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한의 타운공방전


인간의 머리는 항상 시스템의 위에 있는 법. 현재 로한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한계 상, 타운공방전에서의 길드 연합은 두 길드만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세 길드 이상의 연합세력이 서버를 휘어잡고 주 단위로 돌려가며 타운의 세입을 차지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여러차례 타운공방전의 취재를 향해 뛰었으나, 번번이 돈이 없어서. 혹은 쟁이 시원찮아서 기사가 무산되었다. 일단 들어가게 되면 길드 이름은 딱 두개 보이고, 한 길드는 다른 길드의 보조적 역할로서 홀드 포인트만 찍고 다니니 타운의 분위기 상 널려있는 시체가 무색하게 쟁이 일어나지를 않았던 것이다.


기자가 타운에 들어온다는 것은 곧장 말해서 싸움구경하러 오는 건데, 대저 불구경보다 재미있는 싸움구경이라 한다면 신사복 입고 카운트다운 후 치루어지는 결투보다는 일단 기본적으로 육두문자가 난무하며 상대의 대의나 인격을 모독하고 자신들의 기치를 높이 들려 하는 그런 싸움이 재미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웬만한 서버, 평화의 비둘기가 아름답게 날라다니는 타운은 그런 면에서는 고역이었다.



타운공방전 내부의 데코레이션
이 안에서 날라다니는 평화의 비둘기는 정말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카엘 서버의 타운공방전


카엘 서버도 현상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현재 카엘 서버의 영웅길드, 티르길드, 쥬신길드가 주축이 되어 연합세력의 트로이카를 구축하고 있고, 기타 다른 길드가 연합에 참여하여 혹시 있을 지 모를 다른 제삼세력의 발호를 견제 중이다. 지상에 강림한 신의 아들이 빵조각을 나누어 삼천명을 먹였듯이 타운공방전 역시 "나눔"의 현장으로 변화하였고, 삼천명은 안된다 하더라도 삼백명은 너끈히 먹여살리는 나눔과 사랑과 평화의 장으로 변화한 것은 카엘 서버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 와중에 제 삼세력이 등장하여 연합세력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으니, 그 이름하여 하임달 길드다. 공개적으로 이번 5월17일 벌어지는 타운 공방전에 딴지를 걸겠다 천명하였고, 실제로 주중 타운쟁에서는 연합세력을 상대로 작은 승리를 거두기도 한 길드. 연합의 지도층에게는 절대 고와보일 리도 없고, 가소로와 보이기만 할 뿐일 것이다. 유저들이 이들 연합세력을 부르는 명칭은 "쥬티영 연합"으로, 쥬신-티르-영웅길드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 연합은 카엘 서버 연합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거대해 진 세력을 형성 중이었다. 어쨌거나 이건 진짜 쟁이다. 이제나 저제나 싸움나기만 기다리던 기자, 당장 달려갔다.



이 엔피씨는 맨날 이 소리다 : 짜증이 살짝 나려고 한다
너는 길드 마스터 전용 엔피씨냐



게시판에서부터 타오르는 전쟁의 횃불


6시 정도 접속하여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슬쩍 귓말도 하고, 옆에서 기웃거리면서 지나가는 말을 흘려듣는 등 정황 정보를 결산,추측해 본 결과 상황은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릇 사람은 자신 이외의 강자를 싫어하고, 경원시한다. 거대 연합세력은 이미 언플에서 밀려 세 개의 타운 가운데 시메크 쪽을 다른 중립길드에 양도한 상황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 쯤 되면 바보라도 알 수 있다. 누가 대의를 주장하여 연합세력을 시메크에서 밀어냈는지. 타운전쟁은 이미 시작 전부터 게시판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게시판전쟁에 열받은 어느 유저의 수갑 일만개 발언




요점만 줄이면 너희들도 결국 겨묻은 신세라는 말이다




그래서 게시판 분위기는 이렇게 비방과 선동, 각성과 반성을 촉구하는 전쟁분위기가 되었다



타운쟁이 시작되었다. 기자는 달렸다. 그야말로 뽕빨나게 달렸다. 길드에 소속되어 들어간 것이 아니라 관람권을 사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기자 혼자 뚝 떨어져서 들어갔던 것이다. 일단 하나는 확실했다. 하임달 길드 따라다니면 싸움구경은 원없이 할 수 있다는 것. 눈에 불을 켜고 하임달만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리 많은 수가 참전한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연합군 기동부대와 마주쳤다



척후대의 전투


한명 발견. 성벽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뒤를 쫒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영웅길드의 어느 유저. 기자가 부리나케 계단을 통해 성벽 위로 올라갔을 때는...



연합에 반기를 드는 제삼세력, 하임달 포착!




