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닐랩 조형호 창작 프로듀서


게임이 문화 콘텐츠라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사회에서 언급하는 이 명명은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각종 사업 계획을 언급하면서는 국가를 이끌어가는 신 성장동력으로 칭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청소년의 정신을 좀먹는 마약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그 어떤 문화 산업에 비해서도 게임의 해외 수출액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임 내부에도 동전의 양면이 도드라진다. 기술적으로는 첨단 산업의 1차 정류장일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세대 게임의 재미를 그리워하는 유저가 많다. 급속히 팽창한 업계 규모와는 별개로 개발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왜 우리는 게임을 통해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일까.

27일, 'KGC 2013' 마지막 날 독특한 자리가 준비되었다. '트랜스컬처: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 포지셔닝'이라는 제목의 강연은 실용적인 가르침과는 완전히 동떨어지는 내용처럼 보였다. 하지만 집중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게임의 본질인 감동을 찾고, 우리가 본래 원하는 세계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 청중에게 숙제를 남기는 듯했다.

강연자인 조형호 PD는 밴드 및 각종 문화공연 활동을 거쳐 게임계 일을 시작하고, 현재 신생 기업인 바이닐랩 창작 프로듀서로 근무하고 있다. 예술 계통에 종사해온 경력답게 그의 강연 내용은 거침없는 템포를 가졌고, 그만큼 극적이었다. 속뜻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말투의 원형을 살리면서 강연 내용을 재구성했다.





■ "당신의 게임은, 행복을 주고 있나요?" - 문화로서의 게임

▲ 처음에 구상했던 강연 제목은 이것이었다고


3일 동안의 KGC에서 머릿속에 새길 만한 많은 지식을 얻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가슴에 넣어볼 만한 지식을 준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만드는 게임을 문화 콘텐츠라고 부릅니다. 게임 산업은 문화 산업이 되겠지요. 문화가 무엇일까요? 문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산물을 통틀어 이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자연과 대립되는 개념이라고도 하더군요. 인류가 만든 가장 유별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 한정해서, 문화를 일종의 '뻘짓'이라고 정의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산업과 자본은 왜 그 '뻘짓'에 지배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 문화라는 이름의 뻘짓이야말로 삶의 행복을 이뤄내는 가장 멋진 행위이고, 사는 것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대중은 문화에 열광하고, 문화에 살아갑니다. 뻘짓이 인류의 역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돈이 됩니다. 효율적이죠. 행복을 만드는 이들은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응당한 보상을 받습니다. 원시 사회를 예로 들자면, 사냥하고 농사짓지 않아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그 식량을 받는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와 문화는 뗄래야 뗄 수 없습니다. 돈이 되는 문화가 곧 산업이 되죠.

폭발적으로 성장한 규모에 비해, 게임의 문화적 성장은 아직 부족합니다. 게임 역시 하나의 독립된 대중문화라면, 우리는 유저들에게 어떤 행복을 주었나요?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습니까? 무엇보다 그 문화를 만드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행복한가요?

이 문제에 스스로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 "게임은 경험의 예술" - 각종 문화의 사례를 보다



작년 국내에 만 명 이상 수용 규모를 가진 페스티벌이 수십 개 열렸다고 합니다. 교통이나 숙박 등 불편함을 겪으면서 그 먼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두 순수한 매니아일까요?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어른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며, 어른을 위한 테마파크라 할 수 있지요.

다음은 인디 문화입니다. 산업주의에서 독립된 순수 창작의 문화이고, 음악 말고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합니다. 사무실이 아닌 자기 방 안에서 말이죠. 그런 작고 반짝이는 것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상천외하고 키치한 발상이 작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정보 속도 때문에 인디 문화가 산업을 전복시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이건, 정말로 중요한 변화입니다. 게임에서도 멋진 대안이 생겼지요. 최근 국내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스팀의 인디 게임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라이딩 문화는 소셜 네트워크 시대 들어 더욱 발전했고, 신선하고 독특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자전거라는 탈것은 롤 플레잉 게임과 흡사합니다. 다양한 부품과 장비는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고, 게임에서 장비를 갖추듯 개별 부품을 강화해 등급을 올려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달린 코스와 기록을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올려 다른 사람과 경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앱을 통해 우승자의 장비와 훈련 코스를 검색합니다. 마치 '이니셜D'처럼 극적인 승부와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지요.



