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자주 보았던 로봇 만화의 주인공들은 위험하거나 핀치에 몰리면 시도 때도 없이 변신과 합체를 했었다. 이런 만화를 볼 때면 "왜 적들이 합체나 변신할 때 공격을 안하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결국 며칠을 고민한 끝에 "합체할 때 때리면 비매너니까"라는 말도 안되는 답변을 혼자 하고는 했다.



[ 느릿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변신이나 합체도 순식간이다. 변신과 합체의 대가 오토봇! ]




그렇게 변신과 합체의 낭만을 모르던 소년이 무럭무럭 자라 로봇 만화들에 대한 의문보다는 "내일은 무슨 라면 먹을까?"라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민하고 있었던 97년 무렵 일본의 FROM SOFTWARE에서 로봇 메카닉 게임 아머드 코어가 발표 되었다.


아머드 코어는 인간형 병기를 자유자재로 조종하여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메카닉 액션 게임으로 로봇형 메카닉에 탑승하여 임무에 투입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치밀한 설정과 세계관, 뛰어난 조작성,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시스템으로 일명 '리얼 로봇 세대'들의 지지를 받으며 많은 매니아를 양산해냈다.


그런 아머드 코어 시리즈 중에서 2002년도에 출시된 아머드 코어 3는 '관리자'라 불리는 존재에게 보호되고 있는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AC(아머드 코어)라 불리는 전투 메카를 조종하는 레이븐(용병)이 되어 미라쥬, 크레스트, 키사라기의 AC 제조 회사의 의뢰 수행과 함께 용병 회사인 글로벌 코텍스, 의문의 단체 유니온의 의뢰도 해결하게 된다.


다른 아머드 코어 시리즈보다 적당한 난이도와 훌륭한 밸런스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받았던 아머드 코어 3는 시리즈 중 최초로 국내에 정식 발매되기도 했었는데 그 전설의 명작이 2009년 7월 30일에 PSP로 리뉴얼 되어 출시 되었다.







▷ 익숙한 영상과 화면, 추억 속으로 이끄는 손길


아머드 코어3 포터블은 매뉴얼만 한글화 되어 있었으며 게임 내의 메뉴는 영어, 중요 등장인물들과 미션 설명은 일본어로 되어 있었다. PS2에서는 음성까지 한글로 즐겼던 기억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이전의 추억에 들뜬 마음으로 아머드 코어3 포터블을 구동시켰다.


검은 까마귀가 날아오르면서 시작되는 오프닝은 PS2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 후 이어지는 메카닉들의 긴박감 넘치는 대결은 아머드 코어라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PS2의 오프닝이 아머드 코어3의 느낌을 잘 전달해서일까? 오프닝은 예전의 그 모습이었다.






[ AC의 전투를 제대로 보여주는 오프닝 영상 ]





오프닝이 끝나고 보게되는 기본 메뉴 구성은 NEW GAME, LOAD GAME과 함께 PSP의 무선랜 기능으로 어디서나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CONNECTION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NEW GAME을 선택하고 레이븐의 이름과 기타 옵션 설정을 하고 나면 가벼운 첫번째 미션이 시작된다.






3D로 제작된 AC와 건물들, 부드럽지 못한 기체 그래픽은 약간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PSP라는 휴대용 게임기의 한계를 생각하면 충분해 보인다. 아니, 오히려 공격 시의 폭발 장면이나 부스터 사용 모습은 멋지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렵다는 평이 많은 아머드 코어3의 조작이 PSP에서는 아날로그 스틱이 하나로 줄어들면서 더욱 어려진 감이 없지 않다. 오랜만에 조종하는 AC가 마음 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훈련 미션에서 에어리어 이탈로 실패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고 결국 구입 후 한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매뉴얼을 펼쳐들었다.