뒤를 쫒는 그림자는 명탐정 바베크...♬




성벽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급히 달려가 보았지만 기자가 갔을 때 이미 상황은 종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쳤는지 계단에 구겨박혀 죽어있었다



중간에 살짝 보이는 "임" 글자가 하임달 길드원임을 알려주었다. 기자는 마치 죽은 병사의 군번표를 떼어주는 군종목사의 심정처럼 순간 비장해 졌다.


하임달 길드와 연합군의 일차 접전


이 작은 접전을 마지막으로, 하임달 길드와 연합의 대규모 접전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졌다. 기자가 구역을 잘못 들어온 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하임달의 전력은 이미 사라진 듯 했다. 일단 연합세력의 수비대 가운데 기동부대의 위치를 확인한 후 아예 그들 옆에 가서 붙어있었다. 조금 지나자 정보가 들어왔다. 그들이 몇시 방향에 나타난 건지는 기자보다 사방에 정찰병을 파견해 둔 상대세력이 더 잘 안다.



멀리 하임달 부대와 연합군 세력이 보이기 시작




오~ 드디어 대규모 접전이다!!
날라다니는 군번표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챙기기 힘들었다



일차 접전은 하임달 길드의 전반적인 패배로 돌아갔다. 얼마나 난전이었는지 스샷찍기도 어려울 정도로 랙이 걸렸다. 그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서 스크린툰을 하나 만들 정도였으니 말 다 한거다.



정성 들여 만든 스크린툰 : 형 저예요 저...으악!!




전후의 복구작업은 승자의 권리다



전투의 시작은 첨병부터


돌아다니다가 하임달 길드의 첨병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영웅길드의 박도령과 붙었다. 이번 타운쟁에서 항상 하임달 길드의 최선봉을 달려나와 최초의 접전을 유도하는 유저가 오아시스다. 물론 제일 먼저 죽는다. 하지만 상대방의 첨병과 일대일로 붙으면 결코 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박도령과 붙은 오아시스. 첨병vs첨병의 대결에서는 항상 오아시스가 이길 수 밖에 없다




바로 뒤에 하임달 길드의 주력이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아무리 장사라도 다구리는 드래곤도 잡는다




박도령은 죽었지만 최후의 무선통신 한마디 : 1시방향 적출현!!
곧 연합군 수비대의 기동타격대가 도달할 것이다




대규모 접전이 벌어지고 일망타진당한 하임달 길드



마지막 15분의 아슈켈른


마지막 15분 사이에 가열찬 쟁이 벌어졌다. 그때 기자는 잠시 시메크 쪽 상황을 보러 나갔다가 다시 아슈켈른으로 돌아온 상황이었는데, 오고나서 보니 주변에 하임달 부대원들이 도열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기자까지 덩달아 전열을 가다듬는데 참여할 필요가 없어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더니 당시 연합군은 아예 함정을 파고 매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임달 길드가 차지한 상태였던 북서쪽 힘의 홀드베이스로 가는 길목 모퉁이에 숨어서 매복 중이었던 것이다.



사방에 터지는 특수효과와 마법 이펙트




광역스킬도 난무해서 취재를 방해한다




이 전투가 하임달의 마지막 공격임을 깨달은 연합군
점차 집결하면서 서서히 전력의 우열이 드러난다




관람권 사서 들어오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기자
저기 끼었으면 시체도 못건질 뻔 했다




포연이 걷히고 점차 드러나는 전장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양지 녂에...불현듯 쓸쓸한 하모니카의 소리가 들려온다



타운공방전의 최종승패


타운공방전은 예상대로 연합군의 승리로 마감되었다. 하지만 타운공방전에서만 싸움이 일어났으면 그뿐이었을텐데, 쟁의 불씨는 게시판까지 번져 있었다. 게시판의 전쟁이 무서운 것은 게임 내에서 쟁이 끝났다고 해도 여전히 벌어질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고, 유저들에게 깊은 앙금을 남겨준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타운공방전이 마감된 다음 바인드로 나온 상태에서도 양측의 싸움은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게시판 전쟁의 정당성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유효성에서만 논한다면, 상대적으로 약자인 측은 좋든 싫든 게시판에서의 싸움을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게시판 전쟁의 승리는 힘센 측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말 잘해서 대의를 이끌 수 있는 측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쟁이 끝난 다음에도 전쟁이 내내 이어진다는 것일까. 거두어야 할 죽은 병사의 군번표는 아직 카엘 서버에는 넘쳐나고 있다.



비교적 적은 세입을 보장하는 카엘 서버 시메크 지역의 이번 주 주도권은
로즈마리 길드와의 협의 하에 아리랑 길드가 챙겨갔다



Inven - 대남
(dainam@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