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감독, 캐스터, 해설. 한 사람이 한 번의 인생에서 저 네 가지의 일을 모두 겪어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 한 가지 빠졌다. 저 모든 것을 하기 이전에 배우로서 활동했으며 최근 두 아이의 어머니까지 된, 그야말로 예전 히딩크 감독이 원하던 '멀티 플레이어'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곰TV 이현주 캐스터 겸 아나운서팀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게임 캐스터와 해설 활동을 한 이현주 캐스터는 워크래프트3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의 게임 해설과 캐스터를 맡았다. 이후 2010년 GSL 시작과 더불어 스타크래프트2 역시 캐스터를 맡아 진행하던 중, 미국 애너하임 블리즈컨 현장에서 진행된 2011년 GSL Oct.를 마지막으로 하차하였다.

둘째 출산을 위해 잠시 캐스터 자리를 내려놓은 후 이현주 캐스터는 자신의 말대로 "은둔 생활"을 즐기며 그녀를 추억하던 많은 팬들에게 '언제 복귀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러던 중 2012년 블리자드 컵 시상식에서 다시 방송 무대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2013년 군단의 심장 GSTL 프리시즌을 통해 스타크래프트2 캐스터 자리에 복귀했다.

약 1년 반 정도의 기간동안 이현주 캐스터는 어떻게 지냈을까? 인벤에서는 e스포츠계에서 그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이현주 캐스터를 만나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와 함께 그녀의 e스포츠 인생,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인벤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곰TV 아나운서팀의 이현주입니다. 2011년 10월 미국 블리즈컨에서 진행된 GSL Oct. 결승에서 작별 인사를 드린 후 1년 3개월 만에 복귀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둘째 아이 출산으로 그동안 여러분을 뵙지 못했는데 군단의 심장 GSTL 프리시즌을 통해 다시 방송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방송무대에 서서 그런지 복귀 후 첫 방송 때에는 기분 좋은 설렘과 떨림이 있었어요(웃음).





이현주 캐스터 하면 여성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 캐스터로 유명한데, 프로게이머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아주 간단하게 "재미있어서" 라는 이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대학에서 배우 활동을 하는 쪽으로 전공도 정했고, 실제로 배우 활동도 했었죠. 나름 경력도 쌓으려고 했고, 유학준비도 하던 중 IMF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계획을 전부 접게 되었어요.

마침 그 때 PC방 열풍과 함께 스타크래프트가 대 유행하기 시작했죠. 1998년?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10대고 20대고 전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를 즐기던 시기인데, 저 역시 준비하던 계획이 전부 틀어지면서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중 스타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스타 실력이 좋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대회를 나간다거나 이걸 일로 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취미로만 즐기고 있었는데, 하루는 같은 클랜에 있던 동생 한 명이 제가 사는 집 근처 PC방에서 스타 대회를 연다는 소식을 알려주었어요.


그래서 첫 대회에 참가하게 되신건가요?

그렇죠(웃음). "야, 그런데 뭐하러 나가. 그냥 혼자서 할래" 라고 말았는데, 그 동생이 대회를 신청했다고 해서 호기심도 생기고 결국 피시방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죠. 그런데 덜컥 입상까지 해 버린 거에요(웃음). 그리고 피시방 대회에서 입상하니 여러 가지 좋은 혜택도 생기고 해서 본격적으로 스타 선수 생활을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학교 선배분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PC방보다 조금 더 좋은 환경을 구해서 연습을 하게 되었죠.

제가 승부욕이 강하긴 하지만 다른 프로게이머처럼 성적 스트레스나 게임을 하면서 얻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힘들어서 결국 1년 정도 후에는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방송일을 시작하게 되신 거군요.

열정 게임챔프라는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죠. 그 이후에 해설도 해보고 캐스터도 하고, 여성 프로 게임팀 감독도 6개월 정도 했었어요. 이 쪽에서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본 거 같네요(웃음).


