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모바일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한때 'GREE'와 'DeNA'가 전체 시장 매출의 80%를 차지하며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일본 모바일 시장에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퍼즐앤드래곤'으로 마치 기적과 같은 대성공을 거둔 '겅호'나, 모바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세가',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많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포케라보' 등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했다. 신흥 강호라고 불릴 만한 여러 기업이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강자가 있으니 바로 '코로프라'(COPOL. Inc)다.

지난 10월 2일, 일본 도쿄 주식시장에서 코로프라의 시가총액이 약 3,219억 엔을 달성하며 'DeNA'와 'GREE'를 뛰어넘으며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DeNA의 시가 총액은 약 2,920억 엔으로 일본 전체 주식시장에서 200위 중후반 정도의 오른 상황.

약 2주가 넘게 지난 10월 18일 오전 11시에 살펴본 일본 도쿄 증시상황에서는 코로프라의 시가 총액은 3,302억 엔으로 249위에 등재되어 있으며 DeNA는 3,079억 엔으로 266위, GREE는 1,964억 엔으로 377위에 올라있다. 코로프라는 꾸준히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GREE와 DeNA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정도다.


▲ 코로프라는 국내에도 많은 게임들을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코로프라'는 2008년 10월 설립된 회사다. 대표 이사인 바바 나루아츠씨는 'KLab'재직 시절 직접 제작한 GPS를 이용한 위치기반게임 '코로니적인 생활'이 좋은 성과를 거두자 직접 독립하여 '코로프라'를 설립하였다.

2013년 1분기 매출비중이 '프로야구 프라이드'를 필두로 매출의 77%가 네이티브 앱 기반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 '코로프라'는 '퀴즈 RPG! 마법사와 검은 고양이 위즈'등의 작품으로 국내시장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회사이며, 현재 일본 내에서 겅호에 이어 장래가 밝은 모바일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 네이티브 앱 : 모바일에 최적화된 언어로 제작된 애플리케이션. 흔히 말하는 대부분의 앱이 여기 속하며,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직접 기능을 호출해 사용하여 웹 기반 앱에 비해 실행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다.

[ ▲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코로프라의 '퀴즈 RPG! 마법사와 검은고양이 위즈'.]


이번 시가 총액의 역전은 단순히 '신흥강호' 개발사가 치고 올라오는 세대교체의 의미로 짚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가 총액의 역전을 지난 6개월 동안 꾸준히 변화한 일본 시장의 모습과 비교해본다면 더 의미 있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

'GREE'와 'DeNA'는 일본 모바일게임에서 양대산맥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던 회사다. 두 회사모두 09년도 하반기부터 2011년 말까지 꾸준히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징가'의 수익을 뛰어넘기도 했다. 2011년 말, 'GREE'의 시가 총액은 약 80억 달러 이상, 'DeNA'는 5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들의 대표적인 수입원이 바로 '웹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었다.

당시 일본 시장에서 최대크기의 소셜 플랫폼을 가진 'GREE'나, 수많은 웹게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자랑하던 'DeNA'는 점차 성장하기 시작한 네이티브 앱 게임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주며 현재 상황에 이른다. 이제는 일본 시장에서도 네이티브 앱이 주목받고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 2009년말~2011년초 GREE, DeNA, Zynga의 성장곡선(출처 : Gumi)




■ 일본 모바일 시장, 네이티브 앱을 인정했다. - 스마트폰 시장에서 웹게임은 쇠퇴하고 있다?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웹 기반 인터페이스를 가진 게임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부동의 1등인 '퍼즐앤드래곤'이나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밀리언아서'를 넘지는 못하더라도, 순위권에 '삼국 이터니티'나 '아야카시 음양록', '운명의 클랜배틀'등의 다양한 웹 기반 카드배틀게임들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일본 모바일 시장의 순위를 살펴보면 다소 변화된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몇몇 웹 기반의 게임이 매출 순위에 등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리는 네이티브 앱 게임들이 차지하며 기존의 웹 기반 게임들을 순위에서 밀어냈다.

현재 일본 모바일 시장을 보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퍼즐앤드래곤'외에도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를 소재로 한 리듬게임 '러브라이브! 아이돌 스쿨 페스티벌'과 같은 게임이나 '퀴즈 RPG! 마법사와 검은고양이 위즈'등 다양한 네이티브 앱의 게임을 찾아볼 수 있다.


