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에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게임을 만들어야 하니 프로그래머는 필수적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으니 그래픽을 디자이너도 필요하죠. 거기에 게임을 더욱 찰지게 표현할 게임 내 감초, 음향도 있어야 합니다. 게임이 나아갈 방향과 아이디어를 담당할 기획자도 구성했습니다. 자, 이렇게 하나의 팀을 만들었으니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요?

게임산업이 발달하면서 '게임 벤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게임을 개발할 팀를 구성했다면, 그다음 필요한 것은 바로 자금이죠. 반대로 게임 개발에 있어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도 바로 '돈'입니다. 체면치레를 중시하는 한국의 정서에서 돈 이야기가 나오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산업에서든 '돈'은 무시할 수 없는 힘입니다. 자본이 충분하다면 조금 더 좋은 품질의,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 수 있고, 만약 자본이 충분치 않더라도 최소한의 인건비, 전기세, 임대료 등 기본적인 자금이 필요합니다.

회사의 경영기반이 튼튼하다면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받을 수도 있고, 청년실업 문제가 거론되며 '벤처' 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대폭 늘었습니다. 그리고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벤처캐피탈'로부터의 투자도 있습니다.

사실, 금융권을 통한 대출이나 국가로부터의 지원은 익숙하지만, 벤처캐피탈은 조금 생소한데요. '벤처캐피탈'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투자자가 바라보는 게임 산업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해답을 듣기 위해 인벤에서는 벤처캐피탈 '스톤브릿지캐피탈' 박지웅 팀장을 만나봤습니다.






[ ▲ 스톤브릿지 박지웅 팀장]
Q. 우선 벤처캐피탈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 벤처캐피탈에서 소규모 자금이 아닌, 몇몇 기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위탁받아 창업 초기의 기업에 투자하는 역할을 합니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과 투자가 필요한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입니다.


Q.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을 때 투자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처음 만나서는 회사와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과정을 거칩니다. 한 달 정도의 기간동안 여러 번 만나 그 개빌팀이 만들고 있는 게임이 어떤 것들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한 개발자가 찾아와 '성공한 어떤 게임의 리드프로그래머였다'고 했는데, 알고 보면 그 게임 프로젝트에 리드 프로그래머가 다수였을 수도 있어요. 그런 부분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봐야 합니다.

투자를 결심한 이후에는 회사의 규모와 가치를 논의하며 투자심의위원회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됩니다. 보통 예비심의와 본 심의를 거치는 기간이 한 달 정도고, 승인이 났을 때 심사도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하는 시간이 한 달 정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처음 만나서 투자금이 들어갈 때까지 보통 3달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으면 한 달 반정도 걸리고 길어지면 기약할 수 없죠.


Q. 투자를 받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가요?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혹은 게임이 어느 정도 단계일 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어떤것이 필요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실제 게임의 플레이가 가능한 베타테스트 혹은 알파테스트 단계에서 투자받습니다. 기획과 개발 단계에서 투자받기는 쉽지 않죠. 그렇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띵소프트"는 설립한지 2달여 만에 게임 기획 단계에서 투자했습니다. 당시 그 정도 레벨의 개발팀이 한국에 흔치 않다 보니 희소성이 있었고, 팀에 대한 확신이 강해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대부분 투자를 요청하기보다는, 저희 쪽에서 찾아가서 투자받지 않겠느냐고 요청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회사는 자금이 필요하지 않거나, 자금이 필요해도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런 곳은 여유자금을 받아두게끔 설득하는 경우도 있고, 투자자가 많을 때 왜 우리와 계약을 해야 하는지 설득하기도 합니다.


Q.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중에서 게임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인터넷 관련 분야는 사람과 컴퓨터만 있으면 공장을 세워 가동하는 만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굉장히 효율적이죠. 인터넷의 여러 비지니스 모델 중 게임의 산업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편입니다. 게임 외에도 인터넷 서비스, 모바일,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요.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시점에는 모바일 시장과 소셜게임 시장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온라인 게임 위주였죠. 저 또한 하드코어 유저는 아니고, MMORPG나 캐쥬얼 게임을 좋아하는 수준입니다. 많이 즐기진 않았으나 당시 MMORPG가 시장성이 있었기 때문에 주로 많이 봤었죠. 지금은 모바일이나 소셜게임을 주로 하게 됩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고. 스포츠류나 레이싱, RPG 등 종류를 가리지는 않아요.

[ ▲ 박지웅 팀장은 2011년 NDC에서 패널로 참여하기도. ]


Q.평소에는 어떤 업무를 주로 하나요? 게임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얻는지 궁금합니다.

