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럴 캣츠의 도레미, 타샤, 쏠(좌부터)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코스프레'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문화였습니다. 애니메이션, 게임 문화에 과도하게 심취한 사람들만 접근한다는 인식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습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코스프레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기에 일색 짙은 코스프레 문화에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하지만 그녀들이 등장한 뒤 이러한 관념의 틀은 조금씩 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각 게임사들은 앞다투어 그녀들을 섭외하기에 바빴고, 그녀들 역시 쏟아지는 관심을 즐기기라도 하듯, 최고 수준의 코스프레로 매번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국내 1호 프로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 캣츠'의 타샤, 도레미, 쏠 양입니다.




이번에 '에이지 오브 스톰'의 엘류인 코스프레를 하셨는데,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특정 부분이 상당히 강조되어 있었잖아요.

타샤 - 방어도가 상당히 높은 갑옷이었죠.(웃음) 사실 처음 그 캐릭터 디자인을 봤을 때는 그 부분을 체크 못했어요. 그냥 분위기만 좋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준비할 때 보니, 가슴 아랫부분이 살색인 거에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제작 자체는 재미있었어요. 이거 일단 만들면 분명 화제거리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의도대로 된 것 같아요.


그... 가슴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신 거예요?

타샤 - 그 질문 예상했어요. 저희 대표님께서 포토샵 정말 잘 해주신 것으로 말하라고 당부하셨어요. 그 이상은 노 코멘트입니다.


타샤가 생각하는 엘류인 코스프레의 특징은?

타샤 - 특징이라기보단... 투구 디자인 보고 되게 난감했어요. 진짜 만들기 어려운 디자인이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벗는다 생각하고 가발로 대체해도 되냐고 네오위즈 측에 문의했는데, 오케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디자인이 된 거예요. 일부 개발사들은 코스프레 팀 배려도 잘 안 해주는데, 네오위즈는 저희 의견을 정말 많이 경청해주는 편이었어요.


'에이지 오브 스톰'의 다른 캐릭터도 많은데 꼭 엘류인 코스프레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타샤 - 새로나온 캐릭터이기도 하고... 네오위즈 측에서도 엘류인을 추천해 주셨어요. 제작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스타크래프트 캐리건'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에이지 오브 스톰 '엘류인'


'에이지 오브 스톰'은 좀 해보셨어요?

타샤 - 어제 멤버들하고 해봤어요. 쉽고 재미있어서 새벽 3시까지 했었어요. 에이지 오브 스톰 인벤 게시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도 썼어요. 일단 고수들이 없고, 실력이 다 엇비슷해서 좋았어요. 다른 AOS 게임 접속하면 저희가 저레벨이라 억울한 일도 많이 겪는데 여기는 아직 초반이라 열심히 하면 잘 될 것 같아요.

도레미 - '에이지 오브 스톰'하고 좋았던 게... 다른 유저를 잡아 봤다는 거에요.


기존 AOS와는 조금 다른 시점의 게임인데 적응하는 데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타샤 - 예전에 사이퍼즈를 해 본 적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사이퍼즈는 상당히 어려웠는데 이건 금방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 "에이지 오브 스톰에선 다른 유저를 잡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스타크래프트2'의 캐리건 코스프레가 해외에서 굉장한 반응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타샤 - 원래 저희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4만 개 정도 됐거든요. 한 3년 노력해서 4만 개 모은 거죠. 그런데 캐리건 나가자마자 추가로 3만 명의 '좋아요'가 탁 들어오는 거예요. 진짜 캐릭터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 코스프레 등장 후 프랑스나 일본, 멕시코, 브라질 등에서 초청장이 엄청 날아왔어요. 제 얼굴이 남미 쪽에서 인기가 많나봐요.(웃음) 에콰도르 같은 곳에서도 초청장 온 거 보니까.

그런데 이게 팀 단위 초대가 아니라 저 한 사람만 초대하는 거였어요. 지원해주는 경비가 한 장 뿐이더라고요. 그래서 거절했어요. 저희는 항상 팀 단위로 움직이니까요.


캐리건 머리가 되게 인상 깊었는데, 어떻게 만든 거예요?

타샤 - 치과가면 이 본따는 물질 있잖아요. 그걸로 일단 얼굴을 다 칠했어요. 코 빼고요. 두상 뜨고 보니까 제가 되게 못생겼더라고요.(웃음) 거기에 굳는 우레탄 바르고 머리 빡빡이 됐을 때 헬멧같은 것 만들고... 그런 식이예요. 그 다음에 머리카락 고정시키는데, 그 틀 안 쪽에 머리카락을 철사로 고정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되게 아팠어요. 주위에서 머리 툭 치면 그게 막 흔들려서 아주 죽는 줄 알았죠.

- 캐리건 의상 제작했을 때는 만들 시간이 되게 촉박했어요. 한 달 정도 안에 만들어야 했는데, 퀄리티 요구는 되게 높았거든요. 그 때 식용 젤라틴도 재료로 써 봤는데, 나중 가니까 썩는 거예요. 스튜디오에 날파리 꼬여서 다 버렸어요.

