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게임업계에 찬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이슈들이 많았다. 게임중독법과 더불어 매출의 1%를 강제 징수해야 한다는 일명 '손인춘법'까지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었다. 이에 더해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등 다양한 기관 및 단체에서 중독법에 대해 지지하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올해 지스타는 죽었다'라고 생각했고, 게임사들은 지스타 출전에 대해 망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도 많은 게임사 및 게임 유저들이 지스타를 방문했다. 블리자드와 넥슨, 다음, 닌텐도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이 출품되었고, 관람객들은 출시를 앞둔 게임들을 시연해볼 수 있었다.

나아가 B2B의 경우, 작년에 비해 40% 가량 부스가 증가하면서 활발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지스타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다양한 방면의 현업자들이 강연을 펼쳤다. 또한, 행사장 한 편에서는 '중독법 반대' 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전개, 13,000여명의 관람객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에 대해 일부 관람객들은 지스타 종료 후 운영적인 측면이나 출전 게임사에 대한 불만을 피드백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올해 지스타에 대해 주최 측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K-IDEA)'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벤은 지스타2013 현장에서 K-IDEA의 김성곤 사무국장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김성곤 사무국장]


작년 지스타 이후 1년 만이다. 그 동안 협회 명칭 변경부터 게임중독법 관련 이슈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지냈나?

솔직히 한숨만 쉬고 살았다. 몇 년동안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이슈가 끊이질 않았고, 이슈가 터질 때 마다 이에 대응하다보니 단기적인 호흡만 갖고 있었다. 이상적인 방향은 장기적으로 게임 산업을 어떻게 할 것이고 어떻게 유저들에게 보답해야 할 지에 대한 장기적 플랜을 세워야 하는데, 매번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이에 대해 대처하다보니 임기응변 식의 해결만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질책도 많이 받았다.

계속해서 게임 산업의 근본을 위태롭게 하는 이슈가 발생했었고, 이에 단기적인 대응을 하다보니 그럴 여유가 되지 않았다. 질책에 대해서는 마땅히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에 양해 부탁드린다.


이번 지스타가 민간 이양된 이래 2번째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 점에서 달라졌나?

작년에 비해 더 많이 바빠졌다. 민간이양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이다. 관 행사가 되면 딱딱하고 행정적일 수 밖에 없는데, 민간이양으로 하다보면 발생되는 각종 이슈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쪽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스타를 방문하고 있고, 국내 기업과의 컨택을 원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 그러한 부분에서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 이러한 기반을 마련해 준 점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정부가 지스타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우리는 2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지스타 기간 동안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은 총 몇 명이나 되는가?

올해 지스타에 대해 염려하신 분들이 많으나, 작년보다도 총 관람객 인원 수는 증가했다. 실인원 방식으로 집계한 결과, 작년의 경우 187,148명을 기록한데 반해, 올해는 188,707명으로 올랐다. 특히 행사 셋째날인 16일에는 68,266명으로 역대 최대치보다 10.8% 증가한 6,678명이 더 관람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B2B관의 경우, 처음으로 벡스코 신관전시장 전체를 사용했으며, 해외유료바이어의 경우 전년보다 66.3%에 달하는 1,397명 가량이 증가했다. 또한 B2B관에 부스를 마련하지 못한 중소 게임기업들을 위한 지스타 투자마켓도 확대, 당초 신청보다 많은 국내외 28개 투자회사 및 유통사가 참여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기업들의 B2C 참가율이 저조했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이며, 왜 떨어졌다고 보는가?

새롭게 출전한 기업들은 생각하지 않고 항상 보이던게 안보였기 때문에 참가율이 저조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관람객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매년 똑같은 기업이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년 새로운 기업들이 나와야 하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결국 현재 국내 게임 시장에 게임쇼에 출품될 만한 온라인 게임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온라인 게임 심의 건수도 줄어들었으며, 출시되는 게임 수도 줄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기본적으로 대작 프로젝트이고 개발기간이 길다보니 출시되는 사이클이 있다. 그래서 1년, 2년 후에는 또 새로운 온라인 게임들이 출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재 게임 시장 전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 분위기로 가면 개발 인력과 투자자들이 줄어들면서, 1~2년 후에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마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에 반해 올해 B2B는 참여하는 기업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들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두가지다. 하나는 아시아권에서 B2B관으로 별도 공간이 마련되는 행사는 지스타 밖에 없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행사를 맡으면서 B2B에 힘쓰고 있으며, 비즈니스를 위한 최적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은 과잉 규제와 포화된 시장 성격을 띄고 있다보니,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대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해외 바이어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할 수 있는 B2B로의 참여가 증가한 것이라고 본다.

실제 수치만 놓고 보아도, 작년의 경우 총 700개의 부스가 B2B로 출전했는데, 올해의 경우 1000개가 넘었다. 약 40% 가량 증가했다. B2B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많은 바이어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깊으나, 국내 시장 규제로 인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소 씁쓸하다.


