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서번호 0042 : 압드 알 하지르가 쓴 기록에서 발췌 -




오늘 아침, 피묻은 채 문에 거칠게 꽂혀 있던
굽은 검을 보았을 때 나는 이교도들이
나를 찾아냈음을 깨달았다.

얼마 전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몇 달 동안이나
나를 괴롭혔던 그 망상을 지워버리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제 그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한밤중, 황야 깊숙한 곳에서는
위압적이면서도 완전한 어둠만이 느껴졌다.


그래서 울창한 트리스트람 숲을 헤쳐 나올 때 먼발치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자
여행자가 또 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어두운 숲보다도 더 어두운 무언가가 내 몸을 감쌌다.
너무도 끔찍한 공포를 떨쳐버리려 귓가에 성가가 들려 나를 이끌 때까지 도망쳤다.


어떤 신이었건 간에 그 소리가 흘러나오는 부정한 장소에
발을 들여놓지 않도록 지켜주신 것에 감사를 드렸다.
대신, 숲 깊은 곳에서 처참하게 베어져 나온 개척지를
눈에 띄지 않게 살펴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어둠의 이교도들을 보았다.





그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서 있었다.
횃불 빛으로 번쩍거리며 룬 문자를 새긴 의복을 입고 춤을 추는 끔찍한 의식이 희미하게 비쳤다.


두건을 쓴 이교도와 그들의 타락한 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으니,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호기심이 들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단조로운 곡조로 노래는 계속되자 그들이 나를 발견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창백하고 초점 없는 눈을 한 탄원자가 앞으로 이끌려 나오자 내 마음은 다시 그에게 향했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었는지, 광적인 종교에 심취했던 것인지, 단순히 마약에 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쿵쿵 울리는 원 안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는 걸 보니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호화롭게 장식한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교도 수장이 앞으로 걸어 나와
알 수 없는 언어로 의식을 위한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하자 노랫소리가 멈췄다.


가죽 가면을 덮어쓴 거대한 근육질의 이교도가 눈구멍이 없는 검은 두건을 희생자의 머리 위에 씌우고
허리춤에서 손바닥 한 뼘 정도 되어 보이는 대못을 꺼냈다.


그 저주받은 못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의 다른 한 손에 들린 거대한 죽음의 망치를 보았다.
그는 단숨에 망치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탄원자의 등에 대못을 강하게 박았다.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그 희생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대못이 하나 더 준비되자,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나도 붙들린다면 그처럼 못이 박힐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또 하나의 대못이 살을 찌그러뜨리는 소리를 내며 들어가 박혔을 때 나는 눈을 돌렸다.


이교도 지도자의 의복에 시선이 멈췄다.
의복에 수 놓인 복잡한 룬이 역겨운 동작에 따라 흔들거렸다.


나는 그 사악한 장소에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마구 뛰어 도망가 버리고 싶었지만, 천천히 몸을 움직이려 노력했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나는 발소리도 신경 쓰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쓰러질 때까지 뛰었다.
그리고 나서 더 뛰지 못할 때까지 뛰었다.
나는 비틀거리면서도 계속 뛰었다.





얼마 전 나는, 신 트리스트람에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정할만한 공포가 없어 실망스럽다고 썼었다.
그렇게 속단하여 쓴 글로 이런 운명을 자초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내가 그날 밤 마주쳤던 끔찍한 공포보다는 실망하는 편이 훨씬 낫다.


집에 돌아온 후 나는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내가 본 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광적으로 그 악마에 사로잡힌 이교도들을 조사했지만
전해 내려오는 모든 무시무시한 이야기 때문에 나를 사로잡은 공포감은 더욱 깊어졌다.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 발각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말았다.


그들이 나를 노리고 있다.





이것은 압드 알 하지르가 쓴 글 중 마지막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우리 세상에 일어나는 기기묘묘한 사실을 집대성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안타깝게도 작년 말부터 행방불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