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웅진 스타즈 이재균 감독이 프로리그 사상 처음으로 200승을 기록한 것이죠. 1999년 스타크래프트 매니아라는 팀을 창단하여 감독 활동을 시작한 이재균 감독은 2001년 한빛 스타즈를 창단한 후 2004년, 프로리그 1라운드 우승과 더불어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후 2007년 Daum 스타리그에서 김준영을 우승자 자리에 올려 놓은 이재균 감독은 2008년 모기업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았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며 웅진 스타즈를 재창단 하였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웅진 스타즈의 감독직을 맡아 온 이재균 감독은 현재 12-13 프로리그에서 엄청난 승률을 기록하며 팀을 1위에 올려놓은 가운데 감독 최초 200승을 거두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팀과, e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대기록을 세운 이재균 감독. 인벤에서는 이전부터 인벤의 열열한 독자였다고 밝힌 웅진 이재균 감독을 만나 200승을 거둔 소감과 11년간 쌓여온 그의 이야기, 그리고 천하무적의 기세로 달리는 웅진 스타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인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프로리그 200승을 달성하고, 감독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웅진 스타즈의 이재균입니다.


감독 중 최초로 200승 달성이라는 업적을 세우셨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190승 정도에서는 200승이라는 기록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199승을 한 후 한 번 패배하는 바람이 200승달성이 밀렸을 때 조금 아쉬웠습니다. 선수들에게 '곧 200승 달성이니잘 좀 해달라'라고 부탁도 했었죠.

200승을 달성하니 기쁘기도 했고, 마음도 편해젔습니다. 의식을 안한다 안한다 하긴 했지만 신경이 쓰인 건 사실이었나 봅니다(웃음).


[ ▲ 팬들도 이재균 감독의 200승을 축하했다 ]



1999년 스타크래프트 매니아 팀을 만든 후 2001년 한빛 스타즈를 창단하셨는데, 지금까지 힘든 일도 많으셨을 거 같습니다.

한빛 스타즈가 해체 직전까지 갔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해체 보름전에 다행이 팀이 인수가 되어 웅진 스타즈로 재창단하는 동안이 감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2004년 프로리그 1라운드와 그랜드 파이널을 우승하셨는데, 그때 우승의 원동력은 어떤 것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선수들에게 연습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경기 연습을 알아서 했다는 점에서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한 2004년과 프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지금의 팀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그리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의 우승에 대한 목적의식이 확실했습니다.

바로 그런 점들이 2004년 팀을 프로리그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시즌을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007년 다음 스타리그에서 김준영 선수가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일도 기억나네요. 당시 기분은 어떠셨나요?

그때 울산에 오셨어야죠(웃음). 결승전에서 2대 0으로 김준영이 지고 있을 때 부스에 들어가서 '너는 원래 강한 선수니까 잘 풀어나가라'고 이야기 했더니 '알았다'고 답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2대2까지 따라갔습니다. 동점 상황에서는 따로 부스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지고 있던 경기를 따라잡은 상황이라 본인 스스로 잘 할거라고 믿었거든요.

마지막 5세트에서 상대인 변형태의 매서운 공격을 막아낸 이후 김준영의 우승을 확신했고, 우승 후에는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어요.


프로리그에서도 스타크래프트2를 병행하게 되며서 웅진 스타즈가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류원코치의 합류가 컸습니다. 그리고 저나 코치나 밤에 잠도 포기하고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종목 변경을 하면서 선수들 간에 '좀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 보자'는 분위기도 있었죠.

자유의 날개를 다른 팀보다 먼저 준비를 시작했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팀 보다 먼저 훈련을 시작한 효과를 어느 정도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군단의 심장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죠.


[ ▲ 신재욱(좌), 김민철(중), 김명운(우) 등 선수들이 똘똘 뭉쳐 리그 1위를 달리는 중 ]



하지만 아쉽게도 병행 첫 시즌에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막판에 무리하게 김민철 선수를 기용한 것도 있고요. 하지만 코칭스태프에서 김민철 선수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습니다. 본인이 잘 하기도 했고요. 그 외에 다른 면도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긴 합니다.

어쨌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사무국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당시 상황이 힘들기도 해서 사표를 내기도 했었죠. 그래도 사무국에서 사표를 반려한 후 격려해주고, '다음 시즌에 더 잘하면 된다'고 응원도 해 주셨어요. 그래도 당시에는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12-13시즌에 들어와서는 정말 '승승장구'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합니다. '더 이상 브루드워에서 막강했던 택뱅리쌍은 없다. 누구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으니 열심히 하자'고 말이죠. 그 이야기를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줬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시즌 웅진 스타즈는 뭔가 알 수 없이 똘똘 뭉쳐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선수들이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탈락하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반까지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주저앉고 말았거든요. 그 이후로 선수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똘똘 뭉치면서 그런 분위기가 밖으로 보이는 거죠.

다들 올해 웅진 선수들이 뭔가 많이 달라졌는데, 어떤 부분에서 변화를 준 건지에 대한 것을 많이 물어봅니다. 그 때마다 저는 '선수들이 그냥 알아서 준비를 잘 합니다. 그리고 하나를 이야기 하면 두 개, 세 개를 만들어 오다 보니 자연히 성적도 잘 나오고요'라고 대답하지요.


이재균 감독님은 코치를 잘 안두시는 감독님으로 유명한데, 팀의 유일한 코치인 류원 코치와는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팀 소속 선수가 많은데, 제가 딱히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류원 코치가 잘 챙겨줍니다. 류원 코치는 김명운 선수의 추천으로 면접을 봤는데, 실력보다 선수들의 인성을 더 중요시하는 부분이 저와 잘 맞아서 코치로 영입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밥도 자주 먹고, 저한테 이래저래 장난도 잘 치고 하면서도 할 일은 확실히 하는 면이 장점이랄까요(웃음).


[ ▲ 이재균 감독과 함께 웅진 스타즈를 끌어가는 류원 코치(좌) ]



WCS에서도 웅진 선수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좋아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프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보니 자신감을 가지고 개인리그에도 출전하고요. 개인리그 경기가 있는 선수는 스스로 휴일에도 숙소에서 알아서 연습하고, 그러다보니 제가 딱히 신경을 쓸 부분이 없을 정도로 선수들 스스로 잘 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이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얼마 만에 리그 1위를 유지하는지 모르겠네요. 우승한 지 오래되어 벌써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어서 1위를 결정짓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300승에 대한 욕심은 있으신가요?

200승하는데 11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치면 5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텐데, 그때는 나이가 많아서 어떨 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1년마다 정해진 게임 수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2년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아야 100승이 나옵니다. 쉬엄쉬엄 잡아도 4~5년은 걸릴 거 같네요.

그래도 300승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한 팀의 감독을 맡으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것이며,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기억에 남는 선수라면 요즘 자주 통화하는 김동수, 곰TV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는 박경락, 그리고 나도현 정도네요. 제 아래에 있을 때 잘 챙겨주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 외에 프라임의 박외식 감독이나 곰TV 박대만 해설, 그리고 지금은 e스포츠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김준영을 보고 싶네요.

기억에 남는 일은 한빛과 웅진 스타즈를 창던 했던 때와 2004년 우승했을 때입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거에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웅진 스타즈를 응원하는 인벤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제가 예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잠깐 했을 때 WOW인벤을 자주 애용했었습니다. 최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벤에도 자주 갔고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로 인벤 가족분들을 뵙게 된 것은 처음이네요. 저도 인벤을 좋아하는 만큼 자주 기사로 찾아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