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아니 새벽. 게임 만드는 사람이 밤 12시를 넘겨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은 흔한 모습이지만 김대일 PD는 개발 때문이 아니라 인터뷰 때문에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C9의 오픈베타를 앞두고 유통사가 인터뷰 일정을 잡아두었기 때문이다. 낮 동안 동료들과 담배 한 대 피면서 인터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다는 그는, 밤에 혼자 인터넷으로 C9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을 읽고 또 읽었다.


- 1차 클베 때 반응들 아닌가요. 그 후에는 별로 공개되지 않았으니까요.

“1차 클베 하고 나서 게이머들이 남긴 평들을 읽어봤어요.”


- 지금은 게임이 그 때랑은 많이 바뀌었는데…

“바뀌었죠. 그래서 본 거에요. 그 때 나왔던 이야기들을 지금의 C9과 비교해본거죠.”


이제와 다시 읽어본 소감이 어떤지 물어보자 김대일 PD는 숫자로 “이제 8~90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1차 클로즈베타 때 공개된 C9은 몇%의 모습이었던 걸까. 부족했던 몇%는 어떤 부분이었을까.


기자는 C9의 1차 클로즈베타리뷰에서 스테이지 방식이 갖는 반복플레이와 컨텐츠 고갈에 대한 우려, 스테이지 방식으로 인해 단절되는 유저간 커뮤니티, 스테이지 안에서 드러나야 할 협력플레이를 C9의 약점으로 지적하면서 이를 ‘MO에 대한 불신’으로 지칭한 바 있다. 물론 이는 C9이라는 게임이 갖는 문제만은 아니다. 비슷한 류의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지점을 C9이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 해답을 오픈베타를 앞두고 있는 C9은 가지고 있는 것일까?






- 준비된 스테이지를 깨는 방식입니다. 유저들의 컨텐츠 소비속도가 워낙 빠르지 않습니까.

“컨텐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되어있어요. 1차 때 첫 번째 대륙을 공개했는데 지금 세 번째 대륙까지 완성이 되어있고 네 번째 대륙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어요. 빠른 속도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가능한 팀워크와 시스템이 되어있습니다. 개발 기간의 상당 부분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썼거든요. 처음 개발할 때부터 자동화시키는 걸 염두에 둔 것이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상이었다. 수 년을 들여 만든 진짜 잘 만든 패키지 게임도 3일 하면 엔딩을 보는데, 온라인 게임은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한계를 애초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컨텐츠를 반복해서 해야해요. 그게 얼마나 재미있느냐 하는 건데, 기존 게임들도 시스템으로는 육성이나 아이템을 제외하면 답이 없거든요. 결국은 커뮤니티성을 갖추는 게 중요해요. 유저와 유저들이 서로 성장을 돕거나 방해하거나 할 수 있는. C9을 할 때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구나’가 아니라 ‘온라인 세상에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시간 투자를 많이 했어요.”



사실 커뮤니티 단절은 ‘룸방식’에 대한 우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문제제기였다. 그리고 그의 인식처럼 커뮤니티는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들 스스로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컨텐츠로 작동한다. 하지만 C9은 MORPG. 각각의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임에서 유저들 간의 상호작용이 어떤 식으로 일어난단 말일까.


답은 간단했다. 들어갈 수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 ▲ 두번째 대륙의 마을, 빔펠리 ]



“MO의 장점이 분명히 있죠. 몰입도도 높고 기술적인 이슈에서 자유로운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 MMO의 장점도 들고 들어가야 해요. 유저 사이의 인터랙션, 커뮤니티성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 그런 연결고리를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 방해할 수도 있는 것으로 찾았어요. 일단은 난입시스템이라고 이름을 붙여놨는데 NPC를 통해서 열려있는 방에 들어갈 수 있는거죠. 들어가서 어떻게 할 지는 선택이에요. 도와줄 수도 있고 방해를 할 수도 있겠죠. 사이가 좋지 않은 길드끼리 싸울 수도 있을 테고요.”


