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인 나진 e-mFire는 7인 로스터 체제의 도입과 함께 팀 개편을 진행, 특히 나진 실드는 'SAVE' 백영진 선수의 포지션 변경과 함께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며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하며 챔피언스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 2013 핫식스 챔피언스 섬머 8강에 진출한 나진 실드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는 나진 실드. 미드 라이너인 'Ggoong' 유병준 선수와 원거리 딜러인 'Zefa' 이재민 선수는 하나의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다른 게임 종목으로 활동을 했던 경험이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유명 구단에서 활동하다 탈퇴, 이후 나진 e-mfire에 합류한 'Ggoong' 유병준 선수와 카오스의 '지단, 디스트럭션(Destruction)'이자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네임드 사냥꾼 '츠키요미'로 유명했던 'Zefa' 이재민 선수.

시즌 시작부터 "다른 종목에서 활약을 보여주었던 것 만큼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 속에서 첫 챔피언스 리그를 맞이한 두 선수는 데뷔 후 8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이제는 완벽하게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 WoW, 카오스 네임드 플레이어인 이재민 선수(좌), 스타크래프트 선수였던 유병준 선수(우)



과거의 영광을 안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유병준 선수와 이재민 선수. "이제는 리그오브레전드 선수처럼 보이나요?" 라고 인사를 시작하는 선수들에게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재미에서 열정으로 -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를 꿈꾸다




두 분 모두 다른 게임을 주로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Ggoong" 유병준 :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 명절에 친척형과 같이 잠깐 피시방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처음 리그오브레전드를 접했습니다.

사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이전부터 카오스 같은 AOS 게임을 조금씩 했었지만 그때는 그렇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처음 해본 리그오브레전드는 정말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했죠.

한국 서버가 막 오픈된 시점이었는데 처음에는 초가스를 플레이하다 지인 분들에게 아리를 추천받아서 해봤는데 초창기의 아리는 정말 사기였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애정을 가지고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했습니다. 아리는 저의 주 챔피언이 되었죠(웃음).


"zefa" 이재민 :

한창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하고 있을 때였죠.

리치왕의 분노 다음 확장팩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점 던전을 도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템도 모두 갖춘 상황이 되자 여유 시간이 많이 생겼는데 그때 리그오브레전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카오스를 하던 경험이 있다 보니 리그오브레전드도 똑같은 장르의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하던 차에 저와 같이 다음 확장팩을 기다리시던 분들이 같이 해보자고 계속 권유를 하셔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대격변이 나왔어도 리그오브레전드를 하게 되었죠(웃음).

예전에 북미 서버에서 게임을 할 때에는 인터넷 통신사에 따라 핑이 다르기도 했는데 특정 인터넷 통신사를 이용하는 피시방을 찾으러 다니는 등 열성적이 되었습니다.


▲ 재미로 시작해 열정을 가지게 된 이재민 선수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Ggoong" 유병준 :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서 원래 있던 팀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팀을 나와서도 한 번도 게이머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서 나온 후에도 리그오브레전드로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

개인 생활을 할 때에는 정말 열심히 랭크 게임만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단계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계속 혼자서 연습을 하던 중에 박정석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해주셨죠. 그런데 처음에는 제가 원래 다른 종목 프로게이머였던 유병준인 걸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원래 있던 프로게임단에서 나온 것도 있고 그런 사정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가 먼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였던 유병준입니다.' 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오히려 더 반갑게 맞아주셨죠.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반갑게 맞아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zefa" 이재민 :

먼저 나진에서 제의가 온 것이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의를 받기 바로 직전이 개인적으로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저 자신의 실력을 가장 시험해보고 싶었던 시기였고 "만약 실력이 된다면 더 위를 노려보자' 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랭크 게임을 잘 하지 않아서 플레티넘 2 리그에 있던 아이디를 일주일도 안되서 다이아 1까지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나진에서 제의를 해주신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운도 정말 좋았지만 딱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어떤 면이 가장 마음에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Ggoong" 유병준 :

처음에는 AOS 게임 장르 중에서 그래픽과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한 게임이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 논타겟 스킬이 엄청 많잖아요? 그래서 더 치열한 컨트롤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것도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매력이었죠.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는 팀 게임이라 혼자서 '무언가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고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 과정도 굉장히 재미있고요.

게임 자체가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냥 하다 보면 재미가 생기는 그런 마력이 있어요.


"zefa" 이재민 :

라인 전 같은 경우 약간의 거리 조절이나 컨트롤 차이 같은 사소한 것들로 상황이 결정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몰랐는데 상대방이 멋진 컨트롤을 보여주면 그걸 따라하면서 배우고 나중에는 제가 그걸 써서 이기고, 이겨나가면서 또 새로운 걸 배우고 또 실력이 늘어나는 거죠.

천천히 배우는 재미도 컸던 것 같아요.