[ 조작법 부터 각 메뉴의 설명까지,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충실한 매뉴얼 구성 ]





적 기체 몇 기를 파괴하는 간단한 첫번째 훈련 미션을 완료하면 이후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메인 메뉴가 등장한다. 기체의 파츠 구입부터 교환/판매/색 변경을 하는 GARAGE, 아머드 코어3의 메인 스토리가 펼쳐지는 MISSION, 동료 혹은 각종 스토리와 관련된 메일을 확인하는 MAIL, 다른 용병들과 1:1 결투를 벌이는 ARENA, 키 세팅부터 저장, 로드 등 갖가지 옵션 선택할 수 있는 SYSTEM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AC를 조작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메뉴인 MISSION과 ARENA를 중심으로 플레이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MISSION과 ARENA를 통해 획득한 돈으로 GARAGE 메뉴에서 파츠를 구입, 교환하여 기체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다시 상위의 MISSION이나 ARENA의 상급 랭커들과 대전을 하는 방식이다.



[ 전체 메뉴 구성 ]




◆ 미션


[ 미션 브리핑 화면, 미션 목표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일어... ]





[ 미션을 출발하기전 AI가 조종하는 동료를 선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 미션 목표는 단순 전투만이 아닌 호위나 추격, 시설물 파괴, 잠입 등 다양하며
전투 진행 상황에 따라서 배신이나 적/아군의 증원 등 수시로 변화한다. ]




[ 의뢰 비용에서 미션 결과 화면, 탄약비와 기체 수리비 등이 제외되어 지급된다. ]




[ 초반 미션에 실패하면 돈만 감소하지만 중요 스토리 미션을 실패하면.. GAME OVER! ]




◆ 아레나



[ 아레나에서는 미션 결과에 따라서 결정되는 레이븐 랭크를 기준으로 상위 랭커에게 도전하게 된다. ]




[ 탄약비 기체 수리비가 전혀 들지 않으며 승리하게 되면 돈을 벌 수 있다! ]




◆ 기타 메뉴들



[ MAIL 메뉴 - 스토리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를 메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




[ GARAGE 메뉴 - 기체의 구입부터 각종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다. ]




[ 시스템 메뉴 - 세이브와 로드를 비롯 사용자 임의 키 설정을 할 수 있다. ]





▷ 아머드 코어3의 재미? 기체 조작과 파츠 교환, 그리고 스토리


아머드 코어3의 핵심은 기체 조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많은 기능을 가진 여러가지의 키를 다뤄야하기에 다소 어렵지만 익숙해지고 나서 AC를 조종하여 전투를 벌이는 맛은 그 어떤 게임도 따라하기 어려울 것이다.


PSP의 무선랜 기능을 이용한 1:1 or 2:2 대전과 PS3의 애드훅 파티를 이용한 원거리 대전도 아머드 코어 여러가지 재미 중 하나이다.









또한 미션과 아레나를 통해 획득한 돈으로 파츠를 구입하여 입맛대로 AC를 조립하는 재미야말로 아머드 코어3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처음 구입할 수 있는 파츠는 몇개 되지 않지만 각 AC 회사들의 임무를 얼마나 완수했냐에 따라서 새로운 파츠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미션 결과에 따라서 변화하는 회사의 세력에 따라서 출시되는 파츠들도 존재한다.


그 밖에도 미션 내에서 숨겨져 있는 비밀 파츠를 획득하거나 아레나에서 일정 랭크 이상 올라가면 선물로 파츠를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획득한 파츠들은 GARAGE 메뉴의 ASSEMBLY에서 교환이 가능하다.