- 난입이 가능하다면 일반적인 대몬스터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요.

“난입 기능을 끌 수 있어요. 사실 유저들의 성향은 굉장히 다르거든요. PVP 컨텐츠가 있어도 실제 플레이하는 유저는 20%가 되지 않아요. 그래서 난입 기능을 활용하지 않아도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죠.”


- 그렇다면 거꾸로 난입을 할 이유가 개인이나 길드의 은원에만 의지하는 건 아닐까요.

“난입이 가능한 방은 대신 보너스가 있어요. 드랍이 조금 더 잘 된다거나 하는 것이죠. 그리고 피로도가 있는 게임이잖아요. 결국은 보스를 물리치고 보상을 받는 것인데, 이미 누가 어느 정도 진행해 놓은 방에 들어가면 더 적은 피로도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죠.”


난입 시스템이 들어간 C9의 플레이 양상을 상상해보면 이렇다. 일반 유저는 더 많은 보상을 기대하면서 난입이 가능한 방을 주로 플레이한다. 더 적은 피로도로도 보상을 받을 가능성을 노리고 다른 유저가 난입을 한다. 난입을 한 유저는 던전의 랜덤한 지역에서 시작하게 된다. 운이 나쁘면 몬스터떼의 한 가운데에 떨어질 수도 있다.


게임을 진행하던 방 주인은 난입한 유저를 만나 PVP를 하게 된다. 이미 난입을 위해 많은 게임머니를 사용한 침입자. 그리고 사망할 때마다 코인을 사용해야 하는 양쪽 모두는 승리를 위해 PVP를 벌인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승리한 쪽에는 보너스 보상이 더해진다.


난입이 가능해지면서 길드 대 길드의 전투도 일상화된다. 상대방의 아이디를 검색해 어느 방에 있는지 알아낸 다음 난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레벨 지역에서 플레이를 방해하면서 적대 길드의 성장을 늦출 수도 있다. 개인간의 은원이 길드간의 전쟁으로 확산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난입을 당하지 않으려면 기능을 끄기만 하면 된다.



[ ▲ PVP 경기장의 모습. 그러나 진정한 PVP는 스테이지에서 일어난다 ]



- 길드 간의 전투는 애초에 기획되어 있었지 않나요.

“난입 외에 길드하우스를 둘러싼 길드전이 있습니다. 공성전 규모는 아니고 그 보다는 작은데, 길드전을 선포하면 방어하는 쪽이 시간을 정해요. 상대방 길드하우스를 침략하는 식으로 길드전이 일어나죠. 물론 아무 길드나 다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는 이 대륙의 주인이 될 것이다 하고 선포하면 길드하우스가 길드캐슬이 되는데, 그런 길드끼리 싸우는 거죠.”


C9은 길드하우스를 꾸미는 식으로 길드를 성장시킨다. 특히 가구나 장식품을 배치하는 것으로 길드원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사슴 박제를 벽에다 걸면 길드원의 공격력이 올라간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길드하우스를 꾸미고 더 큰 집, 더 큰 성으로 발전시켜나가는데 길드전이 열려 침략을 당하면 이런 가구들이 파괴되기도 한다고.



[ ▲ 길드 하우스. 아직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의 모습이다 (모니터 촬영 사진) ]



난입과 길드전으로 시작된 C9의 MMO 요소는 공성전에서 정점을 맺는다. 그런데 김대일 PD는 이마저도 기존 MMORPG의 공성전 양상과 다를 것이라 내다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혈 대 반왕의 1대 1 구도로 고착화되는 모습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선은 액션과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다보니 전쟁의 승패도 거기서 갈릴 겁니다. 두번째는 동접자 수 때문인데, 하나의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인원이 MMORPG는 대게 정해져있거든요. 그런데 C9은 병렬적으로 서버가 구축되어 있어서 하나의 서버에서 활동하는 유저풀이 굉장히 많아요. 수많은 길드가 있다보니 이게 몇 개의 성을 성혈들이 연합해서 차지한다던가 하는 게 어렵죠. 춘추전국시대처럼 먹고 먹히는 내러티브가 나타날 거예요.”