게임 중독법 반대와 관련해 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참여율이 어떠했나? 인상에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는가?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해서 놀라웠다. 대략 13,000여명의 관람객이 이번 지스타 현장에서 '중독법 반대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 지극한 어르신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서명에 참여해주셔서 너무나 기쁘다.

오프라인 서명운동 현장에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서명운동에 함께 동참한 학부모도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해당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게임도 열심히 한다. 둘 다 즐겁게 하면서 커야 하기 때문에 게임중독법에 반대한다"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지스타 행사 3일차인 토요일에는 전 게임 기획자로 활동했던 연상흠씨가 서명운동을 하는 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시위를 위해 인천에서 내려온 그는 "게임은 창조 콘텐츠이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 1인 시위를 펼친 연상흠씨]


사실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을 두고 그 실효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한 총 인원 수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고 싶다.

오프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약 13,000명이고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약 28만 2000명이다. 합하면 총 29만 5000명, 약 30만명이 현재 '중독법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시위라는 것이 상대방을 꺾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우리의 의견이 이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민심이 이러하며, 입법자들이 정책을 입안할 때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걸 인지하고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서명운동으로 당장에 무언가가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견이 이러하며 민심이 이러하다는 것을 알게끔 해서, 입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을거라고 본다.




게임 중독법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게임 중독법과 관련된 사안은 게임산업 이슈가 아니라 사회 이슈가 되버렸다. 그런데 산업 쪽에서만 목소리를 내다 보니 이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있다.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산업계가 더 이상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 게임 산업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산업이 붕괴되고 죽기 때문에 반대한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현재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결과에 대한 말만 쏟아지고 원인에 대한 언급이 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없다. 이제 사회문제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중립적으로 발언해야 할 때이다. 토론이든 어떤 부분에서든 이제 산업계나 질병 전문가 등등은 빠지고 사회문제 전문가가 정확하게 이에 대해 진단해야 한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모여서 열악한 복지 환경 정책에 대해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를 논하고, 가족문제 전문가가 와서 가족 간의 대화단절에 대한 접근, 부모와 아이가 진심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방법, 가족 힐링에 대한 심리 상담을 말해야 할 때이다. 부모 없는 아이들에 대한 관리, 열악한 복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아이들이 과잉 교육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가족문제 전문가, 교육 전문가, 사회복지 전문가 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괜한 게임 산업을 끌어들이지 말고, 여성부는 어떻게 붕괴된 가족관계를 회복시킬 것인지, 결속력 강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게임 산업계는 나중에 발언해야 하며, 우선은 전문가들의 중립적인 발언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이러한 토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제대로 된 진단을 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오는 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서 접근 방식이 잘못 되고 있으니, 우울할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한 전문가들, 전문가의 탈을 쓴 비전문가들은 이제 더이상 간섭하지 말고 이 이슈에서 빠졌으면 좋겠다.


올해 초 협회 명칭이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되었을 때,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협회 명칭에서 '게임'이라는 단어가 빠져서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아쉬움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익숙함에 너무 길들여 진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은 '게임' 만을 위한 산업이 아니다. 모든 서비스에 게임이 장착되고 반영되고 있다.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들 뿐만이 아니라 게임을 자사 제품의 유통수단으로 쓰는 회사들도 있다.

다양한 쓰임새로 게임 산업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미래 산업으로 끊임 없이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명칭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로 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기본으로 하는 산업이며, 지금까지의 발전 방향과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문호를 넓히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게임이라는 말로는 더 이상 거대해진 게임 산업을 다 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 해외의 경우에도 게임 산업을 담당하는 협회에 '게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경필 협회장도 "우리가 지금까지 작게 보아 왔던 것을 시야를 넓혀 이제는 크게보자"고 하셨고, 이에 명칭을 변경하게 된 것이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빠졌다고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러한 취지를 이해해주고 마음을 열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년, 내후년에도 지스타가 열릴텐데, 앞으로 어떠한 성격의 행사로 발전시킬 생각인지?

가족 축제. 진짜 가족축제로서의 지스타가 되기를 바란다. '게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라는 시각을 버리면, 게임을 올바른 도구로써 이용할 수 있다. 그 시점이 되면 가족의 화합 및 직장 내에서의 단결력 강화를 위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정부도 '어떤 게임을 써서 우리 정책을 더 알리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라는 식으로 생각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게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니즈가 있고, 각기 다른 욕구 충족을 위해 다양한 게임을 활용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에 지스타가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많은 국내외 업체들이 B2B를 통해 비즈니스 활동을 하면서, 콘텐츠 수출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

게임 유저 및 관련 종사자가 없으면 게임 산업도 없다. 한 해 게임을 이용하고 사랑해 준 유저들을 위해, 감사하는 축제로써 지스타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