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에서는 전장을 지배하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다. 작은 전쟁의 축소판인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크래프트2의 전장인 '맵'은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고, 전투에 필요한 자원을 수급하는 공간이다. 적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고 내 공격은 성공하는 전략적인 포석이 바로 승리의 분수령이 될 터.

군단의 심장이 도입된 이후 GSL과 프로리그 모두 신규맵이 대거 채용되었다. 새로운 확장팩에 맞춰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파격적인 시도를 택한 신규맵이 대거 등장한 가운데, 새로운 전장에서의 경기 양상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본진에 풍부한 가스 하나! 파격적인 시도가 엿보이는 '투혼'

[ ▲ 모든 자원지역에 풍부한 베스핀 가스가 배치된 '투혼' ]

'투혼'은 듀얼 사이트, 밸시르 해안과 탈다림 제단등을 제작한 Lunatic Sounds(주종현)의 작품이다. 동명의 스타1 공식맵에서 모티브를 따 온 '투혼'은 평범한 지형속에서 자원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양상을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주요 컨셉이다.


이 맵은 이번 시즌, 아니 그간의 스타크래프트2 모든 맵을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시도를 한 맵이다. 앞마당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가스가 8씩 채취되는 풍부한 가스 1개소로 배치되어 자원밸런스에 큰 변화를 준 것.

5씩 채취하는 2개의 가스가 8씩 채취하는 1개의 가스로 변화된 점은 투혼만의 빌드오더를 구성해보아야 할 정도로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일꾼 6기와 가스 건물 2개로 가스를 10씩 채취하는 것과 일꾼 3기와 가스 건물 1기로 가스를 8씩 채취하는 것은 큰 차이다. 남은 일꾼 3기가 같은 시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광물을 채집할 수 있기 때문.

[ ▲ 투혼에서는 가스가 풍부한 베스핀 간헐천으로 한 곳만 존재한다. ]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일꾼이 풍부한 중,후반 보다는 일꾼의 전략적 배치가 중요한 초반에 가스를 대폭 사용하는 빌드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효율적인 자원 활성화로 빠르게 획득한 자원은 가스를 소모하는 유닛을 대거 생산해 공격적으로 활용하거나, 더욱 빠른 테크를 올리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4월 9일 열린 CJ엔투스와 EG-TL과의 경기에 출전한 정우용과 한이석의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빠른 가스를 채취하며 전략적인 운영을 예고한 두 선수는 사신을 선택하며 초반을 넘긴 뒤, 한이석이 정우용의 본진에 시도한 땅거미 지뢰 드랍이 성공하며 경기를 주도하게 된다. 이 시점이 정확히 5분이 된 직후의 타이밍으로 일반적인 맵보다 타이밍 러시에 최적화된 셈이다.

[ ▲ 의료선 드랍을 준비하는 한이석, 4분대에 첫 의료선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

이후에도 한이석은 엇박자 밴시 견제 이후 의료선 드랍을 지속적으로 펼치며 정우용을 끊임없이 흔들게 된다. 결국, 뒷심이 약해진 정우용은 한이석의 정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았고, 한이석은 기세를 몰아 정우용의 본진 앞까지 입성했다. 정우용은 이를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항복을 선언하게 된다.

지금까지 굳어진 경기양상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특정 종족에게 너무나 유리하게 펼쳐지면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이 만연하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1 에서도 그랬듯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했던 것은 언제나 맵이었다. 이런 시도가 지금까지와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면, 그 또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윗길과 아랫길! 멀티를 가져갈수록 적진 앞으로 향하는 '나로 스테이션'

[ ▲ 멀티를 가져갈수록 적진과 점차 가까워지는 '나로 스테이션' ]

'나로 우주센터'는 Jacky(박근호)가 제작했다. 이 맵의 이름에서 한국의 우주개발 사업의 발전을 염원하는 의미가 부여 되었다. 이 맵은 거대한 우주정거장의 테마를 가진 맵으로 확장을 할수록 서로 가까워지는 멀티를 두고 공중견제와 지상 우회루트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난전형 맵으로 소개를 하고 있다.


이 맵 역시 특이하다. 적진으로 향하는 길은 크게 11시를 통해 지나가는 윗길과 5시지역을 통해 지나는 아랫길 두 가지가 있다. 주 동선은 아랫길이며, 앞마당에서 윗길로 통하는 길에는 파괴물 바위가 존재해 일시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제2멀티로 선택할 수 있는 중앙 멀티는 적과의 공중 거리가 매우 가까운 위치에 이어져 있어 견제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지상군의 집중 공격에는 수비가 용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 ▲ 이 파괴물을 파괴한다면, 윗길로의 적 게릴라 공격은 안심해도 된다. ]

4월 6일 벌어진 삼성전자 칸과 STX 소울의 대결에 출전한 신노열과 변현제의 경기를 보면 이러한 특성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변현제는 강력한 올인 공격을 준비했고, 신노열은 제2멀티를 빨리 가져가는 운영을 선보였다.