▲ 앱스토어에서도 네이티브 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네이티브 앱 기반의 게임들이 인정받기 시작하며, 다양한 웹 기반게임의 매출에 의존하던 'GREE'나 'DeNA'는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그나마 'DeNA'의 경우, 진보된 웹 기반의 게임과 몇몇 네이티브 앱 게임을 바탕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 내수시장에서 가장 큰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웹 기반 게임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하던 'GREE'는 2011년 말에 비해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내수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펼친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마저 실패, 회심의 한 수가 자충수가 되며 국내 시장의 입지마저 좁아지는 위기에 직면했다.



■ 네이티브 앱이 대세? - 하지만 아직 웹 기반 게임을 무시하긴 이르다.

현재 일본 모바일 시장에서 네이티브 앱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맞다. 그러나 웹 기반의 게임이 일본시장에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고 단정 짓기는 조금 이르다. 여전히 일본 시장에는 피쳐폰을 사용하는 인구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전용의 네이티브 앱 게임이 피쳐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의 피쳐폰 시장을 모두 점유한 웹 기반게임이 내는 매출 역시 스마트폰 시장의 매출 못지않게 어마어마한데, 이는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이 매출은 '모바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모바게' 시장에서는 되려 네이티브 앱 게임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상황.


▲ '모바게'에선 여전히 웹 기반 게임들이 강세를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웹 기반 게임들은 지금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 서비스된 'L.O.A'(일본 서비스명 아크 나이츠 제로)등 웹 기반 게임 중에서도 고퀄리티를 가진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세대' 웹 기반 모바일 게임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이 게임들은 웹에서 자연스러운 이펙트와 효과, 네이티브 앱 게임 못지않은 다양한 기능을 무리 없이 구현할 수 있다.

네이티브 앱 게임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완성도와 더불어 압도적으로 적은 용량은 차세대 웹게임의 장점이다. 하지만 웹 기반 게임들은 스마트폰의 내부 스펙보다는 '웹'에 많이 의존하는 만큼,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크게 불편할 수도 있다는 선천적인 단점이 있긴 하다.



■ 아직 웹 기반 스마트폰 게임을 무시할 순 없다. - 하지만 국내 개발사들에게는 청신호?

일본과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상반된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사실 웹 기반의 게임은 살아나기 힘들다. 아무리 고퀄리티의 웹 기반 게임이라도, 네이티브 앱 게임보다는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일본은 비록 한풀 꺾였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웹 기반 게임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제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차 네이티브 앱 게임이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국내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에게 상당히 고무적이다. 한국 스마트폰 게이머들에게 별다른 거부감이 없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좋은 네이티브 앱 게임을 서비스하던 국내 개발사와 퍼블리셔도 일본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이 다소 낮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약 반 년 전만 해도 일본 시장에서는 '웹게임'을 선호하는 성향이 꽤 강했으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웹게임만을 바라보던 모바일 기업들이 네이티브 앱 게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한 결과가 시장에서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국내 개발사들에게 일본 시장 진출의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GREE'와 'DeNA'의 미래는 과연...?


사실 기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GREE'와 'DeNA'가 허무하게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기업 모두 요즘 네이티브 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제법 고퀄리티의 게임들을 출시하며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또한, 일본시장에서 '모바게'가 가지고 있는 입지가 크다는 점과 웹 기반 게임들도 진보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네이티브 앱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보이며 대세로 떠오른 점은 스마트폰 시장이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다른 일본 기업들도 이제는 웹 기반 게임을 고집하지 않고 네이티브 앱 게임에도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다가 '아이러브 커피'나 '윈드러너', '헬로 히어로' 등 이미 일본에 진출하고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의 네이티브 앱 게임이 있다는 점은 다른 일본 기업들이 국내 게임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남는다. (약 반년 전만 해도 일본시장에서 국내 개발사들의 게임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 일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위메이드의 '라인 윈드러너'


얼마 전 발매된 'iPhone 5S'가 일본에서 정말 빠른 속도로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만큼 일본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선호도는 높은 편이고, 점점 시장의 스마트폰 시장의 파이가 커질 거 라는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평균 결제율과 더불어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은 성공을 바라는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이다. 부디 이번 변화에 잘 대응하여 국내 개발사들이나 퍼블리셔들도 일본 모바일 시장에 자사의 게임을 당당히 서비스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