= 투자자가 모든 게임을 플레이해서 레벨링이 어떻고, 시스템이 어떻고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밖에서 게임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열심히 관찰하는 편입니다. 뉴스에 중독된 것처럼 국내외 매체 가리지 않고 관찰합니다. 그렇게 뉴스와 웹진을 보다 보면 시장의 트렌들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종류의 게임이 매력도가 있으니 더 살펴봐야겠다, 이 부분은 지금봤을 때 매력적이지 않다를 구분하는 게 대부분의 일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기존 투자회사를 찾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도와주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챙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기도 하고, 공부하고, 관련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새로 런칭하는 게임은 웹진에서 주로 정보를 얻는 편입니다. 창업한 이후에 게임이 실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대부분 누가 창업했는지가 중요해요. 넥슨, NHN 등의 기업이 펀드를 출자하고 있어 그 회사의 퍼블리싱 팀과 자주 교류하며 정보를 얻는 편입니다. 요새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가 어느 회사에 들어갔다, 어떤 개발자가 회사를 창업한다더라 하는 정보를 듣기도 합니다.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찾기도 하고요.


Q. 개발팀을 본다거나,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게임 장르라거나, 개발규모가 커야 한다는 것처럼 투자할 때 선호하는 기업상이 있나요?

= 산업마다 선호하는 기업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게임이 아닌 분야는 시장을 중요시하는 편이죠. 규모가 크고 성장한 시장에는 문제가 명확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팀의 요구가 명확합니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나 게임 같은 경우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진행됩니다.

블루홀 스튜디오는 투자 당시 한국에서 정액결제 MMORPG를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이었습니다. 희소성이 있다 보니 투자자로서 팀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모모(전 나우게임즈)가 조금 특이한 케이스인데요, 당시 모바일 게임시장을 계속 들여다보니 시장에 일회성 다운로드 콘텐츠만 있었고 지속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이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나우게임즈에서 음원을 이용해서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식을 선보였고, 나우콤에 있던 정순권 이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회사 분사까지 이어지게 된 케이스입니다.

나우콤, 모바일 게임시장 공략 위해 스톤브릿지와 조인트벤처 설립

최근에는 비슷한 기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사례가 있었어요. 소셜인어스와 라이포인터렉티브가 그 주인공입니다. 둘 모두 동일한 시점에 투자했는데 굉장히 다른 길을 갔죠.

소셜인어스는 처음에 페이스북 소셜보드게임을 만들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있었습니다. 보드게임을 페이스북에서 서비스했고, 강점이 분명 있어 트래픽이 눈에띄게 늘어나진 않았는데 떨어지지도 않았죠. 플랫폼을 확인하면 계단식 상승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것이 보드게임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똑같이 페이스북에 '트레인시티'로 승부했던 라이포플랙스는 경험이 적어도 몇백만 MAU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대신 머니타이제이션(Monetization, 화폐화)에 대한 고민을 남겼죠.

두 회사가 굉장히 상극이었습니다. 한 곳은 트래픽이 높진 않았지만 수익은 걱정이 없었고, 다른 한 곳은 트래픽은 높지만 수익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얻은 경험도 다르고요. 서로 못 가진 부분을 배웠던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 ▲ 기업에 왜 투자하게 됐을까? 2011국제 콘텐츠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박지웅 팀장의 강연 내용 중 ]


Q. 그러면 질문을 살짝 바꿔보겠습니다. '이런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하는 좋은 회사의 요건이 있을까요?

= 딱히 규정된 리스트가 있지는 않아요. 다른 산업과 게임산업의 성격이 매우 다른데, '진통제(Painkiller)'와 '비타민'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 기업은 고통스러운 부분을 치유해주는 즉, 서비스상 높은 가격을 낮추거나, 불편한 부분을 없애주는 과정이죠. 시장에서 느끼는 고통이 명확하니 그것을 해결할 솔루션을 찾으면 됩니다.

그런데 게임은 아니에요. 큰 고통은 아닌 데 있으면 좋은 '비타민 영양제' 같달까요. 가격이 비싸 고통을 받는다는 그런 부분은 없으니 요구를 만들어내는 것에 가깝다고 봐야죠. 대부분 "게임 해보세요, 재밌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 재미있는 것에 투자자가 어떤 판단 기준을 가지고 예측이나 재단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내려져 있지 않아요. 이쪽(게임쪽)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생각이 다른 산업의 기업과는 다른 편입니다.

