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판데모니움과 아름다운 엘리시움을 1년 넘게 바라보다가
그리고 아이온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건물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다른 MMORPG를 하게 되면 종종 드는 생각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래도... 현존 MMORPG 중에 아이온만한 그래픽이 없지...’


이러한 생각들은 최근 CBT나 OBT를 준비하고 있는 여러 게임들을 체험할 때나
24일 공개된 아이온의 미래 영상을 구경하면서 매번 느꼈던 흔들림 없는 생각이었다.


[ 그럼에도 그래픽 리뉴얼을 준비중인 아이온. 오픈베타 이전의 그래픽 그 이상을 보여주려는 것인가?! ]



26~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CON에서 아이온 그래픽 팀장인 김형준 아트 디렉터의 강연의 내용을 보아도
‘MMORPG라는 수많은 제한 사항이 있는 구조 안에서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그래픽을 연출할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하며 아이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관련기사] 김형준 팀장이 말하는 아이온의 그래픽! (2009.11.27)


[ 그의 강연에서 그간의 고민들을 느낄 수 있었다. ]



그 중 유독 기자의 눈길을 끌고, 유저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던 부분이 있다.
아이온만의 독보적이며 매우 다채로운 선택권을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부분인데,
김형준 팀장은 그래픽의 콘텐츠화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커스터마이징이 있습니다. 사실 커스터마이징은 양날의 검이죠. 유저들이 커스터마이징을 잘하면 좋은데, 사실 유저들은 대부분 잘 못 만듭니다. 아이온에 ‘이나중 탁구부’ 캐릭터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는 디자이너의 마음은 찢어지죠.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온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 대목에 유저들은 이렇게 답했다.

내 캐릭터도 한때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에 목소리도 좋았는데, 요즘 사람들이 10이면 9명이 난쟁이 캐릭터에 엽기적으로 보이기에 나도 캐릭터 피부 빨간 색에 눈은 작게 만들고 다리는 제일 짧고 발바닥은 제일 길고 얇게 만들어서 괴물인데 나도 이나중 탁구부 대열에 들어가는구나~ (인벤 닉네임 : 황오시)



지금 아이온은 꼬꼬마 왕국이 되었죠. 데바의 날 외형 변경권을 쓴 사람들은 90% 이상이 꼬꼬마로 했죠. 옛날에 오락실에 있던 아기들이 귀저기차고 서로 때리면서 하는 게임 있잖습니까? 요즘 사람들이 다 그러고 다닙니다. (인벤 닉네임 : 램파드)



눈에 흰자도 없고 홍조 띈 꼬꼬마 베이비가 대부분에서 동감! 절묘한 표현이네요. 그나저나 엽기적인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가슴이 아팠다니 의외인데요? (인벤 닉네임 : 묘랑)



솔직히 최근의 이런 동향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주력으로 키웠던 살성 캐릭터가 꼬꼬마 캐릭터였기 때문일까? ^^;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로 열에 (최소한)다섯은 꼬꼬마 캐릭터였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겨난 것일까?


[ 보통 로리, 꼬꼬마라고 부르는 캐릭터들의 외형 ]




■ 처음부터 꼬꼬마 캐릭터가 가능했는가?


이러한 현상이 과연 처음부터 이러했을까? 아니다.
오픈베타의 기록으로 간직하고 있던 풍경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이
8등신에 쭉쭉 빵빵한 멋진 모습을 하고 캐릭터가 생성되어 있었다.


[ 모두가 8등신의 엣지있는 캐릭터들이었다. ]



가운데 기자의 캐릭터가 보이는가? 그 당시 가장 작은 키를 가진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고,
(왜냐하면 인터뷰 대상을 찍을 때 올려보며 찍으면 사진 빨이 잘 받는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었다. ^^;)
당시 그렇게 가장 작은 키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키가 저 정도 였다.



■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SD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


그렇게 제한되어있던 커스터마이징이 3월 4일, 1.1 업데이트가 적용된 시점부터 풀리게 되었다.
유저들이 적극 건의했을 수도, 개발팀에서 커스터마이징을 강화하기 위한 결과였을 수도 있지만
이때부터 신장을 비롯해 팔과 다리 길이, 어깨 넓이 등의 커스터마이징 제한이 완화되었다.


[ 이정도의 커스터마이징이라면 자유롭게 만들어 준 것과 다름없다. ]



이를 기점으로 SD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귀여운 모습을 한 SD 캐릭터들이
이슈화되어 기사화 한 적도 있었다. 그 때의 반응들은 ‘귀엽다’라는 의견과
‘질리면 다시금 원래 외형으로 돌아올 것’ 과 같은 서로 상반된 의견들이 있었다.