해설과 캐스터를 동시에 해 보셨다니 흔지 않은 일이네요. 해설과 캐스터를 모두 해 보신 입장에서 그 두가지는 어떻게 다르던가요?

쉽게 말해서 캐스터는 전체적인 '진행'을 맡는 거죠. 해설에게 이야기를 어떻게 잘 끌어낼 수 있는가 같은 부분. 해설이 어느 부분에서 강점을 가졌는지, 말주변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해서 게임 지식을 적절한 타이밍에 끌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이에요.

해설은 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을 치밀하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게임 지식을 풀어내는 역할이죠. 시청자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건 캐스터의 역할, 그것을 꾸미는 것이 해설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방송에서 캐스터나 해설을 하셨는데, 곰TV에서 일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iTV이후 MBC 게임에서 워크래프트3 관련으로 중계를 하던 중 첫째를 가지게 되었죠. 아무래도 첫째이다 보니 일을 병행하기에는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쉬다가 출산 이후에 다시 MBC 게임으로 복귀하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곰TV 쪽에서도 계속 저에게 러브콜을 보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첫 복귀 이후 MBC 게임과 곰TV 양쪽에서 일을 하다 곰TV 아나운서팀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곰TV에 입사한 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카트, 아바, 스타 등 게임을 맡아서 진행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곰티비에서 GSL을 진행하기로 결정됐죠. 한국 내에서 스타2는 곰TV에서 처음 진행하게 된 종목이었는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그냥 게임을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게임으로 시작해서 게임으로 끝냈죠. 다행히 베타 초기부터 게임을 접할 수 있어서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같이 게임을 시작한 프로게이머들과 같이 게임도 하고 관전도 하면서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친해진 선수들이 게임에 대해 많이 알려주기도 했죠.

일을 일로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활의 연장선이었어요. 그래서인지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었어요.


GSL을 시작하시고 '칼날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셨죠.

GSL에서 경기를 시작하면 선수들의 아이디 콜을 해주는데 한 번은 이벤트 매치에서 캐스터와 해설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디 콜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전 그 대열에 합류할 생각이 없었어요(웃음).

그런데 방송 도중 담당 피디님이 "다음은 이현주 캐스터 차례에요!"라고 말하는 거에요. 정신이 있었으면 '무슨 이야기냐, 난 안할거라고!'라고 했을 텐데, 생방송 중이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경황도 없고 해서 스타2에 등장하는 칼날 여왕 목소리를 흉내 냈죠. 그 방송을 팬들이 보고 별명을 붙여주셨어요.

사실 제 주 종족이 저그이기도 하고 해서 게임 내에서 나오는 "광물이 부족합니다," 외의 음성 메세지가 나올 때마다 따라서 하기도 했었는데 상황이 급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나온 거죠. 당시에는 정말 민망했는데 결과적으로 한 번의 모험으로 기분 좋은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정말 별명이 마음에 들어요. 칼날여왕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시고 불러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려요.


스튜디오에 찾아간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시고, 방송 전에도 분위기를 띄워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세요.

목동까지 찾아와 주시는 팬들이 정말 고맙거든요. 사실 목동은 서울 서부라 다른 곳에서 오시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먼 길을 찾아와 주시기도 쉽지 않으니, 와 주시는 분들을 보기만 해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GSL 초기에는 중계석이 객석과 마주 보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찾아 와주시는 분들의 얼굴이 눈에 익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스튜디오를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인사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가족같았어요.

GSL이 시작한 이후 저도, 중계진도, 방송 스태프들도 모두 팬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기다린다고 해도 반응이 없으면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방송에 대해 피드백을 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피드백을 반영하면 다시 반응이 오고, 정말 행복한 구도가 만들어 졌죠(웃음).

이런 분들을 보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항상 찾아와 주시는 분들, 방송을 봐 주시는 분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먼저 하게 돼요.


