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이제 결실을 볼 순간! 7월 12일부터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면서 프로리그가 본격적인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전통의 강호 SK텔레콤은 이번에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당대 최강의 테란 이신형이 탄생한 STX소울은 이에 힘입어 3위에 안착, 포스트 시즌에 올랐다.

두 팀은 엔트리싸움부터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7전 4선승제를 최대 세 번까지 치른 후 그 결과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나기에 선수의 기용과 전략의 선택 모든 면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과연 어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KT롤스터와 대결을 펼칠 것인가? 각 팀의 전력을 비교해보자.


자유의 날개는 부진, 군단의 심장은 약진! 이신형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STX소울



STX소울은 자유의 날개로 진행됐던 1~3라운드까지는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군단의 심장이 도입된 4~6라운드부터 이신형의 성적이 급상승하면서 팀을 상위권으로 안착시켰다. 즉, STX의 전력은 이신형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시즌 파이널을 차지한 세계 챔피언 이신형의 위상은 당대 최강의 테란 플레이어로서 기세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WCS에서의 기세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리그에서도 불가사의한 전투력을 자랑하며 팀의 테란 라인을 혼자서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이신형을 필두로 백동준과 조성호, 김도우로 대표되는 세 명의 프로토스 선수들이 이신형의 뒤를 단단히 지켜주고 있다. 백동준은 주로 프로토스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트에 출전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고, 김도우는 저그전에서 특히 높은 승률을 보여주어 '저그 잡는 프로토스'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팀 내의 거의 유일한 저그 카드인 신대근은 출전 기회는 많이 얻었지만, 저그전에서 특히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한계를 명확히 했다.

즉, 이신형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팀 리그인 프로리그에서는 이신형이 혼자서 모든 선수를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는 선수층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SK텔레콤이다. STX로서는 제한된 선수층으로 이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


7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SK텔레콤, 탄탄한 선수층과 노련한 경험이 무기



SK텔레콤의 이번 시즌은 말하자면 '고난의 행군'이었다. 임요환 감독 체제가 자리를 잡기까지 팀의 순위가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큰 기복이 있었다. 그간 강팀 중의 강팀 SKT의 입장에서는 포스트 시즌 막차를 타게 된 현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SK텔레콤은 7년동안 진행된 프로리그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을 놓친 적이 단 한차례도 없었을 정도로 포스트 시즌에 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SKT는 협회팀 중에서도 선수층이 탄탄하기에는 최상위권에 손꼽힌다. 프로토스의 강세를 예측하고 대비한 임요환 감독의 포석대로 SKT는 정윤종과 정명훈의 투톱에 원이삭, 도재욱, 김택용으로 이어지는 굳건한 프로토스 라인을 완성했다. 저그 카드인 어윤수와 이승석도 적시에 역할을 해내며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만큼 탄탄한 엔트리가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변수가 된다. 연맹 최강의 프로토스 중 하나였던 원이삭이 저그전에서 극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도재욱과 정명훈의 기복이 상당히 큰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반면, 정윤종은 대 테란전에서 11승 1패를 기록, 팀의 승리를 견인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포스트 시즌에서 SK텔레콤은 카드의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아무래도 특징이 강한 카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상대의 스타일에 맞춰 엔트리를 비틀거나 저격 엔트리를 구성하기에 한결 여유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엔트리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이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규시즌에서 SK텔레콤 선수들의 기복이 비교적 심한 편이었기에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포스트 시즌에서의 많은 경험이 기복을 줄여주는데 보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 준플레이오프 1차전 엔트리 분석



◆1세트 - 이신형 vs 도재욱 - 네오 플래닛S
- "첫 경기부터 이신형이 나올 것이라곤 미처 몰랐겠지?"

네오플래닛S에 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를 꼽자면 SKT에서는 정윤종이 가장 유력했다. 차선책으로 원이삭 정도를 고려할 수 있었지만 원이삭의 경우에는 나로스테이션SE와 아킬론 황무지에서 더 고른 성적을 나타냈다. STX에서는 이를 노려 에이스 중의 에이스 이신형을 1세트에 출격시켰고 SKT에서는 도재욱을 출격시켜 응수했다.

도재욱은 STX의 프로토스를 노리고 나왔을 터인데 이신형을 만나게 되었다. 도재욱 개인에게도 이신형은 꽤 벅찬 상대다. 이신형이 나오리라 예측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승부의 분수령이 아닌 1세트에 이신형의 출전은 임요환 감독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이다. 1세트부터 기세를 제압하겠다는 김민기 감독의 의중을 도재욱이 이신형을 잡아내는 결과로 받아친다면 경기의 국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2세트 - 백동준 vs 정윤종 - 밸시르 잔재
- "밸시르 잔재 최강자들의 격돌!"

저그의 출전이 가장 빈번했던 밸시르 잔재이지만 양 팀에서는 밸시르 잔재 최고의 카드를 뽑아드는 선택을 보였다. STX는 팀내에서 밸시르 잔재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백동준을 기용했고, SKT는 팀의 에이스인 정윤종을 밸시르 잔재에 내보냈다.

백동준이 정윤종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정윤종이 제일 많이 상대한 종족은 프로토스였으며, 여기서 가장 많은 패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즉 정윤종을 꺾기 위해서라면 '프로토스 카드가 제일 써볼 만한 카드'며, 이는 STX가 백동준으로 정윤종을 마크하며 적중했다.