자, 이제 게임으로 왔습니다. 게임만큼이나 소비자의 감정에 집착하는 산업도 몇 없습니다. 즐거움과 아름다움, 새로움의 경험을 주는 면에서 예술과 유사합니다. 이야기나 인물과 세계를 통해 경험하는 예술이 게임입니다. 미술은 보여주고 음악은 들려주고, 문학은 이야기하지요.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데, 게임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문화 예술을 통틀어 게임처럼 자유롭고 다양한 상상력이 허용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 게임 그래픽만 보더라도 더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정점에 왔지요. 소재와 서사에서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영화 산업과 각축을 벌인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 문제일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GTA5'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홀로 즐기던 게임은 산업적 발전과 더불어 실제 세계에서의 소통을 끌어냈습니다.



■ "국내에서 인정 못 받는 이유는?" - 게임의 본질적 재미



이렇듯 현재 게임은 창작의 첨단을 이끄는 진보이면서 모두의 행복과 재미를 창출하는 매력적인 문화이지만 아직 국내에서 인정받는 부분은 미진합니다. 조금은 억울하고, 또한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오랜시간 업계를 이끌어온 사람들이 바로잡아야 합니다.

산업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게임은 본질적 재미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플레이 자체의 즐거움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죠. 미숙한 산업들이 그러하듯 자기 복제와 소모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상품은 만들지만, 제대로 된 놀이는 만들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

무엇이 좋은 게임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보다 게임에 어떤 의도와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하고 어떤 길을 가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뿌리이며 본질입니다.

▲ 우리 게임은 지금 이 두 가지 모습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 "감동을 주는 일은, 원래 어렵지요" -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 포지셔닝

'트랜스컬처'는 두 개 이상의 문화가 서로 섞여가는 과정 내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제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게임에서는 일종의 진화 방법론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 지금 이 시대가 달려가는 속도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모든 예술에서, 대중은 작품 못지 않게 창작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팬이 되고 나면 그 뮤지션이 어떤 곡을 쓰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지요. 대중은 작품 하나보다 브랜드 전체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국내 게임이 가장 부족한 부분이 이것입니다. 단편적 성과에 집중하다 보니 브랜딩의 시간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해외에는 좋은 브랜드를 가진 팀이 꽤 있죠. '저 회사의 새 프로젝트라면 기대가 된다'는 개념 말입니다. 작품뿐 아니라 창작자를, 그 팀을 기억하게 해야 합니다. 어떤 목표와 색깔, 매력을 가졌는지를 알려야 합니다.



게임하는 시간보다 게임하지 않는 시간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무엇을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지 살펴야 합니다. 요즘은 바깥에서 미디어를 통한 게임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러면 매출은 늘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더 많은 돈을 써달라'고 말하는 데 지나지 않습니다. 게임은 그들의 삶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게임에 대해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밖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좌시했습니다. 게임으로 누군가를 감동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게임이 아닌 그 어떤 것으로도 '감동을 주는 일'은 어렵습니다.

필사적인 노력 없이 준비된 감동은 없습니다. 예전 게임에서는 그런 감동을 종종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질은 어설펐지만요. 지금은 재미와 감동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둘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창작의 기본이자 시작은 메시지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누구나 직접 평론가가 되어 점수를 매겨보곤 하지요. 그런데 공연 중에서는 단순히 좋은 수준을 넘어서 말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과 거기에서 무엇을 더 담아내는 사람의 차이지요. 음악뿐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게임도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메시지가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우리 업계에서 그런 작품을 본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에서는 그러한 작품들이 나오고, 또 인정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게임은 이미 문학과 같은 서사를 갖고 있습니다. 미술처럼 아름답기도 하고, 음악처럼 청각을 자극하기도 하고, 페스티벌처럼 함께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감동을 잡고 거기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대중을 사로잡는다'는 궁극의 목적을 이루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포지셔닝이 아닙니다. 본질을 잃어버린 우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본래의 게임이 본래의 게이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본래의 플레이로, 본래의 게임 개발로 말입니다.



■ "게임의 가장 큰 비전은 '감동'입니다" - '축제'와 같은 게임 문화를 위해

나무에 몰두하면 숲을 놓치게 됩니다. 이 시대에게 묻습니다. '모바일 게임'이 그렇게 중요한 화두일까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 트랜드는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갈 겁니다. 모바일도 우리에게 너무나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이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어쩌면 이미 내려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할 점은 이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대를 위해 개발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만들고 싶은 생애 최고의 게임을 가슴 속에 하나씩은 품고 있어야죠. 그것이 내 가슴을 들끓게 할 수 있어야겠죠.

다람쥐 쳇바퀴처럼 인기 게임을 복사하고 붙여넣기하기를 반복하는 것도, 죽도록 노력했지만 대중에게 비난받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우리가 들끓는 영혼을 가지지 못하고 또 들끓는 무언가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가장 큰 비전은 '감동'입니다. 내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들끓는 목표가 곧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비전은 정부가 적당하게 불러주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문화로서의 개발과 창작을 이뤄내는 것. 무언가를 이뤄내고 그 가치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 그렇게 만든 우리가 진심으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환상적인 비전입니다.