[ ▲ 방송 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현주 캐스터 ]



그래서 시작된 것이 '느닷없이 쏜다!' 였군요(웃음).

스튜디오를 찾아주시고, 항상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에게 무언가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GSL 방송이 오후 여섯 시 십 분에 시작하는데 중계진이나 스태프들은 그 전에 뭔가 먹긴 하지만 방송 중에 출출한 느낌이 들어요. 하물며 저녁 시간에 저녁 식사도 포기하고 스튜디오에 와서 경기를 구경하는 팬들은 어떻겠어요? 그래서 다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정말 느닷없이 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하루는 배인식 대표님이 느닷없이 쏘는 장면을 보셨죠. 워낙 GSL에 관심이 있으신데다가 대표님 본인도 '느닷없이 쏜다'가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대표님 자신도 스튜디오를 방문하신 팬들에게 뭔가 주고 싶었다고 하시면서 법인카드를 보내주셔서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죠(웃음).

저 뿐만 아니라 대표님, 다른 중계진들과 스태프들은 '어떻게 하면 팬들이 더 편안하게, 자유롭게 GSL을 즐길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고 있어요. '느닷없이 쏜다'도 그중에 하나인 거죠.


곰TV에서 캐스터 일 뿐만 아니라 아나운서 팀장도 겸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곰티비 입사를 선택한 계기이기도 한데, 사실 곰TV가 게임뿐만 아닌 다양한 부분의 방송을 제작했었고, 음악방송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저 역시 라디오 DJ도 했고, 행사 진행도 했었죠. 기본적으로 일반 방송국 아나운서와 똑같은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 중 신입 캐스터와 해설을 발굴하는 일도 맡았는데, '기사도' 황영재 해설과 지금은 다른 곳에서 활동 중인 이인환 캐스터, 서경환 캐스터를 만난 일이 기억에 남아요.


황영재 해설은 어떻게 같이 일을 하시게 되었나요?

황영재 해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엄청난 열정을 가진데다가 재능까지 겸비한 친구에요. '이런 친구와 같이 일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당시 황영재 해설은 '기사도 연승전' 이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저도 게임을 즐기는 유저이다 보니 기사도 연승전의 애청자였어요. 저 역시 캐스터 일을 하기에 방송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밤새도록 팬들과 방송을 하는 모습을 보니 '황영재 해설과 같이 일해 보는 게 어떻겠냐?' 하는 내부 의견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찬성했죠.

물론 정식 코스를 따라온 경우가 아니기에 황영재 해설 영입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어요. 선수 출신을 비밀리에 육성해서 선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만한 사람이 없겠다 싶어 결국, 황영재 해설 영입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황영재 해설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황영재 씨, 서울에 오실 준비가 되었습니까?"

안면도 없는데 무작정 전화해서 저런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에요(웃음). 그 전에 이야기도 나눠보고 자주 연락도 하는 사이였죠. 실제로 같이 일해보니 정말 열정적인 사람이더라고요. '성심성의'라는 것이 방송으로도 느껴져요. 방송에 대한 적응도도 뛰어나고, 열정이나 자세가 처음과 변하지 않는 사람이죠. 지금도 누구보다 먼저 연습을 시작하고 분석력도 뛰어나요.


[ ▲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인 '기사도' 황영재 해설 ]



이인환 캐스터와 서경환 캐스터는 원래 한 명만 채용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두 명이 같이 일하게 되었나요?

당시 아나운서팀에 신입 직원 자리가 하나밖에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수습 기간을 거쳐 둘 중 한 명이 남기로 되어 있었는데 둘 다 기본적으로 방송에 대한 가능성이 큰데다가 서로 완벽히 다른 특징을 보였죠. 이인환 캐스터는 첫 느낌부터 좋은 캐스터로 성장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고, 서경환 캐스터는 인간미가 있어서 언젠가 팬들에게 어필하고 사랑받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 명만 뽑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e스포츠 담당이던 오주양 상무님께 조언을 구하니까 제 생각이 그렇다면 강하게 밀어붙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인환 캐스터와 서경환 캐스터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한 명을 놓치기는 정말 아까웠거든요.

