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마약, 알콜, 도박과 같이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할 4대 중독 대상이다"

7일 정기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온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말이다. 집권여당과 대표가 게임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곗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2012에 직접 참석해 "게임이야말로 미래산업"이라며 게이머들의 표심을 샀다. 덕분에 업계 종사자들도 이명박 정부와 다른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취임 1년만에 돌아온 보답은 마약, 도박과 같이 국가가 관리해야 할 중독 산업이라는 낙인뿐이었다.

이번 '게임' 4대 중독 발언은 여타 규제와 다르게 '게임'을 완전히 사회악으로 취급한다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한번 사회악으로 낙인을 찍으며 여론이 악화되고 앞으로 이를 핑계로 또 어떤 규제를 더하더라도 할 말이 없어진다.

인벤에서는 황우여 대표의 게임 4대 중독 발언과 관련해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전 게임산업협회)와 통화를 시도해봤지만 하루종일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업계의 반응을 취재했다. 아래는 게임업계의 반응 모음이다. 요청에 따라 회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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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은 산업적인 측면이나 긍정적인 측면도 많은데 그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부정적인 부분만 일방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게임의 진흥적인 부분에서 궁금한 게 많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대부분이 규제이자 이제는 규제 이상의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2. 오늘 출근할 때 중소기업 100여 곳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기사를 봤다. 청년 실업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게임산업인데 또 한번 중대 범죄로 치부되니 힘들고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자 가장의 입장에서 이제 누구한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오고 말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도박이나 마약과 같이 취급받고 있는데 자식들에게는 뭐라고 말할 것이며 또, 미래 인재들을 어떻게 게임업계로 끌어올 수 있겠나.

#3. 지스타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씁쓸하다 못해 참담한 심정이다. 지스타가 부산 지역 산업 발전에 일조한다고 하는데 이런 취급 할거면 뭐하러 가는지 모르겠다. 또한, 연설문을 읽어보니 4대 중독에 포함되고 있는 '게임'이 어떤 장르의 게임인지 잘 모르겠다. 고포류의 도박성 게임은 모르겠지만 기능성게임은 환자 치료나 어린이 지능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지 않나. 순기능을 주고 있는 게임까지 다 엮어서 '게임'이라고 하니 혼란스럽다.

#4. 딱히 해줄 말이 없다. 게임업계의 목소리는 협회(K-IDEA)에서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남경필 의원이 협회장이 되면서 뭔가 변화될 것 같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쉽다.

#5.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가수 '싸이'야 말로 창조경제라는 뉴스를 봤다. 문화콘텐츠 수출 규모를 보면 K-POP보다 게임이 10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수출에 게임산업을 빼놓으면 반토막이 난다. 게임의 부작용이 있다면 당연히 해결해야 하지만 이렇게 '중독'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면 산업 자체가 무너져버릴까 두렵다.

#6. 정부 예산이 없다고 요즘 말들이 많은데 4대 중독을 나라에서 관리하려면 또 그에 따른 비용이 수반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게임업계가 또 부담을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산업을 키우기 위해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게임업계는 채찍만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

#7. 정부가 게임산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게임 산업의 잠재적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문화콘텐츠가 주도하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 아이디어가 승리하는 시대가 온다는 거다. 그런데 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규제를 한다면 누가 이 쪽 업계로 오고 싶겠는가. 게임 산업이 재정비되고 안정화된 뒤에는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는 의견을 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