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KGC 2013에서 정말 신선한 강연을 만났습니다. 아니, 신선하다고 표현하기는 많이 부족합니다. 정말 충격적이고 흥미로운 강연이었습니다. 최근에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를 읽는 '진화심리학'과 게임을 접목해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내고 방향을 제시한 강연이었죠.

이날 강연에서는 상하이 윈 게임 넷의 '왕 쉬잉'(Shiying Wang) COO가 강단에 올라 '게임 vs 진화심리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습니다. 신선하고 독특했던 강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다소 강한 표현도 최대한 그대로 설명해 드릴 예정이니, 다소거칠거나 거슬리는 표현이 보이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상하이 윈 게임 넷의 '왕 쉬잉'(Shiying Wang)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다 - Evolitionary Psychology

그녀는 먼저 '진화심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인식의 학문을 소개했습니다. 진화 심리학의 전제 중 하나는 인간의 신체는 오랜 유목시대에 진화하였기 때문에 그 신체뿐만 아니라 행동도 현대사회가 아닌 유목사회에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오랜 시간 진화를 거쳐오면서 고유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조성되어 때로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녀는 예시로 당뇨병에 걸린 환자가 식단을 잘 조절하지 않고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을 꼽았죠.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만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길고 긴 원시사회가 현대 인류의 행동과 심리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고, 이는 유전자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인류의 역사는 5만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지금의 고고학은 분석을 통해 약 600만 년 전부터 인간의 역사가 시작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열악한 생존환경에서 희소한 자원과 좁은 교류를 했던 원시사회의 생활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쳐 현대 인류가 때로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원인이 된다고 진화심리학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The Seven Deadly Sins - 일곱가지 원죄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일곱 가지 원죄와 게임을 접목한 부분이었습니다. 왕 쉬잉 강연자는 흔히 종교적인 개념으로 말하는 7가지 원죄를 진화심리학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게임에는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를 각각의 죄와 게임을 연관지으며 강연을 이어 나갔습니다. 문득, 연금술이 생각나는 것은 제 기분 탓이였겠지요.



- 색욕. 色慾 - Lust

일곱가지 원죄 중 첫 번째 원죄인 색욕에 대해서는 인간의 생존과 번식의 본능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색을 더 좋아하는 것은 생리적인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달 내에 100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은 많은 자손을 생산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여성의 경우는 1명의 자손밖에 가질 수 없습니다. 이런 생리적인 구조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더 색을 좋아한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어떤 여성이 더 매력적일까요? 진화심리학은 여성의 매력도 분석했습니다. 깨끗한 피부와 젊음, 그리고 힙과 허리의 0.7의 이상적인 비율. 또 다른 매력요소는 큰 눈과 긴 머리칼이며, 마지막 매력요소는 풍만한 가슴이랍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여성의 풍만한 가슴은 생식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매력을 증진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색욕'의 요소는 게임을 디자인하는 동안 부지불각중에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 폭식. 暴食 - Gluttony

세상에는 많은 다이어트 기관이 있지만 ,살을 찌게 해주는 곳은 없습니다. 그것은 폭식이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원시사회가 현대 인류에게 끼친 영향 중 하나가 바로 폭식이죠. 열악한 원시사회의 환경에서는 있을 때 많이 먹고 저장해두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재 인류는 폭식으로 살아남은 인류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이 폭식은 오늘날 '소유욕'을 강하게 해주었습니다. 가진 것이 더 많은 사람일수록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더 많이 가지고 있으니 저장해두려는 습성과도 비슷하죠. 오늘날 게이머들은 오랫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더이상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게임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이런 성향은 소유욕과 큰 관계가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축적해 놓았기 때문에 버리기는 아깝다는 '소유욕'이 게임에 작용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을 기획할 때는 게이머들의 소유권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레벨과 경험치 같은 '수치'와 펫이나 장비 같은 '아이템', 친구와 길드로 나타나는 '사회관계'. 그리고 마지막은 자격과 영예의 소유권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또, 각 소유권마다 수량과 종류가 많아야 하고, 커스터마이징으로 희소성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희소성으로 인해서 많은 유저들이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얻어내고 획득한 유저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며 더 소중히 다루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는 육성이나 합성 등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소유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탐욕. 貪慾 - Greed



세번 째 원죄는 탐욕입니다. 남성이야 먼저 언급한 '색'을 좋아하지만, 여성은 어떨까요? 여성은 돈을 좋아합니다. 이는 원시사회의 영향이죠. 수많은 남성이 언제든지 생산할 수 있는 작고 올챙이와 비슷한 모습의 그것은 흔한 자원라, 큰 매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색'에 많이 끌리지 않는다는 군요.