[ 파츠의 구입과 판매에 수수료나 손해보는 비용은 없다!
돈이 되는 한도내에 구입 후 다시 판매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




[ 미션 결과에 따라서 구입할 수 있는 파츠가 늘어나기도 한다. ]





아머드 코어3 포터블에서는 총 14부위의 파츠들을 교환하여 수백 종에 가까운 기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파츠들의 조합은 무기와 다리 등 겉모양 부터 내부를 구성하는 발전기, FCP, 부스터까지 다양한데 이런 파츠들의 종류와 성능에 따라서 플레이 방식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단순히 파츠의 종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파츠가 AC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세팅의 자유로움은 각종 미션이나 아레나의 대전 상대에 따라서 여러가지 파츠를 조합, 전략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 성능 리스트, 좋아지는 항목은 파란색으로 나뻐지는 항목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수십개에 달하는 항목들이 전부 AC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





[ 이번에는 그레네이드 런처를 사용해 볼까?
미션이나 대전 상대에 따라서 무장을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 ]





그 밖에도 메카의 부위별 색상을 변경하는 PAINT와 AC의 엠블럼 커스텀 등 AC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꾸밀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준비되어 있다.





[ 자유로운 기체 색 변경부터 마크까지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다. ]




이렇게 기체를 업그레이드 시켜가면서 미션을 완료하다보면 지하세계를 보호하고 있다는 관리자에 대한 석연치 않은 모습을 유니온을 통해서 전달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이야기의 결말은 ... 아직 플레이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겠다.



[ 각 AC 회사의 다툼을 이끌어내고 지하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원흉! ]



[ 최종 엔딩, 저 빛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



[ 엔딩을 보고난 이후에는 모든 미션을 다시 플레이하여 랭크를 올릴 수 있고
미션에서 사용한 기체를 이용하여 최대 2:2의 멀티 플레이도 가능하다. ]





▷ 몇가지 작은 아쉬움들


이렇게 모든면에서 완벽해보이는 아머드 코어3 포터블이지만 옥의 티가 살짝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PS2에 비해서 아날로그 스틱이 하나라는 PSP의 한계로 더 복잡해진 조작 방식은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아머드 코어3를 더욱 어렵게 했다. 그나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로운 키 세팅을 제공하여 플레이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게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완벽하게 이식된 것은 칭찬할 일이지만 원작이 출시된지 7년이나 지났음에도 몇가지 밸런스 부분과 추가 파츠 몇 개를 제외하면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작은 실망감을 안겨줬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을 꼽는다면 PS2에서 보여주었던 음성, 자막에 걸쳐 이루어진 완벽한 한글화가 PSP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머드 코어3가 스토리 위주의 RPG가 아니라지만 일본어를 모른다면 관리자에 얽힌 아머드 코어3의 주요 스토리는 물론 미션내의 목표, 반전 등을 이해할 수 없어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국내의 PSP 시장 한계성을 생각해보면 유통사의 고충도 이해가 되지만 아머드 코어의 한 팬으로서 정식 발매 타이틀이 매뉴얼만 한글화라는 부분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미션 부분은 PS2와 동일하여 PS2의 공략 사이트를 참고하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래도 스토리가 주는 긴장감은 생략할 수 밖에 없다. ]






▷ 전설은 계속된다, 아머드 코어3 포터블 시리즈


작은 아쉬움들이 있기는 했지만 밥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에도 PSP를 손에 놓지 못하게 했던 아머드 코어3 포터블은 메카닉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줄 수 있는 명작임에 틀림없을 것이고 기존 아머드 코어의 팬이나 메카닉 게임을 사랑하는 이, 그리고 PSP에서 제대로된 3D 게임을 해보고 싶은 이라면 주저없이 선택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게임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3편을 시작으로 아머드 코어 시리즈가 꾸준히 PSP로 이식될 예정이라 이후의 타이틀도 계속하여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FROM SOFTWARE의 홈페이지에는 11월에 사일런트 라인 포터블, 2010년 3월에는 라스트 레이븐 포터블이 예정되어 있다.


국내에서 발매된 아머드 코어3 포터블의 타이틀 뒷면에 이 두 게임에 대해 세이브 데이타가 계승된다는 문구가 있는 만큼 사일런트 라인과 라스트 레이븐이 정식 발매 될 것이라 예상 되고 그 첫 단추가 되는 아머드 코어3 포터블은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을 것이다.



[ 11월 발매 예정인 아머드 코어: 사일런트 라인 포터블, 사상 최강의 난이도로 초심자는 접근이 어렵다. ]