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현장에서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의 명함을 받을 줄은 몰랐다. 영국 최대 모바일 게임 기업중 하나인 '미디어토닉'의 데이빗 베일리(David Bailey) CEO가 한국을 방문했다고 영국대사관 관계자에게 연락이 왔다. 데이빗 베일리, 들어본 적 없는 개발자였다. 그들이 무슨 게임을 만들었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검색을 해 보니 이미 해외 모바일 커뮤니티에서는 제법 알려진 회사다.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수술대 위 사람을 봉제인형처럼 다루는 '아마추어 서전' 시리즈가 특히 유명하다고. 이외에도 특색있는 게임을 꾸준히 배출하는 알찬 기업이라는 평가가 다수 보였다.

'비전문 외과의'. 게임 명부터 범상치 않다. 스팀으로 '서전 시뮬레이터'를 즐겨본 적이 있다. 그런 게임이려니 했다. 사람 눕혀놓고 배 가른 뒤 불고기 파티를 여는 그런 게임, 혹은 진공 상태로 떠 다니는 메스를 쥔 채 손가락으로 8비트 댄스를 추는 그런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뭐,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예상은 적중했다. 뭔가 수상한 집도를 목표로 한 것은 같았다. 하지만 표현 방식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미지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아마추어 서전'이 왜 유명한지. 사람을 눕혀놓고 쩍쩍 갈라진 상처 속에 물고기가 박혀 있는 스크린샷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칫솔 두 자루가 장기를 관통한 이미지도 있었다. 전부 인게임 스크린샷이다. 무슨 게임인지 파악하는데 더 설명이 필요할까.

그나마 다행이다. 캐릭터에서 사우스파크의 느낌이 난다. 즉, 현실성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 그래픽 덕분에 치료 실책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 따윈 끼어들 틈이 없다.

이런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의 총수라면, 외모에서 오는 분위기부터 다르리라 생각했다. 만나자마자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남자라 예상했다. 그러나 느즈막한 오후에 만난 데이빗은 그런 예상을 깨끗히 비껴갔다. 개방적인 서양인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수줍음 많은 남자였다.

말투도 워낙 조곤조곤했기에 통역사조차도 재차 물어봐야 했던 사내였지만,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년 7월, 한국을 위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해 유저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 미디어토닉 '데이빗 베일리' CEO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한 개발사다. 먼저 간단한 회사 소개가 필요할 듯 싶다.

반갑다. 내 이름은 데이빗 베일리(David Bailey)로 영국 모바일 게임 개발사 '미디어토닉' 대표로 있다. 미디어토닉은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모바일, 소셜 게임 개발사다. 현재 각국의 퍼블리셔와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 유럽 및 영국에서 '프리투플레이' 개념이 매우 생소한데, 미디어토닉이 이 분야에서 처음으로 도입을 시도한 회사 중 하나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한국의 선진적인 프리투플레이 개념을 배우기 위해 온 것이다. 또 훌륭한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와 파트너쉽을 맺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지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작으로는 무엇이 있나?

'아마추어 서전'이라는 작품이다. 외과 수술에서 모티브를 따온 타임어택 퍼즐 게임으로, 영국과 미국 앱스토어에서는 최고의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스타에 와서 현장을 보고 느낀 게 있을 듯 하다.

왠만한 유럽 국가에서 개최하는 컨퍼런스보다 큰 규모에 매우 놀랐다. 또 서로 다른 종류의 게임을 조화롭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인상깊었다. B2B관의 첫인상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부스 규모였다. 또, 다양한 한국 회사들과 직접 만나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중 인상깊게 한 작품은 무엇인가.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또, 영국에서 이름만 들어 보았던 애니팡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한국과 영국의 모바일 사업구조는 어떻게 다른지 묻고 싶다.

완전히 다르다. 일단 영국은 아이폰이 메인이고 안드로이드폰은 그리 많지 않다. 유럽 전체를 봐도 아이폰 게임들이 안드로이드폰 게임들에 비해 매출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영국 앱스토어에는 게임을 포함해 약 10억 개의 앱이 있다. 따라서 특정 앱이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유럽 시장에서 구글 플랫폼 성장률이 그렇게 낮은 편인가.

안드로이드 기기 자체는 꽤 보급된 상태다. 문제는 거기서 게임에 돈을 쓰는 유저들이 많이 없다는 거다.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그런 면이 특히 강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영국과 한국 유저들의 모바일 게임 플레이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을 보면 소셜 요소가 매우 강하다. 즉, 사람들끼리 함께 하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많다.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특히 한 플랫폼에 그렇게 많은 유저들이 모였다는 게 말이다. 유저 수에 비하자면 등록된 게임 숫자는 굉장히 적지 않나. 개발사들 간 경쟁이 얼마나 심할지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자사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한국에 진출할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유저들을 위해 디자인한 게임을 내년 7월에 론칭 할 계획이다. 장르는 카드 콜렉팅 RPG가 될 것이며, 나 때리고 너 때리는 걸 돌아가면서 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플레이하는 요소가 내재되어 스피디한 게임 진행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내년에 만날 한국 유저들에게 미리 인사 한 마디 부탁한다.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 더 많은 작품을 한국에 선보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현재 한국 앱스토어에서도 구매 가능한 '아마추어 서전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