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속의 많은 사연들...

오래된 게임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사연이 존재하고,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세상 속에서 각각 그들만의 사연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리니지 속 작은 세계...



이러한 리니지 내의 많은 사연 중에 우연히 눈에 띈 사연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한 캐릭터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하딘 서버 레벨 70의 마법사 'Savomaron'



본주는 아들, 부주는 아버지...
생각만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기자가 'Savomaron'이라는 캐릭터에게 귓말을 넣고 잠시 대화를 요청하자
흔쾌히 응낙해 주었으며 자신은 현재 이 캐릭터의 아버지라고 밝혔고
때마침 아들도 옆에 같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 아버지의 이야기


'Savomaron' 캐릭터는 아들이 군대 가기 전 2000년도에 만들었으며
자신도 그 당시같이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이 만든 중립 혈인 '아크나이트'소속이며 현재 나이는 81년생이다."라고
밝힌 그는 아들과 함께해서 즐거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행복하다."며
아들뿐 아니라 딸과 딸의 남자친구까지 리니지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묻자 "연기를 하고 있는 김정태(김민수)라고 한다"
라며 영화, 드라마, CF등에 출연을 하고 있고 제5공화국에서 동국제강 회장,
서동요 백제귀족 황토현, 태극기를 휘날리며 에서는 대구역 역장 역활 등으로
출연을 했었다는 그는 직업이 그러다 보니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져 여가 활용차
게임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게임을 같이하게 된 것은 리니지가 처음이 아니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가족들이 게임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같이 즐겼고
아들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선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리니지를
하면서부터는 아들이 트러블이 생기면 직접 나서 중재를 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한번은 리니지를 하다 딸이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단다.

"가족들끼리 게임 내에서 하는 대화를 엿듣고 있던 유저가 비슷한 아이디를
만들어 마치 아버지 인양 '나 아버지인데 아이템 좀 빌려줘라.'라는 편지를 보냈고
딸은 그 속임수에 넘어가 아이템을 전부 넘겨줬는데 사기를 당한 것을 알고난 후
전 가족이 나서서 그 사기를 친 유저에게 호소편지를 보내 간신히 받아내기도
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결국 그 유저와 화해까지 했다고 한다.



쓴소리 했다고 척살령이...


"같이 노는 것을(팀플) 좋아해 멋모르고 라인 캐릭터들하고 놀았다가 적 혈에
오해를 받아 6개월을 맞아도 봤다."는 그는 라인으로부터 척살령이 내려진 적도
있었다며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55레벨 리니지 5년차일 때 라인이라고 중립을 너무 우습게 보고 얕잡아보는
말을 해서 한마디 했더니 단체로 덤비기에 쓴소리 한마디 해준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바로 척살령이 내려져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다."





심할 경우 캐릭터를 접거나 혹은 서버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 척살령,
특히 서버를 주름잡는 라인으로부터의 척살령이면 그로 인한 부담은 상당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척살령이후 고생을 할수록 이를 갈았다는 그는 자신이 저렙이기 때문에
무시를 당한 것이라는 생각을하며 고렙이 되면 자신은 저레벨들에게 안 그럴
것이라고 다짐을 하며 악착같이 레벨업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복수를 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엔 화해를 했다며 오히려 랭킹 100의(하딘)
아크법사가 됐을 때 양라인에서 먼저 축하를 해주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오히려 라인을 안타겠느냐고 손짓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쭉 영세 중립으로
남을 것이라며 리니지를 하면 무엇보다 아들하고 대화가 통해서 좋다는 그와의
대화를 모두 마쳤다.





# 아들의 이야기


신림 11동 문성터널지나 미성 초등교 맞은편에서 '헤어붐' 미용실(근처에 사시는
리니지 가족분들 한 번 찾아가 보세요^^)을 운영하고 있다는 'Savomaron' 캐릭터의
본주이자 부주의 아들(?)인 그는 첫 인사를 유저분들에게 아버님을 잘 부탁 드린다는
말로 대신했다.



