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벤은 매주 월요일 지난 한 주간의 온라인 게임 순위를 집계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8월 첫째 주 인벤 온라인게임 전체 순위
(집계 기간: 2013년 7월 29일 ~ 2013년 8월 4일)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다.

널리 알려진 속담이지만, 이전까지는 그리 수긍하지 않던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나 '청출어람'과 같은 말을 더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요즘 이 곳, 온라인순위를 집계할 때는 '구관'들의 저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실로 엄청난 점유율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집계된 순위 간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 정도'라는 기준으로 해석해본다면, 약간의 차이라도 분명 의미있는 지표일 겁니다.

무릎을 '탁' 칠만한 신작이 뜸한 모습, 제법 괜찮다 싶은 게임이 나오더라도 주목받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모습들을 보는 일도 어느덧 꽤 오래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꾸준히 살아남아 순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노장급 게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번 주 포커스는 평균 연령 5년을 훌쩍 넘긴 '노장(老將) 특집'입니다. 10위권에서 한판 붙은 8년차 노장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와 10년차 노장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 후속작 효과를 받아 전진한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하 카스 온라인', 그리고 대규모 업데이트 Re:birth로 재진입한 'R2'가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1위~10위 : 노장들의 팔씨름 한 판 ▲ '던파' vs ▼ '메이플'

- 평균 연령 9년 이상, 노장들의 힘 vs 힘 대결
- '두 살 젊은' 던파가 아슬아슬하게 뒤집기



온라인 게임의 역사는 그리 긴 편이 아닙니다. 인터넷 속도 하면 최고로 쳐주는 나라지만, 온라인 플레이를 위한 기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시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그 짧은 기간 안에는 굵직한 투쟁사가 한가득 담겨있습니다. '던파' '메이플'도 투쟁사의 한 페이지를 풍미했던 '노장'들임에 분명합니다.

7월 초부터 시작된 메이플의 역습. 붉은 물결을 앞세워 파죽지세로 10위권 재진입에 성공했던 메이플이 다시 조금씩 밀려나고 있습니다. 약 2~3주의 시간 사이에 하얗게 불태워버린 모습인데요. 지난 주 아이온의 강철로봇 첨병에 일격을 허용한 것에 이어 이번 주에는 던파와의 힘싸움에서 다시 고배를 마셨습니다.

각각 8년, 10년을 서비스해온 노장들이라지만, 조금이라도 젊은 쪽이 아무래도 유리했던 모양입니다. 던파가 날린 회심의 뒤집기에 공중 2회전 후 나가떨어진 메이플. 막상막하의 대결 끝에 한 순간의 판단미스로 7위 자리는 던파가 차지했습니다.

순위권을 지키는 '노장'들은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건이다' 싶은 신작들은 아직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며 출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상황. 젊은 패기를 앞세운 그들이 기득권층의 아성을 무너뜨릴 날은 아직 그리 뚜렷해 보이지는 않네요.

기럭지에서 밀린 것은 아닐까...




11위~25위 : 자식농사 잘 지었구려! ▲ '카스 온라인' 3계단 전진

- 준수한 외모 보여준 아들, '카스 온라인2'
- 중위권 진입, 자식의 앞길 위에 레드카펫 깔아주나



8월 7일부터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2'(이하 카스 온라인 2)가 카운트다운 베타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핵심 콘텐츠인 '빅시티'를 선봉으로, 24시간 서버 운영과 매일 5천 명씩의 신규 유저 유입, 그리고 공개 서비스까지 계정 정보를 유지시킨다는 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서 말이죠.

준수한 외모의 아들 덕분인지, 전작인 '카스 온라인'이 상승효과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마치, 잘 키운 자식 덕택에 아버지가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 같습니다. 한층 자신감이 상승한 카스 온라인은 3계단을 올라서 중위권 문턱인 25위에 걸음을 딛었습니다.

2009년부터 카스 온라인은 좀비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업데이트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 좀비 시나리오 시즌 4가 공개됐죠. 카스 온라인 2의 공개가 점점 다가오는 지금, 아버지와 아들의 차별 포인트로 좀비 모드라는 키워드가 선택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카스 온라인 2는 '청출어람'을 꿈꾸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전작이 가지고 있던 스토리라인과 콘텐츠 등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 위에 색다른 무언가를 더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A와 A+@를 놓고 본다면 객관적으로는 당연히 A+@ 쪽이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미루어보면, '카스 온라인'의 이번 주 전진, 그리고 앞으로 거둘 성과는 고스란히 그 아들을 위한 레드카펫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요.