트랜스컬처의 목적은 게임의 문화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감동을 주고 돈을 벌고 사랑을 받는지 체화하는 것이, 게임이 결국 스스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작은 시작입니다.

▲ 조형호 작가가 강연 동기를 얻었다고 밝힌 김구 선생의 글귀





지금껏 해본 게임 중 감동을 받은 게임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아주 많죠. 어린 나이였긴 했지만 가장 크게 울었던 순간은 '대항해시대2'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였습니다. 너무나 많은 감정과 서사를 느꼈고, 스토리엔딩을 보면 더이상 그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없었던 게임 특징도 이유였지요. 다시 저 세계로 진입할 수 없다는 느낌이 많은 감정을 불러왔습니다.

'울티마 온라인'도 아주 즐겁게 했습니다. 역시 어린 나이에 영어를 어렵게 공부해 나무를 베고 채광하는 일만 한달 가까이 해서 집을 짓고, 그 안에 물건을 쌓아놓는 일을 즐겼습니다. 두 달 동안 사람은커녕 말 한 마리 죽여본 적 없는 완벽한 생활형 NPC였죠.

저는 게임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철저히 이야기와 그 세계관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충족할 수 있는 게임에 많은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게임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상업성과 예술성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그 둘을 동시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월급을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개인적으로 내가 끌리는 것을 만드는 일은 쉽습니다. 월급만 안 받으면 되지요. 나 혼자 말고도 모두가 함께 하는 기업에서 만들고 싶은 것이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 속에서 예술인으로서의 집착을 버리지 말고 나아가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와 이야기하다 보면 이상주의자라 대화가 안 통할 때가 있습니다. 설득을 하려고 해도 잘 이해를 못 시키겠습니다. 사람마다 재미가 다른데 설득을 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요?

지난 게임 개발 내내 그런 일을 겪어왔습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예술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대중이 좋아하고 더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깎아내고 공들여 만들어낸 가치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죠. 저는 그렇게 설득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면 더 매력 있고, 더 멋지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라고요.


e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99년부터 경기를 다 챙겨봤는데, 게임이 소위 말하는 덕후 문화에서 메인 문화로 오른 것이 e스포츠 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메인 문화를 따라가는 관점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역시 아주 잠깐이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는 '스타크래프트'가 없던 시절이라 연봉도 없는 각박한 상황이었죠. 지금 e스포츠는 다른 누가 봐도 굉장히 매력적인 콘텐츠이고, 대중과 연결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것이 누구를 따라했고 어디가 원전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합니다. 트랜스컬처 개념에서 문화는 언제나 대중의 입맛에 맞게 변화하고 있거든요. 나쁘게 보면 순수성의 변질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게임만큼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꼰대가 없습니다. 마음껏 갖다 쓸 수 있지요. 오히려 그게 게임 특유의 매력이고, 다른 장르에서 게임의 특성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더 많습니다. 이런 현상이 모두를 위한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감성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저니(JOURNEY)'나 '투더문(To the Moon)' 같은 작품들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트랜스컬처의 시각에서 이런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니'는 정말 훌륭한 게임입니다. '투더문'도 마찬가지죠. 둘 다 이 시대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준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감성게임'이나 '예술게임'이 아닙니다. 이런 명칭이야말로 우리가 아직 게임을 문화와 예술로 보지 않는다는 반증입니다. 그냥 '게임'이지요. 저 역시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은 개발자 중 하나입니다.

▲ 유저에게 최고의 감동을 주는 데 성공한 '저니(왼쪽)'과 '투더문(오른쪽)'


이야기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플레이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과 상충하는 점 때문에 어렵기도 합니다.

이 문제의 좋은 사례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이오쇼크'입니다. 그 시리즈의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자체에서부터 액션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퀘스트나 전투를 스스로가 원하는 방법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게임 속 세계는 사용자에게 이야기합니다. 떨어져 있는 녹음기, 붙여진 포스터, 기타 등등의 소재를 통해 모든 세계관이 사용자에게 전달됩니다.

또한 감동을 끌어내는 것이 반드시 스토리를 통해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좋은 세계를 만드는 것 또한 게임이 만드는 아주 멋진 장점입니다. '울티마 온라인' 역시 퀘스트는 필요없습니다. 거기 사는 사람에게 어떤 행위를 강요하지 않아요. 가능한 모든 행위를 미덕이라는 시스템으로 점수를 매기고 캐릭터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 이용자는 그 세계에 몰입하게 됩니다. 아무런 스토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울티마 온라인'이 나쁜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매력적인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