역시나, 이인환 캐스터는 곰TV에서 일하고 얼마되지 않는 시간에 본인의 능력을 완연히 뽐냈어요. 그리고 서경환 캐스터 역시 정말 중요한 결승전 순간에 관객들의 호응을 폭발시켰죠.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가끔 소식을 듣거나 방송을 접하게 되면 둘이 성장한 걸 보고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해요. 오래도록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었거든요.


[ ▲ 'Code S'의 사나이 안준영 해설(좌), 박상현 캐스터(중), 채정원 해설(우) ]



캐스터들과 해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현주 캐스터와 같이 활동한 해설들의 특징은 어떻던가요. 예를 들자면 '버럭 채박사' 라던가(웃음).

채정원 해설 이야기가 나왔으니 먼저 이야기해 볼게요. 채정원 해설은 타고난 달변가에요. 이건 정말 타고나야 되는 거죠. 그리고 그만의 특유의 신바람이 있고 흥이 있어요. 사람 자체가 유쾌한 겁니다. 엉뚱하기도 하고 가끔은 묵직한 돌직구도 던지는 스타일이 해설에 묻어나는게 참 좋아보여요. 채정원 해설은 알아서 캐스터에 장단 맞춰주고 쭉쭉 이야기를 풀어나가요. iTV 시절부터 같이 지낸 지 10년이 지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가끔 버럭버럭 하는데, 누나로서 보기에는 그냥 귀여워요. 귀엽다고 하면 또 버럭버럭 하겠지만(웃음). 그래도 채정원 해설은 천성이 맑은 사람이에요. 버럭버럭 해도 맑은 사람이라 유쾌하고 웃는 모습도 재미있죠. 그런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에게 정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건데, 전 그런 채정원 해설의 모습이 좋습니다.

안준영 해설도 GSL 초창기부터 같이 방송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그 누구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하죠. 경기 브리핑이라던가 전황 예측, 빌드 분석에는 최고 수준의 해설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안준영 특유의 '목표를 정하면 뭐든지 이루어 낸다' 라는 특징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심지어 새로운 빌드 개발도 하고, 게임에 대해 선수들과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안준영 해설이 영어 해설 연습을 시작했더라고요.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급박하게 말을 해야 하는 중계 상황에서는 영어 해설이 쉽지는 않죠. 보통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이 없으면 어느 수준에 오를 때 까지는 공개하기 어려운데, 그런 부담은 느끼지 않고 본인이 무언가를 이루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박대만 해설과 이성은 해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대만 해설의 가장 큰 장점은 동료로서 인간미라고 할 수 있어요. 경기 중계가 3~4시간이 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인간 이현주, 인간 채정원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박대만 해설은 사람이 좋은 게 바로 느껴져요.

사실 방송 초기의 박대만 해설에 대해 이런저런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죠. 그 상황에서 박대만 해설이 게임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했어요. 본래 프로게이머였으니 기본적인 감각은 있었기에 어느 순간 '박대만 스타일'을 만들고, 팬들에게 그 스타일을 인정을 받았어요.

만약 방송 초기에 박대만 해설이 '게임 연습'이 아닌 '말 연습'을 했다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을 텐데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게임에 대한 이해와 노력 끝에 자신만의 색을 가진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은 해설은 아직 본인의 가능성을 실제화시키는 중입니다. 선수 시절 다양한 세레모니를 보여주었던 것처럼 해설 중에도 유연하고 열린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하고요. 지금은 해설로서 신뢰도를 쌓는 게 우선이고 본인도 열심히 노력 중이죠.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이라도 하더라도 그 재능과 경험이 빛을 보는 데에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성은 해설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라고 전하고 싶네요.