▲ 세계에서 인정받은 '캐리건' 코스프레


해외는 코스프레 문화가 자연스럽게 잘 발달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타샤 - 맞아요. 문화 차이 같아요. 북미권의 경우 할로윈 파티라고 해서 그 날에 맞는 복장을 입고 그러거든요. 이런 게 놀이 문화로 정착되어 있어 코스튬플레이를 보는 주위 시선이 그리 낯설지가 않아요. 그런데 한국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의상을 입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듯 하니 처음에는 신경 많이 쓰였죠.

하지만 다행인 게, 최근 한국도 점점 파티 문화가 활성화 되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저희 스파이럴 캣츠를 보고 '코스튬플레이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의견도 많이 듣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죠.


[ ▲ 스파이럴 캣츠 '도레미' ]
국내 코스프레 문화권에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팀이 있나요?

타샤 - 국내에서 공식적인 프로 코스튬플레이 팀은 저희뿐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딱히 경쟁심을 느끼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코스튬플레이 신생 팀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도레미 - 코스튬플레이라도 프로와 아마추어는 차이가 있어요. 일단 이 일로 돈을 번다, 안 번다 같은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만족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에요. 아마추어 코스플레이어는 대체로 자기 자신이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고요. 프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야만 해요. 이정도는 되야 인정할 만 하다는....그러니까 일정 퀄리티를 넘어서야 되는 거죠.


의상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대표님께서 연출을 굉장히 잘 하시는 것 같아요.

타샤 - 대표님이 원래 미술 전공자였고, 이전에 근무하던 게임사에서도 아트 디렉터로 재직하셨어요. 그 때 개발하던 게임 명이 '스파이럴 캣츠'였고, 그게 저희 팀 명으로 이어져 온거죠.


'스파이럴 캣츠'가 원래 게임명이었어요? 무슨 게임이었는데요?

타샤 - 3D '던전앤파이터' 같은 게임이었고, 당시 저는 그 프로젝트의 배경 디자이너였어요. 그런데 그 게임 개발이 취소되고 저는 한 1년 정도 쉬었거든요. 되게 어렸을 때부터 회사생활을 한 거라 한이 맺혔던 것 같아요. 1년 쉬면서 막 이런저런 코스프레도 해보고 있었는데, 이게 깊이 들어가보니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보통 옷 만들고 촬영하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타샤 - 재료 사는 것 까지 다 합쳐서 약 한 달 정도 걸려요. 네오위즈 측에서 배려를 많이 해줘서 유니스 엘류인 의상 제작은 그 정도 걸렸어요. 시간에 쫓기지 말고 퀄리티 높이는 데 더 신경쓰라고 하셨거든요. 음... 사실 애초 계획은 더 빨리 완성하는 것이었는데 저희가 늦장을 부린 감도 있었어요.


[ ▲ 스파이럴 캣츠 '쏠' ]
촬영이 마무리되면 의상은 어떻게?

타샤 - 창고에 넣어 둬요. 지금까지 만든 것 다 넣어놨어요.

- 스튜디오가 완전 포화 상태예요.


자선 경매 같은 것 하면 반응 좋을 것 같은데...

타샤 - 업체 측에서 그런 것 진행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2~3년 전 만든 옷들도 있고... 지금 스튜디오 한 켠에 판다렌 의상이랑 티버 의상 이런 것 다 있어요. 다시 인벤방송국에서 가져가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도레미 - 예전에 입었던 것을 또 입으면 유저들이 '그만 좀 입으세요!'라고 해요. 악마사냥꾼은 한 열 번 쯤 본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럼 지금까지 코스프레 의상 작업물 중 가장 제작이 힘들었던 게 뭐였나요?

타샤 - 늘 느끼는 건데... 가장 최근에 만드는 게 힘든 것 같아요. 이미 갖고 있는 노하우에 뭘 덧붙여야 되니까요. 사실 이게 유저분들이 보시기에는 잘 티가 안 나는건데 이번 것은 재질 같은 것도 신경 많이 썼어요. 광택 반짝반짝하게 내려고 노력했고... 여러가지 시도를 되게 많이 했어요.

그리고 엘류인은 '불' 콘셉트로 제작하려고 신경 많이 썼는데 덕분에 에피소드도 하나 생겼어요. 대표님께서 "뒤에서 불 피우고 찍자. 느낌있게" 하셨는데, 처음엔 좀 당황했죠. 스튜디오에서 불을 피우다뇨. 그런데 캠프파이어에서 사용하는 안전한 장작 사용하고 환풍기, 소화기도 있으니까 진짜 한 번 해볼 법 한거예요. 그래서 피웠죠.

도레미 - 그런데 막상 불 피우니 장작은 다 타고 환풍기는 고장났어요. 사진도 못찍고 네오위즈 관계자분들에게 양해 구하고... 그 때만 생각하면 어휴...(웃음) 그리고 최근 작품 만들면서 사포질 정말 많이 했어요. 진짜 5~6시간동안 사포질만 해야 되요. 진짜 하루종일 사포질, 곡선 만들기 위한 사포질, 대표님도 핑크색 머리띠 하시고 사포질하고...