아버님은 디아블로2의 지존!


"처음 디아블로 2를 알려드리면서 아버님을 게임 계에 입문시켜드리게 됐다."는 그는
당시 아버님을 디아블로 2의 '지존'이었다고 말한다.



디아블로 2에 푹 빠지신 아버님이 어떻게 리니지로 넘어오시게 됐느냐고 묻자
"99레벨의 아마, 드루, 소서, 바바등 다 키우시고 나도 모르는 벅링(버그링)까지 사용하며
디아블로 2에 빠져 있으신 아버님을 끈질긴 설득 끝에 리니지로 넘어오시게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처음 리니지에 넘어오시고 나서도 디아블로 2에 미련이 계속 남으셔서 두 달에 한 번
디아블로 2를 접속해 아이템 관리를 하신다고.





군 제대 최고의 선물 그리고...


애지중지하며 키운 캐릭터를 온라인 게임의 초보라 할 수 있었던 아버지에게 처음부터
맡기며 같이 키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처음 제일 하기 쉬웠던 요정으로 입문시켜드렸는데 그 캐릭터를 혼자 48까지 키우셨다.
그로 인해 아버님의 실력을 인정하게 됐고 아버님에게 캐릭터를 맡기게 된 것이다."
그가 아버지를 믿고 캐릭터를 맡기게 된 이유란다.



아버님과 리니지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 무엇인지 묻자 "아버님이 어느 분의
권유로 오만 51층에 가셨다가 재미를 붙이셔서 3개월 동안 눕고 복구하기를 반복해
레벨업을 거의 포기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51층 부적을 사달라고 하셔서 기대 반 포기 반 하는 심정으로
51층 부적을 사드렸는데 전역할 때쯤 "선물이다."라고 하시며 52레벨 애기 데스를
보여주셨었을 땐 정말 기뻤다."라고 그때의 추억을 얘기하던 그는 요즘은 여자친구가
싫어해 리니지를 자주 즐기지 못하게 돼 아쉽다고한다.



그도 리니지를하며 즐거운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한다.

"지금은 사과도 받고 화해도 한 일이지만 언젠가 19세 정도의 어린 유저가 아버지에게
심한 말을 하며 할머니를 욕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참담했다"는 그는 "고렙이고
저렙이고를 떠나 본의 아니게 스틸을 했을 경우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상대가 버거워
보이면 힐 한방 해주는 게임을 하다 보면 리니지가 영원히 빛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리니지 유저를 향한 부탁의 말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둘도 없는 친한 친구라고 표현하며 평소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아버지의 솔직함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아버지가 좋은 자리도 전부 마다하고 사표를 내신 후 연기자의 길을
가시고자 했을 땐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머니 역시 그 당시는
힘들어 하셨지만 지금은 각자 자신의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며 살아가고 있어 가족들 모두
행복하게 재내고 있다는 그의 말을 끝으로 모든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가 인터뷰 내내 부러워했던 건 가족 간의 공통점이 있고 그로 인해
부모 자식 간의 부담없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었다.

설령 그것이 게임이 아니고 다른 것이었다하더라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건
가족애와 가족 간의 대화에 상당한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자도 아버님이 계시지만 평소 안부전화를 가끔 하는 수준일 뿐인데
만약 아버님과 내가 무엇인가 같은것을 취미로 즐기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세대 간의 벽이 조금이라도 낮춰져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가족 간의 대화 단절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종종 거론되고 있는 요즘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컴퓨터만 있다면 같이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온라인 게임을 건전하게 여가로 즐기며 가족 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라이프 스트림' 마법으로 만든 하트!
아이템은 옵션확인 스샷을 위해 확인을 발라달라고 부탁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평범한 유저분들의 친근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__
인벤 쪽지나 메일(robin@inven.co.kr)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인벤로빈(로빈슨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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