼저 뛰어든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연구하고 치밀한 전략으로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바일 게임 업계의 기대주. 연 매출 1조 '크로스파이어'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 역시 모바일 진출을 올해 초부터 준비했다.





10월 10일, 향후 SG 그룹의 모바일 기반 사업을 전담하게 될 '팜플'이 10개월이 넘는 준비를 끝마친 뒤 오랜 침묵을 깨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SG그룹의 든든한 지원과 함께 팜플을 진두 지휘할 사람은 네오위즈와 엔씨소프트, 한게임을 두루 거친 업계의 유명 인사 '서현승' 대표.


소문은 이미 작년 말부터 흘러나왔다. 동시접속자만 400만명, 중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는 스마일게이트가 모바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보유한 스마일 게이트가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다는 정보는 업계의 모든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서현승 대표이사 역시 게임 업계에서 탁월한 안목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NHN 한게임의 전략 및 퍼블리싱을 총괄하면서 테트리스로 캐쥬얼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이고, 슬러거를 개발한 와이즈캣을 인수하거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세븐소울즈를 흥행시키는 등 그야말로 종횡무진의 활약을 보여왔다.




[ 크로스파이어같은 국민 게임이 목표! 팜플의 서현승 대표이사 ]



◈ '크로스파이어'같이 오래 사랑받는 국민게임, 모바일로도 하나 나와야죠


중국 연매출 1조의 크로스파이어를 일궈낸 스마일게이트와 업계에서 뜨는 게임 잘 보기로 유명한 서현승 대표가 만났으니 팜플이 그려내는 그림도 평범하지 않다. 서현승 대표는 시작부터 모바일 게임 시장에 '크로스파이어'같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처럼 유저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고 한국을 대표할 수 모바일 게임이 팜플에서 나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처음부터 목표가 너무 큰가? (웃음) 물론 당장은 모바일 플랫폼에 적합한 게임들을 갖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은 게임들을 확보하기 위한 팜플의 정책도 기존의 퍼블리셔들과 다른 면이 많지만 이 부분은 차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다만 좋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 본연의 임무에 더해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머무를 수 있고, 게임과 관계된 모든 것들을 주변과 나눌 수 있는 가능성까지 욕심이 있다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서현승 대표가 팜플을 꾸리면서 가장 많이 신경쓴 부분은 변화무쌍한 모바일 시장에 적합하고, 글로벌한 부분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는 DNA를 갖춘 회사. 모바일 시장에 걸맞는 감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준비에만 10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성공한 게임을 따라가거나 어떤 장르의 게임들만 성공한다는 선입견은 위험하다. 애니팡이 뜨는 걸 보고 비슷한 게임을 만든다면 길게 가지 못한다. 결국 모바일 시장과 스마트폰의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확실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들이 성공할 것이고 그런 게임들을 개발하는 곳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현재 팜플 내부에 스튜디오가 4개 정도 되는데 규모야 계속 늘어나겠지만, 모바일과 스마트폰에 대한 직관이 필요하고 인식도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팀을 이끄는 리더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한 직관이 명확하다면 지분 투자, 퍼블리싱, 프로젝트 파이낸싱, 스튜디오, 펀드 등 원하는 형태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 동시 접속자 400만!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



누구나 인정하듯 스마일게이트의 성공에는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덕분에 팜플 역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략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경험한 성공의 노하우는 팜플의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데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잘 아시겠지만 스마일게이트의 매출은 대부분 해외에서 나온다. 글로벌에 대한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많으니 팜플도 처음부터 글로벌한 DNA를 갖추고 시작했다. 중국은 물론 다른 해외 지역들 역시 이미 진출해있는 곳이 많고 전문가들 역시 충분하다. 만약 원하는 수준의 글로벌 사업자와 제휴할 수 없다면 팜플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보통 글로벌을 생각하면 한중일미, 네 곳의 메이저 시장을 언급하는데 브라질, 태국, 인도네시아, 중동 등 현재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시장들의 성장도 무섭다. 팜플은 이런 시장에 대한 대응까지 고민을 하고 있고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제휴나 서비스 진출까지 포함해서 전략적인 접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강남스타일? 게임도 결국 창의력의 영역, 콘텐츠가 제일 중요하다.

