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시간에 찰흙 사와라"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시절 즐거운 생활시간에 자주 등장하던 찰흙과 지점토, 당시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지 않던 어린 기자는 찰흙과 지점토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던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와 대학 생활을 거쳐오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찰흙모형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그대로였나 봅니다.




최근 팬아트 게시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아이클레이'작품들이 많은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 다양한 인벤유저들의 클레이 작품들,
폭풍열화(리븐), 악크투스(럼블, 레오나), 탁깡(티모), Merhen(블리츠크랭크)]

모든 클레이 작품들이 하나같이 귀여우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데요, 오늘 만나볼 작가는 설원의 케넨을 시작으로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는 인벤 유저 화염법사입니다. 다양한 챔피언을 아이클레이로 재현해 내며 귀여움과 디테일함을 둘 다 살린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분이기도 합니다.



[▲ 어느 새 이만큼이나 모인 화염법사님의 작품들]




안녕하세요, 화염법사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평범한 스물일곱 살 리그오브레전드 유저이자 롤인벤 유저인 화염법사입니다. 작년에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하게 되었고, 롤인벤도 그와 동시에 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팬아트 게시판에 취미로 만든 클레이 작품을 올리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클레이로 만든 귀여운 모형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클레이 작품을 처음 만든 건 언제인가요?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만든 클레이 작품을 친구한테 선물로 줬던 기억이 있어요. 제 작품을 받고 기뻐하는 친구를 보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그때부터 클레이 작품을 쭉 만들게 되었어요. 물론 매일매일 만든 것은 아니고, 그냥 취미 수준입니다.

그때 친구에게 선물해준 작품은 아주 작은 곰돌이 열쇠고리였습니다. 처음 만든 작품이라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그때 마감제까지 생각을 못한 탓에 얼마 가지 않아서 다 부서져 버렸어요...



[▲ 너무 아쉬워 마세요, 원래 곰이란 게 시간 지나면 없어지는 동물이에요.]



화염법사님의 클레이 작품은 귀여움도 귀여움이지만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챔피언의 특징을 잡아내는 비결이 있나요?


보통은 게임을 플레이하다 갑자기 '이 챔피언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챔피언의 외형 정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롤 백과사전에서 3D 랜더링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표현이 어려운 부분은 게임 플레이나 판매되는 모형 상품의 사진을 참고하기도 해요.





고등학교 때부터면 10년 정도 클레이작품을 만드셨는데요, 이렇게 오랜 시간 취미활동을 지속시켜준 클레이 작품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3차원이라는 점이 아닐까요? 물론 다른 그림이나 연재만화 등을 보고 감동받은 적도 많아요. 하지만 클레이는 작업 과정부터 다른 형식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부족한 탓인지 클레이라는 재료로 작업하면서 모든 디테일을 살리는 게 힘들더라고요.



[▲ 평면이 아닌 만큼 모든 각도에서의 모습을 신경 써야 하는 클레이 작업]


그리고 제 손으로 만들어서 작품을 게시하는 재미가 가장 컸습니다. 누군가 제 작품을 보고 '우와 잘 만들었다', '귀엽다' 등의 칭찬을 해 줄 때만큼 뿌듯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 더 좋은 작품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작품을 계속 만들고 좀 더 나은 표현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고, 화염법사님이나 다른 분들이 만든 클레이 작품을 보다 보면 저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데요, 저처럼 클레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을 위해서 제작 방법이나 순서를 알려주세요.


제작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본 틀이 되는 뼈대를 만드는 단계와 그 뼈대 위에 클레이를 붙여 만드는 과정입니다.




제작 방법을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뼈대를 작품의 비율에 맞춰 단순하게 만들어놓고 반나절에서 하루쯤 말려주세요.그다음 만들어놓은 뼈대를 관절 별로 분리해서 그 사이에 잘 휘어지는 철사를 꼽거나 클레이를 덧대어서 자세를 잡아주시면 돼요.





