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2를 플레이하면서, 팀에 숙련된 캐리 한 명만 있어도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그만큼 서포터나 정글러와 같은 영웅보다는 캐리 역할의 영웅이 얼마나 잘 성장했는지, 또 얼마나 플레이하는 유저의 상황 판단력과 실력이 좋은지에 따라 팀의 운명이 크게 좌우지 되는데요. 언제나 대회나 방송을 통해 가장 극적인 장면이 많이 연출되는 만큼, 인기가 좋은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플레이하는 모습에 따라 그 경기에서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캐리에 관해서, FXO팀의 캐리를 담당하는 페비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페비 선수가 주로 플레이하는 포지션과 선호하는 영웅은 뭔가요?


주 포지션으로 캐리를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파밍 속도가 빠르고, 동일한 수준의 아이템이라고 가정 했을 때 하드캐리가 가능한 항마사를 가장 선호합니다.





어떤 점이 캐리의 매력일까요?


보통은 상대편 영웅을 킬함으로써 아군에게는 이득을, 적군에게는 타격을 주는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하고 싶어서 캐리가 가능한 영웅들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캐리의 가장 큰 매력을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하신다면, 아무래도 크립을 처치하여 CS를 챙기는 부분인 거 같습니다.


CS를 잘 챙긴다면 그만큼 좋은 장비를 빠르게 구매할 수 있고, 전략적으로도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로지 파밍을 위해서라면 정글러도 좋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정글보다는 레인에서 긴장감 있게 성장하는 편이 오히려 더 재미있고 빠릅니다.




▲ 영웅 성장의 핵심인 파밍, 특히 페비 선수의 파밍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게임에서 캐리라는 포지션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그리고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팀의 주요 딜러로서 적 영웅을 확실하게 제압하여 팀의 이익을 가져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영웅의 장,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상대팀의 영웅 구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등 의외로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줘야 합니다.


특히 어느 정도는 제대로 된 장비가 준비되어야 힘을 발휘하는 게 딜러들의 공통점인데, 단순히 '캐리'라서 초반부터 킬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가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상대편 영웅을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의 파밍이 선행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반 이후 한타 상황에 제대로 화력을 낼 수 없어, 유리한 상황에서 싸움을 걸어도 오히려 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리한 한타 참여보다는 템 파밍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팀을 캐리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을 텐데, 어떤 마인드가 중요할까요?


캐리로써 죽지 않고, 대상은 반드시 삭제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캐리라는 역할이 팀 승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으로 하여금 "나에 대한 견제 없이 단 5분이라도 프리 파밍하게 놔둔다면 무조건 진다"라는 압박감을 줄 정도로, 꾸준한 파밍과 견제를 통해 강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플레이는 상대로 하여금 심리적인 부담은 물론, 소극적인 대응이나 위축된 플레이 등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 건드리고 싶지 않다! 느낌 아니까…




그럼 페비 선수가 주로 사용하거나 추천할만한 캐리 영웅은 어떤 게 있나요?


레인전이나 파밍 정도가 중요하지만, 초중반 특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얼굴없는 전사는 좋은 캐리 영웅입니다.


일단 보유한 스킬 자체는 공격 시 일정확률로 적을 기절시키는 시간 가두기[E]와 물리, 마법 효과까지 최대 25% 확률로 무시할 수 있는 시간 되감기[W] 등 유용한 지속 효과 스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얼굴없는 전사는 보유한 아이템에 비해 적에게 주는 피해량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 영웅인데요. 상대적으로 약한 방어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칠흑왕의 지팡이 정도만 선행된다면, 기본 아이템 수준으로도 충분히 중, 후반 운영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적의 이동속도를 감소시켜서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핵심 스킬인 시간이동[Q]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고, 시전 가능한 거리도 최대 1300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1:1뿐 아니라 한타 상황 시 적극 참여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일정 확률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에 따라 강력함이 결정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얼굴없는 전사의 덫에 걸린 먹잇감들!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하드캐리 항마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파밍하는 것을 가장 큰 재미로 느끼기 때문에, 파밍 속도가 굉장히 빠른 항마사는 저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영웅입니다.


특히 동등한 아이템 수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1:1 상황에서 가장 강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조금이라도 빠른 성장을 위해 자신의 시작 자금으로는 가난한 방패를 구매하고, 레인전에서 필수인 목담과와 물약은 같은 팀원에게 지원받아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튼튼한 방패, 나뭇가지 2개, 목담과, 물약을 가지고 레인전을 시작하면 됩니다.




▲ 마나의 카운터 항마사!


항마사의 초반 이후 핵심 아이템으로는 능력의 장화와 전장 격노를 목표로 하면 되는데, 가능하다면 중간에 벌목 도끼 하나쯤 장만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외로 벌목 도끼를 초반 아이템으로 무시하는 분들도 많은데, 최대 32%의 추가 피해를 크립들에게 줄 수 있어서 파밍 효율을 좀 더 극대화 시켜줍니다. 저 같은 경우 대부분 중후반까지 애용하는 아이템으로 파밍 속도를 위해서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 벌목 도끼는 크립 사냥 시 효율을 높여준다


마지막으로 원거리 캐리인 드로우 레인저를 추천해 드립니다.


사실 이 영웅은 대회에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명중의 오라[E]스킬의 존재로 팀의 조합에 따라 막강한 화력을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얼음 화살[Q] 스킬은 적을 추적하는 상황이나 한타 시 적의 기동력을 약화시키는 용도로 매우 유용한데,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이동속도를 감소시키는 폭이 비약적으로 증가(최대 60%)합니다. 여기에 최대 6초간 주문 사용을 막는 침묵[W]도 한타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도록 해주는 스킬입니다.


또한 드로우 레인저 캐리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궁극기 명사수[R] 스킬은 최대 100에 가까운 민첩을 올려줘서 원거리 평타 데미지가 매우 높습니다. 아마도 이 스킬로 인해 도타2에 존재하는 원거리 영웅 중 가장 강력한 평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특징 때문에 LOL에서 원거리 딜러를 플레이하는 분들은 조금 더 익숙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 궁극기 명사수 스킬로 인한 60의 추가 민첩은 적이 근처에 있으면 소멸한다


추가로 드로우 레인저의 운영은 적과의 거리를 유지한 채 얼음 화살[Q]로 상대방 이동속도를 늦추고, 침묵 스킬을 통해 무력화 시키면서 지속적인 평타딜을 주면 되는데, 상대방이 칠흑왕의 지팡이나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면 필킬이 가능할 정도로 무섭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LOL의 애쉬와 같은 스타일의 영웅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일러스트도 상당히 비슷하기도 하니까요.




▲ (좌) 도타2 드로우 레인저 / (우) LOL 애쉬




마지막으로 캐리 입장에서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사실 팀의 캐리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못하면 게임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 같은 경우 대회에서 킬, 데스 부분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타워 상황이 불리하면 조금 초조해지기는 합니다. 보통 게임이 안 풀린다고 하는 건 이런 부분을 말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킬 상황이 정말 불리하고, 한타에서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아이템 격차가 많이 벌어진 경우는 무리해서 싸우지 말고 스플릿 푸쉬를 통해 레인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통해 골드의 격차를 조금씩 줄여가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