여기서 위쪽 지역으로 통하는 파괴물을 일찌감치 파괴하여 적이 뒤쪽으로 공격해 올 가능성을 차단했다. 덕분에 변현제의 맹공은 앞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신노열이 방어를 하는 데 있어 보다 유리하게 작용했다.

[ ▲ 일찌감치 파괴물을 파괴한 신노열은 정면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

나로 스테이션의 진정한 분수령은 단연 11시 멀티다. 이곳의 멀티는 마치 3인용 맵의 스타팅 멀티와도 같은 비중을 가진다. 이 맵의 주요 동선은 아랫길 지역이다. 아랫길에서 대부분의 전투가 일어나며, 멀티도 아래쪽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11시의 멀티는 단독으로 있어 마치 3인용 맵의 스타팅멀티와 비슷한 비중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윗길로 병력을 움직인다는 것은 더욱 넓은 지역으로 확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은 중,후반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스타팅의 위치에 따라 두 가지의 경기 양상이 나타나는 '코랄 둥둥섬'

[ ▲ 적진의 위치에 따라 경기양상이 확연히 바뀌는 '코랄 둥둥섬' ]

'코랄 둥둥섬' 역시 Lunatic Sounds의 작품이다. 이 맵은 두 가지 케이스에 따라 전혀 다른 경기양상이 펼쳐지도록 디자인 되었다. 1시-7시의 위치로는 3가지의 갈림길이 존재하는 일반적인 지상전 양상이 펼쳐지지만, 11시-5시 위치가 선정된다면 공중 거리가 가깝고 지상거리가 매우 먼 양상으로 전개가 된다.


1시-7시의 위치가 선정된다면 일반적인 지상전의 양상을 볼 수 있게 된다. 방어가 수월한 앞마당 이후 적진과 가장 가까운 직선 루트 이외에 위와 아래로 크게 돌아가는 두 가지의 뒷길이 있어 국지전 및 난전 유도에 특화된 양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1시-5시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앞마당은 중앙 지역으로 돌출되어 있으며, 적의 진입을 막아야 할 입구는 앞마당과 본진 사이에 양방향으로 존재한다. 러시 루트는 윗길과 아랫길 두 곳이며, 대체로 협소하고 구조물이 많아 봉쇄선을 구축하고 농성하기에 알맞은 구조로 이루어진다. 지상 거리는 대단히 먼 반면, 앞마당과 앞마당 사이의 공중 거리는 꽤 가까워 공허 포격기나 의료선, 뮤탈리스크 같은 유닛이 활약하기에 적절하다.

[ ▲ 11시-5시 지역 두 곳의 본진 입구는 파괴물을 통해 일시적인 수비가 가능하다. ]

4월 8일, KT롤스터와 STX 소울의 대결에 출전한 김성대와 이신형의 코랄 둥둥섬 경기를 보자. 지상루트가 먼 특성상 양 선수는 멀티부터 든든하게 가져가고 중,후반 운영을 그려나갔다. 이신형은 저그의 주력과 교전을 최대한 피하며 의료선을 준비하지만, 김성대가 공중 동선이 가까운 점을 노려 맹독충 드랍을 통해 일꾼을 다수 잡아내는 이득을 취하며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이후 김성대는 이신형의 앞마당에 저글링 맹독충 공격을 퍼부으며 맵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신형이 땅거미 지뢰를 통해 주요 거점을 장악하고 김성대의 멀티에 특공대를 보내 견제를 시도하면서 벌어진 격차는 좁혀들었고, 이신형은 마침내 김성대의 본진에 의료선 드랍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고 역전승을 거둔다.

[ ▲ 기습적인 맹독충 드랍으로 이신형의 응징에 나선 김성대 ]

코랄 둥둥섬은 한 맵에서 두 가지 양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는 두 가지 양상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11시-5시의 앞마당 돌출구조로 경기가 진행되면 기존 맵과는 다른 특이한 구조를 갖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채로운 경기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후의 경기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무난한 힘싸움 맵? 좁은 길이 다수 분포되어 공격과 방어 모두 쉽지 않은 '붉은 도시'

[ ▲ 제2멀티의 선택이 중요한 '붉은 도시', 접근하는 길이 비좁아 국지전에 유리하다 ]

ATTx(조의진)가 제작한 '붉은 도시'는 스타팅 위치 선정에 제약이 걸려있지 않은 4인용 맵이다. 앞마당 이후 두곳의 제2멀티를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형을 통한 전략적 플레이와 힘싸움을 유도한 맵이다.