[ ▲ 이현주 캐스터와 중계 중인 이성은 해설(좌), 박대만 해설(우) ]



같은 캐스터를 맡고 있는 박상현 캐스터와 김익근 캐스터도 이현주 캐스터가 보시기에는 어떻던가요?

박상현 캐스터는 시원시원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들으면 통쾌해지는 그런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할까요. 아주 꾸준하고, 예의도 바르고, 게임도 좋아하는 동생이에요. 게임에 관해 연구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하죠.

그리고 맹독충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곁에만 있어도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방송에서 보이는 웃기고, 재기 발랄한 그 모습이 평소하고 똑같아요. 그런 면에서 전 박상현 캐스터의 팬이기도 합니다(웃음).

김익근 캐스터는 화면에 비치는 것과 실제 본인이 달라요. 학창시절에 학생회장도 했고, 학점도 4.0이 넘었죠. 아마 회계 쪽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정도 성적이라면 정말 성실하다는 거에요. 그리고 보통 게임 캐스터라면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분들이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는데, 김익근 캐스터는 원래 게임 캐스터가 꿈이었다고 했었죠. 그러니 마음에 들 수밖에요(웃음).

곰TV에 입사하기 전에 개그맨 경력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까불까불 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유연하게 받아치기도 하는 걸 보면 신입 캐스터이지만 내공이 느껴진달까요? 대단한 후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이현주 캐스터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아나운서팀장, GSL 캐스터, 그리고 두 아이의 어머니이시기도 한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예전에는 하루에 8시간 중계하신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웃음).

2011년이었을 거에요. Code A 중계를 연달아 하느라 8시간 가까이 중계를 했는데 아마도 그때는 젊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요즘 시간이 잘 나지 않아 따로 체력관리를 하는 것은 없고 집에서 스트레칭, 가벼운 요가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몸에 좋다는 건 제가 먼저 챙겨서 먹게 돼요. 언제나 홍삼 팩과 비타민제를 가지고 다니면서 챙겨 먹고 있답니다.





활동 중단을 알리셨던 2011 Oct. 시즌 이후 복귀까지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동안 아이들도 돌보고, 시청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GSL도 꼬박꼬박 챙겨봤어요. 좋은 경기가 나오면 정말 제가 중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저 현장에 같이 있고 싶고, 짜릿짜릿한 순간들을 보면서 순수하게 팬으로 지냈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박현우 선수와 정종현 선수의 결승전이었어요. 아이들과 같이 보고 있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중계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임재덕 선수가 처음 우승하던 때 처럼, 장재호 선수가 엄청난 연승을 이어갈 때 처럼 엄청난 전율이 몰려왔죠.

박현우 선수와 정종현 선수의 경기 당시에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했는데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너무 멋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이걸 표현하고 싶은데 어디다가 할 데는 없고, 그래서 만들어두고 잘 쓰지도 않던 트위터에 느낌표만 열 개 넘게 찍었지요. '이걸 내가 중계했어야 하는데 저 중계진들 완전 부럽다', '진짜 멋있다'같이 느낌표 하나마다 의미가 다 있어요.

집에서 '현우야~ 종현아~' 하면서 경기를 보며 복귀 시기를 기다렸죠.(웃음).


이현주 캐스터의 별명인 칼날여왕에 맞추어 군단의 심장 GSTL에 프리시즌에 복귀를 하셨는데, 따로 복귀시기를 정해두셨던 건가요?

일부러 시기를 정했던 건 아니고 내부적으로 언제 다시 복귀하면 좋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확장팩인 군단의 심장이 나올 때 복귀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 군단의 심장 GSTL 프리시즌을 통해 방송에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 ▲ 블리자드 컵 결승 시상식으로 방송에 복귀한 이현주 캐스터 ]


복귀 전에는 Code S 에서 방송하시다가 지금은 팀 리그를 맡게 되셨는데, 다시 Code S 중계를 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Code S나 A, 그리고 팀 리그라는 타이틀은 적어도 저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요. 물론 Code S가 전 세계의 스타크래프트2의 메인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로 욕심을 내느냐고 묻냐면 그건 아니에요. 좋은 게임은 어디서든 나와요. 물론 좋은 게임이 Code S에서 많이 나올 수는 있겠죠.