그다음은 자세가 잡힌 뼈대 위에 다리 몸통 손 부위를 차례로 덧붙여가며 만들어나가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마감제를 뿌려주세요. 소중한 작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마감제는 필수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뼈대와 자세작업입니다. 나머지는 디자인대로 기워 붙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본인이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롤인벤에 처음 올렸던 작품인 설원의 케넨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처음 올리는 만큼 반응이 걱정되기도 했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계속 롤인벤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최근에 올린 불의축제 아칼리도 마음에 드는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지인이 호암미술관에서 야외촬영해주러 갔을 때 소풍 나온 중학생 친구들이 아칼리를 보고 몰려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그분이 사진을 취미로 찍지만 프로만큼이나 사진을 잘 찍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는 호암미술관에서의 작품 사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는 동시에 조금 아쉬운 작품도 있을 것 같아요, 만족스럽지 못했던 작품을 꼽아보자면 어떤 작품인가요?


소나요... 정말 인기가 많은 챔피언인 소나인 만큼 정말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클레이라는 재료로 천 옷을 표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망작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 소나의 천 옷 표현법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들어 볼 생각이지만 단순히 클레이로만이 아닌 실제 천으로 만든 옷을 입혀보고 싶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야옹이 카타리나처럼요. 카타리나의 옷은 팬시 샵에서 팔던 인형 재료 천 조각으로 만든 거에요. 이 재료를 보자마자 이걸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어보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클레이 외의 재료를 활용했던 야옹이 카타리나]


다음 작품을 만들 때는 부가재료를 잘 찾았으면 좋겠어요. 황금이나 금속 제질 표현법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자르반이나 가렌을 정말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첫 작품이었던 케넨을 만들 당시에는 롤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롤을 자주 플레이하시나요?


네 맞아요, 일하면서 만난 지인 분이 같이 롤을 하자는 권유에 시작했어요. 이분이 아칼리의 사진을 찍어준 분이에요. 게임을 하다 보니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보면서 '아 이거 클레이로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리고 그 지인이 케넨을 좋아해서 첫 작품으로 설원의 케넨을 만들게 된 거에요.




그때의 기억으로는 게임 중에 케넨이 바닥에 막 뒹구는 게 너무 귀엽고 웃긴 캐릭터였어요. 그분과 함께 보이스 채팅을 키고 게임을 했는데 너무 귀여운 모습에 미니언이 생성된 줄도 모르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귀여운 모습과 달리 날카로운 플레이 스타일도 마음에 드는 챔피언이에요. 귀여운 카리스마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 가장 즐겨하시는 챔피언은 어떻게 되시나요?


정글은 거의 안 하고 탑이나 미드 초가스를 가장 즐겨해요. 고기방패만 해도 1인분을 하는 느낌이고, 미드 초가스로 영겁의 지팡이와 데스캡을 사서 플래시 냠냠이로 상대 원거리 딜러를 잡아먹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아요.



[▲ 화염법사, 게임할 때는 육식 플레이어?]



그렇다면 게임 플레이 말고 외형만 놓고 봤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챔피언은 무엇인가요?


예쁜 챔피언을 꼽자면 카타리나요, 그리고 자르반 4세와 가렌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음 작품으로는 자르반 4세나 가렌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네, 이미 가렌과 자르반 4세에 대한 구상은 끝난 상태에요, 하지만 재료도 떨어지고 일도 다시 시작한 상황이라 언제 만들지는 모르겠어요. 이미 완성된 작품인 럭스를 친오빠인 가렌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자르반 4세는 앞에서 럭스를 보호하는 포즈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 이런 느낌?]


다음 작품 기대할게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을 인벤 유저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벤유저 여러분 설원의 케넨부터 시작해서 클레이 모형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유저분들 덕분에 계속해서 작품을 올리게 되었고, 조금 마음에 안 든 작품도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작품도 많았던 것 같아요.

여러분들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고, 앞으로 더욱 멋진 작품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화염법사님의 클레이 작품 보러가기


Inven Grann
(Gran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