여성들은 자신이 편안한 삶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인 '돈'에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사실 돈은 하나의 상징일 뿐, 여성은 번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자원을 필요하게 되고 안정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펫이나 카드합성과 같은 게임시스템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여성 유저들을 노린 게임에는 수집의 요소가 핵심입니다. 유저들이 수집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속성을 제공하고 컨텐츠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녀는 여성들의 '탐욕'을 충족시켜야 게임에 묶어둘 수 있다고 다 시 한번 탐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나태. 懶怠 - Sloth

원시사회에서는 현대사회와 반대로 나태한 사람이 살아남았습니다. 폭식으로 많은 지방을 축적하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야 기근과 추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오히려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했답니다. 결국, 현대 인류는 나태한 원시인류의 후손이라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나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에너지를 아끼려는 '나태'는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누워있으면 일어나려 하지 않고, 앉으면 일어나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죠. 게임은 인간의 나태한 본능을 잘 적용한 오락거리입니다. 자동이동 혹은 자동사냥과 같은 시스템이 인류의 '나태'가 잘 드러나는 시스템이죠.

그녀는 인류는 몸은 나태하려고 하지만 뇌는 끝없이 움직이려고 한다는 욕구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몸은 편안해도, 뇌는 끝없는 자극을 원하며, '모험심'은 뇌가 원하는 자극을 잘 만족시켜주는 감정입니다. 게임이야말로 나태와 맞는 완벽한 시스템이자 컨텐츠입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 몸은 편안하지만, 뇌는 끝없는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육신의 안전도 보장하죠. 아! 물론 게임을 하다 발생하는 현피는 강연을 전달하는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니 알아서 잘 조절하시길 빕니다.



- 분노, 憤怒 - Wrath

다섯 번째 원죄는 바로 '분노'입니다. 분노는 자기의 바람이 실행될 수 없거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행동이 좌절에 직면했을 때 결코 기쁘지 않은 심리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분노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서도 나타나죠. 생존본능과 번식본능에도 분노가 표출되며, 결국 분노는 인류의 생존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감정입니다. 여담으로, 태어난지 3일 된 아기도 분노를 표출한다고 하네요.

분노는 반드시 표출되어야 하고 대상이 필요합니다. 사회에서 마음껏 분노를 표출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죠. 금년도 진행된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주의력이 산만하거나 우울증 증세가 있는 370여 명의 13~14세의 아동을 모아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면 실제로 폭력적인 행위를 현실에서 하지 않는 결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분노를 통해 실패를 겪고 나게 되면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분노를 느끼게 하고 그 분노를 바탕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분노는 게임 내 몬스터나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표출되어야 하며, 개발자를 향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너무 어려운 게임의 난이도가 개발자를 향해 유저가 분노하는 나쁜 예시가 되죠.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또 여담이지만, 개발자를 향한 분노의 내용을 듣는 동안에 문득 '디아블로 3'에서 장비가 좋지 않았던 서비스 초창기 시절 성채 지하에서 비전강화, 순간이동, 빠름, 무적하수인 속성을 가진 영혼갈취자를 만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 오만과 질투. 傲慢, 嫉妬 - Pride & Envy



그녀는 마지막 원죄 두 가지, 오만과 질투를 같이 묶어서 설명했습니다. 오만과 질투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원죄는 오만한 사람을 보고 질투를 하고, 질투는 다시 사람을 오만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완벽한 순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유저는 최고의 오만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강력하며 아름답고 섹시한 아내가 많이 있고, 잘생기고, 돈도 많고.모니터안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세상의 모든 질투를 받는 최고의 사람이 될 수 있죠. 이 느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똑같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현실에서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안된다는 것과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죠.

오만과 교만은 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교만과 오만을 통해 질투를 받는 것이죠. 이것 외에는 본인의 소유물을 빼앗길 때 질투심을 유발합니다. 게임의 유저들이 서로 아이템 혹은 장비를 뺏고 빼앗기도록 게임의 구조를 설계하면 질투심과 교만을 잘 유발해 교류와 경쟁을 활발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네요.






왕 쉬잉 강연자는 이후 강연에서 원시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들어 귀여운 캐릭터의 중요성과 지나치지 않은 선택권, 그리고 유저들의 소통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유저들이 본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다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 귀엽고 직관적인 아이콘은 앱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통계 자료

▲ 상점에는 미소를 띄고 있는 친절한 여성 NPC를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 남성과 여성이 좋아하는 그래픽 성향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