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한다. 처음 게임 이름만 들었을 때 “렐름”으로 잘못 들어 길드전을 위주로 하는 공성게임이 새로 등장한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찾아보니 “낼름” 이라는 이름으로, 귀여운 외모를 가진 물고기를 컨트롤하여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어 점수를 올린다는, 쉽고 특이한 기획 의도 속에 동족상잔의 비극도 볼 수 있는(?) 가벼운 캐주얼 게임이었다.


이 게임을 굳이 해 보게 된 것은 공개 개발이라는, 온라인 게임계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내용도 지금까지 캐주얼 게임에서 다뤄보지 않았던 '물고기' 와 '먹이를 먹은 점수로 경쟁하는' 색다른 소재를 채택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과연 어떤 게임이길래 라는 궁금증이 먼저 생겼다.


'낼름'을 체험해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절차로 회원 가입을 한 후 클라이언트를 받았다. 설치하고 실행하니 클라이언트에서 다시 로그인 해야 했다.


캐주얼 게임을 포함해 많은 국내 게임들이 보안 등의 이유로 대부분 공식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하고 클라이언트를 실행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그래서 낼름의 클라이언트 로그인 화면을 처음 만났을 땐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공식홈을 많이 봐야 할 이유가 없다면 클라이언트 로그인이 훨씬 편하기도 하고, 개발버젼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자마자 진행된 튜토리얼 낚시학교 입학. 하지만 실제 내용은 이동방법, 먹이를 먹는 법, 점수를 등록하는 법 까지만 설명하고 있다.


이동은 8방향이 가능하며 숫자 방향키를 지원하지 않고 오직 4방향키와 2개씩 조합하는 것으로 이동한다. 방향키를 두번 빠르게 누르면 좀 더 빠른 이동이 가능했다. 먹이는 S키나 Shift키를 눌러 먹고, 점수는 수면에 떠 있는 저장소라고 불리는 뗏목까지 도달하면 된다.


사실상 내용이 너무 간단해서 굳이 이런걸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그 내용들 모두 채널 선택 화면에서 먼저 한 페이지로 설명되어 있기도 하여 이렇게까지 설명하니 게임 방법이 어렵단 이야기는 나오지 않겠구나 싶었다.







공개 개발 버전이라 한 만큼 아직 개발 진행이 안 된 부분이 많았다. 게임 내 대부분의 메뉴는 눌러보면 대부분이 '준비중입니다'라는 창이 떴고, 옵션 설정이나 창 크기 조절도 아직 지원되지 않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창모드 키에 대한 설명 공지를 보기 전까지는 창모드도 지원하지 않는 줄 알았을 정도이다. ※ 창모드와 전체 모드는 F9 버튼으로 전환 가능하다.



[ 게임 내 여기저기 클릭하면서 가장 많이 만났던 화면 ]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고 선택할 수 있고, 게임 플레이는 솔로잉과 팀전 모두 가능하다. 맵은 2가지 배경에 각각 5가지 옵션 지형을 선택할 수 있다.


방장이 맵을 고르면 그 맵이 어떤 모습인지 대기실에서 미리보기가 가능하며 랜덤 선택도 물론 제공한다. 또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먹이감들이 등장해 게임을 시작하지 않고도 대기실에서 혼자 먹기 연습을 할 수도 있다.



[ 배경은 전설의 아틀란티스, 옵션 지형은 동굴의 신비. ]



[ 대기중에도 새우떼들이 등장, 컨트롤 연습도 가능! ]



[ 게임 옵션 설정 밑에 팀전 및 팀 변경 버튼을 제공한다. ]



한 판은 150~180초로 진행되며 점수제로 진행된다. 먹잇감인 물고기를 먹으면 각 물고기의 등급에 따라 점수를 얻게 된다. 높은 점수를 주는 물고기는 아래쪽에 있으며, 한 번에 다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에 걸쳐 먹어야 한다. 또한 물고기 중 머리에 사이렌을 단 물고기는 근처에만 가면 유저의 물고기를 공격하며 점수를 뺏아간다.


개인전 및 팀전 모두 승패 여부는 저장소에 등록해 획득한 점수가 기준이 된다. 즉 아무리 점수 높은 물고기를 많이 먹었어도 시간 내에 저장소에 등록하지 않는다면,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낮은 점수만을 얻게 된다. 게다가 56점 이상부터 일정 확률에 따라 뻥하고 물고기가 터지면서 지금까지 모아놓은 점수를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다.



[ 물고기는 열심히 먹었지만 보고를 안 하면 0점일 뿐이다 ]



[ 한 마리만 더 먹으려다 터져 버렸다 ]



[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 터지는 확률이 설정되어 있다 ]



옵션 지형에는 보물 상자와 폭탄 등이 배치된다. 보물상자를 먹으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나를 공격하는 몬스터를 막아 주는 등 좋은 효과를 주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아이템은 왼쪽 아래에 아이템 창이 있어 최대 5개를 사용할 수 있으며 각 번호를 눌러주면 된다.


