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GDC)가 열리고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도 GDC에 참가했는데요. 채용부스를 열어서 전세계의 열정적인 개발자들을 모집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강연을 통해서 라이엇게임즈가 얻은 노하우와 지식을 다른 게임사의 개발자들과 공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중 유저 행동 분석팀의 수장으로 잘 알려진 제프리 린(Jeffry Lin)은 언어 폭력이나 공격적인 태도 등을 개선시키기 위해 라이엇게임즈가 어떤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를 강연했습니다. 하지만 강연만 듣고 오기에는 아까웠습니다. 이 때가 아니면 언제 제프리 린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흔쾌히 시간을 내어준 제프리 린에게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잘 알고 있고, 많이 이야기 들었다'고 하더군요.

리그오브레전드의 행동 분석팀과 관련하여 제프리 린과 나눈 대화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관련 기사 : Riot 유저 행동 분석팀 제프리 린 "악성 플레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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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연 잘 들었습니다. 개선 카드(Reform Card)라는 시스템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아직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은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전달이 되나요?

"한국에는 적용되기 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상황이 달라서 이런 부분을 확인하고 적용을 하고 있는데요. 아마 조만간 한국에도 이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한 유저가 처벌을 받은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이메일로 내용을 전달하는 시스템입니다."


▲ 개선 카드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결과, 한국에서도 기대됩니다.


배심원단 시스템이 악성 유저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를 원하는 유저들은 불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배심원단 시스템은, 특히 속도 면에서 좀 더 빨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이런 부분은 개선해야겠지요. 배심원단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배심원단 시스템이 악성 유저를 처벌하는 유일한 과정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배심원단 시스템과는 별도로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 따로 있으니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처벌'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상'이 더 중요해요.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함으로써 좀 더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엇게임즈가 행동 분석팀을 만들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있었나요?

"특별히 어떤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라이엇게임즈의 창업자들부터가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서 잘못된 행동들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이런 부분을 개선시키고자 했던 것이죠."


▲ 왼쪽이 라이엇게임즈 공동설립자 브랜든 벡 대표, 스스로도 열혈게이머로 유명하다


라이엇에 입사하기 전, 밸브 소프트웨어에서 실험 분야 심리학자로 일하셨습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하셨나요.

"아닙니다. 밸브에 있을 때는 다른 일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유저들을 더 재미있게 게임할 수 있도록 할까 같은 것들이었죠. 행동 분석과 관련된 일은 라이엇게임즈에 와서 처음 시작한 일입니다.

행동 분석팀에는 인지 과학이나 뇌과학,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있는데, 대부분의 팀원이 게이머의 행동 개선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라이엇게임즈에서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다른 게임사에서도 악성 유저의 행동 개선을 위한 부서가 있나요?

"행동 분석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많은 분들이 주목해주셨죠. 주위를 살펴봤는데 이런 일을 하는 팀을 가지고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라이엇게임즈에게 공유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지난 몇년간 우리가 배웠던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실패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회사들이 이 일에 동참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힘을 합쳐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니까요."



행동 분석과 관련된 데이터들이 북미나 유럽을 중심으로 확보된 것 같았습니다. 다른 서버의 일도 함께 체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한국의 사례에 대해서는 어떠신가요.

"네, 모든 나라에서 데이터를 보내줍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최근 있었던 매너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고, 데이터를 살펴봐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볼 수 있어'라고 할 만한 멋진 캠페인이었죠. 멋진 작가들의 뛰어난 웹툰이 긍정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 한국만의 사례였습니다."


▲ 매너 캠페인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을 잡으실 수 있었다고


혹시 국가나 서버별로 악성 유저가 더 많이 나타난다거나 특이한 패턴을 보이는 곳도 있나요.

"그런 부분이 크지는 않아요.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역의 특성보다는 전체를 포괄하는 '게이머'의 속성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지역이 달라도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물론, 지역별로 조금 다른 부분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유럽이 그런 곳입니다. 유럽은 여러 나라가 함께 유럽 서버를 이용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팀웍이 깨지게 되고 그런 상황이 더 힘든 게임을 만들곤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언어가 달라도 의사소통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어요. 최근에 업데이트 된 스마트핑 기능은 그런 고민의 결과 중 하나입니다."



한국 게이머들은 '한국 게이머가 제일 심할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하하하.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의 한국 게이머들은 아주 좋은 소환사들입니다."


▲ 전세계 어딜가도 이런 상황은 비슷한가 봅니다.


