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수류탄!"

피시방에만 가면 귀에 익숙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피시방을 FPS 열풍으로 들끓게 한 주역 중 하나인 스페셜포스의 게임 내 효과음이지요.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가량의 팬들을 확보하면서 토종 FPS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스페셜포스가 지난 1월 '스페셜포스 월드 챔피언십(이하 SFWC)' 일정을 마쳤습니다.



7회차를 맞이한 SFWC는 스페셜포스 열기가 특히 더 뜨거운 아시아권 지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 해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11일부터 13일까지 2박 3일간 개최 되었습니다. 이 글로벌 게임축제를 즐기기 위해 40만여 명 이상의 인파가 현장을 찾았고, 온라인 생중계를 포함해 총 100만 여명 이상의 게이머들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 대회의 피날레에선 한국의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습니다.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된 스캐머(Scammer)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지요.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평소 친분을 계기로 팀을 꾸린 스캐머는 팀장 김동호 선수를 중심으로 조원우, 도민수, 윤중후, 정수익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cammer 팀 구성

김동호 주장/돌격
조원우 돌격
도민수 돌격
윤정후 돌격
정수익 스나이퍼

경력
SF하이파이브 마스터즈 6th 우승
SF 하이파이브 마스터즈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제 7회 SFWC 우승


아직은 풋풋함이 남아있는,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이 가득한 모습으로 눈을 반짝이던 스캐머의 주장 김동호 선수를 만나 SFWC 우승과 스페셜포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제 7회 SFWC 우승팀 Scammer 주장 김동호 선수 인터뷰




최근 한국이 SFWC 에서 계속 부진했는데요. 이번에 우승을 하면서 소감이 남 다를것 같은데요?

프로리그 때 우승을 못 했었는데 SFWC에서 우승을 하게 됐어요. 원래 계속 스페셜포스를 하고 있던 중이라 우승을 해서 기분이 좋아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연습은 어떻게 했었나요?

예전에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을 때 잘하는 팀들과 시간을 맞춰서 연습을 주로 했습니다. 클랜 서버에서 일반 유저들과 연습을 하기도 했구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온 팀들 중에 예전 프로리그에서 KT로 활동하던 친구들로 구성된 '악마의 열매'란 팀이 있어요. 그리고 (김)지훈이가 있는 rE'Requiem 란 팀도 있었는데 이 두 팀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연습 할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팀원들 대부분이 프로리그에서 활동을 했었다 보니 스페셜포스2를 한 동안 플레이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스페셜포스 1으로 넘어오게 됐는데, 플레이 자체에서도 좀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또,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인거긴 하지만 실제 팀으로 호흡을 맞춘 것은 처음이라 연습을 하면서 손발이 안 맞는 부분도 많았어요. 그래도 대회 때는 연습이 잘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팀으로 맞춘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나요?

작년 10월 달 부터 팀을 결성했으니 이제 3개월 쯤 됐습니다. 대회 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경기가 끝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바로 보완하는 식으로 준비를 했어요.

2년만에 한국에 우승컵을 가져온 scammer


팀의 오더나 전략을 담당하는 선수가 따로 있나요? 주장인 김동호 선수라던지요

특별히 한 선수가 담당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회 경기 중에 팀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자유롭게 말하고, 그대로 따르는 식으로 경기를 진행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주장이라고 부담되는 일은 없었구요.


대회 조별리그 대진표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대회 하기 3일전에 아모텔 팀과 연습을 해 봤어요. 기본맵처럼 저희가 주로 하던 맵에서는 저희 팀이 다 이겼는데, 베네치아와 상하이 두개 맵은 심하게 지는 등 상당히 힘들더라구요. 대회 때 아모텔과의 경기에서 이 맵이 걸렸을 때 괜찮겠다라고 생각했는데도 너무 크게 졌어요. 방심한 것도 많았구요. 그래서 미국과 일본 전에서 진짜 집중을 하려고 했어요. 그 덕분에 이기고 결승에 가게 된 것 같습니다.