온라인 게임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분산해서 배팅합니다. 대형 MMORPG가 시장에 많은 것이 아니고, 이런 게임들은 대부분 투자를 받기 쉽습니다. 그런데 몇 개의 독립된 팀에서 게임이 나왔다고 하면 그 중 어떤 게 성공할 것인지 적중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그런 어려움이 있다 보니 여러 곳에 분산투자하고, 그 중 하나만 성공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갑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 전체에 배팅하는 느낌으로 간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때도 나름의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정교하지는 않아요. 장르별로 분산하거나, 적어도 성공한 전작을 만든 경험이 있는 개발팀과 같은 식이죠. 온라인 게임은 필요 자금이 많다 보니 완성까지의 리스크가 큰 편입니다. 완성될 때까지 충분한 자금이 확보될 수 있느냐를 많이 보게 됩니다.

온라인 시장과 비교하면 모바일과 소셜게임 시장은 조금 더 예측의 의미가 있고, 가능성이 있고, 개선할 수도 있죠. 콘솔게임에서 온라인,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어져 오면서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것에 대한 관념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게임을 시장에 선보이며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개선에 활용하고 반영하는 것이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미 많이 활성화되어있죠. 모바일과 소셜게임시장은 아직 그 정도까지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Q. 온라인 게임 장르도 다양해졌고, 플랫폼도 다변화되고 있는데요. 현재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업체나 분야가 있다면?

= 예상한 것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것도 있고, 아직 고민하고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AOS 장르는 예상치 못한 분야에 속합니다. 저희가 투자했던 세시소프트가 AOS 장르에 대해 처음 말한 것이 2009년이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어떻게 하는 건지, 어떤 종류의 게임인지 잘 모르겠고... 세시소프트측에서 말하길 온라인 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을 대체할 몇 안 되는 종류가 카오스와 같은 AOS 장르라고 말했습니다. 세시소프트에 대한 확신도 있었기 때문에 그 장르에 대해 잘 몰랐음에도 투자하게 됐습니다. 그 말이 나온 직후 사이퍼즈가 나오고, LOL, 카오스가 시장에 나와서 세 게임 모두 시장에서 20위 안에 들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많은 생각을 했죠. 투자자가 특정 장르를 구분해서 이런 게 잘 될거다고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들에 대해서.. 결론적으로 그런 부분을 판단해선 안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요새 눈여겨보는 시장은 '드로우 썸띵' 같은 종류의 게임이에요. 게임빌의 '그림으로 말해요'와 흡사한데,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실시간이었고 하나는 아니었죠. 사람들의 선호는 실시간이 아닌것이었습니다. 작년에 그런 종류가 굉장히 흥했는데, 시티 시뮬레이션과 팜류 소셜게임이 국내와 북미 앱스토어에 쫙 올라왔었는데 현재는 많이 사라졌죠.

그중에서 꾸준히 DAU(일 활동 유저)를 유지하는 것이 징가의 '워드위즈 프렌즈'와 '드로우썸띵'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어떤 게 진정한 '소셜'인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하죠. 친구와 함께 즐긴다는 대전제 아래서 그것을 게임으로 녹이는 데 있어서 소셜요소를 덕지덕지 붙이는 것이 정말 '소셜게임'인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유저들이 친구와 함께했을 때 뭘 좋아하느냐를 고민하고, 그것을 녹여낸 게임이 대부분 성공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죠.

온라인처럼 AOS 분야가 성공할 것 같다는 것은 종사자만 알지만, 캐쥬얼게임이나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같은 부분은 게임 개발하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사람, 혹은 우리 같은 투자자들도 함께 예측할 수 있는 분야죠.


Q. 그러면 예측가능한 분야에만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을까요?

그런 것도 있죠. 앵그리버드가 로비오의 53번째 게임인 것처럼, 드로우썸띵은 OMGPOP의 네 번째 게임입니다. 덕지덕지 기능을 첨가한 것이 아니라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를 고민하고 그곳에 투자하고 시도해보며 수정해온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 OMGPOP의 '드로우썸띵' 플레이화면 ]


Q.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시장과 스마트폰 게임시장.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 온라인 게임 시장은 고정된 것이 있습니다. 장르별로 어떤 것이 잘되고 안되고에 대한 분석이 이미 이뤄져 있습니다.

모바일과 소셜게임은 그런 구분이 조금 애매합니다. 물론 국가별 앱스토어에 로컬게임이 점유하기도 한데, 그것은 아직 스마트폰시장이 시작단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앵그리버드나 드로우썸띵같은 것들은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즐기죠. 스마트폰 시장이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개별 로컬 마켓에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임도 간혹 보입니다. 아직 웰메이드 게임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고 봅니다.