프로게이머는 스포츠맨쉽의 모범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욕설을 하거나 트롤을 하는 등의 일로 화제가 되곤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프로게이머들은 처벌에 '면역' 상태라고 유저들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 게이머들처럼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더 엄격하게 처벌을 받기도 하죠. 라이엇게임즈의 이스포츠팀은 프로게이머들이 행동을 개선하고 프로 선수로서 스포츠맨쉽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거나, 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프로게이머가 잘못된 행동을 계속한다면 10배는 더 가혹한 처벌이 가해질 겁니다."



원하는 포지션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것이 종종 비매너 플레이를 야기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칭 단계에서 원하는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챔피언 선택은 정말 많은 고민과 연구가 진행중인 부분입니다. 모든 게임은 기본적으로 5명의 서로 모르는 사람이 팀이 되는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원하는 챔피언을 선택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북미 유럽 한국 등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몇 달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미리 정해두는 것은 게임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죠. 암살 캐릭터로 미드 라인에 가거나 두 명이 탑 라인에 가는 색다른 전략이 불가능해질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아직까지 확실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굉장히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게임을 못해서 리포트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을 잘 못하면 랭크 게임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누구나 운이 나쁜 날이 있습니다. 이건 노멀 게임이나 랭크 게임도 마찬가지죠. 브론즈 등급이나 다이아 등급이나 마찬가집니다. '랭크 게임을 하기 전에 노멀 게임을 500판 해야 한다'는 건 해결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운이 나쁜 날이 있는 거니까요. 저도 그런 걸요."



'상대가 하니까 나도 했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런 논리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한 명이 화를 낸다고 해서 거기에 똑같이 대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듭니다. 문제는 단 두 명에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나머지 8명은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게임이 나쁘게 흘러가면서 좌절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판결 검토 페이지가 도입되었는데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나요? 또 추가적으로 배심원들의 행동을 장려할 만한 시스템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재미있는 점은 악성 유저는 배심원단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좋은 게이머들이 커뮤니티 문화를 개선시키고 싶어서 배심원단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판결 검토 페이지가 도입된 후에 이렇게 배심원단으로 활동하는 숫자는 100% 증가했습니다. 2배가 된 것이죠. 이 시스템은 배심원들의 활동이 얼마나 또 어떻게 커뮤니티를 개선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죠. 이런 것도 생각중이예요. 언젠가 나중에 작은 깜짝 선물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 얼마전 도입된 판결 검토 페이지. 당장은 이르지만 언젠가는 보상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IP 를 줄 수도 있다는 건가요?

"IP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아직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지지는 않았으니까요."



현재 판결 검토 페이지에서는 자신의 랭킹만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랭킹도 볼 수 있는 랭킹 페이지 같은 것은 따로 만들 생각은 없으신가요?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죠. 전체 랭킹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그런데 피드백을 받아보면 다른 사람들의 랭킹이 어떻게 되는지는 궁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내가 한 행동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고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죠. 누가 가장 배심원 활동을 많이 해서 1등을 했는지는 관심사가 아니었어요. 거꾸로 다른 사람이 내 랭킹을 아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축하를 받으면서 기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런 의견을 받으면서 판결 검토 페이지를 개인적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도타2에서는 게임을 중간에 나가면 점수가 쌓이고, 이렇게 점수가 쌓이다보면 결국 같은 비매너 유저들끼리만 매칭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게임이 다르기 때문에 시스템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스템은 죄수를 섬으로 유배보내는 것과 같죠. 하지만 이건 일방향입니다. 섬으로 간 죄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들끼리 모여있으면 나쁜 행동은 더욱 강화되고 결국 좋은 행동을 배울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악성 유저에게 더 좋은 행동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싶고, 어떻게 하면 좋은 게임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런 목표가 있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는 모르겠지만 리그오브레전드에는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행동 분석팀이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챔피언 선택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또 배심원단 시스템의 속도를 좀 더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시간의 인터뷰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행동 분석팀의 활동으로 모든 유저가 '좋은' 유저가 되면 그 때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는데요?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한국 유저들에게는 항상 이 말씀을 드리는데요. 한국 유저분들의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열정이 항상 저에게 멋진 영감을 준답니다. 한국 분들이 리그오브레전드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행복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도와주신 라이엇게임즈의 정재원 수석 엔지니어. 한국 분으로 라이엇게임즈에서 일한 지는 4년째 되어간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로 라이엇게임즈 본사 직원은 이제 천 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그 중에 한국계 직원은 20분 정도가 있다고 하네요. 혹시 챔피언이나 시스템을 개발하시나 했는데 기본이 되는 개발 툴 작업을 맡고 계신다고 합니다. 2~3주 마다 업데이트가 이어지는 일정이 힘들 때도 있지만 라이엇게임즈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고. 라이엇게임즈 본사에서 일하고 계신 모든 한국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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