일반 몬스터를 처치하다가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고 끝내는 방식으로 ‘협력플레이’를 찾기 힘들었던 문제는 다양한 모드의 도입으로 접근해나갔다. 한 달동안 전국을 돌며 진행된 C9 전국투어 행사에서 이 중 하나인 ‘성소지키기’모드가 벌써 공개되었고, 훨씬 다양한 이벤트 요소들과 모드들이 추가되었다는 설명이다.


“미션들이 처음에는 닥.썰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이벤트 요소들과 모드들이 들어갔어요. 성소지키기는 보셨을 테고, 디펜스 류 모드나 카오스처럼 양쪽이 서로 대치해서 몹들이 서로의 진영을 파괴하려하는 걸 막으면서, 상대방 진영을 먼저 파괴하는 쪽이 이긴다거나. 물론 닥.썰 판도 존재하죠.”



[ ▲ 성소 지키기 미션 ]



- 협력 플레이에 대한 내용도 있나요.

“탱커 힐러 딜러 이런 건 다옥, 에버 이후에 지겹게 우려먹었잖아요. 처음에 주어진 특별한 역할이 없어도 상황에 따라 역할을 선택할 수 있게 했어요. 예를 들어 임프의 숲에서 캡틴 길리언스를 죽이고 나면 NPC가 나와서 길을 찾아달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앞뒤에서 몹이 달려들어요. 한, 두 명은 앞의 길을 뚫어주고 나머지는 뒤를 막아야하죠. 그러다가 앞에 몹이 너무 많이 몰리면 앞을 지원해주고, 뒤에 너무 많은 몹이 오면 뒤를 막아줘야겠죠. 상황에 따른 플레이 스타일이 생기는 거죠.”


- 임프의 숲은 1차 대륙 지역인데, 기존 스테이지도 그런 식으로 수정을 했나봐요.

“임프의 숲은 경험해보라고 맛만 보여주는 정도죠. 2차, 3차 대륙에서는 더 다양한 모드를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오픈베타에서는 2차, 3차 대륙의 컨텐츠가 공개되고 50레벨까지 성장이 가능해진다. 50레벨이 만레벨. 1:1, 2:2, 3:3의 PVP 모드도 공개되고, 클래스별 2차 전직도 공개된다. 기본 컨텐츠만도 상당해지는 셈이다.


살짝 엿본 2차 전직 클래스의 스킬들은 환상적이었다. 헌터는 갈고리를 던져 적을 앞으로 끌어왔고 나이트는 방패를 부메랑처럼 던졌다. 샤먼은 거대한 몬스터를 소환해 그 위에 탄 채로 싸웠다.




[ ▲ 소환수를 부려 올라탄 샤먼의 모습 (모니터 촬영 사진) ]



‘룸방식에 대한 우려’로 통칭했던 C9의 약점들 하나 하나에 대해 이렇게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김대일 PD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이었던 리뷰를 기억하는지 기자에게 확인하듯 되물었다. “이렇게 하면 됨? 오키?”


게임을 하지 않은 상태기도 하고, 기자가 된다 안된다 할 입장도 아니라 우물쭈물 넘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객관적입네 하면서 기대를 감추지는 못하겠다. 이제까지 보아왔던 수많은 MO 게임들. 그리고 그들 게임에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커뮤니티의 약점을 C9은 난입과 MMO 컨텐츠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다른 게임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그리고 기대된다. MO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C9의 카드가 얼마나 먹힐 것인지. 8월 15일 게이머들은 김대일 PD가 펼쳐놓은 판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일 것인지.




[ ▲ 솔직히 말하자면 샤먼 캐릭터를 더 기대하고 있지만... 아 예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