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전 블리자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유료가입자 수가 천백오십 만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엄청난 숫자죠. 매달 꼬박꼬박 결제를 하면서 WoW를 플레이 하는 사람만 모아도, 서울 전체 인구를 훌쩍 넘어섭니다.


각 국가마다 월 정액요금이 다르게 책정된 것을 고려해서, 일단 월 정액요금을 평균 15,000원으로 가정해 봅시다. 여기에 유료가입자 수인 11,500,000을 곱하면 (1,500 X 11,500,000 =) 1725억 원이라는 금액이 나옵니다. 이 금액을 통해 블리자드가 WoW를 통해 1년간 벌어들이는 총 수익을 대략적으로 추정해보면 (1725억 원 X 12달) 2조 7000억 원이 되죠. 이는 WoW의 다양한 부가 유료서비스 수익과 그 외 각종 라이센스 수익은 고려하지 않은 금액입니다.


오래 전 기사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주라기 공원은 1년 만에 8억 5000천 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이는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얻은 수익과 같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이를 대입해 보면 잘 만든 게임, WoW의 1년 수익은 주라기 공원이 1년 만에 번 수익의 거의 3배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년도 별 환율 변동은 일단 생각치 않았습니다.



[ ▲ WoW 천백오십 만 유료계정 돌파 ]




블리자드가 한해 벌어들이는 전체 수익의 10%만을 각종 업데이트 및 새로운 확장팩 준비를 위해 쓴다고 해도, 2,700억 원이며, 단 1% 만을 쓴다고 해도 자그마치 270억입니다. 블리자드는 WoW 오리지날을 개발하는데 6년 간 약 600억 원을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과 블리자드표 개발력이라는 요소를 아예 빼버리고 오직 '돈'만을 투자비용으로 가정해 봐도 두 번의 확장팩 출시로 인해 덩치가 커진 WoW는 개발비만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MMORPG가 됩니다. 그리고 WoW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규모급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WoW는 이미 게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통틀어서도 엄청난 괴물 수준에 등극했습니다.


국내는 리니지 형제의 성공 이후, 매년 새로운 MMORPG들이 출시되었습니다. 개발기간, 개발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3년은 기본에, 100억, 200억을 거뜬히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아크로드를 시작으로 2007년 빅3, 2008년 라그나로크2 등 수많은 국내 대작 MMORPG들이 무너져 갔고, 최근 국내 최대 규모개발사인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아이온만 국내 게임 순위 1위를 지키며 나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온은 4년의 개발기간에 23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되었죠. 이는 컨텐츠의 많고 적음이 승부를 판가름 나게 하는 MMORPG에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 ▲ WoW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 ]




자. 이제 잠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봅시다. 블리자드와는 정반대죠.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로지 캐주얼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팝캡(Popcap)이라는 회사입니다.


팝캡의 대표작 중에는 비주얼드(Bejeweled)라는 캐주얼 퍼즐게임이 있습니다. 국내는 한게임을 통해 다이아몬드 광산 혹은 보석맞추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이제 '아하. 그 게임!' 하실 텐데요. 국내에서는 메신저나 핸드폰 게임으로도 유명합니다.



[ ▲ 팝캡의 히트작, 비주얼드(Bejeweled) ]




하지만, 이 간단한 캐주얼 퍼즐게임, 비주얼드가 전 세계적으로 자그마치 2천 5백만 개가 팔렸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셨을 겁니다. 물론, 이 수치는 비주얼드1과 비주얼드2를 합친 것으로, 출시 이후 10초 마다 1개씩 팔려나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네요.


비주얼드는 패키지 판매 뿐 아니라 웹에서의 직접 다운로드 판매(PC)를 비롯해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모바일부터 비행기 기내 게임까지 '게임'이 구동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어디든 비주얼드가 파고 들었습니다. 전체 플랫폼 리스트를 총망라해 보면, 웹(플래시 게임)을 시작해서, PC와 매킨토시, 핸드폰, XBOX와 PS2, PDA와 블랙베리, 아이폰과 아이팟, 비행기 기내 게임, 호텔의 주문형 TV, 긁는 복권까지,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 ▲ 하나의 게임을 모든 플랫폼으로, 팝캡 아시아 비지니스 PPT 자료 중 일부 ]