▶ [관련기사] 외형변경의 대세는 SD? 4등신이 뜬다! (2009.03.16)


[ 결국, SD 캐릭터의 등장 이슈가 되었다. ]




■ 왜 SD캐릭터, 로리캐릭터, 꼬꼬마 캐릭터를 고집하는가?


그렇다면 유저들이 왜 아름다운 외형을 버리고 키가 작거나, 귀여운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유저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고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캐릭터가 크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는가? 없다. 그렇다면 캐릭터가 작으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는가? 있다. 바로 MMORPG에서 타겟팅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건물이나 지형에 숨을 수 있는 곳도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바로 이런 부분이 시공이나 어비스 전투를 즐겨하는 나에게 꼬꼬마 캐릭터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아이온에서는 키가 작은 것이 위너라고 생각한다.^^;


[ 살고 싶다면 작아져라? ]




작은 캐릭터를 플레이하다가 새 캐릭터로 크게 만들었는데 너무 답답했다. 실제적인 이동 속도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꼬꼬마 캐릭터로 생활하다가 일반 캐릭터의 달리기 모션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답답해서 어쩔 수 없이 바꾸게 되었다.



아이온에서 캐릭터들이 너무 예쁘다 보니깐 그런 것 같다. 실제로 마음먹고 괴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캐릭터들은 대부분 쭉쭉빵빵의 8등신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나름 개성을 찾고 싶고 예쁜 캐릭터를 고수하고 싶은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그 기준의 결과가 바로 꼬꼬마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꼬꼬마 캐릭터 소스를 검색한 적도 있었고, 커스터마이징으로 치면 ‘꼬꼬마 소스’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검색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 꼬꼬마 만드는 법이 인기 검색어로... ]




■ 꼬꼬마 홍수의 도화선은 바로! 데바의 날 외형 변경권 지급?


많은 유저들이 꼬꼬마 캐릭터가 갑자기 늘어난 것에 대한 원인으로
1주년 기념으로 모든 유저에게 외형 변경권을 지급한 것을 꼽고 있었다.


[ 공짜인데 당연히 써야지! 그렇다면 이왕 외변할거 대세인 꼬꼬마다?! ]



물론 모든 유저들이 이 외형 변경권을 사용해 꼬꼬마 캐릭터로 변경했다고 볼 수 없다.
반대로 돌아온 유저들도 있고, 전혀 다른 외형으로 변경한 경우도 있겠지만
위의 유저들의 의견을 들어볼 때, 실제로 엘리시움이나 판데모니움, 어비스 거점 같은 곳에 가서
꼬꼬마인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를 비교해볼 때 과거에 비해 확실하게 차이가 나고 있는 현실이다.


[ 거점에서 대충 찍은 스크린샷. 거의 대부분이 꼬꼬마 캐릭터. ]




■ 대세(?)인 꼬꼬마 커스터마이징 현상은...


이러한 상황이 1주년 선물로 모든 유저들이 외형 변경이 가능해져서
꼬꼬마나 로리형 캐릭터가 급증하게 되어 벌어진 갑작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커스터마이징이 그 어떤 게임보다 자유로운 이상 선택권은 유저들에게 있는 것이고
유저들이 '일반' 혹은 '평범'이라 불리는 8등신의 커스터마이징 보다 장점이 한 가지라도 많은
꼬꼬마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은 최고의 캐릭터를 꿈꾸는 유저들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기 때문.


그렇게 만들어진, 백이면 백 모두 다른 유저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온의 커스터마이징을 유저들은 과연 어떻게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일까?


ㅁ 아이온 AD가 커스터마이징을 구현하려고 한 계기

“(커스터마이징을 구현하기로 결정한) 최종 계기는 어떤 유저가 만든 캐릭터가 사내에서 이슈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내부 개발자 중에 한 명이 ‘정말 내 이상형’이라면서 이런 NPC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내심 은근히 기대를 하고 봤는데, 막상 보니 이것은 제 기준에는 너무 못생겼던 거죠.

그리고 그 때 느꼈습니다. ‘내 기준으로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구나’라고.. 그리고 (다채로운)커스터마이징을 넣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너무 자유도가 높기에 디자이너도 괴롭고 유저들도 괴롭다? (귀찮다) ]



꼬꼬마 캐릭터의 증가 현상이 단순히 1주년 기념 전체 외형변경권 선물로 빚어진 헤프닝일 수도
아이온의 풍경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캐릭터에 대항하는 개성의 한 표현일 수도 있다.
그것마저 아니라면 한 시절을 풍미하는 유행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지난 3월 꼬꼬마(SD형) 캐릭터가 등장한 후 ‘질리면 사리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꼬꼬마 외형은 그 수가 점점 늘어났고 1주년 기념으로 전원에게 외형 변경권이 풀린 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볼 때 당분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nven U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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