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잖아요. 불타는 금요일에 계룡으로 출장 간다는 게 썩 당기지는 않잖아요. 기자라도 말이죠. 그리고 뭔가 이상했습니다. 게임 행사 취재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뜬금없으니까요.

계룡? 취재를 계룡으로 간다니요. 계룡산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었던 그 곳. 워게이밍의 행사가 계룡대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기자의 마음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했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매력으로 차승원도 울고 갈 섹시미를 내뿜던 배우 류승룡을 전격 채용, 기상천외한 CF를 제작할 때만 해도 이 회사 참 독특한 회사네 생각하긴 했죠. 하지만 남자 향 그득한 군대 안에서 게임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완전히 제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국군 장병 분들만 가득한 그런 행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계룡대에서 개최되는 '지상군 페스티벌'은 11회에 접어드는 장수 문화 축제이며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 꽤 성황이라는 이야기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어쨌든, 군대는 군대. 그런 이미지 있지 않습니까. 각이 살아있는 그런 행사를 예상했습니다. 국군의 날마다 항상 하는 그 행사. 거리 행진하는 그 행사. 진행하기 전 장병들이 어느 정도 고생을 했을지, 군대 갔다오고 나서야 체감되는 그런 행사 분위기 속에서 워게이밍 부스를 찾게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헌데 막상 와보니 제 눈으로 보니,예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주로 가족 단위로 찾아온 관광객들이 많았어요.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정작 아이보다는 아버지가 더 즐거워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 지상군 페스티벌 전차 기동 시연 ]



워게이밍 역시 지스타 혹은 해외 게임쇼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보다 대중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랄까요. 부스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프라모델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소품을 다수 전시해 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한켠에는 '월드 오브 탱크' 미니 대회도 개최해 관람객의 참여 유도도 잊지 않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현역 병사들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까맣게 탄 손으로 '월드 오브 탱크'를 즐기는 병사들의 모습이 참 독특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남자지만 귀여웠어요.

물론 워게이밍이 그저 모형 탱크 전시하고 체험관 운영으로 끝낸 것은 아닙니다. 좀 더 세세하게 봐도 특유의 센스가 엿보였죠. 일단 체험관에서 볼 수 있었던 탱크는 M36 잭슨, M4A3E8 셔먼, M48 패튼 등으로 모두 실제 한국군에서 사용했던 전차들이었습니다. 한국 전차 위주로 체험존을 꾸며 군대와 '월드 오브 탱크'에 대한 친근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전략이겠죠.

또, 육군 장비 종이모형 만들기 체험존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유저들은 본 행사를 통해 한국전에 참여했던 전차를 집접 조립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모형 퀄리티가 좋아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하나 가져오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동이 나 버리더군요.




부스 앞 쪽에는 행사 기간 중에 유저들이 보내온 응원 메세지를 바탕으로 제작된 액자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강한친구 대한육군'이 새겨진 액자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게 모두 글씨로 이루어졌더군요. 가장 기본적인 타이포그래피 작품이었지만 유저들의 정성이 더해져 가치가 빛났습니다. 워게이밍은 행사가 끝난 뒤 해당 액자를 육군에 전달, 병사들을 생각하는 '월드 오브 탱크' 유저들의 마음을 함께 공유할 예정이라고.

워게이밍의 행사는 모두 두둑한 보상이 함께 해 기존 유저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행사장 내 설문조사에 참여한 유저들에게는 500골드, 1,000골드 쿠폰을 지급했으며, 지상군 페스티벌 팜플렛을 지스타 2013 입장권으로 교환해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또, 행사장 내 미니 대회에서 최고 득점을 올린 유저에게는 최신 그래픽카드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네. 사실 이 정도면 약간 평범하죠. 워게이밍이 여기서 끝낼 리 없습니다. 행사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회에서 워게이밍 특유의 센스가 발휘되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현역 장병 중 최고 경험치 기록자의 소속 부대에는 1,000,000원 상당의 최고 등급 돼지고기를 지급한다고. 워게이밍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부대 문화라는 것 중 소속대원 한 명이 잘하면 다 같이 즐기는 게 있어요. 그들의 문화에 어울리는 보상이라 생각합니다"

또, 실력이 부족해 입상권 근처에도 못 간 유저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일명 '근성 상'이랄까요. 체험을 10회 이상 도전한 유저들에게는 1,000골드와 3일 프리미엄 쿠폰을 지급했습니다.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워게이밍 코리아 김병수 사업이사는 "군대를 소재로 한 게임이니만큼 그들의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벤트를 꾸준히 열어 소통에 힘 쓸 것입니다"고 전했습니다.

워게이밍은 이번 행사 참여로 군대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내년 지상군 축제 때는 지금보다도 더욱 큰 규모로 부스를 개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하는데요. 그들의 독창적인 행보가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되길 바래 봅니다. 그리고 오늘 현장에서 촬영한 남자다운 사진도 지금 공개합니다. 아, 워게이밍이 참여 중인 지상군 페스티벌은 10월 6일(일)까지 진행됩니다.




▲ 계룡역에서 내려 군용 셔틀버스를 타야 합니다





▲ 전투기 활주로에 각종 군용 장비를 전시



▲ 군시절 제가 운전했던 차량도 있네요











▲ 차 상태를 보니 여기 오기 직전에 도색 다시 했네요



▲ 관람객과 동화된 한 미군


▲ 일반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 연막탄 발사기라고 합니다. 장비한지 얼마 안 된 듯 하네요


▲ 뽀로로도 한국산이라면 언젠가 입어야 할 옷이죠


▲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 황금마차도 배치. 가격도 면세가입니다

▲ 드디어 찾았습니다





▲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디테일



▲ 겉보기에는 그냥 액자지만...

▲ 자세히 보니 '월드 오브 탱크' 유저들의 군인 응원 메세지입니다


▲ 몰입을 완료한 국군 장병

▲ 하지만 아직은 격차가...

▲ 군복을 착용한 꼬마 친구도 있네요




▲ 특수부대의 고공 낙하 시연 중



▲ 한국군이 운용하는 장갑차의 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