폭탄은 먹은 후 한 번 더 먹기 버튼을 누르면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폭탄을 던진다. 이 때 앞에 다른 먹이감이나 또는 방해하는 물고기가 있을 경우 폭탄이 터지면서 요리로 바뀐다.


먹이감이 요리로 바뀐 경우 먹으면 좀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방해하는 물고기는 원래는 다가가면 점수가 깎이지만 요리로 바뀌면 먹을 수 있는데다 꽤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에 가능하면 방해하는 물고기를 노려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모두 끝나고 최종 점수가 합산되며 순위가 매겨진다. 개인전에서는 각 점수별로 경험치 및 보상이 주어지며 팀전은 팀별로 점수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또한 (현재 버그인지 설정인지 확인 불가능했지만) 팀전 상태에서는 혼자 게임을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보상에 대해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데다가 개인 정보 페이지 및 대부분의 보상에 관련된 옵션들이 개발 중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얻은 점수나 보상들은 지금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으며 그 대전에서 얻은 점수는 현재 대기자 목록 중 순위를 보여주는 역할 정도만을 수행하고 있다.





공개개발. 그 선택의 결과는?


공개 개발이라는 이슈는 참으로 먹음직스럽다. 클로즈베타, 오픈베타라는 과정을 거치고, 유저를 선정하며, 그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런 과정들이 모두 생략된다. 대신 모든 유저들이 개발 진행중인 클라이언트를 사용하고,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제시된 의견들은 게임에 반영된다.


낼름 개발중인 엔퍼니의 문명주 PD는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 게임 특성상 유저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야 하지만 지금의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는 이런 의견을 반영하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며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진행했다"라고 밝히며 ,“이번 공개개발을 통해 보다 많은 유저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 관련기사: 엔퍼니, 캐주얼 온라인 낼름 공개개발 실시 (2008. 09. 17)


어쩌면 이것은 신생 온라인게임 개발사이기에 할 수 있는 도전이면서도 WinWin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회사, 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에서 갑작스레 클로즈베타 테스터를 모집하기 위해 홍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면 결국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면 소규모 내부 테스트에서는 찾지 못했던 버그를 찾거나, 좋은 제안이 들어올 확률도 조금은 더 높아진다. 온라인 게임 대부분은 처음 게임의도대로 개발된 버젼이 시간이 지나면서 유저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되는 것으로 바뀌기에 미리부터 다양한 의견을 받는 것은 이후에도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유저들은 직접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어 게임에 더욱 애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기대도 해 볼수 있다.


이런 새로운 도전은 결과에 상관없이 시도 자체만으로도 이색적이며, 또한 결과가 어느정도 만족스럽게 나타난다면 이후 등장할 소규모 게임회사 또는 신생회사에게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기간이 지정되지 않은 기존의 클베/오베와 같은 방식이라면, 그리고 지금 보여주는 것이 낼름 개발팀이 준비한 모든 것이라면 단순히 '좋은 시도'로만 끝날 수도 있다. 조금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필자가 낼름의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쉽도록 머리를 짜 내어 지은 창작 동화의 도입부분을 적어본다.


한 시골마을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가구가 농사를 짓고, 청년보다는 노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그런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농촌입니다. 그런 곳에 어느날 한 선생님이 부임해 건물만 남아있던 학교를 열고 다음날 촌장님에서 제안을 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기구를 구입할까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놓으면 좋을까요?”

선생님의 제안에 지금의 환경에 익숙한 촌장님은 돈도 없고 작은 마을에 굳이 더 할 게 있느냐며 웃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마을은 총 인구 200명도 안되는 시골 마을이고, 그 속에서도 교육열이 있는 부모라면 아예 멀리 있는 도시 학교에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갑자기 생긴 작은 학교에 운동장에 기구 몇 개 놓는다해도 학생 수가 갑자기 늘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그에 굴하지 않고 마을의 학생, 학부모, 다른 지역이나 학교 학생들, 관할 교육청 관계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설문지를 돌리며 의견을 구했습니다…….



이 동화의 뒷 부분은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엔딩도 바뀔 수 있다. 이 동화에서 가장 좋은 해피엔딩은 물론 선생님의 의욕이 모두의 마음에 닿아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그 소문이 퍼져 멀리서도 학생들이 찾아오는 좋은 학교가 되었습니다~ 라는 것이겠지만, 그냥 그렇게 바로 끝나버린다면 이 동화는 비현실적이고 재미없는 꿈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 동화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모두 행복해졌어요~와 같은 엔딩이 아니라 그런 엔딩을 맞기 위해 겪는 선생님의 역경, 그리고 극복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동화를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 동화책을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낼름의 공개개발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낙관적인 기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기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낼름은 새로운 시도 뿐만 아니라 생명력까지도 갖춘 좋은 게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낼름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Inven EST - 김원 기자
(est@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