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엑스포. 게임엔진 및 플랫폼 홍보, 채용 등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인 만큼 볼거리가 E3나 게임즈컴(GC) 같은 다른 게임쇼만큼 풍성하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의 2013 GDC 엑스포에서 이례적으로 성황을 이룬 부스가 있었다. 다름 아닌 가상현실 하드웨어 업체 '오큘러스 VR'. 극히 짧은 체험시간이지만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서는 최소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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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큘러스 리프트의 실제 체험 기회가 제공돼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오큘러스 VR 부스 ]



오큘러스 리프트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자그마치 240만 달러 (한화 약 26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프로젝트로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 3D 헤드셋'이다. 오큘러스 VR은 작년 8월 한국에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큘러스 리프트의 자세한 사양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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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은 GDC2013 중에 열린 오큘러스 VR의 프레스행사에 첫 번째로 초청되어 오큘러스 리프트의 최신 버전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 ▲ 오큘러스 VR 프레스세션이 진행된 샌프란시스코의 루루 레스토랑 ]



가장 이른 세션이어서 그런지 오큘러스 직원들은 시연 준비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몇 분간의 세팅이 끝나고 시연대에 앉은 Niimo 기자가 처음 시연한 게임은 호큰(Hawken). 언리얼엔진3로 제작된 멀티플레이 메크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실제 로봇 병기의 파일럿이 되어 치열한 전장에서 적군 메크와 전투를 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다.

이번에 시연된 호큰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상현실 기능에 맞춰 제작된 특별 버전이다.



[ ▲ 오큘러스 VR의 제품 총괄 부사장 '네이트 밋첼'이 인벤 Niimo 기자의 시연을 도와주고 있다. ]



현재 사진에서 보이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300달러로 시판되고 있는 개발자 키트며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완성된 버전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가상현실 헤드셋과는 다르게 착용감이 탁월했으며 안경을 낀 상태에서도 큰 불편 없이 착용할 수 있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해 호큰을 플레이하자 로봇 병기들이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는 전장 바로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받는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아이트래킹(Eye Tracking) 기술에 의해 화면 시점도 이동하는데 오큘러스 리프트에 맞도록 특별히 제작된 버전인 만큼 콕픽의 좌,우 계기판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아예 뒤로 돌리면 콕픽의 뒤쪽 벽면이 보일 정도로 세세함에 신경을 썼다.



[ ▲ 프리투플레이(Free to Play) 멀티플레이 메크 게임 '호큰' ]




[ ▲ 아직 세련되지 않은 외형이지만 착용자는 로봇 병기의 콕핏에 탑승한듯한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



기자가 체험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화질과 해상도'다. 아무리 가상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해도 비주얼이 떨어진다면 게임에 제대로 몰입하기 어렵기 때문. 실제 체험해보고 내린 결론은 요즘은 기본인 풀 HD 해상도 보다는 분명 떨어지지만 빠른 반응 속도와 뛰어난 가상현실 구현력 때문에 착용 즉시 해상도와 화질 걱정은 잊어버린다는 것.

특히, 호큰에 이어서 밸브의 팀 포트리스2까지 체험한 후에 기자는 순식간에 하루빨리 정식버전 출시를 기다리는 오큘러스 팬보이가 되어 버렸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제공하는 뛰어난 3D 공간감 덕분이다.


[ ▲ 오큘러스 리프트로 체험한 팀 포트리스2, 아예 새로운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



아래는 오큘러스 VR의 창업자이자 오큘러스 리프트의 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팔머 럭키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팔머 러키는 오큘러스 VR 설립 전부터 오큘러스 리프트를 제작해 온 인물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내 창조기술연구소(ICT)의 엔지니어로 일했었다. 그곳에서 가상 현실 시스템과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에 관한 기술을 연구, 발전시켰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상현실 헤드셋 수집가로도 알려졌다. 또한, 모드 변경 커뮤니티로 유명한 '모드레트로 포럼'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오큘러스 VR이 GDC2013에 대대적으로 참가했다. 참가 목적이 궁금하다.

개발자들에게 오큘러스 리프트의 최신 버전을 소개, 홍보하기 위해서다. GDC에서 직접 오큘러스 리프트와 가상현실에 대한 강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에픽게임스 등 게임엔진 회사들과 제휴 관련 협의도 예정돼 있다.


현재 밸브와 에픽게임스 등 대형 게임사들이 오큘러스 리프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외 다른 회사와도 진행 중인 게 있나?

이미 알려진대로 밸브와 에픽게임스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외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모장'과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직 협의 중인 곳이 많아서 여기서 당장 업체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재밌는 소식이 많다.


착용감이 꽤 괜찮은 편이다. 안경을 쓴 채로 착용할 수 있던데 추후 출시될 소비자 버전도 그런지 궁금하다.

소비자 버전에서는 안경을 쓸 필요가 없다. 렌즈가 장착돼 있어 렌즈를 조절하면 누구라도 2.0의 시력으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할 수 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계속해서 조정 중이다. 아마 소비자 버전은 지금 개발자 버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지금은 디자인보다는 가상현실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개발자 버전이 현재 300달러에 판매 중이다. 소비자 버전의 가격은 얼마쯤으로 예상하는가?

아직 개발 중이라 지금 가격을 확정하긴 어렵다. 단, 개발자 버전보다는 저렴하게 출시하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다.


다른 가상체험 헤드셋보다 가격이 월등히 저렴한 편인데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한가?

사실 지금 구현된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충분히 연구되어 왔었다. 계속해서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 개발자 버전의 300달러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소비자 버전이 출시될 시점에는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창시자로서 특별히 가상현실로 즐기고 싶은 게임이 있다면?

롤플레잉 팬이다.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폴아웃3와 스카이림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즐겨보고 싶다. 그 광활한 월드를 가상현실 속에서 체험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