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3 워게이밍 부스에서 생각치도 못했던 보석을 발견했습니다. 올 해 지스타에는 월드오브워플레인이 빠진 대신, 월드오브탱크 블리츠(이하 블리츠)가 최초로 공개되었는데요, 블리츠는 그동안 개발 과정이 영상으로 공개된 적은 있지만 그 정보가 많지 않아, 사실상 베일에 싸여있었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그 개발 과정이나 소식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이죠.

하지만 조용하게 등장한 워게이밍의 신작은, 당초 기대를 뛰어넘으며 워플레인 부재의 아쉬움을 털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 흔한 모바일 게임의 퀄리티.jpg


블리츠는 PC 버전의 월드오브탱크를 모바일 환경으로 충실하게 옮겨놓았다는 느낌으로, '쉽고 간편한'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요즘 모바일 게임과는 사뭇 다릅니다. 느릿느릿한 전차의 움직임, 탄의 피격 위치에 따라 다른 관통 판정, 각종 인터페이스 또한 PC 버전의 성격 그대로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블리츠, '쉽고 빠른' 모바일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PC 버전의 월드오브탱크 또한 깊은 이해도를 필요로 하는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블리츠의 시연을 마치고 나온 유저들의 소감은 작년 지스타에서 월드오브탱크를 처음 해 본 유저들의 소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차체와 포탑을 별도로 조작해야 하는 '전차 특유의 움직임'을 익히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요즘 모바일 게임 트랜드에 익숙해진 탓일까요? 시원하고 빠른 게임 진행을 예상했던 분들에게는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약점사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나 봅니다. 느린 게임 진행을 단점으로 꼽은 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월드오브탱크에 익숙한 유저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습니다. 전차 각각의 성능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 지형지물을 이용한 플레이 등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덕에 월드오브탱크에서 사용되는 각종 전략, 전술을 그대로 시험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내린 분들이 많았습니다.

장갑 두께에 따른 도탄, 궤도 끊기 등의 모듈파괴, '티타임'과 '헐 다운'과 같은 전술이 가능할 만큼 깊이 있는 전투를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해낸 것 뿐만 아니라, 최대 7:7의 동시 전투가 가능했다는 부분은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꽉꽉 눌러담은 콘텐츠, 하지만...



▲ 블리츠의 조작법 자체는 매우 쉬운 편입니다.
단지 '전차의 움직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뿐.


블리츠의 조작법은 월드오브탱크 X-BOX 에디션의 게임 패드 조작법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옵션에서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세팅을 바꿀 수 있었는데요,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왼쪽 엄지로는 전차를 이동하고, 오른쪽 엄지로는 시점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주포의 발사는 양 손 모두 가능하죠. 월드오브탱크에서 볼 수 있던 스나이퍼 모드 또한 재현되어 있으며, 수리 도구 등의 각종 소모품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블리츠의 전투는 터치 패드로 진행되는 만큼, 키보드와 마우스처럼 빠르고 정밀한 조작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대응도 철저했죠. 조준점을 적 전차 근처에 가져가면 자동으로 적 전차를 향해 조준점이 이동합니다. 여기서 다시 스나이퍼 모드로 바꿔 적 전차의 약점을 조준할 수도 있습니다.


▲ 월드오브탱크 PC 버전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액션이 가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제일 중요할 수도 있는 요소인 '과금정책' 또한 워게이밍의 다른 작품과 맥을 같이합니다. 프리미엄 탄환이나 소모품과 같은 일부 선택적 요소를 제외하면 모든 콘텐츠가 무료이기 때문이죠.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현금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워게이밍의 철학이 녹아있는 부분입니다.


▲ 아이템이나 과금 시스템 또한 PC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찬 물을 끼얹는 소리일 수는 있지만, 이렇게 수준높은 비주얼과 깊이있는 게임성을 구현했다고 해서 꼭 성공을 보장받지는 못합니다. 블리츠는 모바일 게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접근성'에서 태생적인 불리함을 안고 있는 셈이니까요.

최근 모바일 게임의 대세로 자리잡은 퍼즐 형태의 미니게임은 손가락 하나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간편함을 자랑합니다. 반면, 블리츠는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혹은 길을 걸으며 가볍게 하기에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죠. 여기에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월드오브탱크가 그랬듯이) 각 전차의 성능과 전술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이 더해집니다.



블리츠의 이러한 특징을 나열해 보면, 워게이밍이 새롭게 모바일 게임에 뛰어들며 무모한 도전을 시도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밀리터리 게임 전문 기업'으로 무섭게 성장해 온 워게이밍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자는 블리츠를 '매우 잘 만든 게임'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묻는다면 아직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블리츠가 성공하게 된다면 미소녀 카드 게임과 원버튼 퍼즐 게임이 주름잡던 모바일 게임계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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