베네치아와 상하이 맵같은 경우에는 국내에선 잘 쓰이지 않는 맵인데요. 연습은 어떻게 준비하셨지요?

두 맵 모두 국내에서 잘 하지 않는 맵들입니다. 상하이는 그래도 예전에 조금 해 봤는데 베네치아는 완전 생소한 맵이었습니다. 처음엔 되게 힘들었어요. 게다가 설마 그 맵들이 걸릴까 하는 생각에 팀원들이랑 연습을 하지 않자고 했습니다. 운에 맡긴 거지요. 그런데 대회 때 베네치아가 엄청 많이 걸리더라구요. 맵을 뽑는 사람이 계속 베네치아를 뽑길래 짜고 하는거 아냐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베네치아의 경우 경기 이틀전에 아모텔과 두 번 해본게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엔 다른 팀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VOD 등을 찾아 보기도 하고, 대회장내에서 실제 팀들이 경기 하는 것을 지켜봤어요. 샷 감각과 같은 기본적인 실력에서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 루트 같은 것만 확인하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구요.


실력에 자신이 있었네요. 실제로 해외 팀들과 연습 해 보니 든 생각이었나요?

상하이나 베네치아 외에는 우리 팀이 상당히 우위에 있었어요. 실제로 경기를 할 때도 실력 차이가 느껴졌구요. 다른 팀이 경기하는 것을 구경해보면 우리 팀에 비해서 템포도 늦고, 작업을 거는 전략 같은 것들이 티가 나서 쉽게 이길 수 가 있었어요.


실력에 앞서는 이유가 한국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스캐머이기 때문인가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강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팀이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국내에 있을때도 실력있는 다른 클랜이나 팀들과 이기거나 지면서 연습도 많이 했었구요.


하지만 아모텔과 만나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충격이 상당했지요?

처음 1패를 했을 때 작년 얘기를 들었어요. 당시 2승 1패를 기록한 팀이 여러 있었는데 라운드 하나 차이로 진출과 탈락이 결정됐다고 했어요. 우리 팀이 아모텔에게 라운드에서 큰 차이로 지게 되서 당시 떨어질까 봐 불안했었습니다. 처음 대회에 참가할때만 해도 당연히 결승전까지 진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저희 팀이 2위로 진출하게 되면서 저희에게 유리한 맵들이 많이 배정되어 있더라구요. 정말 운이 좋았죠.


탈락에 대한 불안감이라... 처음 경기에 임할 때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겠네요?

무조건 1위로 진출한다고 생각했었지요. 지고 나서 대진을 확인해보니 조 2위로 올라가면서 저희가 꺼려하던 베네치아와 상하이를 피할 수 있게 됐더라구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 1위로 올라갔으면 우승을 못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충격의 패배를 당한 첫 경기 이후 만난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는 압승하면서 이겼어요. 덕분에 분위기도 반전됐을것 같아요.

원래 저희끼리 경기를 할 때는 즐기면서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당시 한 번이라도 더 지게되면 탈락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1승을 거두고나니 조금 홀가분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준결승전에 화이 스파이더와 붙게 됐어요. 결승을 코 앞에 두고 2차례 우승을 거둔 팀과 붙었는데 부담 되진 않았나요?

트레인이나 미사일 등 배정된 맵이 뒤로 갈수록 우리에게 유리했어요. 트레인은 전략이나 실력에서 우리가 앞선다고 생각했고, 그 외에 미사일 등 기본 맵도 전부 걱정 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준결승이란 것 자체는 저희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결승전에서 다시 아모텔을 만나게 됐습니다. 1패를 안겨준 팀이다 보니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무조건 복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게다가 1차전과는 달리 맵도 우리에게 유리했었구요. 사전에 연습 할 때 아모텔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맵들이 걸리더라구요. 상대 팀도 경기 시작전부터 채팅으로 우는 표시를 하면서 부담감을 표시하더라구요. 그 때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3세트에서 방심을 해서 지기는 했지만, 저희가 대패한 상하이에서 복수를 하게 되서 기뻤어요.


