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이머에게 알려진 서양 게임사들은 대부분 개발사이거나, 개발과 퍼블리싱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사라면 트리플 A급 게임 개발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퍼블리셔는 공룡 기업인 게 다수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공식을 대입해 보면, 유럽의 온라인, 모바일 게임 시장을 꽉 쥐고 있는 '게임포지'의 국내 인지도가 이렇게 적다는 것은 의외에 가깝다.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웹기반 게임 '오게임'을 개발, 서비스하며 기반을 닦은 게임포지는 창립 10년 만에 500여 명의 직원을 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독일에 위치한 게임포지는 2013년 현재 유럽 최대의 퍼블리셔로 성장해 세계 각국의 게임들을 유통 중이다.


▲ 위- 게임포지의 성장 동력이 된 '오게임', 아래 - 게임포지 공식 홈페이지 메인에 게시된 '아이온'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블루홀이 개발한 '테라'와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2'도 그들의 인도 하에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이들에 앞서 지난 2006년 유럽 땅을 밟은 이미르 엔터테인먼트의 '메틴2'는, 게임포지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본국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산 온라인 게임 '4스토리'를 100만 달러 수출의 주역으로 만들며 제 2의 인생을 걷도록 이끌었다.

'포지'라는 단어에는 함축된 장인의 이미지가 내재되어 있다. 느리지만 정교하고 힘있는 망치질과 같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포지'의 피터 스타인(Peter Stein) 소싱 매니저를 만나 지스타 방문 소감을 짧막하게 들어 보았다. 그는 시원시원한 외모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 최근 한국 게임업계에서 급성장 중인 모바일 게임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덧붙여 관심을 끌었다.


▲게임포지의 피터 스타인 소싱 매니저 (좌)


우선 간단한 자기 소개와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 내 이름은 피터 스타인(Peter Stein)이며, 게임포지에서 소싱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를 연결해 해당 게임의 성공을 돕는 업무를 한다고 보면 된다.

게임포지는 5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독일 게임사다. 전세계에 있는 좋은 게임들을 찾아 유럽에 퍼블리싱하는 것을 주력으로 한다. 웹게임, 클라이언트게임, 모바일게임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전부 담당한다. 현재 25개의 타이틀을 보유했으며, 50여 개 언어로 75개 국가에 서비스 중이다. 처음부터 퍼블리싱을 했던 것은 아니고, '오게임'이라는 이름의 웹게임을 지금까지 서비스하며 확보한 강력한 커뮤니티를 이용해 더욱 발전한 경우라 보면 된다.

또한, 현재 한국의 '아이온', '테라', '스페셜포스2', '메틴2' 등을 유럽 현지에 서비스하고 있다. '메틴2'는 2006년에 유럽에서 런칭해서 큰 성공을 거뒀고, '테라', '아이온' 역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 하면 콘솔이 강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아직 성장 단계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개인적으로는 유럽 시장 역시 온라인 게임으로 점점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콘솔이든 온라인 게임이든 관계없이 온라인 연동은 이제 필수가 되어가고 있어 온라인 게임 분야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 본다. 뭐랄까, 유럽 시장도 온라인 게임 문화가 뿌리내린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정점이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시작 단계는 아니다.


게임포지는 초기에 '오게임'이라는 웹게임을 개발해 성장 기반을 닦았다. 퍼블리셔로서가 아닌 게임 개발사로서의 욕심은 없나.

물론 있다. 일단은 모바일 플랫폼에 몇 가지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다른 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새로운 게임들도 있다. 게임포지가 주로 퍼블리싱 업체로 알려졌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게임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건 아니다. 개발 규모가 작아진 게 아니라 퍼블리셔 분야가 크게 성장한 것이라고 꼭 적어달라.


마지막으로 지스타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묻고 싶다.

B2C를 한 차례 방문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B2B 관과는 다른 활기찬 분위기, 게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도 놀라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출시된 게임의 질도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뭐랄까... 너무 모바일 플랫폼에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한국 게임사들은 점점 더 모바일 플랫폼을 주력으로 미는 듯 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PC 클라이언트 게임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았는데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것이 한편으로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잘 알려진 대형 게임사들도 그런 추세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의 장점은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클라이언트나 웹게임 개발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몇 년 후 게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모든 플랫폼에 대응하는 개발력을 갖추는 게 곧 경쟁력이라 생각된다.



▲ 작년 게임스컴을 통해 한 차례 인벤과 만난 바 있는 가르스텐 반 휴센 게임포지 대표

▲ 게임포지의 다양한 수상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