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구력이 좀 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게임중 하나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이다.


1994년 발매되었던 PC 용 RPG 게임이었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약칭 어스토)는 손노리와 이원술이라는 이름이 현재까지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끔 하는 작품이었으며, 당시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숫자인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와레즈나 기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어스토를 즐긴 유저들까지 포함하면 어스토에 한번이라도 손을 대본 게이머는 수십만 이상이 될 것이다.


기자 역시 듄2 나 삼국지, 신장의 야망같은 시뮬레이션 위주의 게임을 주로 하다가 처음 접한 RPG 가 바로 이 어스토였으며,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손노리와 이원술이라는 이름을 상당히 강하게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동일한 시나리오이지만 수십번 반복해서 클리어하는 것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었고, 처음 플레이할 때 벽속에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수백번이나 던전을 돌다가 나도 모르게 만렙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별도로 파일을 보관하고 있기도 하며 최근에 모바일 버전으로 다시 플레이를 해보기도 했다.


지금 다시 플레이를 한다 해서 12년전만큼의 감흥이 되살아나기야 하겠냐마는 기억속에 남아있는 명작을 다시 한번 맛본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게임을 직접 만들고 개발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


손노리의 이원술 대표와는 이미 두번째 만남이다. 아마도 인터뷰를 하고 나서 기사를 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그는 서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 이원술 대표


2004년 1월경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손노리와 이원술 대표는 넷마블과 결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 그래서 엔트리브와 손노리의 양사로 분화되어 이제 막 새로운 게임의 개발에 매진을 하려던 시기였고, 그래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한동안은 예전 어스토의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었다.


기억하기로는 그 당시 손노리의 총 인력은 20 명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6년 4월 초에 방문한 손노리는 백여명 정도가 근무할 정도로 상당히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성장했음에도 이원술 대표의 캐릭터는 그 독특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때로는 엽기적이랄까. 조금은 답하기 힘들거나 곤란해할 수도 있을만한 질문에 대해서 너무나도 짧으면서도 명쾌하게 대답이 나오는 것은 여전했다. 그 내용에 살을 붙이기 위해 더 물어보는 것이 기자라는 직책에 따라붙는 의무이기도 하지만, 대답을 하는 모습이나 혹은 스타이리아에 붙을 농구게임 Hoops 의 캐릭터로 여전히 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물론 Hoops 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이원술 대표냐 하는 것에 대해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이다) 그가 가진 그런 독특함이나 엽기성이 게임 개발의 근본적인 동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전히 머리에 V 자 마크를 간직하고 있다. 2005년 7월, 스타이리아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던 당시 스타이리아의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 머리를 밀면서 V 자 마크를 그려 넣었다고 했는데,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후속작은 나오는 것일까 ?


2004년 1월의 인터뷰 당시에 그는 기자에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원래 7부작의 시나리오로 존재했던 게임이며, 이제 2부 이후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요지의 말을 한 바가 있다. 그러나 모바일 3부작, 그것도 PC 게임의 시나리오의 축소판의 내용만 재출시되고 PSP 버전으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리메이크 되어 다시 나왔을 뿐, 2부작 이후의 게임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 스타이리아로 인해 바쁠 법도 하지만, 과연 무엇때문에 늦추어지는 것일까 ?


그가 제시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당분간 스타이리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또 하나는 국내 패키지 시장이 거의 사양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재출시나 시리즈의 완성에 대해 국내에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 콘솔 시장 역시 크게 보고 있지는 않다. 만일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콘솔이든 PSP 든 패키지든) 제작하여 재출시하게되면, 그것은 해외 시장이 주된 타켓이 될 것이다."



■ 스타이리아가 나오기까지~


사실 그가 요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아닐 것이다. 현재 최대의 관심사라면, 오픈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스타이리아. 그것도 오픈과 동시에 붙는 게임은 단 하나이며, 그 게임이 바로 손노리에서 개발한 테니스 게임 러브포티이기 때문에 아마 그의 모든 신경이 스타이리아와 러브포티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스타이리아와 같은 구상을 한 것은 2000~2001년 무렵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부터 지금과 같은 명확한 구상은 아니었겠지만, 무언가 그 당시의 게임 시장이 지니고 있었던 한계점을 돌파하고 싶었던 듯 하다.


"시장이 갑자기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온라인이 게임 시장을 모두 평정한 것이 한국의 상황이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컨텐츠 자체의 퀄리티나 발전 속도가 강국이라는 말에 어울리지는 않다고 본다. 그래픽적인 발전은 많이 있었지만 게임의 기획적인 측면에서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기존에 나왔던 게임들의 온라인화라든가 혹은 유사한 형태라든가 그래픽만 차별화된다든가 하는 모습이 많았다."


특히나 외국처럼 한국 게이머들의 게임 경력이 그리 많은 편도 아니었기에 많은 개발사들이 그런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추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꺼려하게 되어 다양한 게임을 접하는 기회가 부족해지는 일종의 악순환이 존재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 2005년 7월, 스타이리아 사업 설명회의 프리젠테이션 화면중에서 ]



바로 이 지점에서 착안한 것이 스타이리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큰 리스크를 짊어질 수 밖에 없는데, 가능한한 많은 것을 제공해주면서도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 다양한 시도들이 많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특히 사람들도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어 게임의 질적 발전도 가능해지고, 게이머들의 경험의 폭도 더 확장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정리된 것이 바로 스타이리아라는 것이다.