즉, 여기서는 제2멀티의 위치 선택이 모든 전략의 시작이며 종점이다. 이 맵은 플레이어의 몫으로 할당된 대륙이 4개가 존재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앞마당 까지는 무난히 가져갈 수 있으나, 제2멀티는 비슷한 지역에 두 곳이 존재한다. 적과 먼 위치의 제2멀티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겠지만, 결국에는 자연히 양쪽의 멀티를 다 가져가는 형태로 경기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이 맵은 중앙지역의 점거가 의미가 없다. 양쪽으로 있는 제2멀티의 진입로를 통해 적은 총 세 곳에서 적진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비 쪽의 동선이 공격 쪽의 동선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에 공격자가 수비병력이 적은 쪽으로 주력병력을 계속 움직인다면 결국엔 빈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모든 멀티가 집약되어 있어 수비적인 맵으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은 다양한 공략 루트 때문에 멀티를 지켜내기가 어려운 셈이다. 그나마 길이 비좁아 대규모의 병력이 들어왔다 나가기엔 쉽지 않은 구조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 ▲ 교전 지역 대부분이 협소하다. 적은 병력의 국지전이 용이한 전장 ]

이러한 비좁은 길은 자원을 풍부하게 가져갈 수 있는 맵임에도 불구하고 작정하고 난전을 유도한다면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는 말이 된다. 수비 동선이 복잡하다는 점은 견제에도 취약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대륙의 입구지역이 상당히 전진 되어 있으므로 후방지역에 빈틈이 생기기 쉽다.

적의 견제를 뒤늦게 파악한다면, 대처가 쉽지 않다. 특히 제2멀티 지역 견제에 파괴물 바위를 미리 파괴해놓지 않았다면 수비 동선은 절망적으로 길어진다. 센터 싸움에서도 중심지역은 지형이 협소하여 회전형으로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심한 병력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왼쪽 길로 갈까? 오른쪽 길로 갈까? 러시 루트의 선택이 중요한 'DMZ'

[ ▲ 적진을 향하는 러시 루트가 두 가지로 존재하는 'DMZ' ]


EasyWindy(박우석)가 제작한 'DMZ'는 수 많은 갈림길을 통해 동시다발적인 난전을 유도하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제2멀티는 가까이 위치하고 있지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두 갈래이므로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상대의 병력 움직임을 미리 체크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맵은 얼핏 보면 여명과 흡사한 구조를 가지지만, 제2멀티가 매우 공격적인 위치로 두 곳이 존재한다. 각 스타팅의 최단거리 루트가 서로 다르다 보니 11시에서는 왼쪽 제2멀티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반대로 5시에서는 오른쪽 제2멀티가 안전하다.

주요 거점은 고갯길이 연속적으로 배치된 두 곳의 지역이다. 언덕에서 먼저 자리 잡고 공격하는 쪽이 무조건 유리하므로, 적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곳을 장악했을 때 적의 선택지는 강행 돌파를 하거나, 11시 5시 지역으로 우회하는 방법, 아니면 다른 언덕지역을 통한 이동을 선택해야 한다.

4월 5일, GSTL 3주차 1경기에서 3세트에서 맞붙은 전중범과 최병현의 대결을 보자. 11시에 위치한 전중범은 왼쪽 제2멀티를, 5시에 위치한 최병현은 오른쪽 제2멀티를 먼저 가져가는 선택을 보였다. 이쪽이 동선이 더 가깝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최병현은 저그의 제2멀티를 공격하기 위해 오른쪽이 아닌 왼쪽의 러시 루트를 활용해 진격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왼쪽에 멀티를 집중시키다 보니 공격할 대상이 훨씬 많았던 탓이다.

[ ▲ 저그의 멀티가 집중된 왼쪽길로 병력을 진군시키는 최병현 ]

이런 식으로 DMZ에서는 커다란 두 개의 러시루트를 어떻게 선택하고 막아내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른 힘싸움 맵들과 달리 특정 지역의 점거가 공수 만능으로 통하지 않으므로, 각 선수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난전을 유도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제2멀티 두 곳 모두 개방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적의 공격에 오랫동안 버텨내지 못하는 부분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