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관에서 봄직한 스크린이 불과 몇 발자국 앞에 있는 것 같았다. 소니에서 출품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HMZ-T3W'를 시연해본 소감 이야기다. 영화관의 커다란 화면이 맨 앞줄에 앉아있을 때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있다는 것은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30분 가량의 짤막한 체험. 이른 아침 프레스룸으로 나오기 직전의 바쁜 시간을 쪼개 공들여 만졌던 머리는 헤드셋의 고정 밴드에 의해 무참하게 짓눌려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잊어버릴만큼 HMZ-TW3의 몰입감은 상당했다.

착용감은 생각보다 편안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난 3월 만나볼 기회가 있었던 'HMZ-T2' 모델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개발 내부적으로 해당 모델의 착용감에 만족스럽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 체험용 타이틀 중 하나, '모터스톰3'


겉으로 보기에는 안면부가 꽤나 큼직하고 그에 비해 머리 밴드 부분이 빈약해보여, 자칫 목에 무리가 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 착용해보니 그리 무게가 쏠리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영화나 게임 플레이에 집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숙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마치 무거워서 앞으로 쏠리는 것처럼 보인다.

소니 부스에서는 몇 종류의 게임 타이틀과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중 기자가 플레이해본 것은 두 종류의 레이싱 타이틀이다. 모터사이클 레이싱 게임인 '모터스톰3'와 두말하면 입만 아플 네임드 타이틀 '그란투리스모6'. 웅장함마저 느껴지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앞에 펼쳐진 내 시야 속의 트랙의 현실감? 그것은 몇 마디 문장으로 옮기기에는 한없이 부족할 것이다.

게임을 하는데 왜 고개가 자꾸 앞으로 숙여지는지는 미스테리


한층 가까이 다가와있는 스피디한 경기는 손에 쥔 땀마저 배가시킨다. 머신들의 질주와 충돌했을 때의 격렬한 떨림,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스키드(Skid) 자국까지, 단지 '좀 더 가까워졌을 뿐'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느낌의 레벨이 너무도 다르다.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F1이라든가 모터사이클 경기를 트랙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관람한다면 이것과 비슷한 흥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시야가 정면에 집중되어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만하다. 현실감 면에서는 VR을 지향하는 여타 디바이스에 비해 조금 뒤처질 수도 있지만, 어지러움이나 멀미를 다소 쉽게 느끼는 사람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고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았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아쉬운 점이라면 화면 안 인터페이스 표시가 빈약하다는 것. 영화를 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게임을 할 때는 불편함이 꽤 크다. 일단 디스플레이 장비가 시야를 거의 모두 가리고 있기 때문에 외부 요소들을 확인할 길이 없는 환경. 즉, 내가 어떤 버튼을 누르고 있는지, 핸들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돌리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의미다. PC로 게임을 즐길 때에 비유하자면, 스크린샷을 찍기 위해 모든 UI를 없앤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까. 시야를 완벽히 가린만큼, 외부의 상황을 디스플레이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점이다. 디스플레이 자체에 사운드 파트가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헤드셋이나 이어폰 등을 따로 착용해야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기기를 착용하고 헤드셋을 그 위에 쓰면 게임을 하다가 종종 흘러내리는 경우가 있다. 한창 게임에 몰입해있을 때 귀가 허전해지면 신경이 쓰이는 건 둘째치고 몰입감이 확 떨어져 난감해진다는 사실, 게이머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사운드 장비와의 연동을 고려한 부분도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어떨까 싶다.

내 휠은 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전체적으로 HMZ-T3W는 만족스럽다. 화면 퀄리티도 좋은 편이고, 게임을 실감나게 즐기는 데는 굳이 뭔가를 덧붙일 필요가 없어 보인다.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핵심적인 부분에서의 불편함은 아니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는 충분해보인다.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가격이 그리 만만치 않겠지만, 콘솔 마니아들을 유혹할만한 매력은 충분하다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