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연, 심상치 않았습니다. 하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PPT 메인을 장식한 손글씨 화면을 봤을 때 이미 직감했어야 했죠. 그보다 한 템포 늦었더라도, "다른 강연들 제쳐두고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강연자의 말을 들었을 때 즈음에는 알아차렸어야 했습니다.
크라이텍에서 워페이스 한국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임성진 시니어 디자이너는 "여러 이야기를 얕고 넓게 살펴볼 생각입니다"라며 "슬라이드 수가 상당히 많아서 한 장당 머무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언급했던대로, 임성진 기획자의 이야기는 여러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들어봤던 강연들 중 대다수가 정해진 주제를 바탕에 두고 차근차근 흘러가는 방식이라면, 이 강연은 달랐습니다. '게임 디자인과 디자이너'라는 키워드로 묶여있긴 했지만, 그것들이 질서정연하게 나열되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차라리 주제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간 마인드 맵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쯤에서 어느 정도 프레임이 잡혔습니다. 이 이야기는 게임 기획자를 고려하고 있는 지망생들에게 '이쪽 업계의 현재는 이렇다'는 메시지로 보는 것이 적합할 거라는 생각. 그래서 이 강연은 임성진 기획자가 보여준 100여 장 이상의 PPT 화면을 추리고 추려 그것을 토대로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떤 결론을 얻고자 하기 보다는 14년차 기획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 게임업계의 단면들을 살펴본다는 생각으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