Q. 앞으로의 게임산업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게임에 대한 규제가 늘어서 투자자가 꺼리지는 않나요?

= 실제로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그 산업으로의 투자를 막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확실합니다. 게임에 관심 있는 투자사냐 아니냐의 차이지, 관심이 있는 투자사는 규제가 있다고 해서 투자를 꺼리거나 하진 않죠. 여전히 투자하려고 하고, 여전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전망은 밝으나 어떤 게임이 잘 될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자본금이 많이 든다는 것은 큰 리스크죠. 그러다 보니 검증된 개발사나 성공한 경험이 있는 프로듀서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됩니다. 여러 투자자를 모아야 겨우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그렇게 하더라도 완성이 안될 수도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투자자 다수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바일과 소셜게임은 명확합니다. 시장은 훨씬 커졌고, 넓어졌죠. 문제는 잘해야 하는 게 많아졌다는 겁니다. 요새 만나는 회사 중에서도 온라인게임의 프로세스를 답습하는 회사가 몇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온라인게임은 개발만 열심히 하면 퍼블리싱을 맡기는 구조가 됩니다. 퍼블리셔가 60% 정도 가져가고, 개발사가 나머지 수익을 가져가더라도 두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모바일과 소셜산업은 애플과 페이스북에 수익금의 30%를 플랫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합니다. 서비스하려면 홍보비를 내야하고, 그러면 또 20% 정도를 빼야 하죠, 퍼블리셔를 통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50%의 수익금이 빠지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또 퍼블리셔와 수익을 나누면 개발사에서는 살아남기 어렵죠.

대부분 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보면 직접 서비스하는 편입니다. 한국 개발 스튜디오가 유독 온라인게임 경험 때문인지 직접 퍼블리싱 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사가 퍼블리싱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시장은 넓어졌지만, 개발과 유통을 모두 잘해야 살아남는 시장이 됐죠. 그것이 이 시장의 어려움이라고 봅니다.


Q. 투자자로서 생각하는 한국 게임시장의 강점이나 단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업 화폐화(monetization)는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게임을 비지니스로 바라보지 못하고 하나의 작품이라는 시각이 강하다는 거에요.

많이 들었던 예 중 하나는, 어떤 모바일 게임 회사는 창업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회사에 현금이 몇백억 수준입니다. 반대로, 외국의 한 회사는 2010년에 창업해서 작년에 펀딩을 3천억 하려고 한다는 루머가 뜨기도 했어요. 1년 동안 번 돈으로 스케일을 확장하고, 확장한 데서 수익을 창출해 다시 스케일을 확장하는 계단식 성장을 반복한 거죠. 같은 방법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회사들도 주변 중소기업이 게임을 잘 만든다고 생각하면 그 회사에 돈을 투자하거나, 인수하면 됩니다. 서양에서는 비지니스 중 하나로 그런 인식이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게임은 작품성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기업이라는 마인드도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서양에서는 투자자를 잘 활용할 줄 알고 자본시장과 원활하고 호흡하며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모바일 시장도 유통 3사에서만 서비스했는데 지금은 구분이 모호합니다. 그러니 이제 글로벌 시장과 한국 게임 개발사가 같은 시장에서 싸우게 되는데, 미국의 엄청난 자본을 등에 업은 기업을 이길 수 있느냐 하는거죠. 만약 초반에 그 시장을 이기지 못하면 지금의 페이스북 소셜게임처럼 될 겁니다. 징가가 시장을 장악한 이후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어려운 것처럼, 비슷한 현상에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아직 판이 다 짜여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는 있지만,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스케일을 조금 더 확장해야 합니다. 시장 구분 없이, 국내외 투자 가리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역량이나 적극성이 국내 시장에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국내 개발사에 조언 부탁 드립니다.

벤처캐피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밴처캐피탈에 찾아와서 '7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투자해달라고 하시면 투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벤처캐피탈에서 보는 기대수익률은 5배에서 10배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어요. 물론 투자를 해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저기 투자하고 그중에서 크게 성공하는 게 나오게끔 하는 거죠.

안정적으로 하려면 벤처캐피탈 보다는 퍼블리셔에게 투자받는것이 좋습니다. 게임을 개발하다가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기회를 찾는다면 그때 벤처캐피탈이 필요합니다. 벤처캐피탈의 돈이 가진 속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또 하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게임 시장에서 모두가 게임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개발능력이면 유니티엔진같은 프로그램이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을 만들지는 않아도 게임 엔진이나 서버에 관련된 회사가 나올법 한데 한국에서 그런 시도가 드물어요. 왠지 한국에서는 게임회사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면 게임 개발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시야를 넓혀보면 이쪽 시장이 훨씬 크고 도전할 가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