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서번호 0017 : 압드 알 하지르가 쓴 기록에서 발췌 -


트리스트람의 잔재를 내 눈으로 본 후,
낡은 대성당 아래에 있는 복도와 지하 감옥에 무엇이 있었는지 더 알아보아야겠다고 느꼈다.


처음 912년경에 호라드림 수도원으로 지어졌던 이 건물은 후에 자카룸 대성당으로 개조되었다.
(비밀에 싸인 호라드림 교단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고대 신비 전통과 관련된 내 글을 보라.)


전설에 따르면 처음 수도원은 신화에 등장하는 디아블로가 갇혀 있던 감옥 위에 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디아블로가 풀려났다는 소문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도
트리스트람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공포에 떨게 되었다.





낡은 대성당에 얽힌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밝혀내고자,
나는 지옥으로 이어진다는 고대 통로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던 늙은 모험가를 찾아냈다.


“트리스트람에서 들리는 이상한 얘기는 전부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물을 잔뜩 싣고 왔다는 얘기를 듣자
우리도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끌리듯 그리로 갔지요.”


그는 잠깐 생각에 잠겨 말을 멈추고 잘리고 남은 왼쪽 팔을 긁었다.


“사방에서 괴물이 날뛰는 곳이 보물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장소라는 게 이상하다 생각한 적 없습니까?
왜 커다란 보물은 안전한 곳에 있는 법이 없는 걸까요?”


일어났던 사건 전체를 농담처럼 얘기하면서 긴장을 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트리스트람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는 대성당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부렸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마을에는 괜찮은 여관이 있었어요.
사실은 그 낡은 교회에 뭔가 사악한 것이 있었지요.
당신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겁먹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겁먹지 않았다고 댈 핑곗거리가 없어져서, 안으로 들어갔지요.

이것만은 꼭 말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거기에서 나던 죽음의 냄새는 전에 어디서도 맡아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언데드가 공격을 하더군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내가 말도 안 된다며 비웃는 건 아닌지 보려고 말을 멈췄다.





내가 웃지 않자 그는 말을 이었다.


“그래요, 언데드였습니다. 언데드와 여러 번 맞닥트려 봤지만 영 익숙해지지가 않더군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속에서 두려움이 꿈틀거리는 거죠.
손은 땀으로 끈적거리고, 검을 똑바로 쥐기가 어려워집니다...

그 아래에 내려가 언데드 같은 것과 마주하면 정말 제정신인지조차 의심이 들지요.
그리고 그 썩은 내는 상상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우린 그 상황을 이겨냈죠. 저는 반대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한 기분을 안정시키려 할 때, 오히려 그 불안함으로 과감히 행동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가 눈에 띄게 침울해지기 시작한 것은 이 즈음에서였다.
단 한 마디도 놓칠세라 저절로 몸이 그에게 가까이 기울어졌다.


“그러더니 일이 잘못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 사악한... 것들... 새끼 마귀라든지 악마라든지..
아니면 타락한 녀석 같은 것들과 마주치기 시작했지요.

소환된 것 같더군요. 정말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 뿔이며 번쩍번쩍하는 붉은빛이 사방에서 우릴 공격하더군요.
당신이라도 그런 일을 겪으리라는 생각은 못할 겁니다.

우린 쉽게 혼란에 빠졌지요. 너무도 어두웠거든요...”





“그러고 나서 우린 그...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는 뼈를 톱으로 써는 소리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군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납니다.
너무나도 겁에 질려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만, 그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계속 말이지요.”


모험가는 그날을 회상하면서 몸서리쳤다.





“그는 이 정도로 부푼 모습이었고... 그리고...
내가 돌아보는 곳마다 핏자국과 시체가 즐비했습니다. 새로운 공포가 밀려왔지요.

그리고 갑자기 그놈이 우리를 덮쳤습니다. 우린 그를 쫓아버릴 수조차 없었는데 말입니다.
제레미가 먼저 쓰러지자 전 달렸습니다. 그래요. 달렸습니다. 동료를 죽게 놔두고 도망쳤지요.

그놈에 맞설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게 너무나도 끔찍했으니까요.
내가 달아날 때 그놈이 공격했으나 빚 맞혔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내 팔은 완전히 잘려나갔죠.
전 처치를 해줄 치유사가 필요했습니다...”


목소리가 서서히 잦아들면서, 그는 오늘날까지도 후회하고 있는 그 옛날 일 생각으로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