"부분 유료화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각 개발사마다 일일이 다 아바타 만들고 아이템 만들고 판매 솔루션 붙이는 것도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일 뿐더러 구매를 하는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도 일일이 각 게임을 다 따로따로 구매를 해야만 하는데 이것도 오히려 부담이 가는 요소이다. 그래서 그런 유료화 문제를 고민하지 말고 게임의 재미와 내용에 집중해서 개발하도록 해주기 위해, 즉 개발자는 오로지 게임 개발에만 주력하고 나머지 모든 것을 스타이리아에서 제공해주며, 게이머들 역시 단 한번의 구매로 다양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기에 오히려 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스타이리아에 나오는 게임들은 ?


스타이리아는 5월 1일 오픈 베타를 실시하면서 올해내에 총 7개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상을 훌쩍 넘겨 5월에서야 오픈을 하게 된 데에는 그라비티의 경영권 관련 문제도 일부 영향이 있었지만, 게임의 완성도나 퀄리티의 향성을 위한 개발의 지연 역시 하나의 원인일 듯 하다.


그러나 오픈 베타와 동시에 7개의 게임이 모두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이하게도 매월 한개씩의 게임이 새로이 선보이는 것. 그래도 명색이 게임 포탈인데 하나만 나오게 되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 그는 이런 답변을 내어놓았다.


"우리 역시 많이 고민을 한 문제인데, 초반에 대규모의 인원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하나씩 출시하면서 게임별로 집중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결정하였다. 게임에는 어느 정도 사람이 있어야만 재미가 더하는 법이기도 하지 않은가. 하나씩 차례차례 성공시켜가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았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테니스 게임 러브포티, 바로 손노리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개발팀에서 회의하다가 러브포티라는 말이 나오길래 어감도 좋고 해서 그냥 정한 것이라며 웃으며 말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과 많은 금액을 들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출시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드는 것은 이원술이라도 해도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 러브포티, 비밀의 화원에서의 게임 모습 ]



스타이리아 브랜드 발표행사가 3월 28일 있었는데, 특이하게 이 자리에서 밝힌 것 중 하나가 바로 매월 1일날 게임이 추가된 다는 것. 스타이리아의 오픈 베타 날짜이자 러브포티의 출시일이 5월 1일, 그리고 6월 1일, 7월 1일 등 매월 1일에 새로운 게임이 하나씩 출시되어, 2006년말까지 총 7개의 게임이 스타이리아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라고 한다.


6월 1일에 추가될 게임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TV 히어로즈로, 손노리에서 개발한 작품인데 게임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낙하체험 액션 온라인 다이버스타는 7월 1일에, 피구게임 불량피구는 8월 1일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 이후에도 대전게임 스톰 파이터, 힙합리듬에 맞춘 농구게임 Hoops(훕스), 네오리진에서 개발하고 있는 캐쥬얼 퀴즈 게임 젤리젤리등이 차례차례 붙을 계획이다.



■ 성공? 스타이리아 시스템보다는 결국 게임의 재미가 문제!


그가 말한대로 한국 게임의 주류는 온라인 게임, 그것도 MMORPG. 그러나 아직 그는 MMORPG 에는 별다른 뜻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MMORPG 게임을 별로 플레이하고 있지도 않고, 최근에는 스타이리아 프로젝트에 매진하느라 평소 즐겨하던 게임들에도 손을 많이 대지 못하고 있다고.


오히려 이원술 대표는 MMORPG 와 캐쥬얼 게임이라는, MMO 가 아니면 모두 캐쥬얼로 통칭되는 현재의 분류법을 그리 마땅치않아 했다. "캐쥬얼이라 하면 마치 애들이나 즐기는 게임같다는 어감도 존재할 뿐더러, MMO 보다는 하위에 위치한 개념으로 비추어지는 듯한 인식이 존재하고 있는데, MMORPG 와 캐쥬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용어가 세분화되어 RPG, 스포츠, 액션 등등 다양한 장르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 3월 28일, 스타이리아 브랜드 사업설명회에서의 이원술 대표 ]






스타이리아는 말 그대로 기존의 게임포탈과는 시스템적으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스타이리아의 성공 조건이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원술 대표는 오히려 원론적인 대답을 내어놓았다.


"결국 중요한 건 게임이죠. 캐릭터의 공유 같은 스타이리아의 시스템이 성공의 핵심이나 관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스타이리아에 붙는 게임의 퀄리티와 재미가 가장 중요하고 성공을 가늠하는 첫번째 요인이죠."


이제 남은 시간은 20일 남짓. 스포츠 장르의 게임들이 팡야와 프리스타일 이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상황이고 기 출시된 테니스 게임들 역시 성적이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손노리에서 오랫만에 개발한 게임인 러브포티가 팡야와 프리스타일을 잇는 스포츠 게임의 새로운 총아가 될 수 있을까 ? 아니면 스타이리아와 그곳에서 한달에 하나씩 붙게 될 새로운 게임들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명예를 손노리와 이원술 대표에게 가져다 줄 수 있을까 ?


이제 2년여의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작품들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시기. 십수년에 달하는 그의 게임 개발 경력에 빛나는 이력 한줄이 더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단지 취재를 했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여서가 아니라, 12년전의 어스토에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이 아직도 내 마음 어느 한구석엔가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