패배 이후 상하이에 대한 전략을 다시 준비했었나요?

결승 이전까지 상하이 맵에서 수비를 할 때 맵 후방에서 위치를 잡고 했었어요. 연습을 하면서 전진 수비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결승전에서 그렇게 전략을 수정해서 임했어요. 아모텔은 저희가 당연히 후방에서 위치를 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저희 전략이 바뀌니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게 됐구요.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현장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우리 나라와 많이 달랐어요. 관중이 정말 많았어요. 경기장 무대가 백화점 한가운데 마련되어 있어서 신선하고, 주목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기 전까지는 스페셜포스 팬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는데 무대가 마련된 광장이 꽉 찰 정도로 관중들이 몰려서 굉장히 놀랐어요. 태국에서의 스페셜포스 인기가 이 정도로 높은가 싶기도 하면서 부럽더라구요.

대회 당시 현장을 꽉 채운 현지팬들. 한국과는 다른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 했다.


관중이 많이 몰렸는데 긴장 되진 않았나요?

처음 경기를 할 때만 해도 백화점에 무대가 마련됐다고 해서 공개 무대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한국에서 프로리그를 할 때 처럼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더라구요. 덕분에 한국에서 대회 진행 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어요. 주최측에서 배려를 잘 해 줘서 경기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어요.


우승을 거두고 난 후 현장 관중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현지 팀을 꺾은 터라 반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건 없었어요. 오히려 정말 많이 좋아해주더라구요. 자기들이 응원하는 팀이 졌다고 해서 기분이 처져있거나 싫어하지 않고 다 같이 축하해줬어요.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도 많이 받았구요. 경기가 모두 끝난 후 파티에서 만난 팬들이 웃으면서 축하한다고 많이 말해줘서 기분이 좋았어요. 축제마냥 전체적으로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된 것 같아요.


이제 팀원들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제일 큰 문제는 군대에요. 팀원들 모두가 군대를 아직 안 갔거든요. 입영 통지서가 나오기 전까지 대회가 열린다면 다시 한 번 함께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곤 있어요. 하지만, 이 팀원들이 그대로 갈지는 모르겠어요. 대회도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다보니 고민이 되구요.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폐지됐는데, 프로게이머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아요.

아쉬움이 상당히 커요. 리그를 진행하는 중에 프로리그가 폐지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말 허무하더라구요. 저희가 결승에 진출한 상태에서 연습하던 중에 다른 팀원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었거든요. 연습할 마음이 사라지더라구요. 결승 진출이 확정된 순간부터 결승 3일전까지 계속 다른 게임만 했었어요. 의욕이 없었지요. 코치님도 그냥 놔두시더라구요.

리그나 대회가 많았으면 좀 더 오래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요. 제가 20살때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거든요. 학창시절을 버리면서 선택한 것이다보니 아쉬움도 많았지만, 정말 재밌었던 기억들이 많아요. 특히 남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생활을 해봐서 재밌었어요.

프로리그의 폐지로 당분간은 국내에서 스페셜포스 대회를 보기 힘들게 됐다.


이제 프로리그가 해체되면서 프로게이머에서 일반 게이머가 됐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프로리그가 스페셜포스 1에서 스페셜포스 2로 변경되어 진행하다가 해체가 됐거든요. 그래서 다시 스페셜포스 1으로 돌아갔어요. 그 뒤론 마음 맞는 애들과 함께 즐기면서 게임을 하고 있어요. 원래 생활로 돌아간 거지요. 그 친구들과 팀을 짠 것이 이번에 우승한 스캐머 팀이구요. 좋아하는 애들이랑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터라 즐거웠어요.

그럴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프로리그가 다시 열린다면 스페셜포스1으로 열렸으면 좋겠어요. 스페셜포스2에 비해서 스페셜포스1이 매니아층이 많아서 더 인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잘 나가는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게임을 보면 일찌감찌 저 게임을 시작해서 프로게이머를 그 쪽으로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스페셜포스이니만큼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