그러나 정윤종이 가장 많은 패배를 기록했다고 해서 프로토스전에 약점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패배보다 훨씬 많은 승수를 기록했고, 정윤종이 기본기와 경험에서 백동준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정윤종이 명백히 우세한 가운데 백동준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하겠다.



◆3세트 - 변현제 vs 원이삭 - 나로 스테이션SE
- "변현제는 프로토스전, 원이삭은 나로스테이션에서 서로 강점 있어"

SKT는 나로스테이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원이삭을 출전시켰다. STX는 이 엔트리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을 공산이 크다. 나로스테이션 팀 내 최대 성적을 거둔 원이삭을 예상범위에 넣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도면 신대근으로 충분한 대응을 할 수 있었지만 변현제를 기용하며 변수를 만들어냈다.

변현제를 기용할 생각이라면 나로스테이션보다는 밸시르 잔재에 출전시키는 것이 더 나았을 수 있다. 원이삭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대근을 기용하지 않은 것은 프로토스전 전담카드로 활용 중인 변현제로 원이삭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결론 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신대근은 다른 세트에 활용하고 변현제로 원이삭을 마크하겠다는 포석이다. 3세트는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거나 굳힐 수 있는 세트이므로 이 경기의 결과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4세트 - 김도우 vs 정명훈 - 아킬론 황무지
-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엔트리 싸움의 결과로 탄생한 매치"

SKT는 아킬론 황무지에서 이신형의 출전을 유력하게 판단했다. 정명훈은 프로토스전도 큰 문제가 없지만 테란전에 보다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다. STX의 아킬론 황무지 최대 출전 선수도 이신형과 백동준이었다. 둘 중 누가 와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었을 것이다.

여기서 STX는 김도우를 기습적으로 내보내며 대응했다. STX는 프로토스를 노리고 김도우를 내보냈는데 정명훈이 등장하면서 예측이 빗나갔다. SKT가 4세트에 이신형을 염두에 두고 정윤종이 나올 것까지 염두에 둔 엔트리다. 정윤종이 나왔으면 최고의 맞춤이 될 뻔했지만, 정명훈의 등장으로 결과적으로는 비긴 싸움이다. 프로리그 상대 전적도 1:1로 동등하다. 양 선수 모두 실력 발휘가 필요한 부분이다.



◆5세트 - 신대근 vs 어윤수 - 신 투혼
- "의도하지 않았던 저그 대 저그전, 약점 극복하는 선수가 승리의 관건"

신 투혼에서 두 저그카드의 만남은 다소 의외의 결과이다. 신대근은 신 투혼에서 1승을 거둔 기록이 있지만 어윤수는 신 투혼에 출전한 전적이 없다. 그런데 신 투혼의 전적을 본다면 다소 이해가 가는 선택이다. 신 투혼에서는 프로토스가 가장 많이 출전했지만, 프로토스와 저그의 맵밸런스는 무려 1:8로 프로토스가 저그를 이기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 팀은 이를 염두에 두고 서로의 프로토스 카드가 출전할 것을 노려 저그 카드를 뽑았는데 같은 저그 카드가 만난 상황이 되겠다. 두 선수 모두 저그전 성적이 그렇게 특출나지 못하다. 어윤수는 스타리그에서 2명의 저그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신대근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신대근은 프로리그에서 저그를 상대로 3승 6패를 기록, 저그전이 심각한 약점으로 드러난 상태다.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6세트 - 조성호 vs 김택용 - 돌개 바람
- "SKT의 돌개바람 약세 혁명가 김택용이 풀어주나?"

STX는 팀의 주축 선수인 조성호를 6세트에 배치했다. 이는 당연한 선택이다. 주력 카드인 이신형과 백동준을 앞 세트에 배치해 득점을 기대하고 조성호가 허리에서 버텨주는 것이 STX로서는 최적의 그림이다. 반면 SKT는 김택용을 뽑아들며 변수를 만들어냈다. 김택용은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고, 프로토스전에서는 1승 6패를 기록, 극히 나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택용의 출전은 특별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SKT는 전체적으로 돌개바람에 취약한 국면을 드러낸다. 전담맨 없이 모든 선수가 고루 출전하고 있는데 패보다 승이 많은 선수가 없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약한 면모를 드러낸다. 임요환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돌개바람에 누구를 출전시킬 것인지 심히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팀 내의 주전이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고 있는 김택용을 기용하면서 자신감 고취와 더불어 주전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택용이 이러한 감독의 의도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는 세트가 되겠다.



◆7세트 - 에이스 결정전 - 뉴커크 재개발 지구
- "이신형 출전 유력! 정윤종이냐, 아니면 정명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STX가 에이스 결정전까지 오게 된다면 이신형의 출전이 거의 확실하다. 다른 카드는 고려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신형의 강세에 반론을 펼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SKT 입장에서도 이신형의 출전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특별한 저격카드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신형의 강함은 막강 그 자체이다. 결국, 경기가 에이스결정전까지 흐르게 된다면 SKT도 정윤종으로 맞불을 놓을수 밖에 없는 것이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다.

이신형과의 테란전을 노리고 정명훈을 출격시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뉴커크 재개발 지구의 경우 정명훈이 가장 선호하는 맵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테란 카드로 빌드 싸움, 피지컬 싸움으로 이끌어가기보다는 정윤종으로 맞불을 놓는 판단이 더 안정적이다. 그래도 SKT 최고의 에이스인 정윤종도 이신형과 에이스결정전에서 만난다면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만큼 SKT의 입장에서 에이스결정전은 가장 피하고 싶은 대결이다. 그 전에 경기를 끝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