스마일게이트의 첫번째 모바일 게임은 과연 어떤 게임이 될 것인가? 작년 말부터 여러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재 준비중인 규모만 감안해도 팜플은 수위권에 꼽힌다. 서현승 대표는 팜플의 본격적인 행보를 내년으로 기약했지만, 여전히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첫번째 게임의 공개는 준비가 끝났을때? 아마도 내년이 될 것 같다. 주변에 지켜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약간 부담스럽기는 하다. 굳이 신비주의를 취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담백하게 우리가 점검하고 확보해나갈 부분에만 충실할 생각이다. 대중적이면서도 모바일의 기능적인 부분들을 포함하는 게임이 될텐데, 사실 첫 게임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까지도 감안하고 있다."






팜플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퍼블리셔이기도 하다. 퍼블리셔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보는 눈.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가 왜 성공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아도, 어떻게 만들어야 그렇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테트리스와 세븐소울즈 등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게임을 흥행시킨 서현승 대표의 안목은 업계에서 이미 유명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런 그에게도 쉽지 않다. 덕분에 팜플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모바일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하거나 분석해가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눈을 먼저 키웠다고 한다.


"넥슨 프로야구 마스터같은 야구 게임도 하고 소셜게임도 해보고...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해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그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한다. 아야카시 음양록이나 일본의 확산성 밀리언 아서같은 게임들도 직접 해봤는데, 캐쥬얼도 좋지만 최근의 스마트폰 시장을 비추어보면 카드 배틀 게임이 가장 눈에 띄는 것 같다.

온라인에서 MMO가 왜 주류가 되었는지를 보면 성장하는 요소나 세계관, 다른 사람들과의 파티나 채팅 등 게임의 주요 콘텐츠가 인터랙션의 기반이 되어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드 배틀 게임은 원버튼 플레이로 인터페이스가 스마트폰에 적합하고 MMO 못지않은 성장과 수집욕, 동기 부여 등이 가능해서 앞으로 스마트폰의 주요 장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바일은 현재 가장 뜨거운 시장이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다. 게임이 뜨면 바로 복제에 가까운 게임들이 등장하고, 대형 회사들까지 모바일 게임에 뛰어들면서 과열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결국 시장의 규모, 서현승 대표는 모바일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강남스타일과 유튜브가 만나면서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것처럼 플랫폼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이고 창의력의 영역이라서 결국 콘텐츠가 제일 중요하다. 카카오톡의 지난달 매출이 400억 정도라고 들었는데 이런 매출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반대로 좋은 콘텐츠만 계속 나온다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올해도 그런 영화가 꼭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1천만을 달성했던 관객들은 한번 더 그런 영화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유저들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가능성은 충분하다. 확률이 낮을 뿐이지 잘 만들기만 한다면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같은 메가 히트 게임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 성공하고 싶다면? 애니팡을 따라가지 말고 재미를 따라가라!

현재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는, 그리고 만들길 원하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을 한번 물어보자.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을까?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모바일 게임의 성공 요인에 대해, 팜플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배를 이끌어갈 서현승 대표의 생각이 궁금했다.


"애니팡이 왜 성공했을까? 누구나 첫사랑에 열광한다. 장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 소셜 랭킹과 콘텐츠가 만난 애니팡이 성공했다고 해서 같은 공식을 따라가면 임팩트가 약해진다. 스마트폰의 기능이나 모바일의 특징을 게임의 콘텐츠와 결합해보면, 테트리스를 서비스했던 경험에 비추어볼때 여전히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고 생각한다."


서현승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단순한 흥행 성적이 아니라 게이머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모바일 게임, 매출의 규모가 아니라 재미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다가올 2013년,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준비는 끝났다. 날고기는 경쟁자들로 가득찬 용담호혈의 모바일 시장, 팜플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처음 시작할때 전략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전략은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수립된 이후에는 10%에 불과하다. 모바일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중요한 것은 전략을 상황에 맞게 실행하는 것이고, 좋은 게임을 개발하고 찾아서 제대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성공했던 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장인 정신이 있는 선장들을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중이고, 팜플이 앞으로 10년 20년 좋은 게임들을 일관된 모습으로 꾸준하게 선보일 수 있는 그런 믿음을 주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