26위~50위 : 부활의 신호탄, Re:birth ▲ 'R2' 재진입 성공

- 업데이트 적용 후 평균 접속시간 30% 증가
- '업데이트 효과'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



지난 25일, 기다란 파공성을 남기며 R2의 Re:birth 업데이트가 막을 올렸습니다. R2는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당시 메인을 맡았던 개발자 역시 뚜렷한 스타일을 갖췄기로 정평이 나있는 사람입니다. '노장'으로 불릴 자격은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된 직후에는 별다른 반향이 없었습니다만, 한 주가 더 지난 이번 주에는 유저들의 평균 접속시간이 30% 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웹젠 측에서는 늘어난 유저들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오리지널 서버를 추가했다고 하네요.

대규모 업데이트 및 함께 마련된 이벤트에 힘입어 순위권 재진입에는 성공. 하지만 그간 순위권 밖에 있었을 뿐, R2는 꾸준한 유저 수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재진입을 두고 '파격적인 상승'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번 상승효과를 일시적인 것으로 끝내지 않는 것.

언제가 됐든 반드시 다가올 후폭풍을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에 따라 '노장'으로 남을지 그냥 '퇴역 군인'으로 남을지가 달려있습니다.




■ 중하위권 소식


20, 21위 :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 블리자드 RTS 형제의 동반 전진
- '우리는 아직 건재하다!' 활력 드러내



블리자드의 전략시뮬레이션 형제가 온라인 RPG들로 이루어진 구관들의 향연 사이에서 나란히 2계단씩 상승하는 쾌거를 보여줬습니다. e스포츠 공식 종목에서 제외됐다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모습입니다. 연차로만 봐도 스타크래프트(1998년)와 워크래프트3(2002년)는 '갑 of 갑'이라 할 만하죠.

그러고보면 최근 몇 달간 순위가 떨어지더라도 항상 중위권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구관의 뚝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40위 : 테일즈위버

- 재진입 직후 다시 6계단, 고속질주 중
- 옛 영광 위에 더해진 신규 에피소드 효과, 제대로 먹혔다?



오늘 포커스를 '노장 특집'으로 잡은 이상 테일즈위버의 고속 상승세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지난주 46로 재진입한 것에 이어 다시 6계단 상승, 40위에 랭크됐습니다.

테일즈위버 역시 10년 가량의 생명력을 자랑하는 타이틀입니다. 탄탄한 원작 세계관과 더불어 아기자기한 그래픽, 그리고 감칠맛나는 OST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최신작들과 견주어도 그다지 밀리지 않을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었죠.

에피소드부터 OST까지 새로운 즐길거리를 듬뿍 가지고 돌아온 명장은 당분간 순위권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닐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종훈 기자 (JeeK@inven.co.kr)





* 이번 주 만평 소재는 '게임개발자연대' 설립을 위한 준비 모임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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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5일) 오전, 김종득 모임 대표의 '게임개발자연대 설립 준비 모임'에서는 7월 31일, 8월 1일 양일간 트위터, 페이스북,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게임 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문의 핵심은 업계 종사자들의 현실적인 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과로 발표된 게 급여 체불관련, 야근 비율, 직장 내 성차별에 관련된 것 들이었으니까.

적당히 예상은 했지만, 제 예상보다도 빡빡해 보였습니다. 설문조사 참가자들의 34.7%가 '급여 체불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중 50% 미만은 체불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과반수에 가까운 48.5%가 '일주일 평균 5시간 이하의 야근을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근무 만족도입니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이 12.6% 인 것에 반해, '만족스럽다'는 의견은 49%에 이르렀습니다. 체불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라도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해서는 나름 만족하고 있는 숫자가 꽤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설문의 논지는 김종득 모임 대표의 말처럼 '업계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 개선과 산업에 대한 인식 등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발표 내용과 같이 게임 개발자가 행복해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한국 개발자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향한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노선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창의력과 개발력이 마음껏 표출되려면, 활기찬 근무 환경이 우선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태학 기자 (Karp@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