▲ 컨트롤 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것이 재미있다는 유병준 선수



◈ "이제는 롤 프로게이머로 기억되고 싶어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Ggoong" 유병준 :

사실 나진 실드도 저도 이제 다시 시작하는 단계라 힘든 점을 찾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이제 대회에서 제대로 팀을 갖춰서 경기를 하게 되었다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zefa" 이재민 :

예전 온라인 대회 경험밖에 없는 상태에서 입단 테스트를 치렀는데 그때 솔로 랭크와는 다른 팀플레이 위주의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텀 라인이 먼저 무너져버리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하고 게임을 해보니 확실히 달랐습니다. 그것도 조금 많이 달랐죠(웃음).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최상위 선수들과 게임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을 못한것 같아요. 최근 들어서는 연습도 많이 하고 조금씩 적응하고 있습니다.


▲ 최상위 선수들과의 연습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는 이재민 선수



이전의 게임 경험들이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나요?


"Ggoong" 유병준 :

저는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확실히 스타크래프트와 리그오브레전드는 전혀 다른 게임이지만 승부를 하려면 상대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기본적인 조건은 같죠.

그래서 전에 하던 게임에서 배웠던 "할 수 있으면 어떤 곳에서라도 이득을 가져가야한다." 라는 관념을 조금 더 빠르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관념적인 부분에서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zefa" 이재민 :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하지만 전에 했던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어렴풋이 들고 있습니다.

카오스나 WoW같은 경우에는 기본 아이템이 조금 모자라면 개인 기량이나 팀 파이트에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아무래도 개인기를 위주로 연습했거든요,


사실 이번 나진 실드는 팀 개편으로 신생팀과 같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재 팀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Ggoong" 유병준 :

일단 제가 아직 팀원들 중에 가장 실력이 부족합니다. 그것을 극복하고 최고가 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이번 나진 실드는 어떻게 보면 창단한 지 6개월이 채 안 된 신생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팀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색깔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팀 내 분위기는 굉장히 좋습니다. 26세 형들 두 분(정노철, 이재민 선수)도 계시고 해서 평균 연령이 높은 팀이기도 합니다만(웃음) 그런 점들이 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게 정말 큰 장점이죠. 개인적으로도 두 분 모두 좋은 형들이기도 합니다.


"zefa" 이재민 :

팀 분위기는 정말 화목합니다. 그래서 연습 때는 서로 CS 쟁탈전을 하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빈 라인이 생겨서 그쪽으로 가려고 하면 한쪽에서는 (정)노철이가 "아... 나 룬방벽이 안나와..." 이러면서 압박을 주고 그래서 다른 라인을 가려고 하면 (유)병준이가 "아...내 CS..." 이러면서 서로 압박을 하는데 옆에서 들어보면 정말 재미있죠. 선수들 끼리는 밥그릇 쟁탈전이라고도 합니다(웃음).


▲ 형들 칭찬을 하는 유병준 선수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이재민 선수



처음으로 프로팀들과 상대하면서 어떤 점들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Ggoong" 유병준 :

MVP 오존과의 경기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같이 경기를 해본 것 만으로도 경기의 운영, 팀 전체의 스타일 변화 등 다양한 점들을 배울 수 있었죠.

다른 팀원들도 최대한 모든 것을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zefa" 이재민 :

저 자신이 부족한 점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이 확정되고 처음으로 경기를 진행할 때는 포지션도 멤버들도 모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돌발 상황이 나오면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없었는데 국내 최고의 팀들을 상대로 하다보니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대처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신생팀의 마음으로 경기를 할 때마다 최대한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는 나진 실드



가끔 같은 종목의 게이머였던 형제팀의 'Watch" 조재걸 선수와 옛날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Ggoong" 유병준 :

조재걸 선수는 성격 자체가 매우 좋다보니 금방 친해졌어요. 가끔 예전 자기 스타크래프트 경기 VOD를 보는데 제가 몰래 뒤에서 같이 보죠. 둘이서 옛날 경기를 보면 좀 재미있어요.


▲ 유병준 선수와 같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조재걸 선수



이번 섬머 시즌에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Ggoong" 유병준 :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우승이 아닐까 합니다. 그 어떤 선수도 8강에서 아쉽게 돌아가고 싶지는 않겠죠. 그리고 만약 상황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승할 만큼 노력을 해보고 싶습니다.


"zefa" 이재민 :

매 경기에서 최소한 '바텀 라인에서 뒤지고 싶지는 않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팀들을 만나더라도 압도적으로 밀리지 않을 정도로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벤 가족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Ggoong" 유병준 :

이번 나진 실드는 탑 부터 바텀까지 전부 변하면서 새로운 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재편된 나진 실드와 함께 이번 시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zefa" 이재민 :

카오스에서는 지단과 디스트럭션, 와우에서는 츠키요미로 유명세를 탄 적이 있지만 이제는 모두 지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나진 실드의 제파로 예전의 이름을 뛰어넘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 "롤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