하지만 좋은 게임은 Code A나 팀 리그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Code S가 아닌 Code A나 팀 리그라고 연습을 덜 하지는 않죠. 오히려 더 열심히 연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어느 무대에서 중계하느냐'보다 '선수들이 연습한 것을 제대로 표현해주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팀 리그가 출범했을 때 정말 제가 중계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제가 맡은 방송 분량이 많은 편이라 하지 못했었죠. 그래서 지금이라도 팀 리그를 중계하게 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팀 리그 특유의 생동감과 역동감, 그 두 가지를 관중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느닷없이 쏜다'도 다시 시작하셔야죠?

그렇죠(웃음). 하지만 느닷없이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제 스튜디오도 옮기고 하니까 '느닷없이 쏜다'뿐만 아닌 다른 좋은 소식도 많이 들릴겁니다.

이벤트 자체가 '언제 쏩니다'가 아닌 그냥 경기가 좋아서 오시는 분들을 보고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 사실 저도 언제 할지는 모르겠네요.


얼마 있지 않으면 군단의 심장이 발매되는데, 요즘 게임 실력은 어떠신가요?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인 걸 이제서야 느낄 수 있습니다. 실력이 예전만 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언제나 노력은 예전만큼, 아니 예전보다 더하고 있고 최소한 올바른 중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전직 여성 프로게이머로서 팀 리그에서 벌어진 김가영 선수 대 김시윤 선수의 경기를 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둘을 보니 예전 생각도 나고, 둘 다 정말 풋풋하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스타2도 여성부가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김시윤 선수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스물넷이라고 하던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저 역시 그 나이대에 프로게이머를 하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했어요.


[ ▲ 군단의 심장 GSTL 프리시즌을 통해 맞대결을 펼친 김가영 선수(좌)와 김시윤 선수(우) ]



e스포츠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거치셨는데 이런 부분에서 이현주 캐스터의 길을 따라 걷고 싶은 분들, 특히 여성 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e스포츠에도 분명히 여성 인력이 활동할 영역이 있죠. 하지만 리그 캐스터는 진입 장벽이 조금 높은 편입니다.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이라도 활동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실제 중계에는 목소리 톤이 파워풀해야 하니 이러한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직도 제 목소리가 적응되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사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익숙해지게 하는데 시간도 걸리지만, 본인도 뱃심과 체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의지도 있어야 합니다. 확실히 다른 분야보다 게임 캐스터는 진입하는데 벽이 높은 편이지만, 적어도 곰TV에서는 공채라는 방식으로 길을 열어두고 있죠. 성별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과 경쟁이 될 정도는 준비해야 해요.

면접을 보다 보면 캐스터로서는 어느 정도 괜찮다 싶어도 게임을 덜 알고 오는 분들이 꽤 됩니다. '내가 여자니까 게임을 덜 알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 게임 캐스터를 지망하신다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일할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물론, 캐스터를 한다는 것은 방송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을 위한 발음, 발성 등의 훈련은 미리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직업보다 게임 캐스터를 하면 조금 낫겠다'는 것이 아닌 '나는 게임 캐스터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시면 문은 언제나 열려있죠. 일단 여성 게임 캐스터가 저와 정소림 캐스터 둘밖에 없으니까요(웃음).


마지막으로 이현주 캐스터를 기다리시던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방송 공백이 있었는데 환영해 주신 분들에게 정말 정말 깊이깊이 감사드리고, 환영해 주신 분들을 보며 더 열심히 방송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언제나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현장에 오시면 즐겁게 해 드릴 수 있으면서, 동시에 선수의 경기에 누가 되지 않는 캐스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