팝캡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비주얼드는 웹에서 3억 5천만 회, 핸드폰에는 수천 만회 다운로드 되었습니다. 비주얼드 구입에 사용된 금액을 모두 합치면 3억 달러(한화 3775억 원 가량) 이상이며, 비주얼드 시리즈가 벌어들인 온라인 광고 수익도 수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팝캡은 게이머들이 비주얼드를 플레이 한 전체 시간을 합산하여 추정하기도 했는데요, 약 60억 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1,400년 전인 빙하기부터 지금까지 60명의 사람이 24시간 내내 플레이 한 시간과 같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정말 누구의 말대로 '21세기의 테트리스'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습니다. 팝캡은 비주얼드 뿐 아니라 다양한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마(Zuma), 피딩 프렌지(Feeding Frenzy), 북웜 시리즈(Bookworm)부처 최근 페글 나이츠(Peggle nights)와 비주얼드 트위스트(Bejeweled Twist)까지 캐주얼 게임계에서의 그 영향력은 블리자드도 따라 올 수 없을 정도입니다. 팝캡은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이미 아시아 지사를 중국에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시장도 꽤 여러 번 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 캐주얼 게임 하나를 만드는 과정, 복잡한 디자인이나 스케쥴 없이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며,
소규모 제작팀에 의해 개발, 팝캡 아시아 비지니스 PPT 자료 중 일부 ]




팝캡표 캐주얼 게임의 유저 층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형태입니다. 그 자료가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팝캡에 따르면 팝캡 게임을 사용하는 전체 유저의 71%가 35세 이상의 어른이며, 60%가 여성이라고 합니다. 전체의 52%가 매주 5시간 이상씩을 꼬박꼬박 플레이하고 있으며, 그 중 72%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팝캡 게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팝캡이 2006년에 출시한 북 웜 어드벤쳐스가 있습니다. 캐주얼 워드게임(낱말 맞추기)과 RPG가 혼합된 장르로 2년 6개월의 개발기간에 총 700,000 달러(한화 8억 8천 만원 가량)이 개발비로 투입되었죠. 북 웜 어드벤쳐스는 나름 캐주얼 게임의 블록버스터 급으로 이례적으로 개발비가 많이 투입된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캐주얼 게임은 100,000 달러에서 규모급은 300,000 (한화 1억 원에서 4억 원 사이) 달러가 개발비로 책정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발인력도 10여 명 정도죠.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캐주얼 게임이기에, 기존 아이디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만들어 낸 게임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대박을 내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Infinite Interactive가 2007년에 발표한 퍼즐 퀘스트(Puzzle Quest: Challenge Of The Warlords)는 비주얼드 고유의 3줄 맞추기식 퍼즐시스템을 롤플레잉 게임에 접목시켜 의외의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오직 입 소문을 통해 국내까지 골수 매니아들을 대량 생산해내기도 했죠.



[ ▲ 마우스 버튼 하나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컨트롤, 캐주얼 게임 개발의 핵심이다.
, 팝캡 아시아 비지니스 PPT 자료 중 일부 ]




정리해보면, 팝캡의 개발 철학은 이렇습니다. 무료 플래쉬 게임으로 시작해서 실제 다운로드 구매로 이어지는 혁신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가능한 모든 플랫폼에서 적용, 판매할 수 있는 게임, 보다 폭 넓은 유저층을 겨냥하고, 양방향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매우 간단한 컨트롤을 가진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년에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고 합니다. 물론, 게임계도 그 여파를 온전히 피해만 갈 수는 없겠죠.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온라인 게임 강국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게임개발 기준에 견주어 보면 이제 갓 태동기에 진입한 갓난 아이에 불과합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인텔과 AMD, 소니와 삼성. 후발주자가 1등을 따라 잡는데 가장 필요한 전략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다른 이견 없이 물량적 경쟁이 아닌 아이디어 경쟁을 꼽고 있습니다. 1000억 원 투자에 2조 7000억 원 수익과 단 1억 원 투자에 3775억 원 수익.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전 세계 게임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블리자드와 팝캡.

2009년 새해 우리가 목표로 삼고 달려야 할 이상형은 과연 누가 좋을까요?


자료 참고: 인디게임 전문웹진 Pig-Min & 블리자드, 팝캡 보도자료



[ ▲ 팝캡 왈 : 캐주얼 게임을 아시나요? MMORPG가 전부가 아닙니다. ]


☞ 팝캡 공식홈페이지 바로가기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