스파이럴 캣츠의 코스프레를 보고 있으면, 점점 퀄리티가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타샤 - 그렇게 봐 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사실 그것 때문에 저희도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코스프레를 봐 주시는 분들은 계속 더 나은 퀄리티를 원하실 거니까요. 지난 번에 캐리건, 이번에 엘류인을 보여드리고 난 뒤 생각해 보니, 더이상 뭘 보여드려야할 지 모르겠는 거예요. 공중을 날아야 되나... 이런 생각도 들고.(웃음)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게 스튜디오 전면 개편이예요. 대표님도 지금 막 영상 장비 지르고 계세요. 사실 저는 원래 하던 것 계속 하는 성격인데, 저희 대표님은 뭔가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세요. 그래서 몸은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대표님이 그런 분이라 참 다행이라 생각해요.



▲ 에이지 오브 스톰의 '유니스' 코스프레



본격적으로 스파이럴캣츠가 바빠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타샤 - 아무래도 2012년에 공개한 '아리'가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당시 인벤에서 스튜디오도 취재도 해 주었고, 그 이후 나진과 서포터 형식으로 계약하면서 점점 바빠진거죠. 그 전까지는 이 쪽 분야에서 아는 분만 아는 그런 팀이었어요. 게임 쪽 유저들은 거의 모르는 팀이었고요. 원래 애니메이션 쪽 코스프레만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리' 이후로 게임 코스프레도 많이 하게 됐고,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쌓게 되었던 것 같아요.


사진 찍을 때 포즈 있잖아요. 그 포즈는 어떻게 구상하는 건가요?

타샤 - 늘 연습하죠. 저는 하루에 한 시간씩 연습하는 편이예요. 만약 도레미가 연습한다고 하면, 제가 사진을 찍어 줘요. 그리고 포토샵으로 옮겨 놓으면 대표님이 보시고 "엉덩이는 이쪽으로 좀 빼, 가슴은 이쪽으로 더 당기고..." 이런 식으로 코칭해 주세요. 고정된 포즈에서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거라 보면 되요.


일년 중 유독 바쁘거나 한가한 때가 언제죠?

타샤 - 가장 편할 때는 지스타 끝난 12월에서 다음 년 2월 정도예요. 진짜 아무 일이 없어 손가락만 쪽쪽 빨았어요. 그 때는 회사들이 예산안 잡는 시기라 특별히 일이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나름대로 고민 중이에요. 비수기 때 무엇을 할 지.

- 스파이럴 캣츠 방송도 계획 중이고요.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도 해 볼까 생각중이예요. 타샤 언니는 이번 지스타 끝나면 '진격의 거인' 코스프레도 해볼까 생각 중이래요.


그럼 다른 분들은 개인적으로 하고싶은 코스프레가 있나요?

도레미 - 전 키작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좋아해요. 근데... 제가 보다시피 키가 커요. '룰루' 같은 캐릭터 해보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어요. '에이지 오브 스톰'이라면 '유니스' 해보고 싶어요. 진짜 해보고 싶은데 아휴... 키 때문에.

▲ 에이지 오브 스톰의 '유니스'


스파이럴 캣츠는 인원이 총 몇 명이예요?

타샤 - 정규멤버는 현재 3명이고요. 나머지는 객원멤버예요. 지금 여기 있는 쏠도 객원이에요. 이 친구는 더 많이 활동하고 싶어 하는데, 학업때문에 쉽지가 않아요. 대신 미국 쪽으로 우리가 영상을 보내주면, 자기가 현지 리포터처럼 취재 및 영상관련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예요. 코스프레도 하고요.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레미 - 이번에 타샤 언니 엘류인 코스프레 만드는 것 저희도 열심히 도왔어요. 쓰레기도 치우고, 땀도 닦아주고, 화장 고쳐주고...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했고요. 언니가 의상 딱 입은 것 보고 '부럽다.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앞으로도 저희 스파이럴 캣츠 사랑해주시고 제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언니는 바빠서 '에이지 오브 스톰' 아주 많이는 못했지만, 저는 진짜 많이 했어요. 모든 캐릭터 한 번씩은 다 해봤고요. 지금도 열심히 연습 중이니까 다음에 인벤 유저 분들과 꼭 같이 해 봤으면 좋겠어요.

- 전 무엇보다 '엘류인'이 빨리 업데이트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원래 이런 장르 게임을 잘 하는 편이 아닌데, 이건 그래도 재미있더라고요. 엘류인 빨리 해보고 싶어요. 아, 오스카도요.

타샤 - 이번에 '에이지 오브 스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조금 한가해지니까 게임 좀 제대로 해보려 해요. 공개방에 '스파이럴 캣츠 이야호'라고 있는데, 그거 저희가 만든 거예요. 같이 게임도 즐기면서 재미있고 놀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제작 후기] 에이지 오브 스톰,멋진 코스프레로 돌아온 그녀들! 스파이럴 캣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